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러리스트의 수기(큰글자책)

테러리스트의 수기(큰글자책)

$49.66
Description
혁명가이자 작가였던 보리스 사빈코프의 회고록 『테러리스트의 수기』를 정보라 작가의 초역으로 선보인다. 사빈코프는 러시아제국의 심장을 겨눈 테러조직의 핵심 인물이자, 인간성과 윤리를 치열하게 고민한 문학인이었다. 『테러리스트의 수기』는 재무장관 플레베와 대공 세르게이 알렉산드로비치 암살을 비롯한 실제 테러 작전을 바탕으로, 치밀한 회고와 내면 고백, 그리고 극도의 절제된 문체를 통해 ‘혁명가의 얼굴’을 생생히 그려낸다. 혁명을 실현하기 위해 스스로 총을 들었지만, 그 안에서도 흔들리고 갈등하는 인간의 윤곽이 이 작품 속에는 살아 있다.

이 책은 단순한 테러 일지가 아니라, 윤리와 폭력 사이에서 고뇌하는 인간 군상의 기록이다. 죽은 동지를 향한 무덤 같은 부고, 믿었던 동지의 배신, 끝내 남겨진 이들의 고뇌는 20세기 러시아 격동기의 실루엣을 넘어 지금 우리 사회의 고민으로 되돌아온다. 2024년 12월, 한국 사회가 불법 계엄령과 정치적 혼란을 지나며 경험한 ‘빛의 혁명’은 이 회고록과 낯설지 않게 맞닿는다. 혁명은 무엇이어야 하며, 무엇이 반복되어선 안 되는가-그 질문이 이 책 안에 담겨 있다.
저자

보리스사빈코프

(БОРИССАВИНКОВ,1879~1925)
러시아제국하리코프(현우크라이나하르키우)출신의혁명가이자작가인보리스빅토로비치사빈코프는,20세기초러시아문학과정치의교차점에서독특한위치를차지한인물이다.그는페테르부르크국립대학에재학하던중사회주의를접하고혁명활동에들어섰다.1897년열여덟살에사회주의활동을시작한그는1904년재무장관플레베암살,1905년당시모스크바총독이던세르게이알렉산드로비치왕자암살에성공했다.그는모스크바총독암살사건을비롯한주요테러활동의전말을『테러리스트의수기』에상세히기록했다.
1906년이중간첩의밀고로수감된그는탈옥하여파리로망명했다.파리에서그는『테러리스트의수기』를완성했으며,1909년롭신이라는필명으로『창백한말』을출간했다.1차세계대전이발발하자프랑스군에서종군기자로복무했으며1917년러시아혁명이후귀국하여임시정부의군사총지휘관,국방차관을역임했지만정치적마찰로인해제명되었다.이후러시아내전이발발하자백군과함께볼셰비키의권력독점에맞서싸웠다.이시기그의이야기는소설『검은말』로1923년파리에서출간되었다.1920년에는소비에트정부가폴란드를침공하자바르샤바로가폴란드를위해싸웠다.그는1924년소련비밀경찰의함정에빠져체포되었고,이듬해감옥에서사망했다.
사빈코프는혁명가로서의삶과문학가로서의활동을병행하며,폭력과도덕,신념과회의사이의갈등을작품속에녹여냈다.그의문학은도스토옙스키적심리분석과니체적인간상에영향을받았다고평가받는다.『테러리스트의수기』는이러한사빈코프의문학세계를대표하는작품으로,혁명과인간성에대한깊은성찰을담고있다.이후사빈코프는이작품을바탕으로한소설『창백한말』과그후속작『검은말』을집필하여,테러행위와내전의비극속에서고뇌하는인간군상을더욱심화된문학적형식으로그려냈다.

출판사 서평

그어떤정권에도고개를숙이지않은진정한자유인,
사빈코프의문학세계를대표하는작품『테러리스트의수기』

“이제나의거사까지이틀이채남지않았다.
나는평온하다.나는행복하다.”(본문)

혁명가이자문학가였던보리스사빈코프의회고록『테러리스트의수기』를정보라작가의초역으로선보인다.러시아제국과소련이라는두제국에맞서싸운혁명가이자작가,보리스사빈코프는20세기초러시아문학과정치가교차하던지점에서독보적인존재로자리했다.그는재무장관플레베와대공세르게이알렉산드로비치등황제직속인사들을암살한사회혁명당투쟁조직의핵심인물이었고,동시에윤리와인간성,자유에대해깊이고민했던문학인이기도하다.사빈코프는단순한무장투쟁가가아니라,테러와폭력을‘목표를위한수단’으로만정당화하지않았으며그도덕적모순을스스로사유한인물이었다.이런내적갈등은그의문학에그대로드러난다.『테러리스트의수기』는그러한내면의고뇌와실제테러실행과정을동시에담아낸작품으로,단순한고백록이나투쟁일지를넘어선‘혁명과인간’의기록이다.도스토옙스키적인심리서술과니체적인인간상에영향을받은이작품은이후소설『창백한말』과『검은말』로이어지며사빈코프문학세계의핵심축을이룬다.

