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 날리는 소녀 : 2023 경기예술지원 문학창작지원 선정작

연 날리는 소녀 : 2023 경기예술지원 문학창작지원 선정작

$8.80
Description
“개판 세상과 치열하게 싸울 내 노년이 그려지자,
온몸의 핏줄이 흥분하며 벌떡였다. 점박이에게 맞서던 소년의 심장처럼 둥둥둥.”

폭력의 역사를 환기하며 과거와 오늘을 잇는
박청용의 첫 소설집
“왜냐하면 결함 많은 우리가 가장 인간다워지는 순간은
우리의 비인간적인 비극을 고심하고 자각할 때이기 때문이다.”
_임현(문학평론가)

2023 경기예술지원 문학창작지원 선정작

박청용의 첫 소설집이 나왔다. 2020년 〈소설미학〉 신인 소설상에 단편소설 「아버지의 거울」이 당선되어 작품활동을 시작한 작가는 〈소설미학〉 등에 작품을 발표하며 독자와 만나고 있다. 이번 작품집에 모은 3편의 단편에 대해 문학평론가 임현은 “박청용이 그려낸 세 편의 소설들은 하나같이 체제에 의한 폭력의 비극성을 환기시키고, 동시에 그로부터 희생된 개인의 일면을 포착한다”고 말한다. 역사의 원체험자가 아닌 현대를 살아가는 인물들의 시선으로 그리는 이번 작품집에서 작가는 과거와 현재를 이으며 지워지지 않은 역사의 흔적을, 그리고 그 기억의 중요성을 환기한다.
선정 및 수상내역

2023 경기예술지원 문학창작지원 선정작
저자

박청용

고려대학교임학과를졸업하고감리교신학대학교신학석사,평택대학교사회복지학석사및박사과정을수료했다.2020년〈소설미학〉신인소설상에단편소설「아버지의거울」이당선되어작품활동을시작했다.〈소설미학〉등에작품을발표하고있다.

목차

연날리는소녀
회리바람타는닭
개와걔

해설|가장인간다운순간에_임현(소설가)
작가의말

출판사 서평

역사는과거가아니라현재진행형

한몸으로붙으려고발버둥질하는닭의몸에서피가철철뿜어나왔다.선홍색의닭피와붉은고춧가루로뒤범벅이된황토마당은피바다였다.‘빨갱이는죽여도좋아’라는머리띠를동여맨왕머슴은자기세상인양춤추면서고춧가루를뿌리고또뿌려댔다.닭의머리와몸통이붙으려고빙빙돌자,회리바람이일어났다.몸통과머리가맞닿았지만,고춧가루때문에연거푸실패하고축늘어졌다.다시합쳐지는것이불가능함을알았는지닭은회리바람속으로들어갔다.
_「회리바람타는닭」에서

표제작「연날리는소녀」는어린시절베트콩과의전투무용담을할리우드히어로물이야기를대하듯긴장감넘치게듣고자란‘나’의호찌민여행기이다.‘나’는관광상품화된전쟁의상흔을‘체험’한다.당시체험자의시선이아닌그시간을바라보는후세들의시선이작품속에그려진다.‘나’는꾸찌터널에본“여군한명이해먹에걸터앉아서남자군인을그윽하게바라보는모형”을보면서“소풍나온젊은이의연애현장같다”고말한다.“앳된남녀를피가튀는전쟁터로내몰았던시대적상황”의안타까움에서오는바람같다.다양한국적의사람들이함께전쟁을체험하는내용은베트남과미국의전쟁보다는인간과전쟁을생각하게한다.작품말미에함께각국의언어로반복하는“더이상전쟁은안됩니다!”라는말은작가의목소리이리라.

두번째작품「회리바람타는닭」에등장하는민철은역사학을가르치는대학강사이다.민철은우연히서울역광장에서보수단체노인들로이루어진시위대를만난다.그무리중에서어린시절한동네에살았던“왕머슴”을발견한다.왕머슴이도끼로닭의목을내리치던광경은그에게정신질환과만성두통을일으킬정도로트라우마로남아‘닭’으로만든음식은모두꺼린다.민철은시위대와논쟁을하는젊은청년을보며감히나설용기가없어서적당한거리에서지켜만보는자신에대해자괴감을느낀다.스스로를“민주화시대를열정으로살아온”“자신을자못진보적인사람이라고여”기고있었던탓에“대학강단에서메마른학문이나가르치는나약한”자신의모습이한없이부끄러운것이다.그날이후민철은왕머슴이그랬던것처럼머리와몸통이떨어져회리바람을타는닭의꿈을꾼다.그리고오랜시간자신을두통에시달리게한원인에대해결단을내리기위해손도끼를가방깊숙이숨기고집을나선다.

마지막작품「개와걔」역시역사의한장면을떠오르게한다.젊은시절노동운동을했던‘나’는노동자회를찾아왔던견호를잊을수가없다.견호는빛고을출신이라저항의식이스며있으리라믿었던순해보였던청년이었다.하지만조직원들이공안당국에줄줄이잡혀가던때견호는사라졌다.언론은노동자회를북의지령에따라움직이는국가전복을목적으로한지하세력이라고보도했다.조직은무너졌고회원들은체포되어혹독한조사와고문을당했다.그런데이상했다.부천지역총책인견호만이알고있어야할하부조직도를공안당국이훤히꿰뚫고있었다.그견호가새로운치안국장이되어뉴스에나온다.‘나’는‘걔’를보면서어린시절자신을사납게쫓던‘개’를떠올린다.하교때면언덕을지키고서있던사나운그개때문에어린‘나’는항상불안했다.개에게쫓겨다니며동네사람들에게웃음거리가되곤하던어느날,’나‘는개를향한역습을준비한다.

“결함많은우리가가장인간다워지는순간은”

이번작품집의특징은표상으로그려지는과거이야기가직설적으로표현하는현재를더욱극대화하고있다는점이다.머리와몸통이두동강난닭이한몸이되고자하는몸부림,공포를만드는사나운개등에서현시대의전쟁,폭력,분단상황등이떠오른다.문학평론가김현은인간이보여주는폭력성에대해“그것은오직‘개’같은‘그들’에게만문제되는것이아니라,인간인우리모두에게속한보편적인결함일것이”라고지적하며“이때문에서로를혐오하고증오하면서도어딘가비슷한논리로닮아가는것”일지도모른다고말한다.

어쩌면바로이점이그의소설을다시곱씹어읽어야할이유일지도모른다.왜냐하면결함많은우리가가장인간다워지는순간은우리의비인간적인비극을고심하고자각할때이기때문이다.
_「해설」에서

“역사와가려진사회의이면을파헤치면서비판과저항의글을주로썼다”는작가는“합평할때마다독자들이외면할것이라면서시큰둥한반응이었다”고한다.(「작가의말」)하지만찾는이가없어도여전히“점박이에게맞서던소년의심장”으로나아가고자하는역사에대한작가의의지를온전히만날수있는작품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