툴라예프 사건- 빛소굴 세계문학전집 16

툴라예프 사건- 빛소굴 세계문학전집 16

$18.00
저자

빅토르세르주

저자:빅토르세르주(VictorSerge)
본명빅토르르보비치키발치치.1890년브뤼셀에서태어났다.러시아차르체제에저항하다망명길에오른지식인아버지를둔그는극심한빈곤속에어린시절을보냈다.일찍이아나키즘운동에투신해유럽의자유지상주의언론에글을썼으며,파리에서보노갱단사건에연루되어5년형을살았다.복역후바르셀로나의한신문에기고하며처음으로‘빅토르세르주’라는필명을사용했다.1917년러시아혁명에감화된그는1919년포로교환으로러시아로건너가코민테른집행부에서활동했다.그러나1920년대중반트로츠키가이끄는좌익반대파에합류하며스탈린주의체제와충돌했고,1933년우랄의오렌부르크로유형을떠났다.국제적석방운동과로맹롤랑의개입으로풀려났으나,결국소비에트국적을박탈당했다.이후여러도시를떠돈끝에멕시코로망명하여마지막작품들을완성하고1947년,가난하고열악한환경속에사망했다.
세르주는혁명가이자소설가라는이중의삶을살았다.대표작이자20세기정치소설의고전으로꼽히는『툴라예프사건』은수전손택이“끊임없이재발견되는경이로운소설”이라평한작품으로,한고위관료의죽음을발단으로대숙청의소용돌이에휘말린수많은인간군상을교차시키며스탈린체제를긴박감넘치게파헤친다.그의소설들은대부분직접목격하고겪은사건들을바탕으로쓰였으며,문학과정치적증언의경계에놓여있다.아나키스트에서볼셰비키로,다시반스탈린주의자로이어진그의궤적은혁명의이상과배반을온몸으로살아낸한지식인의초상을그려낸다.

역자:조재룡
서울에서태어나성균관대불문과를졸업하고2002년프랑스파리8대학에서박사학위를받았다.서울대한국문화연구소와성균관대인문과학연구소,고려대번역과레토릭연구소의전임연구원을거쳐,현재고려대불문과교수로재직중이다.2003년『비평』에평론을발표하면서문학평론가로도활동중이며,시학과번역학,프랑스와한국문학에관한다수의논문과평론을집필하였다.저서로는『앙리메쇼닉과현대비평:시학,번역,주체』『번역의유령들』『시는주사위놀이를하지않는다』『번역하는문장들』『한줌의시』『의미의자리』『번역과책의처소들』『아케이드프로젝트2014-2020비평일기』『시집』등이있으며,역서로는앙리메쇼닉의『시학을위하여1』,제라르데송의『시학입문』,루시부라사의『앙리메쇼닉,리듬의시학을위하여』,알랭바디우의『사랑예찬』『유한과무한』,조르주페렉의『잠자는남자』,장주네의『사형을언도받은자/외줄타기곡예사』,로베르데스노스의『알수없는여인에게』,미셀표쉐의『행복의역사』,레몽크노의『떡갈나무와개』『문체연습』,자크데리다의『조건없는대학』등이있다.2015년시와사상문학상을,2018년팔봉비평문학상을수상하였다.

목차

1장혜성은밤에태어난다
2장눈먼칼들
3장포위된사람들
4장건설하는것은멸망하는것이다
5장패배속의여행
6장각자저마다의방식으로파멸한다
7장허무의해안
8장황금의길
9장순수함이반역이될때
10장거대한얼음조각들이계속미끄러지고있었다……
옮긴이의말
작가연보

출판사 서평

·20세기가장정직한증언자,빅토르세르주의대표작국내초역
·“『툴라예프사건』은끊임없이재발견되었다가다시잊히기를거듭해온경이로운소설이다.”-수전손택

대숙청의광풍속에서울린한발의총성
역사상가장거대한권력기계에맞선인간존엄의기록

“섬뜩할정도로날카롭고푸르스름한초승달이
마치완벽한목의선처럼밤하늘위로떠올랐다.
루블료프는생각했다.불길한달이로군.
공포란정확히밤처럼찾아온다.“(본문중)

20세기혁명의소용돌이한복판에서아나키즘운동과볼셰비키혁명에온몸을던졌으나,끝내스탈린체제의독재와관료화에맞서다투옥되고추방당했으며,남은생을망명객으로떠돌아야했던지식인빅토르세르주.그의대표작『툴라예프사건』이마침내국내에처음으로소개된다.비평가수전손택이“20세기의가장매혹적인도덕적·문학적영웅가운데한사람”이라일컬은세르주에게,소설이란무엇보다“입없는자들,침묵당한자들에게목소리를돌려주어야할책무로서의진실”그자체였다.대숙청이라는역사의가장참혹한정점을무대로삼아거대권력의작동원리를서늘하고도희비극적으로해부하는이작품은,전체주의의공포와그안에도사린모순을누구보다내부자의시선에서정직하게증언한다.오늘날『툴라예프사건』이아서쾨슬러의『한낮의어둠』,조지오웰의『1984』와나란히전체주의의공포를그려낸20세기정치소설의대표작으로손꼽히는까닭이여기에있다.

