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면으로 떠오르기 - 빛소굴 세계산문선 세리프 (양장)

표면으로 떠오르기 - 빛소굴 세계산문선 세리프 (양장)

$18.50
Description
“스코틀랜드 시 문학계의 선도 주자”라 평가받는 캐슬린 제이미의 국내 초역 산문집. 제목에서 드러나는 바와 같이 이 책에서 저자는 수많은 ‘떠오르기’들을 발견한다. 이들은 하나같이 생명력으로 이어진다. 잊혔다고 생각한 것들이 살아 돌아와서 파괴된 공동체를 복원해 주고, 생명을 되살려 주며, 때로는 병마를 이기는 기묘한 계시가 된다. 여기서 그녀가 깨달은 것은 시간이 나선형이라는 사실.

알래스카, 티베트, 스코틀랜드 석기시대 유적지, 때론 자기 집 뒷마당을 여행하는 방랑자 제이미는 각각의 장소에서 만나는 놀라운 풍경, 평범한 사람들과의 기이한 대화, 낯선 문화, 예상치 못한 위기, 점차로 무너져내리는 이 세계를 향한 분노와 연민을 퍼즐 조각처럼 늘어놓는다. 그리고 그 조각들은 곧 활자를 거쳐 한 점의 태피스트리가 되어간다. 멀리서 보면 환하고 단순한 그림.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볼 때 우리는 아주 작게 수놓인, 붉고 까만 티끌을 목격한다.

저자

캐슬린제이미

저자:캐슬린제이미(KathleenJamie)
1962년스코틀랜드서쪽지방에서태어나에든버러대학교철학과에서공부했다.스코틀랜드를대표하는시인이자에세이스트이다.스코틀랜드의풍경과문화에뿌리를두면서도여행,여성문제,고고학과시각예술등을아우르는작품을쓰고있다.논픽션도활발하게집필하고있는데,자연과풍경을다룬에세이집『발견들Findings』과『시선들Sightlines』,『표면으로떠오르기Surfacing』가특히폭넓은찬사를받았으며,고유의세계관으로꾸준히작품활동을하면서존버로스메달,오리온도서상,서머싯몸상,포워드시문학상,코스타시문학상,2005년스코틀랜드예술위원회올해의작품상,폴햄린상,왕립지리학회네스상,크리에이티브스코틀랜드상,제프리파버기념상등유수의상을다수수상했다.오랜기간세인트앤드루스대학교와스털링대학교에서문예창작을가르쳤다.2016년영국왕립문학협회회원으로,2018년에든버러왕립학회회원으로선출됐으며2021년스코틀랜드마카르Makar(스코틀랜드정부가지정한국가시인)로임명되었다.

역자:고정아
연세대학교영어영문학과를졸업한뒤번역가로활동중이다.옮긴책으로『전망좋은방』『모리스』『순수의시대』『오만과편견』『천국의작은새』『컬러퍼플』『노맨스랜드』등의문학작품과『옥스퍼드오늘의단어책』『히든피겨스』『로켓걸스』『정원의쓸모』등의인문교양서와아동서를포함해250여권의책을우리말로옮겼다.2012년유영번역상을수상했다.

목차

1장순록동굴
2장티베트의개
3장바람의말(馬)
4장수리
5장퀴나하크에서
6장유리에비친모습
7장링크스오브놀틀랜드Ⅰ
8장링크스오브놀틀랜드Ⅱ
9장링크스오브놀틀랜드Ⅲ
10장탑이분명하다
11장지상으로올라오기
12장창가에서
13장노인들
14장숲의목소리

감사의말
옮긴이의말

출판사 서평

시간을되살리고,죽은자를끌어올리고,기억을까뒤집는
시인캐슬린제이미의고요한몸부림

“우리는모두안다.
이렇게살수는없지만,지난날로돌아갈수도없다.”-책속에서

자연글쓰기,시와산문의경계,고고학과여행,여성의삶,내부에뜨거운알맹이를쥐고서날카롭게벼린문장.캐슬린제이미의글은대개이런설명을동반하며,국내초역으로선보이는이번신간『표면으로떠오르기』역시마찬가지이다.다만이책은한발더나아가노년으로접어들며그녀가겪은질병과상실이새롭게조명되고,거기서비롯된한층초연해진마음과동시에여전히참을수없이끔찍한이세계가불러일으키는분노및이해할수없음사이에서끈질기게견디어내는한여성의고요한영적몸부림이선연히드러난다는점에서더욱특별하다.

