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 공간의 위로 - 세리프

열린 공간의 위로 - 세리프

$17.00
Description
저자 그레텔 에를리히는 미국의 시인이자 수필가로 이 책 『열린 공간의 위로』는 그녀의 데뷔작이자 대표적 산문이다.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 이후, 광활하고 야생적인 서부의 땅 와이오밍에 뿌리내렸던 경험이 그녀 특유의 아름답고 생동감 넘치는 언어와 만나 시적 산문으로 탄생했다.

그녀는 스스로의 살아 있음을 도무지 견딜 수 없는 비탄의 시기에 와이오밍의 대자연과 마주했다. 신비롭고 아름답지만 동시에 맹렬하고 혹독한 서부의 풍광은 그녀의 몸과 마음을 재조립했다. 매년 다른 흔적을 남기고 가는 계절들, 와이오밍이 지나온 핏빛 역사, 대규모 목장의 생태계, 카우보이와 목동 같은 일꾼들의 고독한 삶, 소위 ‘남자들의 세계’라고 여겨지는 서부에서 누구 못지않게 유능하고 강인했던 여자들, 그리고 새로운 사랑까지. 상실을 마주한 직후에는 결코 예상하지 못했던 통찰과 만남이 이어지며, 그녀는 느리지만 분명한 치유를 경험한다.

저자

그레텔에를리히

저자:그레텔에를리히GretelEhrlich
그레텔에를리히는미국의여행작가이자시인,수필가이다.1946년캘리포니아에서태어나자랐다.베닝턴칼리지,UCLA영화학교에서수학했다.다큐멘터리감독으로일하던그녀는사랑하는사람이죽은후와이오밍의목장에서살면서전업작가로서글을쓰기시작했다.이책『열린공간의위로』(1985)가그녀의사랑과상실,치유의경험을다룬데뷔작으로,그녀특유의시적이고유려한문장과삶과자연에대한예리한통찰이잘드러나헨리데이비드소로에비견되기도했다.그후로많은책을펴냈으며,주요저서로는1991년에번개에맞는사고를겪고이때의경험을글로옮긴『심장에닿은불:번개에맞은한여자이야기AMatchtotheHeart:OneWoman’sStoryofBeingStruckByLightning』(1994),1993년부터그린란드를매년방문해이누이트와생활하며쓴『이차가운천국:그린란드에서의일곱계절ThisColdHeaven:SevenSeasonsinGreenland』(2001)등이있다.특히『섬,우주,고향Islands,TheUniverse,Home』(1991)은전세계적으로큰사랑을받은산문집이다.펜소로상,벨라지오펠로우십,구겐하임펠로우십,화이팅작가상,미국예술·문학아카데미에서수여하는해럴드D.버셀기념상등많은상을수상했다.지금은몬태나와하와이를오가며살고있다.

역자:노지양
연세대학교영어영문학과를졸업하고KBS와EBS에서방송작가로활동하다현재번역가로일하고있다.『나쁜페미니스트』,『헝거』,『난여자가아닙니까?』,『차이에서배워라』,『사나운애착』,『트릭미러』,『동의』,『메리는입고싶은옷을입어요』등다양한영미권도서100여권을우리말로옮겼고,에세이『먹고사는게전부가아닌날도있어서』,『오늘의리듬』,『우리는아름답게어긋나지』(공저)등을썼다.매일책을읽고글을쓰고번역하는생활에서보람과기쁨을느끼고있다.

목차


서문

1장열린공간의위로
2장어느부고
3장다른삶들
4장남자에대하여
5장한목동의일기:사흘
6장친구,적그리고일하는동물들
7장겨울이라는매끄러운두개골
8장물에관하여
9장우리방금결혼했어요
10장게임의규칙:로데오
11장두세계에서살기:크로우페어와선댄스
12장폭풍,옥수수밭,엘크

