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로의 여행(큰글자책)

과거로의 여행(큰글자책)

$30.00
Description
과거로의 여행
프랑크푸르트역, 수많은 사람들이 자신만의 목적지를 향해 분주히 움직인다. 그 인파 속에서 중년의 남녀 한 쌍이 서로를 마주 보고 있다. 정신없이 오가는 사람들이 내는 소음이 소나기처럼 쏟아졌다. 하지만 보이지 않는 우산이라도 그들 위에 씌워져 있는 것일까? 그들은 소란한 주변으로부터 해방돼 둘만의 세상에 외따로 존재했다. 그 공간에는 밤의 서늘한 공기도, 철마가 내는 무시무시한 굉음도 없었다. 아니 어쩌면 그 남녀마저도 그곳에 없었을 수도 있다. 그곳에 있는 것은 오직 연기처럼 흩어지는 그림자뿐이었다. 9년의 시간이 흐르는 동안 온갖 색이 빠진 무채색의 그림자만이 그 공간에 덩그러니 놓여 있을 뿐이었다.
두 사람이 만난 것은 9년 전이다. 박사이자 유능한 직원이었던 남자는 사장의 간곡한 요청을 받고 그의 집에서 살게 된다. 건강이 악화된 사장에게 개인 비서가 필요하게 된 것이다. 이 우연한 기회로 남자와 사장의 아내였던 여자는 만나게 되었다. 처음, 이 우연은 마치 운명의 신이 베푸는 미소처럼 보였다. 둘은 다른 시기와 장소에서라면 우연히라도 만날 수 없을 만큼 다른 삶을 살아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운명의 신은 그만큼 또 심술쟁이인 것 같다. 둘을 만나게 한 그 우연이 둘 사이에 놓인 가장 큰 벽이었기에······. 거기에 시대의 운명, 전쟁까지 더해져 그 벽은 인간의 의지로는 결코 넘을 수 없는 견고한 벽이 되고야 만다. 오랜 시간이 지난 후 다시 한번 우연의 도움으로 서로를 만나게 된 둘, 그들에겐 무엇이 남아 있을까. 그들은 서로에게서 오래전 타올랐던 불꽃을 발견할 수 있을까.

어느 여인의 삶에서 24시간
리비에라의 한가로운 펜션, 유럽 각국에서 몰려든 다양한 중산층들이 여유로운 일상을 보내던 그곳에서 스캔들이 벌어진다. 한 유부녀가 젊은 남자와 눈이 맞아 달아나 버린 것이다. 이로 인해 펜션은 발칵 뒤집혔고, 각자 다른 가치관을 가진 숙박객들은 상호간 마땅히 차려야 할 예의바른 태도를 집어 던지고 목에 핏대를 세우며 싸운다. 이런 아비규환을 정리한 것은 다름 아닌 백발의 영국인 부인 C였다. 부인은 감히 저항할 수 없는 우아한 기품으로 모두를 진정시키고 사태를 해결했다.
이 사건을 계기로 C 부인은 남들과 항상 일정하게 유지하던 거리를 무너뜨리고 ‘나’와 가까워진다. 부인은 ‘내’게 비상한 호기심을 품고 자꾸만 무언가를 말하려 하지만, 그 시도는 매번 좌절된다. 하지만 펜션 이용객들에게 예정된 헤어짐의 순간이 오면서 C 부인은 더 이상 숨기지 못하고 놀라운 이야기를 ‘나’에게 들려준다. 24년 전 벌어진 그 사건은 단 하루, 24시간 안에 벌어진 일이었고, 이 미친 일로 그녀의 삶은 완전히 바뀌어버리고 만다.
저자

슈테판츠바이크

슈테판츠바이크는1881년오스트리아의수도빈에서유대인부모의둘째아들로태어났다.섬유공장을경영하던아버지모리츠는독일어외에도영어와프랑스어를능숙하게구사했고,은행가의딸인어머니이다역시국제적인감각을지닌여성으로서이탈리아어에능통했다.이처럼좋은환경과빈의문화적분위기에서성장한츠바이크는어린시절부터연극과오페라를감상하거나많은고전작품을탐독하면서문학적감수성과예술적재능을키워나갔다.1900년에츠바이크는빈대학교철학과에입학했으나학업보다는글쓰기에몰두하면서작가로서준비작업을시작한다.일찍이보들레르와베를렌의시에심취한츠바이크는이듬해인1901년시집『은빛현』을발표하지만,이후시가자신의영역이아니라고판단하고소설과전기(또는평전)에서훨씬더탁월한능력을보여주기시작한다.소설집『에리카에발트의사랑』을시작으로단편소설「불타는비밀」,「모르는여인의편지」,「광란」,소설집『감정의혼란』등을발표하며유럽최고의베스트셀러작가로거듭나게된다.츠바이크소설의매력은섬세하고유려한문체에서연유하기도하지만,그보다는인간의내적인감정과심리를순간적으로포착하여서술하는그만의특유한재능에서나온다.여기에시적감각을바탕으로하는성애묘사와에로티시즘적소설은동시대의어느산문작가도따를수없을만큼당대에폭발적인인기를누리게했다.2차세계대전이발발한후엔히틀러를피해대서양을건너미국으로,그리고다시브라질로건너갔다.하지만전쟁과나치즘으로인해점차인류에대한희망을잃어버리게된그는자포자기의심정을노트에적은뒤,부인과함께약물과다복용으로생을마감하게된다.1942년2월22일,그의나이60이었다.

목차

과거로의여행
어느여인의삶에서24시간
역자해설(슈테판츠바이크:열정의에로티시즘)-원당희

출판사 서평

슈테판츠바이크의중편두편을엮은『과거로의여행』이‘빛소굴페이지터너스’의두번째책으로출간됐다.슈테판츠바이크는심리묘사와스토리텔링의달인으로지금은물론작가가활동한당대에도탁월한이야기꾼으로인정받았다.그러니‘빠르게,완독’이라는목표를가진페이지터너스시리즈의두번째작가로소개되는것이당연하다고할수있다.
이두이야기에는엇갈린두남녀가두쌍등장한다.그들대부분은가슴속에과거한조각씩을품고사는인물들이다.물론그조각들이모두애틋하기만한감정은아니다.그립고허무하고때론황당하기도하다.과거의조각들은쉽사리흩어지지않고오랫동안그곳에남아우리의마음을가끔따끔거리게하는법이다.하물며시간이그조각들을마모시켜무디게하고,결국그형체가눈에보이지않게되더라도,과거는사라지지않는다.과거는희뿌연한,어쩌면투명하다고도할수있는연기가되어결코잊을수없는향으로남게되는것이다.
우리는자신만의과거에서쉽사리벗어나지못하는주인공들의어리석음에혀를차면서도동정하고또한편으론그어리석음이우리안에도있다는사실을깨닫게된다.우리는모두현재만을살아가길원하지만,어느정도는과거의나에게갚을수없는빚을진채살아가고있으니까.좋은소설은독자가다른이의삶을바라보며그속에숨어있는자신의삶을발견할수있게해준다.이소설에서독자분들이무엇을발견할지는알수없다.그것이무엇이건,슈테판츠바이크라는고속열차는여러분을상상할수도없었던곳으로데려다줄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