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말(큰글자책)

검은 말(큰글자책)

$30.00
Description
러시아 역사상 가장 극단적인 삶을 산 인물로 손꼽히는 혁명가이자 작가, ‘보리스 사빈코프’의 『검은 말』을 빛소굴 세계문학전집으로 소개한다. 러시아제국 핵심 인물을 타깃으로 한 테러계획의 설계자이자 동시에 도스토옙스키와 니체의 영향을 깊이 받은 문학가였던 사빈코프는 혁명가의 냉혹한 현실과 도덕적 고뇌를 문학의 언어로 형상화했다. 직접 무장투쟁에 몸을 던졌던 경험을 토대로 문학을 쓴 작가는 세계적으로도 드물며, 그의 글은 단순한 ‘혁명 문학’을 넘어선 심리적·철학적 깊이를 지닌다.

『검은 말』은 러시아 내전의 소용돌이 속에서 인간 내면의 윤리적 갈등을 그려낸 독창적인 심리소설이다. 혁명 전사로 활동했던 과거를 지닌 유리 니콜라예비치는 볼셰비키의 전제 권력에 맞서 백군 장교가 되지만 회의와 고뇌 속에서 신념과 현실 사이를 방황하며, 청년 페쟈, 냉소적인 브레제, 과거의 연인 올가와의 관계 속에서 점차 흔들린다. 일기 형식으로 쓰인 이 작품은 전작 『창백한 말』과 인물과 구조를 공유하면서도, 전투가 아닌 감정의 흐름과 순간의 망설임에 집중해 인간의 본질을 묻는다. 『검은 말』은 정치적 투쟁을 인간 존재의 문제로 확장시킨, 당대 러시아 지식인의 내면을 가장 예리하게 포착한 작품이다.
저자

보리스사빈코프

(BorisViktorovichSavinkov,1879~1925)
러시아제국하리코프(현우크라이나하르키우)출신의혁명가이자작가인보리스빅토로비치사빈코프는,20세기초러시아문학과정치의교차점에서독특한위치를차지한인물이다.그는페테르부르크국립대학에재학하던중사회주의를접하고혁명활동에들어섰다.1897년열여덟살에사회주의활동을시작한그는1904년재무장관플레베암살,1905년당시모스크바총독이던세르게이알렉산드로비치왕자암살에성공했다.그는모스크바총독암살사건을비롯한주요테러활동의전말을『테러리스트의수기』에상세히기록했다.
1906년이중간첩의밀고로수감된그는탈옥하여파리로망명했다.파리에서그는『테러리스트의수기』를완성했으며,1909년롭신이라는필명으로『창백한말』을출간했다.1차세계대전이발발하자프랑스군에서종군기자로복무했으며1917년러시아혁명이후귀국하여임시정부의군사총지휘관,국방차관을역임했지만정치적마찰로인해제명되었다.이후러시아내전이발발하자백군과함께볼셰비키의권력독점에맞서싸웠다.이시기그의이야기는소설『검은말』로1923년파리에서출간되었다.1920년에는소비에트정부가폴란드를침공하자바르샤바로가폴란드를위해싸웠다.그는1924년소련비밀경찰의함정에빠져체포되었고,이듬해감옥에서사망했다.
사빈코프는혁명가로서의삶과문학가로서의활동을병행하며,폭력과도덕,신념과회의사이의갈등을작품속에녹여냈다.그의문학은도스토옙스키적심리분석과니체적인간상에영향을받았다고평가받는다.혁명이라는거대한역사의소용돌이속에서,『검은말』은이상과허무사이에서갈등하는인간의내면을선명하게드러낸다.

