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령의 시간

유령의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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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우리 시대 소중한 문학적 성취
40년 만에 완성한, 잊어버린 이야기를 다시 읽는다!

“어쩌면 자존심이었는지도 모르겠네, 인간으로서의 자존심.”
저자

김이정

경북안동출생.1994년〈문화일보〉로등단.소설집『도둑게』『그남자의방』『네눈물을믿지마』와장편소설『길위에서중얼거리다』『물속의사막』『유령의시간』을출간.
『유령의시간』으로제24회대산문학상수상.

목차

프롤로그
노란택시를타고온손님들
새우양식장
영석이네
흔들리는것들
화투점
다시길위로
산12번지시민아파트
해방촌
지우
사회안전법
유령의시간
에필로그

개정판작가의말|초판작가의말

출판사 서평

“작가의아버지가투영된인물이자해방전후10년만에삶이무너진주인공‘이섭’의역사를복원하며,국가와사회의역사가어떻게개인의역사를망가뜨렸는지를기록하기위해노력한김이정의『유령의시간』이서둘러달려온한국현대사가흘린남겨진진실,진정성등을수습하는문학의기능을충실히이행하였기에수상작으로선정되었다.”
_제24회대산문학상수상작선정사유

“거창하게말하자면,나는이소설을쓰기위해작가가되었다.중학교3학년,갑작스러운그의죽음앞에서나는비로소그의인생에강력한의문을갖게되었다.그는도대체어떤사람일까?내겐한없이다정했던그에대해갑작스러운의문들이생겼다.아니인간의삶자체에대해의문을품기시작했다.그는왜갑자기죽어야했을까?”
_「개정판작가의말」에서


분단79년,한국현대사의증언이자
망각과무감으로분절될수없는‘사람의이야기’
김이정자전적장편소설

2015년발표되어2016년제24회대산문학상을수상한김이정의『유령의시간』이새옷을입고출간되었다.작가부친의이야기이자자신의이야기를그린자전적소설이기도한『유령의시간』은인간성을짓밟는전쟁과분단이라는폭압의시간속에서사회주의를택했던한남자의발자국마다피가고인삶을핍진감있게그려내“한국현대사가흘린남겨진진실,진정성등을수습하는문학의기능을충실히이행”한작품이라는평을받았다.

전쟁과분단이낳은이념의대립은분단79년이흐른지금에도여전히우리사회갈등의큰축을차지하고있고9년전발표한작품속풍경과별반다르지않다.달라진것이라면이를망각하고무감하게만드는희미해진역사의식이지않을까.한세기도지나지않았고직접체험자들이사회구성원으로함께공존하는오래지않은역사,현존하는시간임에도불구하고급변하는사회는전쟁의폐허속에서혼자울고있는네다섯된아이의흑백영상이지구의탄생신화만큼먼이야기로만들었다.

시대가바뀌어도사람의이야기는분절되지않는진행형이기에망각과무감의시대에그들의증언과기록은유의미하다.한국현대사의증언이라고할수있는『유령의시간』을통한전쟁과분단의폭압적인인간성말살의추체험은국가와국민,공동체와개인에대해입체적으로성찰할수있는시간을마련해줄것이다.


“반복해서벌어지고있는생의함정들이문득저승인듯캄캄했다.
이땅에선영원한죄인일수밖에없는가.”

일제강점기일본유학을다녀온이섭은독립운동을하던숙부의영향으로사회주의를선택하고아내와세아이를남한에둔채월북한다.북한의피폐한현실을목도한이섭은다시목숨을걸고남한으로내려오지만사라진‘빨갱이’남편대신젖먹이를품에안고끌려갔다는아내와형에게맡겨진두아들이그를찾아북으로갔다는소식을듣는다.아내와세아이에대한그리움과죄책감,‘빨갱이’라는낙인을찍어일상마저침탈하는국가권력의공포속에서도이섭은다시꾸린가정만은잃지않겠다다짐한다.환갑이가까운나이에도“가구와책카탈로그를봉투가득들고구두밑창이다닳도록”돌아다니는그는책임감강하고성실한보통의가장이었다.하지만‘사회안전법’이라는빠져나갈수없는올가미앞에서되살아나는공포감에그의생은무너지고만다.

이섭과새가정을꾸린미자는이섭을만나기전허망하게남편을잃었다.피란을떠나기전날밤남편이탄피인줄알고장난삼아만지던수류탄이폭발하였고남편은새색시눈앞에서신혼방바닥에주검으로내팽개쳐졌다.죽은남편의시신을체온이식기도전에땅에묻고피란을떠나야했던미자는시부모의간곡한청에못이겨친정으로돌아온다.미자의계모는팔자사나운의붓딸을폐기하듯열일곱살이나차이나는이섭에게보낸다.이섭에게는그리움과죄책감으로간첩이되어서라도돌아오기를기다리는가족이있었기에미자는그의처로호적등본에오르지못한채네아이를낳아기른다.

이섭이새우양식장을운영할때한동네에살며일을도왔던영석이네,서순희는정신병동에입원한남편몫까지혼자짊어지고두아들을키우며살아간다.월남전에돈벌러갔던영석의아버지는제대날짜를6개월앞두고정신분열증진단을받고귀국했다.남편은갓난아기들까지무차별적으로학살한작전이후정신이“잘못끼워진나무토막처럼틀어지기”시작했다.영석의엄마만알아본채부모도몰라보고신음과헛소리에발작증세까지보이던남편은끝내영석이네에게시퍼런낫을들이대던날국군병원폐쇄병동에갇힌다.

