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ription
표문순은 시조 미학의 구심적 생명력과 원심적 갱신 가능성을 동시에 충족하면서 시조시단의 현대성 제고에 크게 기여해온 시인이다. 그만큼 그의 언어와 사유는 고전적 기율을 견고하게 지키면서도 시조의 모더니티를 확장하고 세련화해온 흔적으로 충일하다. 그는 “둥근 몸과 모난 몸의 극적인 차이”에 반응하면서 “잡초가 되새김하는 텃밭의 곡조들”에 귀를 기울인다. “나만의 감옥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 같은 예감으로 “조금씩 기울어가는 일몰을 주문”하면서 “보일 듯 보이지 않는/ 저음의 슬픈 연대”를 낱낱의 구체성으로 기록해간다. “핏빛 품은 서사”를 곡진하게 담아내는가 하면 “노래가 되지 못한 날개 장엄하게 멈춘” 역사를 가없는 슬픔으로 응시하기도 한다. 이러한 그의 편폭을 따라가다 보면 우리는 삶이라는 것이 “오래도록 덜어내는 것”이며 “찬란한 메밀꽃 같은 숫눈의 밤을 걸어”가야 하는 과정임을 깨닫게 된다. 앞으로 그의 시조가 더욱 아름다운 필치로 우리 시조시단을 개척해가기를 마음 깊이 희원해 본다.
- 유성호(문학평론가·한양대학교 국문과 교수)
- 유성호(문학평론가·한양대학교 국문과 교수)
저음의 슬픈 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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