목차

러시아어판에붙이는서문
검은말
1부
2부
3부

역자해설:기나긴침묵의세월을넘어
작가연보

출판사 서평

제정러시아와소비에트체제모두에맞선혁명가,사빈코프
모두가적이된시대한복판에서
그가남긴거짓없는고백

“나는어쩌다악마의농간질에
러시아인으로태어나고말았다.”(본문)

보리스사빈코프는러시아역사상가장극단적인삶을산인물중하나였다.그는왕정타도를위해폭력을주저하지않았던무정부주의적사회혁명당테러조직의핵심인물이자,플레베내무장관과세르게이알렉산드로비치대공암살을성공시킨테러계획의설계자였다.그러나동시에그는도스토옙스키와니체의영향을깊이받은문학가이기도했다.망명지파리에서그는'롭신'이라는가명으로글을쓰며,혁명가의냉혹한현실과도덕적고뇌를문학의언어로형상화했다.사빈코프의작품은혁명의열정과피,윤리적질문과인간내면의균열을직시하는독특한깊이를지녔다.그가묘사하는테러는단지정치적행위가아니라,인간존재를시험하는실존의무대였다.이처럼직접무장투쟁에몸을던졌던경험을토대로문학을쓴작가는세계적으로도드물며,그의글은단순한‘혁명문학’을넘어선심리적·철학적깊이를지닌다.

이작품『검은말』은이렇듯독특한삶을산사빈코프의한격정적시기를조명하고있다.러시아2월혁명의주역중하나였던그는임시정부의군사총지휘관이자국방차관으로서혁명정부를이끌었지만,곧이어볼셰비키가정권을장악하자즉각무기를들고그들에맞섰다.혁명의한복판에서시작된이반혁명의길은역설적이면서도필연적인선택이었다.그는자유를믿었고,그자유를또다른독재로삼킨이들을단호히거부했다.사빈코프의궁극적인투쟁목표는‘민중혁명의완수’였으며,그는구체제뿐아니라볼셰비키의일당독재에도반대하며‘제3의러시아’를꿈꾸었다.러시아의대다수를차지하는농민계층에주목한그는백군세력이쇠퇴하자농민반란세력인‘녹색군’에합류하여마지막투쟁을이어나갔다.『검은말』은바로이역사적전환기의소용돌이속에서,사빈코프자신이겪은내면의갈등과윤리적고뇌를고스란히담아낸소설이다.혁명의이상과현실,신념과회의,기억과책임사이에서흔들리는인간의초상이이작품속에생생히살아있다.


거대한역사를직조하는작은인간들의이야기

“예고로프의집은불타고그의아들은살해됐다.
브레제의아버지도살해됐다.페쟈의어머니도살해됐다.
나는그들이왜증오하는지안다.
하지만나는무엇때문에증오하는가?”(본문)

『검은말』은사빈코프가혁명가로서의생애후반기에쓴작품으로,단순한정치소설이아닌내면의드라마를품은독창적인심리소설이다.이작품은러시아내전이라는비극적혼돈속에서살아남으려는백군장교들의심리,그리고그들사이에서고뇌하고흔들리는주인공‘유리니콜라예비치’의내면을밀도높게그려낸다.특히본문은주인공의활동공간에따라3부로나뉜일기형식으로구성되어있으며,날것의고백과심리적격동이생생하게드러난다.혁명전사로활동했던과거를지닌‘유리’는볼셰비키의전제권력에맞서백군편에서지만,그안에서도회의와살인하는일의윤리적갈등에끊임없이시달린다.그의곁에는이상과충성사이에서갈등하는청년‘페쟈’,냉소적인현실주의자‘브레제’,그리고과거의연인이자정반대의신념을지닌‘올가’가등장해유리의내면에계속해서균열을일으킨다.이들은어떤신념도온전히믿지못한채과거의권위와미래의공허사이에서방황하며,독자는단순히‘누가옳은가’라는도식을넘어서‘무엇이인간을인간이게하는가’라는깊은질문과마주하게된다.

비슷한제목,일기형식,반복되는인용문과공통인물의등장등으로인해『검은말』은1909년발표된사빈코프의전작『창백한말』의연작으로간주되기도한다.그러나이작품이돋보이는진정한지점은,사빈코프특유의응축된문장과극단적상황속에서의인간심리를정밀하게파고드는통찰에있다.그는전투장면보다인물의얼굴을스치고지나가는감정의그늘과순간의망설임을통해정치적투쟁을인간내면의문제로확장시키며독자에게진정한의미의‘혁명’이란무엇인가를되묻는다.이로써『검은말』은적군,백군,녹색군등당대러시아민중앞에놓인혼란한교차로와그에따른실존적갈등을문학적으로가장정교하게형상화한문제작으로평가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