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체국 아가씨(큰글자책)

우체국 아가씨(큰글자책)

$44.00
Description
1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황폐해진 오스트리아의 한 시골 마을. 그곳 우체국에는 매일 정해진 시간에 정해진 자리를 지키고 있는 직원이 있다. 그녀의 이름은 크리스티네. 스물여덟 살의 그녀는 한창 청춘이 꽃피는 시절을 전쟁에 빼앗기고 하루하루를 근근이 살아간다. 매일 똑같은 쳇바퀴를 도는 크리스티네의 표정은 늘 창백하고 메말라 있다.

어느 날, 우체국으로 전보 한 통이 날아든다. 오래전 미국으로 떠난 이모가 스위스 휴양지에서 보낸 초대장이다. 답답한 일상에 생긴 그 작은 균열에 크리스티네는 당혹스러워한다. 설렘보다는 걱정이 앞서기 때문이다.

이모와 이모부는 크리스티네를 반갑게 맞아준다. 상류층이 된 이모의 아낌없는 후원으로 크리스티네는 촌스러운 옷을 벗어 던지고 평생 꿈꿔본 적 없는 화려한 변신을 시도한다. 처음 입어보는 고급 드레스, 윤기나고 풍성한 머리칼, 반짝이는 장신구로 치장한 크리스티네는 거울 속 자신의 낯선 모습에 놀란다. 외모뿐만이 아니다. 단조로운 일상을 보내던 호텔 사람들에게 순수하고 발랄한 크리스티네는 신선한 충격이다. 크리스티네는 처음 맛보는 상류층 생활에 취하여 뜨거운 열정을 뽐내고, 사람들은 이에 매료된다.

하지만 신데렐라의 마법은 언젠가 끝나는 법이다. 신데렐라가 시곗바늘을 붙잡을 수 없는 것처럼, 크리스티네도 영원히 변할 수는 없다.
그리고 마법이 풀리는 순간, 진짜 이야기가 시작된다.
저자

슈테판츠바이크

슈테판츠바이크는1881년오스트리아의수도빈에서유대인부모의둘째아들로태어났다.섬유공장을경영하던아버지모리츠는독일어외에도영어와프랑스어를능숙하게구사했고,은행가의딸인어머니이다역시국제적인감각을지닌여성으로서이탈리아어에능통했다.이처럼좋은환경과빈의문화적분위기에서성장한츠바이크는어린시절부터연극과오페라를감상하거나많은고전작품을탐독하면서문학적감수성과예술적재능을키워나갔다.
1900년에츠바이크는빈대학교철학과에입학했으나학업보다는글쓰기에몰두하면서작가로서준비작업을시작한다.일찍이보들레르와베를렌의시에심취한츠바이크는이듬해인1901년시집『은빛현』을발표하지만,이후시가자신의영역이아니라고판단하고소설과전기(또는평전)에서훨씬더탁월한능력을보여주기시작한다.소설집『에리카에발트의사랑』을시작으로단편소설「불타는비밀」,「모르는여인의편지」,「광란」,소설집『감정의혼란』등을발표하며유럽최고의베스트셀러작가로거듭나게된다.츠바이크소설의매력은섬세하고유려한문체에서연유하기도하지만,그보다는인간의내적인감정과심리를순간적으로포착하여서술하는그만의특유한재능에서나온다.여기에시적감각을바탕으로하는성애묘사와에로티시즘적소설은동시대의어느산문작가도따를수없을만큼당대에폭발적인인기를누리게했다.
2차세계대전이발발한후엔히틀러를피해대서양을건너미국으로,그리고다시브라질로건너갔다.하지만전쟁과나치즘으로인해점차인류에대한희망을잃어버리게된그는자포자기의심정을노트에적은뒤,부인과함께약물과다복용으로생을마감하게된다.1942년2월22일,그의나이60이었다.

목차

1부
2부
역자후기

출판사 서평

전쟁에청춘을빼앗긴여자,크리스티네
일생일대의마법같은순간을마주하다

자정을알리는종이친뒤시작되는신데렐라의진짜이야기

1차세계대전이끝나고황폐해진오스트리아의한시골마을,클라인-라이플링.그곳우체국에는매일정해진시간에정해진자리를지키고있는직원이있다.그녀의이름은크리스티네.스물여덟살의그녀는한창청춘이꽃피는시절을전쟁에빼앗기고하루하루를근근이살아간다.전쟁은청춘뿐아니라하나뿐인오빠와아버지까지앗아갔으며,그녀는지금몸이성치않은연로한어머니를모시고있다.매일똑같은쳇바퀴를도는크리스티네의표정은늘창백하고메말라있다.