『표면으로떠오르기』에서저자는알래스카,티베트,스코틀랜드석기시대유적지,때론자기집뒷마당을여행한다.보통의여행자와는다르게,아주오랫동안그장소에머물며단순히‘살아보는것’을넘어돌멩이나들풀처럼‘스며든다’는점,발굴팀에합류하여장화를신고곡괭이를든채직접유물을파낸다는점이저자의특기이자본능이다.그녀가중국샤허현에머물렀을때는심지어중국을핏빛혼란에빠뜨렸던천안문사태가실시간으로번지던시기였다.각각의장소에서만나는놀라운풍경,평범한사람들과의기이한대화,낯선문화,예상치못한위기를퍼즐조각처럼늘어놓은다음가만히바라보면,그조각들은곧그녀가써내려가는활자를거쳐한점의태피스트리가되어간다.멀리서보면환하고단순한그림.하지만자세히들여다볼때우리는아주작게수놓인,붉고까만티끌을목격한다.

그티끌은,잊었다고생각했지만사실잊은적없었던것.진흙속에파묻혀있다가거센바람에불현듯드러나버린것.낡은과거가현재인것.의식의세계를날카롭게뚫고올라오는무의식이다.

“어느여름방학때할머니는너의집에서지내게되었다.그런데어느날아침엄마가가게에가서과자를사먹으라고삼남매를내보냈고,너는신나게집을나섰다.과자라니!아침에일어나자마자!하지만그것은핑계였다.너는집모퉁이를돌다앰뷸런스를보고깨달았다.구경꾼들앞에서구급대원들이천에덮인할머니를데리고나왔다.네기억이잘못됐을것이다.천으로덮었을리가?할머니는수면제과용이지죽지는않았다.하지만세상을향해서는죽었다.할머니는정신의표면으로올라올수있도록전기경련요법을받았다.그러면어쨌건한동안은터널을통해심연밖으로끌려올라왔다.”(본문)

그녀는자기주변에놓인것들에서공통된속성을발견한다.바로‘떠오르기(surfacing)’다.이수많은‘떠오르기’들은하나같이생명력으로이어진다.잊혔다고생각한것들이살아돌아와서파괴된공동체를복원해주고(「퀴나하크에서」),생명을되살려주며(「지상으로올라오기」),때로는병마를이기는기묘한계시가된다(「티베트의개」).여기서그녀가깨달은것은시간이나선형이라는사실.모든것이출발한곳으로돌아온다는것.물론돌아온그것이처음과같지는않지만언제나그지점이우리의바탕이고토대라는것.거기서새로운힘이생긴다는것.우리는살기위해떠나고,또살기위해되돌아온다.이모험과귀환의여정에서저자가발견해낸삶의진실이,이책『표면으로떠오르기』에오롯이담겨있다.

길없는곳에서길을찾아나서는시인의발자취
가라앉는시간과장소를지금여기로끌어올리다

마침내표면으로떠오르는세계의이면

“저자가이따금비틀거리는것은
길위의돌멩이에걸려서가아니라어쩌면지구의,
또어쩌면우리자신의유한성때문이지만
그러면서도저자는숲을지나가는새로운길을가리킨다.”
-델리아오언스,『가재가노래하는곳』작가

한때자연글쓰기는도피주의적이고비정치적인위안의문학이라는비판을받았다.하지만제이미의경우알래스카와오크니제도의고고학유적지에서역사와정치의문제,기후위기로인한위협을,중국-중국령티베트사이의날선긴장과천안문사태로목숨을잃은이들에대한사유를,노화의한가운데서잃는것과얻는것을탐구한사회적관찰을모두『표면으로떠오르기』에서보여준다.

그리고이이야기들은때론엄격하게정돈된언어로,때론구두점도없이바람과물처럼그저흐르는언어로기록되었다.정형과무정형,논픽션과픽션,생물과비생물을오가며저자가엮은한권의책은그래서자연세계에정답이란없듯이글에도닫힌해석이있을수없다는걸우리에게말해주는듯하다.

“길은얼마나잃어야잃는건가?”저자가묻는다.한10분쯤헤매면,아니,하루종일같은곳만맴돌면?저마다기준이다르겠지만저자는“너는길을잃지않았다.그냥감상에빠진것일뿐”이라자답한다.낭만적이지만꽤그럴듯한답이아닌가?당신이어디에얼마큼서있었든,원래있던곳에서얼마나멀리떨어져있든,사실그건길을잃은게아닐지도모른다.당신은당신도알수없는어떤목적에의해그자리에서,그시간만큼감상과기억과명상에빠져있다.독자들이이책안에서자유롭게길을만들어가길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