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여자의 집

그 여자의 집

$12.10
Description
소통의 부재로 인한 관계의 어긋남,
2021년 심훈문학상 수상 작가 김수영 소설집
“평생 ‘참’이라고 믿어왔던 것이 실은 참이 아닐 수도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기 두려운 거다.”
“그런 내 모습에 내가 움찔했다. 추측을 사실로 만들고 있는 나를 발견해서였다. 아버지가 내게 지겹도록 써왔던 방식 그대로.”

“그늘을 그렸는데도 어둡지가 않다, 우리가 사는 세상처럼. 희망을 그렸는데도 낙관적이지가 않다, 절망 속에서 살아남아야 진정한 희망인 것처럼.” _손홍규(소설가)

2021년 심훈문학상을 수상한 김수영 작가의 소설집이 나왔다. 전작 『애도의 방식』을 통해 “구체적인 서술이 돋보이며 밀도 높은 구성으로 단편소설이 갖추어야 할 진면에 충실”(구모룡, 문학평론가)하다는 평을 받은 작가는 이번 작품집에 실린 네 편에서도 그 충실한 서술을 풀어내고 있다. 환금성으로 치환할 수 없는 물리적 대상의 가치(기억)는 소통 없이 공유할 수 없을 것이다. 작가는 이번 작품집을 통해 소통의 단절로 배려와 존중이 배제되며 어긋나는 관계를 밀도 있게 그려내며 상처받은 이들의 관계 회복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집은 꿈을 꾸는가.
집으로 가는 저녁에 나는 내게 묻곤 했다. 간절하지만 무심하게.”
_「작가의 말」에서
선정 및 수상내역
ㆍ2024 경기예술지원 문학창작지원 선정 소설
저자

김수영

2018년〈대전일보〉신춘문예에「애도의방식」이,2020년〈조선일보〉신춘문예에「종이집」이당선되어작품활동을시작했다.2021년심훈문학상을수상했다.소설집『애도의방식』『폴더명_울새』(공저)등이있다.

목차

그여자의집
반출금지
북극과양파
의자

해설:고유하게단절된장소들_임현(소설가)
작가의말

출판사 서평

배려받지못하게폐기되는기억들

표제작「그여자의집」은어머니가30년동안살았던‘집’에대한이야기다.마흔의솔미는다니던전시기획사가문을닫으면서일자리를잃고어머니의집으로이사를결정한다.타지에서내려와특별한직업도없이혼자살고있는솔미는4시간에5만원을받으며정할머니의비닐하우스일을돕는다.그런솔미에게정할머니가이장선거출마를권유한다.솔미는이장의공식적인수고비가한달에40만원에가외수입도있다는이야기에끌렸다.이곳에내려와마을사람들이버린개다섯마리를키우고있는데사룟값걱정은내려놓을수있는금액이었다.하지만투표직전후보로서결격사유가있다며이장출마가무산된다.전이장과이미설계를하고나온듯한선거관리위원장이든이유는“사람은집에서살아야”하는데어머니의집이가옥대장에‘견사’로기재되어있다는것이다.솔미도처음알게된다.그집이‘집’이아니었다는사실을.

「반출금지」에서강여사는사별을한후딸지영이뉴질랜드로이민을가자그녀의부모가살았던지방의단독주택으로이사를한다.그곳은그녀의아버지가심은소나무세그루가“50여년을내버려둬도끄떡없이”자라는곳이다.옆집사람은돈이꽤될거라며조경업자에팔고과실수를심으라는말도했지만강여사는유튜브로나무기르기동영상을보고,책도빌려읽고,송충이도직접잡으며정성을다한다.전처소생인지환은강여사가사는집에CCTV를설치하고연동된앱으로그녀의무사함을확인한다.CCTV는“키워준공도모르는놈이라는비난을비껴갈수”있고,“자주가진못해도신경쓰고있음을증명”할수있는방법이기도했다.어느날소나무에문제가생기고강여사의호출을받은지환은강여사의집으로향한다.지환은미국로스앨러모스연구소로의이직을준비하며인터뷰발표를기다리고있던차라온갖신경이그곳으로향해있다.지환에게소나무는“봄이면알아서싹이트고꽃을피우는지천에깔린잡목”이상의의미가없었다.소나무재선충이백두대간까지번졌다는뉴스를들으며“고칠곳이한두군데니.무시하고그냥산다”던“강여사가흘리듯털어놓았던고충이”떠올랐지만,그러나“거기까지”였다.