그러던어느날,우체국으로전보한통이날아든다.스위스휴양지에서자신의이름앞으로발송된전보였다.여느때와다름없이타성에젖어있던크리스티네의일상에작은균열이생겼다.어머니에게자초지종을물어보니,이미오래전미국으로떠난뒤상류층이된이모가스위스의호화호텔로크리스티네를초대한것이었다.하지만혼자서거동도못하는어머니를두고떠날수는없는일.게다가우체국을여닫을직원은저하나뿐이다.일면식도없는이모를이제와서만난들무슨의미가있을까?걱정이많고조심스러운크리스티네는한참을고민하다가결국어머니에게등떠밀려이모를만나러간다.

클라인-라이플링을떠나본적없던크리스티네는스위스로향하는기차에서부터신비로운황홀경에빠진다.너른대지,상쾌한바람,낯선사람들…….처음맛보는해방감이었다.하지만들뜬기분도잠시,스위스호텔에도착한그녀는곧바로후회한다.한눈에봐도고급스러운옷과장신구를걸친귀부인들,크리스티네는꿈도못꿀숙박비를자랑하는호텔룸,몸과마음에서자연스러운여유로움을풍기는투숙객들사이에서크리스티네의낡은등나무가방과허름한옷차림,어색한몸짓은사람들의이목을끌기에충분했다.당장이라도고향으로돌아가고싶지만이제와서이모와어머니를실망시킬수는없다.크리스티네를알아본이모가따뜻하게환대해주지만,이모역시그녀의누추한행색이부끄럽긴마찬가지다.
“불쌍한것!자기가얼마나촌스럽게옷을입었는지정작자신은그것도모를거예요.망할놈의전쟁이오스트리아사람들을모두망쳐놓았어요.가엾은것!”

하지만크리스티네를변신시켜주는일쯤은이모에게아무것도아니다.이모의옷을빌려입고머리스타일을꾸미고아름다운장신구를두른크리스티네는완전히다른사람처럼보인다.호텔방에서거울에비친자신의모습을보고충격으로아득해진그녀는넋을잃는다.이것이진정나인가?

“여자는놀라호흡을가다듬었다.꿈에서조차이토록젊고,아름답고,우아하게차려입은자신을상상한적이없었다.선이분명한붉은입술,섬세한눈썹,물결치는금발아래로훤하게드러난목이돋보였다.하늘하늘한드레스에감춰진맨살이새롭게느껴졌다.여자는거울에비친여자가정말자신인지확인하려고거울앞으로더가까이다가갔다.그러나너무가까이다가서거나갑자기움직이면그황홀한모습이사라질까봐두려워서저절로미간이떨렸다.”

이후크리스티네의일상은백팔십도바뀐다.내성적이고수줍었던태도역시생기발랄하고적극적으로바뀌었다.모두가그녀에게춤을청하고,식사에초대하고,데이트를간청한다.꿈결같은시간속에서크리스티네는지금껏잊고살았던쾌락과여유를만끽한다.

심리소설의대가,츠바이크의장편걸작『우체국아가씨』
타고난이야기꾼이이끄는
한인간의처절한드라마

하지만츠바이크는자신의주인공이변신에도취된채영원한신데렐라로남도록놔두지않는다.신데렐라에게자정이있듯크리스티네의여행도급작스레끝나게된다.달리는기차에서바깥으로떠밀린듯한순간에깨져버린일생일대의휴가.백일몽에서깨어난그녀는하는수없이시골우체국으로되돌아온다.

하지만한번황홀경을맛본이에게시골생활은따분하고무식하고촌스럽기만하다.허무에찌든현실은크리스티네를미치기직전으로몰고간다.

소설은크게세부분으로나뉜다.크리스티네가변신하기전과변신한상태,그리고변신이끝난후.츠바이크는각부분을마치서로다른세단편처럼보일만큼색다른감정선과전개로이끌어간다.그리고말미에이르러독자는전혀예상치못했던충격적인결말을조우하게된다.

어떤학자들은『우체국아가씨』가미완의유작이라고도한다.그럼에도불구하고현존하는원고의결말은독자에게짙은여운을남긴다.크리스티네의삶은오히려죽지않고독자의상상속에서생생하게살아숨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