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명치료는 사양하겠습니다 : 오래 사는 시대, 우리는 어떻게 떠날 것인가

연명치료는 사양하겠습니다 : 오래 사는 시대, 우리는 어떻게 떠날 것인가

$17.00
저자

양성관

저자:양성관
가정의학과전문의.한분야,한장기만보는스페셜리스트가아닌다양한연령대와여러질환을두루볼수있는제너럴리스트를지향한다.2008년부터20년가까이환자20만명을진찰하고,이책을포함해10권의책을썼다.특유의입담으로쉽고재미있게풀어낸저자의이야기속에는아프고소외된이들을보듬는따뜻한시선과더나은세상을만들기위한울림이담겨있다.지금도읽고보고쓰고진찰하는의사이자작가로바쁘게살아가는중이며,각종포털과언론등을통해독자와꾸준히소통하고있다.지은책으로는『의사란무엇인가』,『마약하는마음,마약파는사회』,『히틀러의주치의들』,『너의아픔나의슬픔』,『의사의생각』등이있다.

목차

프롤로그-어머니의소원005

삶의마지막을둘러싼말들011

1장병원에서죽는시대:축복이일상이된시대
연명사회의탄생017·길어진죽음,낯선질문020·안방에서병상으로023·병원에갇힌죽음025

2장살리는마음,남겨진시간:기적을믿고싶은사람들
뭐라도좀해주세요033·기적의뒷모습037·사라진자연사040·최선의두얼굴043·마지막명절051

3장법정에선죽음:판결이정한마지막
법원이들어온병실057·있는법,없는현장063·멈출수없는치료069·먹일것인가,말것인가074·허락되지않는선택076

4장그가스위스로간까닭:선택할수있다는위안
이럴거면왜살려놨어083·선을넘은의사088·사실혹은소설093·의사인딸,환자인어머니095·손가락하나로쓴유언099·자살방지법의역설103·죽을권리,살의무109·불확실한죽음,
확실한순간117

5장마지막보다긴시간:사랑이한계에닿을때
긴간병의끝에서123·죽고싶은게아니라,살수없어서127·또하나의육아,간병130·기억이지워지는삶134·무너진뒤에남는것들138·가족에서제도로145

6장용기와준비:말해야지킬수있는마지막
집,병원,요양원153·예고없는순간157·생명연장,생명존중159·우리모두는결국죽는다165·마지막구구단167·돌봄너머동행174

에필로그-마지막을이야기할시간180

부록-주요사건연표187·「사전연명의료의향서」190·「연명의료계획서」192·마지막구구단194
주195

출판사 서평

의학이생명을연장하자,죽음에는더많은결정이따라붙었다
병원이삶의마지막을맡게된시대

현대의학은죽음의경계를뒤로밀었다.멈춘심장을다시뛰게하고,스스로숨쉬지못하는사람의호흡을기계로이어주며,과거라면생을마감했을환자에게더많은시간을돌려주었다.그성취덕분에우리는이전어느시대보다오래산다.그러나의학이죽음을없앤것은아니다.죽음에이르는시간이길어지자,그사이에치료와간병,요양과돌봄을둘러싼수많은결정이생겨났다.

죽음의장소도달라졌다.1990년에는한국인4명중3명인76.6퍼센트가집에서임종을맞았고,병원에서생을마감한사람은12.8퍼센트에불과했다.2022년에는상황이정반대로뒤집혔다.집에서임종한사람은16.1퍼센트로줄었고,74.8퍼센트가병원에서죽음을맞았다.삶의마지막은더이상가족과개인만이감당하는일이아니다.병원과의료진,법과제도,서류와절차가함께얽히는문제가되었다.

오늘날의임종은한번의선택으로끝나지않는다.심폐소생술을받을것인가.인공호흡기와혈액투석을계속할것인가.항암치료의목표를완치에서생명연장이나증상완화로바꿀것인가.집으로돌아갈것인가,호스피스돌봄을받을것인가,요양시설로옮길것인가.환자와가족은치료를시작하고이어가고멈추는동안거듭같은질문앞에선다.할수있는처치가남아있다는사실은그처치가반드시환자에게도움이된다는뜻일까.생명을붙드는일과남은삶을지키는일은언제부터다른선택이되는가.

『연명치료는사양하겠습니다』는모든치료를거부하자거나죽음을앞당기자고주장하는책이아니다.의학이생명연장을기본값으로만든한국사회에서마지막의료가실제로누구의판단에따라,어떤조건속에서이루어지는지를살펴본다.무엇을더할수있는지보다먼저,그치료가무엇을위해필요한지를묻고,회복가능성이사라진뒤에도의학과돌봄이해야할일을찾는다.

