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실격

인간 실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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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빛소굴 세계문학전집 14번으로, 다자이 오사무의 가장 유명한 걸작 「인간 실격」과 같은 시기에 쓰인 단편이자 숨겨진 명작 「비용의 아내」를 묶어 선보인다. 「인간 실격」은 “부끄럼 많은 인생을 보내왔습니다”라는 고백으로 시작해 주인공 오바 요조의 몰락을 수기 형식으로 기록한 작품이다. 단순히 한 개인의 파국을 넘어 전후 일본 사회가 공유했던 황폐와 허무를 담아낸 이 작품은 지금까지도 가장 널리 읽히는 일본 소설 가운데 하나로 남아 있다.

함께 실린 단편 「비용의 아내」는 방탕한 시인 오타니와 그를 대신해 삶을 떠안은 아내 삿짱의 이야기가 다자이의 뛰어난 말맛으로 형상화된 작품이다. 절망과 웃음이 동시에 스며드는 두 사람의 대화는 전후의 일그러진 인간 삶을 섬세히 비춘다.

「인간 실격」과 「비용의 아내」가 서로를 거울처럼 반사하며 다자이 문학의 음과 양을 동시에 드러낸다는 점에서, 두 작품을 나란히 놓고 볼 때 새로운 해석의 차원이 열린다. 「인간 실격」이 인간이라는 이름의 자격이 무너지는 과정을 기록한다면, 「비용의 아내」는 폐허 속에서 삶을 가까스로 이어가는 생명력의 기묘하고도 희극적인 지속을 포착하기 때문이다.
저자

다자이오사무

(太宰治,1909~1948)
일본근대문학을대표하는소설가.본명은쓰시마슈지로,아오모리현쓰가루지방의유력지주집안에서태어났다.도쿄제국대학불문과에입학했으나좌익운동가담과방종한생활,반복된자살시도와약물중독등으로학업을중도에그만두었다.이시기문단선배이부세마스지의문하에들어가창작을이어갔고,1935년발표한「역행」이제1회아쿠타가와상후보에오르며이름을알렸다.1936년첫소설집『만년』을출간하며본격적으로문단에등장한다자이는1930~40년대에걸쳐「달려라메로스」,「쓰가루」,「옛날이야기」등서정성과풍자를아우르는작품을발표했다.전후에는몰락귀족사회를그린『사양』이베스트셀러가되며‘무뢰파’문학을대표하는작가로자리매김했다.
다자이문학의정점은『인간실격』으로,자기혐오와소외,파멸의궤적을그린자전적성격의작품이다.같은해발표된단편「비용의아내」역시주목받았다.그러나그는결국연인과함께도쿄다마가와상수로에투신하여생을마쳤다(향년39세).삶과문학모두에서자기파괴적이었던다자이는좌절과허무속에서도인간존재의진실을집요하게파고든작가로평가받고있다.

목차

인간실격
머리말
첫번째수기
두번째수기
세번째수기
맺음말

비용의아내

역자해설:다자이오사무에관해
작가연보

출판사 서평

“부끄럼많은인생을보내왔습니다.”-「인간실격」

파멸과구원을동시에응시한작가,다자이오사무
그가남긴가장날것의고백인「인간실격」과
삶의밑바닥에서피어나는유머「비용의아내」를한권으로만나다

다자이오사무는아오모리쓰가루에서태어나전후일본문학에가장짙은그림자를남긴작가다.다자이는대지주의아들로태어났으나부끄러움과자기혐오에평생토록시달렸다.좌익운동,약물중독,수차례의자살시도,그리고1948년연인과다마가와상수로에서이룬최후의투신까지.그의삶자체를모순과실패의기록이라고부를수도있을것이다.그러나그실패가곧불멸의문학으로승화되었으며,일본전후세대청년들의고뇌가다자이를통해가장세심하고도입체적인문자로기록될수있었다.

빛소굴세계문학전집14번으로선보이는이번선집에서,다자이의역작「인간실격」과같은시기에쓰인단편「비용의아내」를한권으로묶었다.한쪽에는몰락의수기,다른한쪽에는몰락의끝에서기묘하게터져나오는웃음이놓여있다.「인간실격」과「비용의아내」가서로를거울처럼반사하며다자이문학의음과양을동시에드러낸다는점에서,두작품을나란히놓고볼때새로운해석의차원이열린다.「인간실격」이인간이라는이름의자격이무너지는과정을기록한다면,「비용의아내」는폐허속에서삶을가까스로이어가는생명력의기묘하고도희극적인지속을포착하기때문이다.


