길은 심부름 가서 오지 않았다

길은 심부름 가서 오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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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그의 동네 도랑물은 흘러서 어디까지 가고 있는지, 그 둠벙에서 멱을 감는 형제가 떠오른다. 형의 숟가락에 생선 발라 올려주는 동생의 젓가락이 움직인다. 형의 휠체어를 밀고 길을 가는 그의 뒷모습에 자못 소금꽃이 피어난다. 물은 졸졸졸 흘러 하나의 서사를, 하나의 역사의 흐름을 만들어낸다. 변하고 있는 것들을 변하지 않고 그 자리를 지키는 추억이 지그시 지켜본다. 그는 퇴직 후 고향으로 돌아가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려 한다. 천천히, 아주 천천히 고향의 낮은 노래에 물들어갈 것이다. 그 박자로 계절의 리듬을 타게 될 것이다. 시인의 그 노래를 듣는 날이 또 있었으면 좋겠다 (길상호 시인)

네 안에 너를 멸망시킬 태풍이 있는가?를 질문하는 시인은 이미 소멸된 것들 속에서 새로운 생성을 찾고 있다. 다시 올 수 없는 시절에 대한 기억은 오히려 새로운 추억을 낳는다. 그는 멀리 떠난 길들을 거두어들인다. 사라진 사람들을 호명한다. 어딘지 불편한 우리에게 “아직도 아프신가, 나 여기 있네”라고 은밀하게 자기 곁을 내준다. 이 시집은 이 불화의 세상에 “용서의 집”을 지으며 한 통의 안부를 전하고 있다. 가히 “목숨으로 새긴 문법”답다. (나금숙 시인)
저자

박승균

1966년충남공주에서출생
숭실대학교철학과졸업
3.1운동100주년기념시민창작공모전수상
강원신인문학상수상으로등단
현재서울우신고등학교에서철학및윤리교사로재직중

목차

시인의말

1부남은표정을쓰고
흰말을위하여12
뒤에서가만히13
봄의처음14
물위에새긴오후16
골담초18
봄안부20
그늘감시원22
가을지나여기24
후박나무26
오래된영수증28
공손한당부30
뒷배32
나먼저가오33
천천34
그해봄36
유류품38
일몰측량사39
길은심부름가서오지않았다40
가을저녁42

2부뒤란의고요를물고
매화44
꽃의나이45
탁발46
달콤하고붉은탑48
나피아50
눈과발52
연꽃부처53
묵경목판본54
불경한줄56
안개의사원에서58
산책60
건어물62
호우주의보64
물속의방에서66
내심외경68


3부좋아하는것도싫어하는것도
비가부르는아침70
못질72
마음의지리학73
사이間74
바다한복판에서75
어느순례자의가방76
만찬78
이란성쌍둥이79
압화80
빠빠라기82
종이상자84
간이의자와허수아비86
중용88
Sarah의집90
에고이스트92
바람의마지막94
딸꾹,동백꽃필때95
겨울숲96
걷는별98

4부아직문닫지마라
연혁102
생가104
메아리106
지나다가한참107
외줄108
선각110
목침112
수경재배114
간헐적으로115
때맞춰116
거울은먼저울지않는다118
삐그덕,120
두눈은얼지않으니122
용서의집123
털중나리꽃124
아직연락이없다126
한통의안부127

해설
둘러앉는집|길상호(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