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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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20세기 가장 문제적 작가이자 독문학의 전환점이라 평가받는 프란츠 카프카. 그의 마지막 장편소설이자 현대인의 실존적 고통을 농축해 담은 작품 『성』을 선보인다. 대한민국 1세대 독문학자로서 한국펜클럽 번역문학상을 수상했던 강두식 선생의 번역 원고를 새로이 개정했다.

카프카의 작품들 중 ‘가장 매혹적인 소설’(『뉴욕 타임스』), ‘가장 아름답고 서정적인 소설’(『가디언』) 등의 찬사를 받는 『성』은, 낯선 타지에 도착한 토지 측량사 K가 이유도 모른 채 당하는 마을 사람들의 냉대와 ‘성’이라는 지고한 존재에 의해 자꾸만 가로막히는 여정을 카프카 특유의 환상적 리얼리즘으로 그려낸 소설이다. 다시 말해 『성』은 K라는 인간이 성에 도달하려고 고군분투하는 모습을 담은 일종의 기행紀行이며, 다만 여행자가 결코 목적지에 다다르지 않는, 다다를 수 없는, 다다르기를 끝내 포기하는, 다다른다는 것의 의미를 해체하는 이야기라는 점에서 일반의 기행과는 다르다.
선정 및 수상내역
· 노벨연구소 선정 세계문학 100선
· 미국대학위원회 SAT 권장 도서
저자

프란츠카프카

저자:프란츠카프카(FranzKafka,1883-1924)
1883년7월3일오스트리아-헝가리제국에속한보헤미아왕국(지금의체코)에서유대계부모의장남으로태어났다.1901년프라하의독일계대학인카를-페리디난트대학교에입학해법학,화학,독문학,미술사등을공부하고1906년에법학박사학위를취득했다.대학시절평생의친구가된막스브로트를만났다.대학졸업후법원에서1년간시보실습을하다가1908년부터노동자상해보험공사에취직하여14년간근무하며글쓰기를병행했다.생전에「어느투쟁의기록」,「시골에서의결혼준비」,「기도자와의대화」,「선고」,「변신」,「화부」,「유형지에서」,「학술원에보내는보고」,「어느단식광대」등수많은중·단편소설및장편소설『실종자』,『소송』,『성』을집필했다.1917년폐결핵,1924년후두결핵을진단받는등평생병환에시달렸으나‘나는문학에관심이있는것이아니라문학으로만들어져있으며,다른그무엇도아니고다른그무엇도될수없다’라는신념으로글쓰기를놓지않았다.결국1924년41세를일기로요양원에서세상을떠났으나,막스브로트는생전자신의작품을불태워달라는카프카의부탁에도불구하고그의원고들을정리·발간하며세상에알렸다.오늘날카프카는20세기최고의문제적작가이자현대인의불안과실존의고통을탁월하게그려낸독문학의전환점으로평가받고있다.

역자:강두식
대한민국의1세대독문학자로서,서울대학교독어독문과및대학원(문학박사)을졸업하고독일하이델베르크대학에서독문학을연구했다.서울대학교인문대학교수,인문대학학장,호원대학교총장을역임했고학술원회원을지냈고,독어독문학회회장으로활동하며독일문학을소개하는데주력했다.1980년국민훈장석류장을,1992년국민훈장동백장을받았으며1988년에는서독정부로부터대십자공로훈장을받았다.1965년괴테의『파우스트』번역으로한국펜클럽번역문학상을수상했다.논문및저서로「현대독문학고」외다수가있으며,번역서로토마스만『펠릭스크룰의고백』,릴케『말테의수기』,니체『인간적인너무나인간적인』등이있다.

목차

1장도착
2장바르나바스
3장프리다
4장여주인과의첫번째대화
5장촌장의집에서
6장여주인과의두번째대화
7장학교교사
8장클람을기다리다
9장심문에대한투쟁
10장거리에서
11장학교에서
12장조수들
13장한스
14장프리다의비난
15장아말리아의집에서
16장
17장아말리아의비밀
18장아말리아의벌
19장탄원하러가는길
20장올가의계획들
21장
22장
23장
24장
25장

역자해설:카프카문학의주변
작가연보

출판사 서평

카프카의마지막장편소설이자정수

“[성은]카프카가남긴작품중에서가장매혹적인소설이다.”
―『뉴욕타임스』

20세기가장문제적작가이자독문학의전환점이라평가받는프란츠카프카.그의마지막장편소설이자현대인의실존적고통을농축해담은작품『성』을선보인다.대한민국1세대독문학자로서한국펜클럽번역문학상을수상했던강두식선생의번역원고를새로이개정했다.카프카의작품들중‘가장매혹적인소설’(『뉴욕타임스』),‘가장아름답고서정적인소설’(『가디언』)등의찬사를받는『성』은,낯선타지에도착한토지측량사K가이유도모른채당하는마을사람들의냉대와‘성’이라는지고한존재에의해자꾸만가로막히는여정을카프카특유의환상적리얼리즘으로그려낸소설이다.엄연히성의초청을받아험난한여정끝에도착한마을이건만,그의정체와지위를보증해주는이는아무도없다.토지측량사라는그의신분은소설이진행될수록모호해지며,그와관계를맺는마을사람들역시의문스럽고기이하긴마찬가지다.K를인정해줄수있는건성뿐이다.이제K는그모든의심과비난,피로를짊어지고성으로의여정을시작한다.