『테러리스트의수기』는사빈코프가직접수행한테러작전을중심으로구성된회고록이자문학작품이다.그는사회주의자의길을걷다사회혁명당에가입하여테러조직의일원으로활동하게된다.1904년재무장관플레베암살,1905년모스크바총독세르게이대공암살성공,두바소프와두르노보내무장관에대한암살시도등러시아제국고위인사들에대한암살작전을중심으로서사가전개된다.사건은상트페테르부르크와모스크바,키예프,페테르부르크등여러도시를배경으로펼쳐지고,사빈코프는자신과동지들이거사를준비하고실패하고도주하고재조직하는과정을‘나’라는1인칭시점으로냉정하고절제된문체로담아낸다.회고의형식을띠지만단순한사실서술이아니라,인간적감정과철학적고뇌가서사의골격을이룬다.실제로이책은테러의전말을넘어인물들의침묵,갈등,사랑,불안,회의등을통해당대혁명가들의초상을생생하게그려낸다.

“소중한친구여,자네가날비난할거라생각하면무척괴롭다.
감옥의네벽안에서는뭐가중요하고뭐가중요치않은지방향을잡기힘들다.
몇분마다나는,누군가악한사람이내유해를풍자하고모욕할것같다는예감이든다.
그럴때면나의사상을위해복수하려고,살고싶어진다.
하지만자네도알다시피나는지상에서할일은모두마쳤다.
작별이다,나의소중한,유일한친구여.행복해라!행복해라!”(본문)


알베르카뮈에게영감을주어『정의로운사람들』라는희곡으로재탄생한
『테러리스트의수기』

변혁을일으킨혁명가들낱낱의초상

이책에서특히인상적인장면은믿었던동지의배신이폭로되는대목이다.주인공‘나’는동지들과의단합과신뢰를바탕으로거대한암살작전을계획하지만,끝내그들중한명이비밀경찰의정보원이었다는사실을마주하게된다.이충격적인반전은단순한음모의서사를넘어서,조직과이념,우정과의심사이에서갈등하는인간의심리를날카롭게포착한다.또하나의장면은동지의죽음을다룬부분이다.사빈코프는동지가사형되거나암살된뒤그들의출생지,가족사,혁명참여시기등을건조하게기록된부고나기관지인용문,그들이남긴편지를위주로소개한다.그러나오히려이차가운기술이그들에대한애틋한정서를극대화하며,읽는이에게는말없이깊은울림을남긴다.사빈코프는그들의‘영웅적죽음’에찬사를보내는데그치지않는다.대신‘그가어디서태어났고,어느해에어떤일을했으며,언제어떻게사라졌는가’를건조하게읊조림으로써죽음의흔적을시처럼남긴다.이런절제의미학은이회고록을단순한자서전이아닌윤리적긴장과감정의깊이를품은문학작품으로만들고있다.특히프랑스작가알베르카뮈는사빈코프의『테러리스트의수기』를바탕으로희곡『정의로운사람들』을창작했으며,이를통해폭력과정의에대한철학적질문을현대희곡의정점으로끌어올렸다.

“도라블라디미로브나브릴리안트는1879년혹은1880년헤르손의유대계상인집안에서태어났다.그녀는헤르손고등학교에서교육받고이후유리예프대학교에서산파과정을이수했다.당에입당한것은1902년이었으며처음에는키예프위원회에서일했다.1904년3월부터그녀는플레베건에참여했다.그녀를잃음으로써투쟁조직은가장강한여성테러리스트중하나를잃었다.”(본문)

『테러리스트의수기』는‘폭력’이라는극단적수단을선택할수밖에없었던인간들이어떤정신적대가를치러야했는지를정직하게묻는다.오늘날에도정치적신념과도덕적양심사이의충돌은여전히유효하며,이책은그질문을100여년전의러시아격변기의현장에서실감나게제시한다.지금한국사회에서『테러리스트의수기』가다시읽혀야하는이유는여기에있다.대한민국은2024년겨울부터2025년봄까지우리나름의혁명을겪었다.다행히우리는광장민주주의,빛의혁명을이루어냈다.그러나그과정은순탄하지않았다.시작은불법계엄선언이었고법원폭동이일어났다.우리는극단적사상을가진사람들이폭력을사용하는광경을목격했고사회분열과여러충격적인논란들을아직도극복하는중이다.이책은지나간20세기초,먼외국의이야기이지만혁명이란무엇인지,체제전복이란무엇인지,그리고새로운사회를건설한다는것이무엇인지,그것이어떠한과정을거쳐야하며어떤일들이“없어야하고”일어나서는안되는지,이것은사빈코프의시대에서100년이상지난지금우리사회에서도계속고민해야할질문들일것이다.

“쏟아진피에대해서는박해자의피를흘리는것으로대가를치러야한다.그리고지금나는온마음으로내형제들에게유익한일을하기를원하고우리의전체적인과업을믿듯이이일도믿는다.우리가승리할것이라고믿는다.러시아민중을갈가리찢는탐욕스러운솔개,즉황제의독재가오랫동안우리의피를마시지는않을것이라믿는다.
투쟁하라,동지들.민중을위하여,더좋은세상을위하여,성스러운자유를위하여투쟁하라.러시아의전제정치가가루가되어흩어지는날까지무기를놓지말고,동지들,투쟁하라.”(본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