절망의부르짖음과삶의농담이교차하는곳

“가차없는정직함과한치의물러섬없는,
그리고묘하게도전율을일으키는비관으로
오늘날까지도독자를흔들어놓는다.”-『재팬타임스』

ㆍ「인간실격」
「인간실격」은머리말과맺음말,그리고주인공오바요조가남긴세편의수기로짜인독특한액자구조를지닌다.“부끄럼많은인생을보내왔습니다”라는첫문장에서이미독자는그가걷게될인생여정의잿빛색조를짐작할수있다.요조는어린시절부터인간생활자체에서견딜수없는공포를느꼈고,오직익살과연극만이타인과이어질수있는가는끈이라고믿는사람이다.그러나그가면은아버지와의위태로운관계,좌익운동,여자관계,술과예술,약,끊임없는자살충동에휘말려들어간그의삶속에서서서히붕괴되고만다.요조가나락으로굴러떨어지는과정은다자이오사무의자전적인기록과허구가뒤얽힌채서술된다.다자이는‘오바요조’라는개인의몰락을그리는데서멈추지않고,2차세계대전패망후일본사회가공유했던황폐감과허무가오롯이배어있는절망의연대기로서「인간실격」을고전의반열에올렸으며,지금까지가장널리읽히는일본소설중하나로남았다.

“그상냥한미소가고마워서,그리고기뻐서나는그만고개를떨어뜨리고눈물을흘렸습니다.그의그상냥한미소한번에나는완전히격파당하고매장당했습니다.”-「인간실격」중

ㆍ「비용의아내」
1947년에발표된단편「비용의아내」는전쟁패배직후일본을떠돌던불안한기운을배경으로삼는다.무능하고방탕한시인오타니는늘술과채무속에허우적대지만,그의곁에는언제나충실한아내삿짱이있다.여느때와같이남편이늦은밤까지귀가하지않자아기와단둘이잠든삿짱은별안간남편이벌인기막힌소동극에휘말리게되고,이후그녀의삶은이전과는완전히달라진다.전쟁으로폐허가된도시,방탕한삶으로유명한프랑스문인‘프랑수아비용’을똑닮은시인남편,삶을체념한것도욕망하는것도아닌,그사이에서운명의장력에밀려이리저리기묘한춤을추는아내.두사람의대화는절망의기운을감추지못하면서도이상하게웃음을자아내는힘을지닌다.웃으면안되는순간에터져나오는곤혹스러운웃음,그것이이작품을관통하는핵심이라할수있다.무너진윤리와질서속에서도여전히굴러가는일상의무게,패배와가난속에서기어이살아가는여성의생명력이이작품을단단히떠받친다.바로그때문에「비용의아내」는몰락의뒷면에서반짝이는빛을포착한명작으로평가받는다.

“웃음이좀체멈추질않아가게주인에게좀민망했습니다만왠지이상하게웃음이나와,언제까지고웃음이나와끝내눈물까지흘렸습니다.남편의시중에‘문명의끝,큰웃음’이라는구절이이런기분을말하는건가,문득그런생각이들었습니다.”-「비용의아내」중


인간의몰락과생존,고백과농담이맞부딪는현장

「인간실격」과「비용의아내」를함께읽는다는것은인간의몰락과생존,고백과농담이맞부딪는현장을직접체험하는일이다.다자이는한쪽에서가장낮은목소리로절망을토로하면서,다른쪽에서는삶을비집고나오는웃음을기록했다.그진동은70여년이지난지금도독자를흔들어멀미를일으킨다.
“내가지금까지아비규환의심정으로살아왔던‘인간’의세계에서단하나진리처럼느껴지는것은그것뿐이었습니다.모든것은다만지나가버립니다.”(「인간실격」)다자이의기묘한일생은시간의세례를받아지나갔지만,그의작품은지나가길거부하고여전히읽히고있다.어쩌면작품들역시지나가길원하는지모른다.다만우리가붙잡고있을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