카프카가사망하기2년전인1922년,결핵증세에신경쇠약까지겹친그는요양을위해체코슈핀델뮐레에머물렀으며이곳에서『성』을집필하기시작했다.그가이전에쓴작품「변신」이나『소송』에서주인공이급작스런위기를맞아좌절하고비난받는것처럼『성』의주인공K도비슷한상황에놓인다.다만배경은추운겨울,눈으로온통하얗게물든건물과성,K의발길을족쇄처럼옥죄는깊은눈길이주를이루며,K는성으로가려는자신을방해하는사람들과온갖규칙에짓눌려마치미로에갇힌듯눈쌓인마을을헤맨다.다시말해『성』은K라는인간이성에도달하려고고군분투하는모습을담은일종의기행紀行이며,다만여행자가결코목적지에다다르지않는,다다를수없는,다다르기를끝내포기하는,다다른다는것의의미를해체하는이야기라는점에서일반의기행과는다르다.

“K는꿈을희롱하고,꿈은K를희롱했다.”(본문)

진실과허구의경계,시작의끝의혼란
뒤틀린시공간을무한히걷고있는한남자의이야기

K의목표는성과접촉해자신의신분과정당성을인정받는것이다.이과정에서그는성관리의연인인여인을만나사랑을나누기도하고,마을사람들이천대하는집안과엮여성에대한중요한정보를얻기도하고,그를시종관찰하며어린아이처럼기이하고천진한행동을반복하는조수들때문에고통받기도하고,자신을못마땅해하는여관여주인과말씨름을벌이기도한다.이들과의만남은마치엎질러진물처럼K앞에말그대로왈칵쏟아지며논리와무논리를오간다.K는이들의이해할수없는행동에고통받으면서,점점소설이진행될수록마치그들처럼말하고행동하게된다.여하간이모든행동의이유는성이지만,K가아무리노력해도성과의거리는오히려멀어지는듯하다.성아랫마을에도착한날밤부터혼란과의문에사로잡힌K는잠한번푹자지못하며하루하루가지날수록깊은피로에시달린다.그런그는의식과무의식의경계에서,현실과꿈의경계에서위태롭게외줄을타며성으로의여정을멈추지않는다.

하지만그는진정앞으로나아가고있는것일까?그렇다면왜성과도무지가까워지지않는것일까?그를뒤흔들고좌절케하며손가락질하는마을사람들은K에게무엇을바라는걸까?아니,K는그들에게무엇을바라는걸까?이렇듯끝없이이어지는의문은곧K가무한히맴도는듯보이는마을에서의여정을상징하며,그여정의끝에결국성이있으리라기대하는독자들도,오직파멸만이있으리라비관하는독자들도K와함께이미로를거닐게된다.

어쩌면K는영원히도달할수없는인간의고향을찾는듯도보인다.그가편히쉴수있는곳,자신의지위를인정받고사랑하는여인과가정을꾸릴수있는곳,마을사람들의존경을받으며토지측량사로서일할수있는곳은곧우리인간이삶을살아가며꿈꾸는이상理想과같다.미완성으로끝난이소설은사실카프카가완결의마침표를찍었을가상의완성본에서조차성의실체가드러나지않았을지도모른다.결국카프카가그리고자한것은성의진짜모습이아니라성으로가려는인간의불안과고뇌,계속되는좌절과피로,태생적으로모호하고불완전한이상의존재가아니었을까?『성』의의미를두고지금껏다양한해석이나왔지만,이소설을읽을독자들은아마도저마다다르게성을이해할것이다.

“왜냐하면저는한사람의측량사로서,
자그마한제도책상옆에조용히앉아서일하기를
원하고있기때문입니다.”(본문)

카프카는“나는문학에관심이있는것이아니라문학으로만들어져있으며,다른그무엇도아니고다른그무엇도될수없다”라고말하며힘든직장생활이나끝없는병환에도불구하고삶의마지막순간까지집필을이어갔다.그런그가아마도가장간절히바랐을것은글쓰기에온전히집중할수있는환경과육체였을테다.카프카가생의마지막순간까지갈망했던것,『성』속K가숱한좌절에도불구하고도달하려했던것은이런의미에서일면맞닿는다.

카프카가『성』의결말을어떻게상상했든이제소설은독자의손에내맡겨졌다.계속오해받고이해되고비틀리고확장되면서『성』은자신의생명을연장해갈것이다.그리고바로이점에서카프카문학은빛을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