역자후기:아름다운산문의위로

출판사 서평

잿빛도시를떠나광활한야생의땅와이오밍에정착한시인
그녀가바라본‘은둔자’,‘카우보이’,‘계절의변화’,‘생명’그리고
‘사랑’에관한시적산문

“와이오밍은자기만의휘트먼을찾았다.”-애니딜러드
“에를리히의최고의문장들은헨리데이비드소로를환기시킨다.”-「샌프란시스코크로니클」

여기,사랑하는사람의죽음을맞닥뜨린후비탄의바다에침잠한이가있다.남겨진자의하루하루는기계의무의미한작동과같았다.“살아있다는것이가증스러웠고쾌락이든고통이든전부가당치않게느껴졌다.공허함이라는수레바퀴가내안에서빙빙돌면서한동안그안을휘젓고다녔다.”다큐멘터리감독이었던그녀는슬픔에몸부림치다별안간자신이일궈낸모든것을뒤로하고“여전히야생이살아있는척박한땅”,“건조한유머와순수한무심함”이뒤섞인곳,“한때를풍미했던카우보이의역사”가살아숨쉬는와이오밍에찾아든다.정착하겠다고,그러니까와이오밍에서영영살겠다고마음먹고온것은아니었다.당시그녀에겐그런계획을세울마음의힘이없었다.그녀가원했던건다만“나를잃어버리기”였다.그녀는이렇게말한다.“내가잃어버린것은인생을향한허기였다.”더이상삶이고프지않을때사람은궁지에몰린다.대도시의편리함,막역한친구들,익숙한위안거리들에서벗어나지리적,문화적으로극단적일만큼상반된곳으로가스스로고립되겠다고마음먹은그녀에게‘이주’란단순한도피가아니라생존전략이었다.

하지만와이오밍의자연속에머물다보니,바람에날려온씨앗이낯선땅에운명적으로내려앉듯그녀역시와이오밍에자연스레뿌리내리게됐다.목양업자이웃을도와양털을깎기도하고,심지어는직접양떼를몰고,송아지의분만을돕고,무뚝뚝하지만활력넘치는사람들틈에있으면서잡념을날려보내고,머리도짧게잘라버렸다.그녀의정신을뒤흔들어깨우는건무엇보다도‘탁트인(열린)자연’이었다.서부의신비롭고도맹렬한환경은그녀를통과한후아름다운언어가된다.이런식이다.“얼음이불이사라지면강은마구휘저은갈색밀크셰이크가되어지하배수로와작은다리들을삼켜버린다.”“하얀먼지같은눈으로뒤덮인소들은마치서서히움직이는빙하들같다.”“어느날아침에는보름달이서쪽으로지고있는데동쪽에서는태양이떠올랐다.마치내가초원을성큼성큼달리면서해와달사이에서위태롭게균형을잡는기분이었다.”

혹독한자연아래서인간은한없이작아진다.작아지는게나쁜것만은아니다.작아짐으로써우리의세계는더넓어지고,일상과역사의미세한틈으로숨어들수있다.이과정속에서저자는치유를경험한다.아주천천히,그러나분명하게.

“옳음의개념은오래전에사라졌지만나와이구시대적인목장공동체사이에서화학반응이일어난것만은확실했다.나는이곳에서사랑받고미움받고,유혹하고유혹당하고,용납하고용납되었다.나는이안에맞아들어갔다.”(66쪽)

애도일기에서명상록으로,명상록에서시로
대자연이자아내는감동과진솔한통찰이만나다

대자연속에서작아진그녀의눈에비로소들어오는것들이있다.와이오밍이지나온핏빛역사,대규모목장의생태계,카우보이와목동같은일꾼들의고독한삶,소위‘남자들의세계’라고여겨지는서부에서누구못지않게유능하고강인했던여자들,한때미국대지를활보했던인디언부족들의문화와치열한선댄스축제의현장,그리고새로운사랑까지.상실을마주한직후에는결코예상하지못했던통찰과만남이었다.그렇게애도일기로시작했던이야기는,내면에깊게팬빈공간을직시하고그심연을들여다보려는노력을통해명상록이되었다가,마침내는그빈공간에서솟구치는깨달음,새로운사랑의여지,더넓고깊은시선으로포착해낸한편의시가된다.

상실은영영결핍이기만할까?필멸의존재인우리는,그렇다면영영결핍을안고살아야하는가련한존재에불과한걸까?그렇지는않을것이다.그녀는이렇게말한다.

“마침내이세상에영원불멸은없다는사실이나에게심오한교훈을준다.상실은기이한종류의풍요가된다는것을,절망은삶에대한채울수없는허기를사라지게한다는것을.”(8-9쪽)

“이제나는이부식하는계절에서도천진한다정함을느낀다.이무방비상태의계절은더이상타락할수가없으니.죽음또한그만의순수함이고달콤한진흙이아닌가.와이오밍을가로지르던폭풍의행렬은마치코끼리가꼬리를코에감은것처럼흔들리더니고요속으로사라졌다.”(179쪽)

그리하여상실은또하나의가능성이된다.비록잡석과진창으로엉망이된길일지라도,분명무언가로통하는입구가된다.그앞에선저자가우리에게말한다.폐허에도햇빛이깃든다고.그리고그햇빛이당신이예상할수없는무언가를틔워낼거라고.

빛소굴세계산문선,세리프(serif)
세리프는글자획의시작이나끝부분에있는작은돌기를말합니다.
빛소굴세리프는작가고유의언어와감성,통찰을아름답고개성있게구현한시적산문을소개합니다.세리프의산문들은때로시공간에제약받지않은채비선형으로뻗치기도하고,뜻밖의소재를색다른시각에서바라봄으로써일상에균열을내기도합니다.자유롭게변주되는언어의향연,이아름다운돌기의세계로여러분을초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