그동안국내독자에게소설로는단한번도소개된적없던세르주의문학세계는기존의정치·사회소설이밟아온궤적과뚜렷이갈라선다.비평가존버거가정확히짚었듯세르주는인간을결코“역사적힘의익명의대행자”로다루지않았다.노동자에서변호사,배신자,영웅에이르기까지“자신이만난모든이에게깊이공감했기에,상투적인전형을빚어내는일이방법론적으로불가능했던작가”였던것이다.그리하여이소설은체제의폭압을건조하게고발하는데그치지않는다.거대한권력기계의톱니아래에서기묘하고우스꽝스러우면서도끝내공포로물들어가는인간들의춤을,그리고그춤을감싸는경이로운자연의묘사를유려하게그려낸다.눈앞의절망을결코외면하지않으면서도“우리를저별들로이끄는서정적비상과우주적동경”을함께품은이신비롭고시적인서사속에서,차디찬정치적현실에도인간성을놓지않으려는세르주특유의뜨거운휴머니즘이조용히그러나분명하게떠오른다.

“신문들은담담하게≪툴라예프동지의때이른사망≫을알렸다.
첫번째비밀수사는사흘만에67명의체포자를만들어냈다.“(본문중)

고결한이상을잃은인간이마주하게되는
가장거대하고도쓸쓸한정신적황무지

소설은“모든불행은인간이생각한다는데서비롯된다”는서늘한통찰과함께,눈덮인모스크바의어느겨울밤고위관료툴라예프가정체모를총탄에쓰러지며시작된다.무결점의철권통치를과시하던전체주의권력은사건직후,마땅히존재해야만하는‘거대한음모’를조작해내기위해방대한수사기계를가동한다.그렇게단한발의총성은지구육지의6분의1에달하는광대한대륙전체를광기어린대숙청의소용돌이로물들여간다.툴라예프살인사건은이를해결하려는자,의심하는자,저지른자,저항하는자,외면하는자,그리고이를발판삼아더높은권력을움켜쥐려는자들에게겹겹이에워싸이고,“공포란정확히밤처럼찾아온다”는고독한독백처럼끝모를심연속으로가라앉았다가다시떠오르기를되풀이한다.독자는권력의그물에걸려든인간군상의밀실같은심리적공포를생생히체감하는동시에,정교하게직조된한편의누아르를읽는듯한압도적몰입과서사의쾌감을함께맛보게될것이다.

흥미롭게도이이야기는순전한허구가아니다.소설의방아쇠가된익명의총성은,1934년레닌그라드당지도자세르게이키로프가암살된실제사건을강하게환기한다.스탈린은이암살을구실삼아‘올드볼셰비키’를비롯한수많은이들을숙청의제단에올렸고,세계사에유례없는대숙청과여론조작용재판이그뒤를이었다.

아나키스트에서혁명가로,그리고추방된증언자로
한권의소설에새겨진세르주의생애

“삶은결국우리의비천한흙더미를이겨낸다.”(본문중)

『툴라예프사건』이지닌서늘한진실성은작가자신의삶에서길어올린것이다.러시아급진주의자망명객의아들로벨기에에서태어난세르주는청년기에아나키즘에투신했고,이후볼셰비키에합류해혁명의심장부에서코민테른의언론인이자편집자,번역가로일했다.그러나좌익반대파에가담한그는스탈린체제에의해당에서축출되고두차례투옥되었으며,오렌부르크로유형에처해진다.그를침묵의심연에서건져올린것은로맹롤랑을비롯한유럽지식인들의국제적석방운동이었다.1935년파리에서열린국제작가대회를계기로그의이름은세계에알려졌고,이듬해세르주는마침내소련을떠날수있었다.

이소설이세상에나오기까지의여정또한작품못지않게극적이다.세르주는1940년파리에서이소설을쓰기시작했으나,나치의유럽을피해대륙을가로지르는망명길에오르며원고를품고다녀야했다.끝내멕시코에정착해작품을완성한그는,그러나생전에이책이출간되는것을보지못했다.1947년멕시코시티에서가난속에세상을떠났고,『툴라예프사건』은그로부터이듬해인1948년에야비로소빛을보았다.소설을관통하는절박함과정직함은,자신이살아낸시대를끝내증언하고자했던한인간의마지막안간힘에다름아니다.

세월을견디는저항의문학,
그리고정교한한국어의결

『툴라예프사건』은스탈린주의숙청을다룬허구문학중가장뛰어난걸작이자,“헤밍웨이의『누구를위하여종은울리나』와어깨를나란히하는서사문학의고전”으로서,스탈린주의라는거대한단일체제가어째서결코오래지속될수없었는가를가장문학적인방식으로증명해낸다.이번한국어판은원작이지닌결을조금도흘려보내지않으려는치밀하고정교한번역을통해완성되었다.불빛같은통증이뒷덜미에박히는듯한정치적긴장감에서부터행간에스민시적인영혼의언어에이르기까지,세르주가벼려낸묵직한울림은아름다운한국어문장으로온전히되살아났다.“인생에는패배의한복판에서조차모든것을희망할수있는순간들이있다.미래는소진되지않는다”는소설속문장처럼,이책은암흑의시대한가운데서도삶과인류애의가치를치열하게되물으며,오늘을살아가는우리에게오래지워지지않을여운과한점의등불을건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