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소리 약국

잔소리 약국

$16.80
Description
『잔소리 약국』은 약사인 엄마와 프리랜서 딸이 함께 살아가는 일상의 기록이자, 작가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쓴 자전적 소설이다. 오랜 세월 약국을 지켜온 엄마의 삶과 다시 그 약국으로 돌아온 딸의 시간이 교차하며 이야기가 펼쳐진다. 약국이라는 공간은 단순한 생계의 현장을 넘어, 한 여성이 쌓아온 세월과 또 다른 여성이 그 세월을 마주하는 장면이 겹치는 무대가 된다. 반복되는 일상에서 터져 나오는 잔소리와 침묵, 웃음과 다툼 등 그 감정의 결을 따라가다 보면, 돌봄이라는 말이 얼마나 복잡한 사랑의 형태인지를 깨닫게 된다.

엄마의 고관절 수술 이후 2년 11개월 동안 이어진 동거의 시간은, 결국 하나의 문을 닫고 또 다른 문을 여는 여정이 된다. 작가는 그 시간을 과장하지 않고 덤덤하게 털어놓는다. 약국의 셔터가 내려가고 불빛이 꺼진 자리에서 딸은 깨닫는다. 돌봄이 끝나도 삶은 계속되고, 어떤 마음은 여전히 살아 있다는 것을. 『잔소리 약국』은 그 조용한 깨달음의 자리에서 태어난 이야기다. 서운함과 연민, 다정함과 유머가 뒤섞인 이 소설은 사랑을 버텨 온 사람들의 마음을 있는 그대로 보여준다. 읽고 나면 마음 한편이 저릿하고 따듯해진다. 누구나 한 번쯤 지나온 관계의 풍경이 잔잔히 되살아난다.
저자

김혜선

26년차영화저널리스트.농번기가끝난한겨울,소해소날소시에태어난73년생소띠이자자영업자K-차녀.영화와는아무인연도없는중도보수집안에서자라나,어쩌다영화를좋아하게되었다.영화잡지기자로시작해방송작가,프리랜서저널리스트등으로일하며영화를보고,그에관해읽고,쓰고,말하고,질문하며살아왔다.불같은열정보다는뭉근한사랑을믿으며,영화산업의빛과그림자속에서고군분투하는사람들을지켜봤다.
그동안영화와인터뷰를통해수없이많은이야기를만났지만,정작내이야기는하지못했다.언젠가는써야지하며미지근하게보낸지난날을반성한다.책을쓰기에는별것이없다고,나자신을스스로열외로했던시간을.내가그럴수있도록부추긴것은바로엄마다.누구나겪지만,누구에게나조금은숨겨진이야기.
짧고격렬했던엄마와의동거가결국이책을쓰게했다.

목차

약국문을열며

1부하루하루소화하기
아무도몰랐다
그날밤
사는재미
소중하지만성가신
K-장녀와K-장남의둘째딸
출퇴근전쟁Part1
출퇴근전쟁Part2
두배가아닌2의2승
할일이없어서저래
점심은먹고싶지않습니다

2부내인생의복약지도
‘박카스’는피로해소제가아니었으니
‘까스활명수’든지‘까스명수’든지
‘컨디션’을부어라,마셔라
‘신신파스’와‘케토톱’,이민자의만병통치약
우루루사먹어서‘우루사’인가
‘에프킬라’냐‘홈매트’냐,그것이문제로다
메이퀸도‘메이킨’이필요하다
‘타이레놀’과‘타세놀’사이에서
‘후시딘’도‘마데카솔’도소용없을때

3부작용과부작용
약국의히어로,셔터맨
마스크대란이남긴것
약국에오는이유
카카오맵평점1점
넌대체무슨일을해?
다무너질까봐벨트를합니다
약국옆한정식집
배운다는것
그모든‘스페셜’한순간들
엄마,약좀그만팔아

