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사적인 평범 - 교유서가 산문 시리즈

가장 사적인 평범 - 교유서가 산문 시리즈

$16.80
Description
평범함이란 세상의 완충지대 같은 것임

평범은 모범이 되거나 위대해지기를 바라지 않는다.
그런 의미에서 나의 평범은 위로받을 필요가 없다.
무릎이 아파도 경로석에 앉아 마음껏 연애소설 읽는 할머니로 살아갈 텐데, 왜.
책을 읽는 동안만큼은 당신은 친구와 함께 있다. 마음속에 던져진 불티가 다 꺼져갈 무렵, 나는 돌고 돌아 제자리로 돌아올 수 있었다. 가장 사적인 기분 어딘가, 책 속 세상 이야기가 찌그러진 마음을 두드려 복원하고 있음을 발견할 것이다. _우은주(시인)

평범은 꼭 나처럼 생긴 단어구나 싶다
『가장 사적인 평범』은 소설과 번역, 에세이를 넘나들며 문장의 바다를 항해하는 부희령 작가의 신작 산문집이다. 작가는 세 권의 창작집, 한 권의 산문집을 출간하고, 중앙 일간지에 칼럼을 연재하면서, 예리하면서도 힘을 잃지 않는 글로 독자들에게 각인되었다.

이번 새 산문집은 타의 모범이 되거나 위대해지기를 바라지 않기에 나답게 살 수 있는 삶, 그래서 어떤 말치레의 위로도 필요 없는 평범한 삶을 이야기한다. 작가는 둥글게 감겨 있는 투명 테이프의 모서리를 손끝으로 더듬듯, 개인의 내밀한 삶이 세상과 맞닿아 반응하고 변화하는 모습을 섬세하게 그려낸다. 정서적으로 교감하는 삶이 결국은 상호 보완하는 공동체의 좋은 일원으로 이끄는 힘임을 말한다. 그리하여 ‘기꺼이 나누며 아름답게 살아보자’고 독자에게 제안한다.

둥글게 감겨 있는 투명 테이프의 모서리를
손가락으로 더듬어 찾듯
계절의 시작과 끝을 머뭇머뭇 감지하는 중이다.

책은 여섯 부분으로 갈무리되어 있다. 1부 ‘쓰기’는 문장에 대한 욕망과 평범한 개인의 윤리 사이에서 줄타기하는 작가의 고백이다. 2부 ‘마음’은 자기 자신이라는 느낌이 헐거워지는 순간처럼 모르고 지나칠 수 있는 내적 풍경을 드러낸다. 3부 ‘여행’에서는 슬로베니아에서 인도에 이르기까지 낯선 시공간 속에서 정체성을 돌아보던 시간을 돌아본다. 4부 ‘가족’에서는 선택 없이 던져진 출생의 자리를 성찰한다. 5부 ‘세상’은 어설픈 개인주의자가 공동체의 성숙한 일원이 되고자 시야를 넓히려는 시도이다. 6부 ‘읽기’는 가장 여리고 아픈 존재이지만 체계적으로 외면당하고 있는 자연, 동물, 여성에 대한 독서의 경험이다.

순서대로 읽어도 좋고 내키는 대로 펼쳐서 읽어도 좋은 산문집이다. 한 장 한 장 읽어가다 보면, 마음속 어둠을 어루만지는 환한 힘을 느끼게 된다. 언제인지 모르게 부서지고 조각 난 삶을 제모습으로 돌려줄 가장 사적인 말들을 가슴에 품게 된다.
저자

부희령

저자:부희령
소설가,번역가,칼럼니스트
2001년〈경향신문〉신춘문예에단편소설이당선되어글쓰는일을시작했다.펴낸책으로는장편청소년소설『고양이소녀』,소설집『꽃』『구름해석전문가』,앤솔로지『그순간너는』,『선량하고무해한휴일저녁의그들』,산문집『무정에세이』,공동르뽀집『당신은나를이방인이라부르네』가있다.번역한책으로는『모래폭풍이지날때』『매일읽는헨리데이비드소로』,『아무것도사라지지않는다』등80여권이있다.〈국민일보〉(2015-2017),〈한국일보〉(2016-2019),〈서울신문〉(2019-2021),〈경향신문〉(2019-2024)에칼럼을정기적으로연재했다.대안연구공동체,경향시민대학,우리가치인문동행등에서글쓰기강의를했다.서울문화재단창작기금을두차례받았다.

