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만드는 여자들 : 드라마 피디 인터뷰집, 컷 : 그 뒤의 이야기를 묻다

드라마 만드는 여자들 : 드라마 피디 인터뷰집, 컷 : 그 뒤의 이야기를 묻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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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컷과 컷 사이, 카메라 뒤에서 일어나는 이야기가 궁금했다
드라마를 좋아한다. 잊을 수 없는 인생 드라마가 있다. 하루의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서 혹은 요즘 대화에 끼기 위해서 드라마를 보기도 한다. 많은 이들이 극찬하는 드라마 중, 아직 보지 못한 드라마도 있다. 시간이 나면 밤을 새서라도 정주행 하고 싶은 드라마 리스트가 있다. 그래서 늘 궁금했다. 애초에 드라마 대본은 어떻게 기획되는지, 어떻게 저런 멋진 장소를 찾아냈는지, 캐릭터에 딱 맞는 배우는 어떻게 찾아냈는지, 무슨 의미로 저 장면이 들어갔는지, 무슨 의도를 담아 그 대사를 했는지 늘 궁금했다. 그러던 어느 날, 드라마 연출자들의 이름을 유심히 들여다보게 되었다. 〈마인〉 〈쌈, 마이웨이〉 〈악귀〉 〈커피프린스 1호점〉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아〉 〈악의 마음을 읽는 자들〉 〈옷소매 붉은 끝동〉··· 내가 사랑한 인생 드라마들의 엔딩 크레디트를 살펴보았다. 그리고 드라마 뒤편에서 또 다른 세계를 구축하고 있는 그녀들의 공통점을 발견했다. 이 책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아직 공개되지 않은 카메라 뒤의 이야기를 듣기 위해서 말이다. 연출자들이 늘 고민하는 현실과 드라마 사이의 틈, 이야기라는 세계, 시청률과 완성도 사이에서의 고민, 여자 스태프들이 많아진 후 생긴 현장의 변화, OTT 덕분에 달라진 드라마 제작에 관한 이야기를 듣기 위해선, 아주 긴 시간이 필요했다.

그들이 만들어낸 따뜻하고 새롭고 파격적인 서사, 드라마는 달라지고 있다

다섯 명의 피디들에게 묻고 싶은 질문이 참 많았다. 그들이 구축한 드라마라는 세계, 각자가 만들어낸 수만 가지 다른 드라마들 사이를 유영하다 보니 끝없는 질문이 생겨났다. 〈커피 프린스 1호점〉을 만든, MBC 최초의 여자 드라마 피디 이윤정 피디에게 묻고 싶었다. 백 일이 넘는 시간 동안 한 번도 쉬지 않고 매일 촬영을 나갈 수 있었던 엄청난 원동력에 대해, 또한 여자 드라마 피디를 믿어주지 않던 그 시간을 버틴 힘에 대해서. 〈악귀〉를 만든 이정림 피디에게는, 청춘과 악귀의 연결 고리를 자연스럽고도 처연하게 만들어낸 연출 기법에 대해 묻고 싶었다. 〈마인〉이라는 거대하고 쓸쓸한 세상을 만든 이나정 피디에게 묻고 싶었다. 여자의 적이 여자가 아니라, 화려한 지옥에서 같이 연대하는 여성 서사를 상상하게 된 배경에 대해서. 〈악의 마음을 읽는 자들〉이라는 성공적인 입봉작을 가진 박보람 피디에게 묻고 싶었다. 모두가 다 아는 사건들을 드라마로 만들면서 시청자들의 궁금증을 증폭시킬 장치는 어떻게 만들었는지에 대해서. 엄청난 시청률로 끝맺은 〈옷소매 붉은 끝동〉의 정지인 피디에게 묻고 싶었다. 원작이 있는 작품을 드라마로 만들 때, 원작을 손상하지 않으면서 지금 시대에 공감하는 서사로, 새로운 세계를 창작하는 방법에 대해서. 이 질문들의 답을 담기 위해 지난 1년의 시간 동안 다섯 명의 피디를 만나고, 듣고, 인터뷰를 정리했다.
백시원 피디(SBS 시사교양 피디)는 이번 인터뷰집을 위해 다섯 피디들의 모든 드라마를 꼼꼼히 보고 분석해, 그 누구보다 치열하고 밀도 있게 질문을 던졌다. 드라마 대본대로가 아니라 대본을 확장시켜 우리가 사랑한 이미지로 구현한 그들의 분투와 고민에 대해 물었고 함께 웃었다. 여자가 아니라 연출자로서, 시대의 변화에 맞춰 드라마의 변화를 온몸으로 겪은 그들의 이야기는 드라마의 어제와 오늘을 생생하게 보여주기에 충분했다.

드라마는 계속될 것이다

드라마는 지금도 어딘가에서 만들어지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드라마를 만드는 현장은 달라지고 있다. 여자 스태프가 드물던 시기를 지나, 무제한 노동 시간으로 드라마를 만들던 시기를 지나, 이제는 52시간 근무제를 철저하게 지키는 현장으로 바뀌고 있다. 빌런도 주인공도 여자 배우의 역할이 많아지는 중이다. 남녀의 사랑 이야기가 핵심이 아니어도 재미있는 서사는 예전보다 더 많아지고 있다. 드라마를 찍으면서 그와 동시에 대본을 쓰던 시기가 있었다면, 이제 대부분의 드라마는 더 안정적인 사전 제작 방식으로 진화 중이다. 공중파 방송 시스템을 벗어나 OTT라는 플랫폼으로, 한국 시청자들뿐 아니라 다양한 나라의 시청자들에게 밤낮 없이 한국의 드라마는 송출되는 중이다. 지금 이 시간에도 어딘가에서 드라마는 만들어지고 있고, 대본은 쓰여지고 있다. 그리고 아직 우리가 보지 못한 새 드라마를 위해서 피디들은 오늘도 고민 중이다. 드라마 뒤에서 기뻐하고 슬퍼하는 피디들의 깊은 이야기를 읽다 보면 그들의 열정이 어떻게 화면 속에 살아 숨 쉬는 이야기로 탄생하게 되는지 알 수 있을 것이다.
피디들은 오늘도 관습과 싸우며 앞으로 나아간다. 더 나은 제작 환경을 위해서, 더 나은 서사를 위해서, 더 재미있는 연출을 위해서, 더 새로운 드라마를 위해서!

“이 책을 자신 있게 누군가에게 선보일 수 있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이 각박한 드라마 판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작품을 만들었다는 것, 그리고 시간이 지나고 다시 봐도 시간이 아깝지 않은 좋은 드라마를 만들어냈다는 건, 절대 아무나 할 수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그 공력을 가진 드라마 피디들의 업력이 이 책에 주먹밥처럼 똘똘 뭉쳐져 있다.

그래서 나는 믿는다. 하루에도 수십, 수백 권 쏟아져 나오는 출판계에서 이 책은 그래도 누군가의 손에 가 닿을 것이라는 걸. 출판 홍수 속에서 살아남아 일말의 영감을 원하는 이에게 약간의 창의적인 임펙트, 용기와 희망을 줄 수 있다는 걸.
그 희망으로 이 책을 완성하고, 세상에 내보인다. 부디 독자들이 5명의 드라마 피디들이 쏟아낸 말의 향연 속에서 즐겁게 유영했기를 기원한다. 그리고 이 책에 참여하신 드라마 피디님들의 행보를 꼭 지켜봐주시길. 절대 여기에서 멈출 그녀들이 아니기에.” 〈'에필로그' 중에서〉

저자

이정림외공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