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앗간 공격 - 빛소굴 세계문학전집 3

방앗간 공격 - 빛소굴 세계문학전집 3

$13.00
Description
자연주의 문학의 정점이자 펜으로 산 자를 해부한 작가, 에밀 졸라. 그의 뛰어난 단편을 모은 국내 초역 선집 『방앗간 공격』을 빛소굴 세계문학전집으로 선보인다. 차례로 「방앗간 공격」, 「나이스 미쿨랭」, 「올리비에 베카유의 죽음」, 「샤브르 씨의 조개」, 「수르디 부인」 총 다섯 편으로 이루어진 이 선집은, 에밀 졸라가 생전에 펴낸 단편집의 대표작들이거나 그의 창작 세계 전체에 비추어 주제가 새로운 작품들을 엄선했고, 공통적으로는 인간 삶의 아이러니와 희비극을 그려내며 단편임에도 불구하고 한 치 앞을 예측할 수 없을 정도로 치밀하고 흥미진진하게 전개되는 이야기들이다.


어리석은 전쟁에 휘말려 연인과 아버지를 사이에 두고 끔찍한 고뇌에 빠진 처녀, 평화로운 시골 마을에서 끔찍한 학대를 견디다 못해 비참한 사랑에 몸을 던진 여인, 차가운 흙 속에 생매장당한 채 무기력 속에서 공포를 견뎌야 하는 남자, 어린 아내를 만족시키고 싶지만 타고난 지질함을 숨기지 못하는 중년의 신사, 뛰어난 그림 실력을 가졌지만 그 내면의 척박함에 무릎 꿇을 수밖에 없는 화가……. 이야기꾼 졸라가 들려주는 아이러니의 정수가 『방앗간 공격』에 담겨 있다.

저자

에밀졸라

저자:에밀졸라(EmileZola,1840-1902)
1840년프랑스파리에서태어났다.프랑스에귀화한이탈리아인토목기사의아들로,아버지를따라남프랑스의엑상프로방스로옮겨가프로방스자연에깊이물든어린시절을보냈다.비록아버지가일찍사망하며가정에위기를맞았지만,중학교시절미래의위대한화가가될폴세잔과친분을나누고열여섯살에는처음으로드라마와시를습작했다.열여덟살에파리로돌아가창작을향한열정을이어갔지만경제적어려움으로인해스무살부터직업전선에뛰어들었다.이후아셰트출판사에서일하며다양한지식인들과교류한졸라는몇몇신문에처음으로기고문,서평,콩트등을실으며본격적으로작가,저널리스트의길을걸었다.그의초기작품중대표작인『테레즈라캥ThereseRaquin』(1867)은비평가들로부터“포르노같은작품”이라는비난을받았지만인간의어두운내면을파헤치는그의첫자연주의소설로지금까지많은이들에게예술적영감을주고있다.이후졸라는『목로주점L'Assommoir』(1877),『제르미날Germinal』(1885),『인간짐승LaBetehumaine』(1890)등총스무권에달하는‘루공마카르총서’를20년에걸쳐세상에내놓았다.이로써자연주의의대표주자로자리매김한졸라는동시대작가들의큰지지를얻었다.1898년에는프랑스언론사상가장유명한기고문이된「나는고발한다!J'accuse!」를발표했다.고등사범학교학생들,작가들,예술가들,과학자들,교수들의대대적지지가잇따랐다.하지만국방부장관이졸라를명예훼손으로고소하면서중죄재판소로소환된그는열다섯차례의공판끝에법정최고형을선고받아런던으로원하지않는망명을떠났다.졸라는1902년파리의자택에서가스중독으로사망했는데,그의사망을두고반드레퓌스파가저지른암살이라는주장이끊임없이제기되고있다.졸라의장례식에서아나톨프랑스는“인류양심의한획”인졸라를기렸다.사망할때까지노동자와인권,정의를위해목소리를높였던그는시민의절대적인지지를받았다.1908년에졸라의유해는시민의애도속에서위인들의안식처인팡테옹으로이장되었다.

역자:유기환
한국외국어대학교프랑스어과를졸업했고,프랑스파리8대학교에서‘노동소설의미학’연구로불문학박사학위를받았다.한국외국어대학교프랑스어학부교수로재직한후명예교수로활동하고있다.『알베르카뮈』,『조르주바타유』,『노동소설,혁명의요람인가예술의무덤인가』,『에밀졸라』,『프랑스지식인들과한국전쟁』(공저)등을썼고,졸라의『나는고발한다』,『실험소설외』,『목로주점』,『돈』,『패주』,카뮈의『이방인』,『반항인』,바르트의『문학은어디로가고있는가』,바타유의『에로스의눈물』,외젠다비의『북호텔』,그레마스/퐁타뉴의『정념의기호학』(공역)등을번역했다.시집으로『당신이꽃옆에서기전에는』을출판했다.

목차

방앗간공격
나이스미쿨랭
올리비에베카유의죽음
샤브르씨의조개
수르디부인

옮긴이의말
작가연보

출판사 서평

자연주의문학의정점이자
펜으로산자를해부하는작가,에밀졸라

인간세상의지리멸렬한운명을
날것그대로그리다

19세기자연주의문학의포문을연거장에밀졸라의단편선집『방앗간공격』을빛소굴세계문학전집으로선보인다.차례로「방앗간공격」,「나이스미쿨랭」,「올리비에베카유의죽음」,「샤브르씨의조개」,「수르디부인」총다섯편으로이루어진이선집은,에밀졸라가생전에펴낸단편집의대표작들이거나그의창작세계전체에비추어주제가새로운작품들을엄선했고,공통적으로는인간삶의아이러니와희비극을그려내며단편임에도불구하고한치앞을예측할수없을정도로치밀하고흥미진진하게전개되는이야기들이다.이다섯소설은모두러시아월간문예지『유럽의메신저』에먼저발표되고나중에프랑스에소개되었다.1866년에페테르부르크에서창간된『유럽의메신저』는서양문화를활발하게소개하면서제국전체에서독자를확보했는데,이반투르게네프,이반곤차로프같은유명작가가참여했다.에밀졸라는파리에서활동하던투르게네프의소개로『유럽의메신저』에1875년부터1880년까지64편의텍스트를기고했다.