채찍을든사내를보며이섭은두손이뒤로묶인채온몸에경련을일으켰다.도대체인간이무엇인지알수없었다.자신이무한한애정과신뢰를가졌던인간과저채찍을든인간은같은종이란말인가?그들을‘인간’이라는같은이름으로불러야한단말인가.
이섭은인간에대한환상이무너져내리는소리를들었다.극도의공포가몰려왔다.채찍을든남자가담뱃불을붙였다.거의동시에정수리로채찍이내리꽂혔다.자신도모르는새에오줌보가터져버렸다.이섭은바지가젖어가는것도모른채사내의다음채찍이날아올동안의정적에질려있었다.
하루에도몇번씩,봉인된기억들은무덤을파헤치기라도한듯튀어나왔다.그것들이이생에다시되풀이될수도있다는것인가.사회안전법은5년동안인간이될수없었던이섭에게어느날그곳으로다시처박힐수도있다는협박이었다.
_「사회안전법」에서

직장을구할때마다신원조회에서탈락하고“철저히봉쇄당한”“사지를결박한채조금씩숨통을”조여오는것같은공포감으로일상조차억압당한이섭,하늘의시샘을살정도로정이좋았던신혼의남편을잃고“체온이식지도않은사람위로흙을덮을땐”“같이그속으로들어가고만싶었”던미자,파월장병들은이미베트남에서철수를하고돌아왔는데도의식의동굴에갇혀“총을들고포탄에살점이튀는밀림을혼자뛰어다니며비명을”지르는영석의아버지,“그건꿈같은얘기네.자네는인간이그렇게대단하다고생각하나?나는인간은아주이기적인존재라고생각하네”라며참혹한현실을절망도희망도꿈꾸지않고냉소로견뎌낸이섭의친구최.그들이“창자의내벽에굵은소금을박박문질러대는것도같고칼로자근자근저미는것도같은통증”으로평생을고통속에살아내는동안그들의국가는무엇을위해존재했던것일까.

“우리시대소중한문학적성취이다.(…)‘인간의시간’을위한새로운공동성을생산하는것이갖는의미에대해깊이생각하게하는작품이다.(…)한인물을통해충분함의윤리를기반으로하는삶의기쁨의시간들이얼마나소중한것인지상상하게될것이다.”
_고영직,〈계간자음과모음〉2016년봄호


망각과무감의시대에다시꺼내는‘분단문학’

문학평론가고영직은공위기(空位期)의분단체제속에서“국민이라는이름의노예적삶”을산“김이섭이라는존재는,역설적으로,냉전시대분단체제에서자신만의리듬과진동(振動)을잃지않고살아간다는것이사실상불가능했음을증언하는‘증언자’”라고말했다.나아가김이정의소설『유령의시간』을읽는다는것은“지금과는다른실재의차원을기도하는데있어서문학이맡아야하는책임에대해생각하는것”이고“그과정에서우리는국민국가의존재와상태에대해문학적‘증언’을하는것이갖는의미를더자주생각하게될것”이라고평한바있다.
우리사회에서‘북한’은누군가에게는단장(斷腸)의슬픔으로,누군가에게는붉은돼지로,누군가에게는그저못사는나라로,또매카시스트의정당성을위한도구로존재한다.혐오든그리움이든통일이되기전까지철조망저쪽의북한은꾸준히우리의일상을흔들것이다.38선에철조망이놓이는순간사람들각자의마음속에도들어앉은철조망은,79년동안그랬듯이,이쪽과저쪽을가를것이다.그렇기에철조망이쪽에서도저쪽에서도한묶음으로얽히지못하고“폐가에버려진항아리처럼”고독했던이섭을통한‘증언’은오늘도유의미한것이아닐까.
작가김이정은2016년대산문학상수상당시“제소설은1970년대가배경인데,요즘우리사회를보면그때의역사가되풀이되는거아닌가하는기시감에시달린다”고말한바있다.“역사의격랑속에서희생된사회주의자가주인공인내소설이지금무슨의미가있을까고민했는데불행히도분단과역사의폭력은현재진행형입니다.분단을다룬여러작품이이어져서분단문제를진지하게생각할수있기를”바랐던8년전작가의기대는그래서오늘도유효한듯하다.
현재적가치만중요시하는정보의시대에흐려진역사의식의자리에는망각과무감이어떠한불편함도없이들어앉았다.그렇지만반복되어서는안될전쟁과분단76년이라는유일의역사를가진우리에게는과거가아닌미래를위해기억해야하는시간들이있다.이것이전쟁과분단의실체를‘증언’해줄‘김이섭’이다시우리곁에놓인이유이다.

·이책은2015년에출간된『유령의시간』(실천문학사刊)개정판입니다.
·〈교유서가다시,소설〉시리즈는비록시장에서외면받아사라졌지만눈밝은소수독자사이에서회자되는작품을발굴하여출간합니다.오로지눈앞을향해달리는광속의시대에,어제의향수와오늘의가치를환기하는밤하늘의별과같은이야기의시대를복원하면서,내일을위해숨을고르는여유를되찾고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