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월한 농담 (죽음을 껴안은 사랑과 돌봄과 애도의 시간)

수월한 농담 (죽음을 껴안은 사랑과 돌봄과 애도의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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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어느 날 한국에서 걸려온 아버지의 전화. 엄마가 폐암 4기라는 소식을 전해 듣는다. 먼 미국에 있는 아들에게 비밀로 하려고 했던 엄마(옥)에게 그는 담담히 말한다. “엄마, 우리 서로 편하게 아프자.”
얼마 전까지 엄마에게 죽고 싶다고 고백하는 사람은 아들, 송강원이었다. 힘들다, 아프다를 건너뛰고 죽음을 함부로 입에 올릴 만큼 위태로운 나날이 계속되고 있었다. 삶의 우선순위를 바꿔 미국에서 한국으로, 단숨에 옥의 곁으로 오게 만든 건 5년 생존율 8.9퍼센트라는 숫자였다. 새벽 3시에야 편한 표정으로 잠든 옥의 곁에서, 병실을 비추는 온열램프의 빛에 기대어 조용히 마음을 적는다. 비로소 엄마 곁을, 당신의 돌봄을 허락해줘서 고맙다고. 그렇게 지난 3년간 꾸준히 써온 글이 『수월한 농담』(유유히 펴냄)이 되었다.
『수월한 농담』은 자신의 최선으로 평생 애써온 옥이 그토록 원하던 생의 마지막을 위해, 오롯이 자신만을 생각하고 그다운 결말을 짓도록 함께 죽음에 직면한 시간의 기록이다. 죽음을 품으며 매일 다채로워지는 옥의 빛깔을 송강원은 성실하게 기록해나간다. 언젠가 다시 돌아봐도 지금의 우리를 무한하게 유지하도록 시간을 절이는 방법이 곧 글쓰기라는 걸 잘 알고 있는 사람처럼.
“엄마, 죽는 게 쉽지 않제?” 슬픔으로만 덮치던 죽음이 어느새 장르를 바꾼다. 막막하게 드리운 슬픔을 걷어내고, 장르를 바꿔 농담을 건넨다. 엄마에게 남은 게 죽음뿐이라면 그 이야기를 해야 한다. 애써 외면하고 삶을 강요하는 게 아니라. 송강원은 자신의 슬픔보다 엄마의 생에 초점을 맞춘다.
저자

송강원

부산에서나고자랐지만미국,독일등해외를떠돌며여러번의이주를경험했다.무대를좋아해대학에서공연예술을공부했다.별난친구서아현덕에성실한방황이다큐멘터리영화「퀴어마이프렌즈」에기록되었고,2022년핫독스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에공식초청되었다.자아성장커뮤니티‘밑미’가발행하는‘밑미레터’의고민상담소에서한달에한번편지를쓰고있다.

엄마의마지막3년을글로기록했고,그시간이『수월한농담』이되었다.더는만날수없지만,쓰는일로엄마이후의시간을살아간다.다양한존재를품을수있는글을계속쓰고싶다.

Instagram@_wonletter

목차

들어가며-아이도따라하기쉬운우울증레시피

1부비로소죽음이삶이되었다
수월한농담|슬프도록서늘한|돌봄이라는봄|의상실과팔레트|마땅한욕망|죽음을맞이하는사람|비생산적인시간이남긴것|엄마를쓰다가|삶의재발명|아주깊은잠|죽고싶은마음곁에서|비로소죽음이삶이되었다|해방전선에서

2부대책없는감각이파도가되어
유일한실감|현실을사는방법|부산에가면|나를낳은사람|Haveityourway,mama|진심과최선사이|801호에서|슈퍼J의흔치않은장례식|남은삶

3부엄마곁에서삶을아끼지않는법을배웠다
고르고고른마음|우리만의사랑의방식|계집과빨간매니큐어|시간을절이는방법|어느날의편지|장면의이면|취향의역사|남자벗기|차마못한말|엄마말은틀리지않았다|기도같은믿음|몸,무게|슬픔이데려온의심앞에서|쓰는일

나오며-“그래라,그건네버전의나니까”

출판사 서평

“당신을잃는과정이이토록치열하게당신을읽고쓰는태도라는사실을배운다.”
_홍승은(작가)

“이들의투병과돌봄은예정된죽음을향한행진과에스코트에가깝다.어떤상실이상상만으로내삶을집어삼킬듯거대하다면,살아남을유일한방법은직면뿐이다.”
_곽민지(팟캐스트〈비혼세〉진행자)