웃을수없는희극과울수없는비극

“어느토요일아침여섯시,
병석에누운지사흘후에나는죽었다.”―본문에서

「방앗간공격」은프로이센-프랑스전쟁을배경으로한시골마을의방앗간에서벌어지는연인의처절한사랑과고뇌를그린다.에밀졸라는무조건프랑스군대의용기를상찬하고프로이센군대를악의화신으로만드는당대소설을비판하면서전쟁의어리석음을부각하려했고,「방앗간공격」은그날카로운시각이맺은결실이었다.이런문제의식에힘을모은모파상,위스망스등의작가들이함께모여「방앗간공격」이수록된단편집『메당의야회』를발표했고,이책은문단에서자연주의선언서처럼받아들여지게된다.

1883년에밀졸라의단편집『나이스미쿨랭』의대표작인「나이스미쿨랭」은,졸라가소설의배경이된레스타크에실제로체류하면서쓴작품으로폴세잔이여러번그림으로담았던풍경을아름답게묘사한다.하지만이평화로운시골마을에살고있는여인‘나이스’는학대속에서살아가고,에밀졸라의손끝에서더없이격정적인사랑과관능에빠져들며심지어연인을보호하기위해친아버지를죽이려는결심마저하게된다.벼랑끝에몰린나이스의앞에는돌이킬수없는강이흐르고독자는시종그녀의불안한시선을따라간다.

졸라는늘죽음에대한공포와강박증을가지고있었다.“언제나내가깊고좁은지하에서흙에묻혔고,거기서탈출하려고필사적으로미로를기어오르는악몽을꾸곤했다”고고백했던졸라는,「올리비에베카유의죽음」이라는단편을통해자신을사로잡은생매장의공포(혹은매혹)를써내려간다.“어느토요일아침여섯시,병석에누운지사흘후에나는죽었다.”독자의이목을대번에사로잡는첫문장과함께시작된소설은,변변찮게살아온남자올리비에가비로소행복을눈앞에두고있던때갑자기관안에갇히면서겪는처참한심리와절박한몸짓을탁월하게묘사하고있다.절대다수가삼인칭소설이었던자연주의문학중이단편은일인칭을택하면서인물의심리를보다세심하게해부했다.

「샤브르씨의조개」는폭력과죽음의분위기가지배하는졸라소설의일반적경향과달리우스꽝스럽고외설스러운이야기를펼친다.졸라의단편소설은대개5장으로구성되지만,「샤브르씨의조개」는매우짧은6장을추가로지니고있다.바로이6장의마지막문장,즉소설의마지막문장이희극성의압권이다.「나이스미쿨랭」과마찬가지로졸라가실제로머물렀던지방을무대로한소설인데,그전개와분위기는확연히다르다는점에서또다른매력을지닌다.

마지막「수르디부인」은줄곧졸라의대표적단편으로거론되는소설로,미술비평가로도활발히활동했던그가미술을모티프로삼은이야기이기도하다.강렬한개성과색감,활력을타고난남자페르디낭과세심한기교와신중함,세련미를타고난여자아델이함께하는격정적이고도기이한예술/결혼생활을다루고있다.예술과예술가의본질은무엇인가?다시말해,무엇이어떤작품을‘예술작품’으로,어떤사람을‘예술가’로규정하는가?졸라는이지고한물음을한편의소설로흥미롭고참신하게재구성하여독자를마지막페이지까지이끈다.

“에밀졸라는우리사회의모습을있는그대로그리며,
나태하고경박한사회와저속하고유해한귀족사회를매섭게파헤쳤다.“
―아나톨프랑스

이야기꾼졸라가들려주는아이러니의정수
지금여기의삶에서예술적가치를끌어올리다

『방앗간공격』에수록된다섯편모두,일상에서어렵지않게볼수있는(심지어오늘날에도)인간군상을조명한다.「방앗간공격」에등장하는방앗간주인영감은어느때엔엄숙하고고집스럽다가도어느때엔가장편견없이사랑을축복할줄알고,또어느때엔냉정하게감정대신이성을택하다가도또끝에가선감정에무릎꿇고가슴아파한다.사실우리모두이렇듯대중없는기분과때때로찾아드는후회,그럼에도반복되는잘못들로기쁨과슬픔을반복하지않은가?졸라에게‘이상적인인간’이란‘더없이선하고고결한인간’이아니라‘때로악한본성을있는그대로직시하면서도계속해서살아내는인간’인것처럼보인다.

그리고여기서졸라는예술을발견한다.일출과일몰의지겨운반복,환멸을부르는옆집사람과나의지질한습관들,그리고사회를절망케하는권력의부조리.하지만졸라가천착한자연주의는“한사람의상상이나한그룹의광기에서비롯된게아니라사물의영원한본질에서,자연을기반으로작가가글을써야하는필요성에서탄생”했으므로,그의말마따나이지리멸렬함이야말로사물의본질이요창작의동력일테다.이선집을통해독자들이자기내면의모순과좀더친해지기를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