약국문을닫으며

출판사 서평

오늘도엄마는약을팔고,딸은마음을삼킨다
『잔소리약국』은약사엄마와프리랜서딸이함께살아가는일상의기록이자,서로를돌보며조금씩변해가는관계를담은자전적소설이다.작가는엄마의생애가켜켜이쌓인‘약국’에서모녀가부딪히고화해하며닮아가는모습을유쾌하게그려낸다.약국은단순한배경이아니라,한여성이평생을일구어온노동의현장이자또다른여성이자신을돌아보게되는거울이다.엄마에게는삶의근거이고,딸에게는그삶을목격하는자리다.서로의세계를완전히이해하지못하면서도하루도빠짐없이안부를챙기는두사람의관계는익숙하면서도여전히서툰,우리시대의모녀상과닮았다.

“내가약국을안하면뭘하지?나는무슨쓸모가있지?”(180쪽)

이야기는엄마의고관절수술로시작된다.오랜세월약국을지켜온엄마는더이상혼자일할수없게되고,딸은자기일을잠시미루고엄마곁으로돌아온다.매일아침셔터를올리고,약통을정리하고,손님을맞이하는반복된하루속에서딸은깨닫는다.엄마의삶이얼마나오래,얼마나고된노동위에세워져있었는지를.엄마의잔소리는걱정의다른얼굴이고,딸의짜증은사랑의또다른형태다.『잔소리약국』은그미묘한온도차를족집게처럼섬세하게포착한다.웃음과침묵,다툼과화해가교차하는그들의일상에는,서로를놓지않으려는다정함이언제나스며있다.

유머로버티고,사랑으로나아가는사람들에게
소설은가족이라는가장가까운관계에서,돌봄이어떻게사랑이되고때로는상처가되는지를드러낸다.작가는누군가를챙기는일이단지따뜻한헌신만은아니라고말한다.돌봄은고단하고,지루하며,때로는관계를흔들어놓기도하지만,바로그불완전함속에서서로를잃지않는힘이생긴다.영화잡지기자이자방송작가로살아온시간동안다져진문장력은일상의대화와몸짓하나에서도감정의결을포착한다.사소한말투와표정,그사이의공기를붙잡아내며사랑이라는감정이얼마나노동과닮았는지보여준다.

“우리는서로할일을했다.이제각자의하늘과땅에서열심히놀아도된다.”(187쪽)

결국이야기는닫히면서동시에열리는자리에닿는다.애증어린약국의문을손수닫으며,딸은다시돌아온혼자만의시간앞에선다.엄마가고관절을다친뒤함께한시간은2년11개월.그시간동안딸은일과돌봄사이를오가며버텼다.그리고이제다시찾아온혼자만의시간.작가는여기에과장된의미를부여하지않는다.엄마가없어도,삶은여전히계속된다.이제딸은낯설지만새롭지는않은,평범한하루를다시살아갈것이다.

돌봄이끝난자리에,우리는무엇으로다시살아갈수있을까
약국은닫히고,딸은자기일로돌아간다.그러나지나온시간은사라지지않는다.아침밥을먹을때,저녁퇴근길의사람들을볼때,세상의약국들을스쳐지나칠때마다그시절이떠오를것이다.『잔소리약국』은그자리에서멈춘다.아프지만나아가야하는삶,끝났지만계속되는하루를조용히보여주며.
작가의문장에는특유의유머가깃들어있다.그유머는상황의고단함을감추지않으면서도독자가끝내울지않게한다.피곤한데웃기고,화가나는데슬프기도한하루하루를담담히고백한다.그래서이소설은따듯하다.웃음은위로가되고,위로는다정함으로이어진다.『잔소리약국』은그렇게투덜거림과연민,서운함과애정을섞어독자에게건네는한알의마음약을빚어낸다.

『잔소리약국』은단지모녀의이야기로머물지않는다.누군가를돌보며자신을잃어버린적있는이들,일과관계속에서진짜속내를미뤄둔이들,그런데도여전히다정해지고싶었던사람에게이책은잔잔한처방전을건넨다.완벽하지않아도괜찮다고,진심이남아있다면그걸로충분하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