“뭐라도좀해주세요”와“이럴거면왜살려놨어?”사이
병원에서요양시설까지,삶의마지막을따라온의사의기록

뇌사상태에이른아버지의심장이멈추자딸은울면서가슴을압박하고“뭐라도좀해주세요”라고외친다.회복가능성이없다는설명을이미여러번들었지만,눈앞에서아버지를놓는일은전혀다른문제였다.의료진은환자를되살릴수없다는사실을알면서도가족의절규앞에서심폐소생술을시작한다.사람을살리기위한처치가아니라,무언가하고있다는사실을보여주기위한처치였다.

다른병실에서는지주막하출혈로쓰러진남편을살려달라고애원했던아내가,수술뒤남편이끝내의식을되찾지못하자“이럴거면왜살려놨어?”라고소리친다.처음에는살려달라고했던가족이시간이흐른뒤에는왜죽게두지않았느냐고묻는다.두말은서로반대처럼들리지만,그안에는사랑하는사람을잃고싶지않은마음과고통이끝없이이어지기를바라지않는마음이함께들어있다.

저자양성관은이상반된마음이충돌하는현장을오랫동안지켜보았다.한장기나한질환만보지않고여러연령대와다양한질환을두루살피는가정의학과전문의로,2008년부터20년가까이약20만명의환자를진찰했다.이경험은과거의경력이아니다.과거에는호스피스에서환자를진료했고,지금은요양원을직접찾아고령·중증환자를돌보고있다.그자리에있었기에저자는급성기병원의처치뿐아니라퇴원뒤의간병과요양,환자곁을지키는가족의생활까지함께바라본다.생명을살리는기술이언제환자의남은시간을빼앗을수있는지,치료를줄이는결정이어떻게더적극적인돌봄으로이어질수있는지,가족의사랑이어떤순간에는환자의뜻과어긋날수있는지를사례속에서보여준다.‘끝까지치료해달라’는말이환자와가족,의료진에게각각무엇을뜻하는지하나씩들여다보며,누군가의선택을쉽게비난하지않는다.

최선이라는말은하나지만그안에담긴뜻은모두다르다.환자에게는고통을덜고익숙한사람들과시간을보내는일이최선일수있다.가족에게는가능한치료를모두해보는일이최선이며,의료진에게는생명을지키고법적책임을다하는일이최선일수있다.이책은그말들을분리해누구를위한결정인지다시묻는다.『의사란무엇인가』,『마약하는마음,마약파는사회』등에서방대한의료·사회자료를친근한언어로풀어온저자는이번책에서누구나언젠가당사자가될삶의마지막을향해간다.

서로다른마지막을같은말로부르지않기위해
연명의료·호스피스·요양·의료조력사망을한흐름으로읽는다

심폐소생술을하지않는다는것은모든치료를그만둔다는뜻일까.연명의료를중단하는일은안락사와같은가.호스피스돌봄을선택하는것은환자를포기하는일인가.요양원과요양병원은이름만비슷한시설인가.삶의마지막을둘러싼말들을정확히구분하지못하면결정은막연한두려움과죄책감에기대어이루어질수밖에없다.

이책은본격적인이야기에앞서뇌사와지속식물상태,말기와임종,연명의료와심폐소생술안함(DNR),완화의료와호스피스,적극적안락사와의료조력사망의차이를정리한다.죽음과관련된여러상태와행위를하나의말로뭉뚱그리지않고,각각의의학적·법적경계를먼저세운다.연명의료중단은임종과정에있는환자에게치료효과없이임종기간만연장하는연명의료를유보하거나중단하는결정이며,호스피스는아무것도하지않는곳이아니라,말기환자의통증과불편을낮추고환자와가족의삶의질을높이는생애말기돌봄이다.

이어책은한국의마지막의료가현재의모습에이르기까지거쳐온법과판결의역사를따라간다.보라매병원사건이후의료진은회복가능성이희박한환자를퇴원시키거나치료를중단할때형사책임을떠올리게되었다.세브란스김할머니사건에서는반대로회복불가능한환자의사전의사와가족의요청을근거로연명의료중단에관한자기결정권이인정되었다.두판결사이에서죽음은개인과가족의문제를넘어법원이기준을정하는일이되었고,이후연명의료결정법과사전연명의료의향서·연명의료계획서가마련되었다.그러나법이생겼다고해서병실의모든갈등이사라진것은아니다.