목차


가장사적인평범

1부쓰기
비행공포|이하의파랑|천사|폭소

2부마음
두번째화살|진원지|그해겨울,종로|사랑에관한궁금증|편의점과여름|인간관계|정신승리|잠과꿈|구더기|회복기의아침|상자

3부여행
아쉬람|향수병|1989년,인도|파파야|지진|2017년5월,슬로베니아일기|2017년7월,베네치아여행

4부가족
실향민들|병실에서|아버지와나|옛날사진을보다|첫사랑|관인이모|아들|토마토

5부세상
어설픈개인주의자의고백|기품있는죽음|나의상추공급자|나는괜찮은사람|폭설|마지막가을|속도의톱니바퀴|종말의상상|중고차운전자의미래|낳을권리|드론의시각|차이

6부읽기
거대한침묵|아름다움과정의로움에대하여|늑대토템|H₂O와망각의강|세상에나쁜곤충은없다|밀크맨|오래된미래

출판사 서평

둥글게감겨있는투명테이프의모서리를
손가락으로더듬어찾듯
계절의시작과끝을머뭇머뭇감지하는중이다.

책은여섯부분으로갈무리되어있다.1부‘쓰기’는문장에대한욕망과평범한개인의윤리사이에서줄타기하는작가의고백이다.2부‘마음’은자기자신이라는느낌이헐거워지는순간처럼모르고지나칠수있는내적풍경을드러낸다.3부‘여행’에서는슬로베니아에서인도에이르기까지낯선시공간속에서정체성을돌아보던시간을돌아본다.4부‘가족’에서는선택없이던져진출생의자리를성찰한다.5부‘세상’은어설픈개인주의자가공동체의성숙한일원이되고자시야를넓히려는시도이다.6부‘읽기’는가장여리고아픈존재이지만체계적으로외면당하고있는자연,동물,여성에대한독서의경험이다.

순서대로읽어도좋고내키는대로펼쳐서읽어도좋은산문집이다.한장한장읽어가다보면,마음속어둠을어루만지는환한힘을느끼게된다.언제인지모르게부서지고조각난삶을제모습으로돌려줄가장사적인말들을가슴에품게된다.

책속에서

평범하게살아온덕분에더많은이들을이해할수있었다.세상에는평범한사람이더많으니까.이해한다는것은나에게매우중요한일이었기에,좋았다.평등이라는관점에서세상을바라볼수있어서도,좋았다.
---「가장사적인평범:작가의말을대신하여쓴다」중에서

평범은모범이되거나위대해지기를바라지않는다.그런의미에서나의평범은위로받을필요가없다.무릎이아파도경로석에앉아마음껏연애소설읽는할머니로살아갈텐데,왜.
---「가장사적인평범:작가의말을대신하여쓴다」중에서

비행기가뜨는이유를정확하게아는사람은아직아무도없다.이제껏아무것도모른다는불안과전혀모르는곳으로가고자하는욕망의작용과반작용으로나는허공을날아간셈이다.당신이정말어떤사람인지전혀모르는내가당신에대해중언부언쓰고있는것처럼.
---「비행공포」중에서

키큰침엽수숲으로둘러싸인잿빛벽돌집에서이하는홀로책상앞에앉아창밖을내다본다.깜깜한파랑의밤이오기직전,잠시자기눈동자와꼭같은색으로변한저녁하늘을바라본다.아이가꿈꾸는것은뜨거운태양을품을수있는순수한파랑이다.눈을뜨고똑바로바라볼수없는두려운찬란함이다.겁에질린이하의눈동자만이오직한점의구름으로허용될뿐.
---「이하의파랑」중에서