“송강원은상실의빈자리에글로몸을만들고옷을지어입힌다.생활의갈피마다애도를끼워넣으며엄마의부재를감당한다.산뜻한슬픔의안쪽에살아내려는그의안간힘이포개져있다.”
_장일호(시사IN기자)

죽고싶은마음과곁에두고싶은마음사이에서
가장선명한삶이시작되었다

나의엄마옥은자신을맨뒤에두는것이익숙한사람.병실에입원해서도간호사에게매번부탁하는것조차미안해하는사람.주변에걱정을끼치는걸,누군가에게짐이되기를본능적으로싫어하는사람.자신을향한애정에대해서는고마움보다는어쩐지미안함이앞서는사람.‘너좋을대로해’에서주어를‘나’로바꾸는일이무척이나어려웠던사람.자신을닮은아들을발견할때마다씁쓸한표정으로미안하다고말하는사람.참고또참고숨기고또숨겨도내슬픔을단번에알아차리는사람.나라는존재를누구보다반가워했던사람.기뻐했던사람.사랑했던사람.
나는이런엄마가자주슬펐던아들.당신을엄마라부르는유일한사람.아프고나서야엄마를곁에둘명분이생겨서진심으로좋은사람.새벽1시에서3시사이에편한표정으로잠을자는엄마를보며‘편표잠’이라일지에기록하는사람.어렸을적디자이너였던엄마가주인공이었던의상실이라는무대를생생하게기억하고있는사람.생에엄마가존재하지않았던시간을처음맞닥뜨리고당황할수밖에없는사람.이제슬프지않으려고애쓰지않아도되는사람.
어렸을때부터엄마와닳도록닮은나였다.엄마에게우울증을고백하니,나를가졌을때올려다본푸른하늘에서캄캄한우물아래로곤두박질치던그시절이야기가돌아온다.내가죽고싶은마음과싸우면서도죽을수없는건엄마때문이었다.그리고그런내앞에서이제엄마는죽고싶다고이야기한다.죽고싶어하는엄마가내곁에서너무나선명하게살아있다.스스로를‘죽음을맞이하는사람’이라며죽음을이야기할때,엄마에게서생기(生氣)가느껴진다.
“엄마……실망이크제?이왕눈뜬거오늘내랑잘지내보자.”
죽음을기다리고기대하는엄마가아침에눈을뜰때마다,그는농담을건넨다.기다리던비행기가지연되었다고,다음비행기를기다려보자고.공항에서머무는게불편하겠지만,심심하지않게내가같이있어주겠다고.

무엇보다나의행복이가장우선이라고말하는사람,옥
평생애써온삶에서‘엄마’라는이름표마저떼어주고싶은사람,강원

언젠가복잡한얼굴로당신의아들이게이라는사실을말했을때엄마는“니가행복하기만하면,그게제일중요하다”며단순하게대답했다.그지지기반으로지금껏자신을더꺼내고나누는방식으로그는살수있었다.지난한20대를지나오며7년간촬영한다큐「퀴어마이프렌즈」를통해혼자라고굳게믿었던시절에결코혼자가아니었음을깨우쳤으므로.삶을살아가는건서로기대는것이전부였다.
자신답게살게해준엄마에게필요한건그다운삶의마무리를완성하는일이었다.엄마가자유로워질수있도록돌보는일이그에게주어진임무였다.다만그이후에닥친슬픔은상상이상이었다.분명히있었던유일한한사람이이제는없다는현실을다시살아내는일.사랑하는존재의부재를견디는일.대책없는슬픔의파도는온몸으로견뎌낼수밖에없었다.어쩌면자신에게있었던슬픔을모두끌어안고‘슬픔’그자체가되어버린엄마를오래오래그리워하는것만이자신의일일거라고송강원은꾹꾹눌러적는다.
조금씩파도가잦아들때면비로소엄마가남긴것들을알아차릴수있었다.엄마의사랑은송강원의세계를넓혀주었다.타고난감각과의상디자이너였던안목으로‘기가맥히게’발견한가방과옷등을사다주며취향을키워주었고,아들의친구들이름앞에‘우리’를붙여부르며먹이고재워준엄마덕분에지금그는친구들에게기꺼이치대고기대어살아간다.곁에있는이들에게아낌없이삶을나누면서.“니는본기많아서잘하고잘살끼다.”외쳤던옥의말그대로다.

“사랑하는존재의부재를마주하고,슬픔가운데,어느때보다살아있다고느꼈던순간은결코모순이아니었다.내게생명을주고죽음까지가르쳐준엄마곁에서나는삶을아끼지않는법을배웠다.”
_「쓰는일」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