책의시야는국내에머물지않는다.미국오리건과캐나다의의료조력사망,스위스의조력자살,네덜란드와벨기에의적극적안락사는모두같은제도가아니다.누가대상이되는지,의사가어디까지관여하는지,환자가직접약물을투여해야하는지,어떤심사와안전장치를거치는지가서로다르다.책은해외제도를앞선선택으로미화하거나위험한제도로단정하지않는다.각각의제도가어떤사건과판결,사회적논쟁을거쳐만들어졌으며,자기결정권을보장하는동시에취약한사람을보호하기위해어떤한계를두고있는지살핀다.

삶의마지막은법과의료만으로설명되지않는다.죽음에이르는시간이길어지면서몇달,때로는몇년의간병과요양이그사이에놓인다.환자는급성기병원에서집으로돌아가호스피스돌봄을받거나,요양병원이나요양원으로옮겨질수있다.그러나장소는희망만으로선택되지않는다.환자의상태와필요한의료수준,가족이감당할수있는시간과비용,방문의료와돌봄체계가함께갖춰져야한다.어디가가장좋은곳인지보다그곳에서필요한돌봄을끝까지이어갈수있는가가중요하다.

『연명치료는사양하겠습니다』는조력사망의찬반이나좋은죽음의일반론에머물지않고,병원중심죽음의형성부터연명의료결정,가족간병과요양,마지막준비까지를한사람이실제로지나갈수있는‘선택의전체지도’로연결한다.책말미에는주요사건연표와사전연명의료의향서,연명의료계획서,자신의삶의기준을점검하는‘마지막구구단’을함께수록했다.

한장의서류보다먼저필요한것은삶의기준이다
말할수있을때시작하는마지막준비

사전연명의료의향서의선택란에표시하는일은간단해보인다.심폐소생술을받을것인가.인공호흡기를사용할것인가.투석과항암제투여를계속할것인가.그러나실제로그결정이필요한순간에는환자가자신의뜻을말할수없는경우가많다.가족의생각이서로다를수도있고,환자의상태가서류를작성할때상상한모습과다를수도있다.사전연명의료의향서가있더라도의료기관윤리위원회가설치된의료기관에서담당의사와해당분야전문의가환자의임종상태를확인하는등법정절차를거쳐야한다.한장의서류가삶의마지막을자동으로결정하지는않는다.

그래서이책은무엇을하지않을지못지않게,무엇을지키고싶은지도말해야한다고강조한다.나는가족을알아볼수있다면몸을움직이지못해도살고싶은가.걸을수있지만가족을알아보지못한다면어떤가.누구의도움을받으며어디에서지내고싶은가.의식과자립을잃었을때에도반드시계속되기를바라는것은무엇인가.치료항목에대한찬반만으로는한사람이중요하게여겨온삶의기준을충분히알수없다.

저자는이를구체적으로생각해보기위해‘마지막구구단’을제안한다.걷거나앉을수있는지,누워지내야하는지에따라육체적자립을세단계로나누고,사람을알아보는상태·가족을알아보지못하는상태·자신조차알아보지못하는상태로정신적자립을세단계로나누어아홉가지상태를살펴보는방식이다.“당신은어떤상태까지살고싶은가?”라는질문에하나씩답하다보면막연했던삶의경계가조금씩구체적인언어를얻는다.부록에서는같은질문을자신과부모에게각각던져보게한다.

자신이원하는마지막과부모에게바라는마지막이반드시같지는않다.자신이라면원하지않을상태도부모에게는조금더견뎌주기를바랄수있다.가족을사랑하기때문에붙들고싶지만,바로그사랑때문에고통을그만두게하고싶기도하다.사랑은선택의무게를크게만들지만,환자의뜻을저절로알려주지는않는다.마지막의료결정은환자한사람에관한것이지만,미리나눈말이없다면그판단과후회는가족에게오래남는다.

이책은집이병원보다낫다고도,연명의료를중단하는것이계속하는것보다옳다고도단정하지않는다.사람마다질병의상태와가족관계,경제적조건과감당할수있는돌봄의무게가다르기때문이다.다만환자가말할수있을때자신의기준을생각하고,가족과이야기하며,필요한경우의료진에게그뜻을전해야한다고말한다.자기결정권은혼자결정한다는뜻이아니다.자신이말할수없게된뒤에도가장가까운사람들이그뜻을알고함께지킬수있도록준비하는일이다.

삶의마지막을준비하는것은삶을포기하는일이아니다.무엇을멈출것인지정하는일은무엇을끝까지지킬것인지정하는일이기도하다.이책은마지막을앞당기지않는다.마지막에대한대화를앞당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