나도이제는천사라기보다는천사의후유증에가까워.천사가중얼거렸다.천사는끝없이선량해져야하고,끝없이아름다워져야하는데,그러다보면나처럼희박해지고사소해져서후유증만남게되거든.
---「천사」중에서

모든게마음먹기나름이라는말에는빈틈이있다.마음이란오직나만의것이아니다.마음은내가살아가는시공간속사람들이내면화한가치나시선을공유할수밖에없다.가난이나질병에대한편견.계층혹은계급이라는구별.중심이되는미학적기준.이런것과상관없는마음이라는게있을까.
---「두번째화살」중에서

긴장마였다.비가그치고나니여름은아주잠깐이었다.이제사람들은지나간여름에대한소회를말하겠지.역대급장마,역대급더위,역대급태풍.그런말들이등장할것이다.반소매아래드러난팔목이선득해서카디건을찾아걸쳤다.낮에는햇살이따갑겠지.둥글게감겨있는투명테이프의모서리를손가락으로더듬어찾듯계절의시작과끝을머뭇머뭇감지하는중이다.
---「편의점과여름」중에서

새벽두시쯤항상눈이떠진다.열려있는창문으로바퀴달린소리가굴러와내몸을레일삼아달려가기라도하는것인가.어둠속에서눈을뜬사람은나인것같기도하고아닌것같기도하다.나일지도모르는이사람은누구인가.
---「잠과꿈」중에서

선풍기가돌아가는방안은후덥지근하다.코끝에서파파야의농익은단내가유령처럼어른거린다.열대의아침마다우리는파파야를사등분으로길게잘라모서리가예리한숟가락으로파먹곤했다.너는선홍빛과육위에흩어져있는약콩크기만한씨앗도먹으라고권했지.인도사람들은파파야씨앗을위장약으로쓴다는얘기를들었다면서.
---「파파야」중에서

칠년전에연락이끊겼던사람으로부터이메일이왔고누군가는나에게사랑이없다고했다.나는나를떼어버리고싶었으나,비오는거리를걷다가별수없이다시뒤집어썼다.
---「지진」중에서

동쪽하늘에서빛나는별이보였다.아스팔트에박힌금속조각처럼희미한빛을보다가갑자기눈물이났다.외로워서가아니었다.저별처럼나도이세상한귀퉁이에엄연히존재한다는벅찬느낌때문이었다.
---「2017년5월,슬로베니아일기」중에서

누군가가손을뻗어좁은구석에서끌어내주기를바라던어린마음을이제경멸하지않는다.달리어쩔수없었다.그럼에도두려움으로굳게잠긴문을스스로여는게불가능한일은아님을알려주고싶기는하다.
---「아버지와나」중에서

선택할수있는것은나누는태도뿐일지도모른다.누군가는마냥움켜쥐려고애쓸것이고누군가는기꺼이나눌것이다.윤리는의무나당위가아니라인간이존재하는방식을아름답게하려는노력이라고생각한적이있다.아름답게살아보자.
---「어설픈개인주의자의고백」중에서

가난속에서어머니를저버리지않고아버지를욕하지않을수있는이가얼마나드문지아는가.세세히모르는그의삶을함부로동정하거나훼손하고싶지않다.
---「기품있는죽음」중에서

그리하여사라지는것은마주보며웃을수있고,대화를나눌수있고,손을뻗어포옹할수있던우리의다정한몸들뿐.
---「종말의상상」

하지만슬프지않은가,훈련된안목이나교양없이도,값비싼입장료를지불하지않아도,고개를들면언제나누구나누릴수있던파란하늘이홀연사라진다는것이.그런슬픔조차느끼지못하는상황이온다면우리는서로를같은인간으로대할수있을까.
---「아름다움과정의로움에대하여」중에서

앎이라는것은자신이안다는것을아는것과자신이모른다는것을아는것으로나눌수있다.마찬가지로모름역시자신이모른다는것을모르는것과자신이안다는것을모르는것으로나눌수있다.이제까지의앎을되돌릴수없고그럴필요도없지만,우리는이따금알아도모르는상태에머물러야하지않을까.
---「H₂O와망각의강」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