「북극과양파」에서‘북극’은아버지의수완으로따낸‘지역사회상생프로젝트’의일환으로스키장에서임대해주는노점이다.아버지는아들환기에게그곳운영을맡긴다.“방에서수경재배하는양파를들여다보는생활에”만족하고살던환기는“무능력도능력이라믿으며식물처럼고요히살기를바랐으나”마냥백수로만취급받는그에게선택권은없었다.환기는수경재배하던양파를그곳으로옮겨놓는다.아흔아홉개의유리병에담겨한쪽벽을가득채운양파사진을누군가SNS를올린후‘북극’은스키어들사이에입소문이나며명소가된다.하지만누구도그양파의의미를생각하지못한다.하루이틀키운것도아닌데아버지까지도환기에게양파를왜키우는지묻는다.환기에게양파는“또다른가족이었다.같이있는것만으로힘이되고,존재감을뿜어내는”것임을아무도생각하지못한다.유명제약회사에다니는환기의친구선민에대해오랜만에만났음에도“놀라움과부러움이뒤섞인표정”으로반기는아버지에게환기의양파는그저“먹는음식으로장난”하는것외의의미는없다.

「의자」에서‘나’는오가닉제품을판매하는마켓에서근무하고있다.파주에서서울로출퇴근을하는‘나’는회사와가까운이유로마켓에서고객으로낯을익힌‘그’의집에머물기로한다.그는마켓이있는한건물에서공방을운영하며미니어처의자를만들어팔고있었다.그가자신이만든의자를보여주겠다면집으로초대한날깜박잠이들어막차를놓친후그의제안을받아들인것이다.처음그가‘나’에게휴대폰에담긴의자사진을보여주었을때뒤집히기도하고,다리길이가제각각이기도한의자들을보며‘나’는“앉는의자인가요?”질문한다.그의집에서“다양한크기와종류의의자가쌓여”있는방을보고‘나’가창고냐고물었을때“창고는창곤데보물창고라는”그의대답만큼‘나’와‘그’사이에‘의자’는각자의삶에서건진의미만으로존재한다.등받이가바닥의네귀퉁이를막은의자,손톱만한의자등등그가만드는의자는“시간과공을들여다듬은나무로세상에단하나뿐인”“매번다른,카피불가한의자”이지만‘나’의생각에는그저“앉지못하는의자”다.그가어느날공터에버려진안마의자를들고온다.안으로들여놓지못하고문앞에걸쳐놓은안마의자를안으로들이려는그와몰래온라인중고사이트를통해팔아버리려는‘나’.그둘에게공유하지못한의미로존중받지못한안마의자는과연집안으로들어올수있을까.

소통의부재,관계의단절

「그여자의집」에서‘어머니의집’은솔미에게는어머니의30년시간,「반출금지」에서의‘소나무’는강여사부모님들과의기억,「북극과양파」에서의‘양파’가간직한환기의엄마에대한기억,「의자」에서‘의자’에대한그의기억은공유하지못한사람들에게는‘견사’이고‘잡목’이고먹어없어지는‘음식’이고제기능못하는‘불량품’일뿐이다.이번작품집에서작가는소통의부재로공유하지못한‘가치(기억)’들이폐기되면서관계의단절에이르는모습을충격적인결말들을통해전한다.

김수영의소설이그려내는세계가이처럼단절되고소통부재의양상을보인다는점에서작금의세태에대한비유로읽는다고해도크게무리는없을듯하다.다만,그것이피상적이고공동화(空洞化)된관계를고발하거나지적하는데그치는것이아니라,그로부터독자인우리에게또다른자리를마련할것을요청하고있다는점에서,아직우리의경험이닿지못한미지의공간이자그가능성들을상상하게만든다는점에서김수영에의해핍진하게구체화된장소들에대해새삼주목하게되는것이다._「해설」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