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은 슬며시 (살짝 망하고 조금 귀엽게)

같이 살던 주인이 아픈 바람에, 그 집에 불이 나는 바람에, 갈 곳을 잃은 까만 강아지 단이가 어느 날 시미씨네 집에 왔다. 우연히 찾아온 까만 강아지 덕분에, 시미씨네 가족 구성원은 둘에서 셋으로, 그렇게 함께 밥을 먹는 식구가 되었다. 강아지를 늘 귀엽다고 생각했지만, 직접 키워보지 않았던 시미씨는 그렇게, 슬며시 단이의 보호자가 되었다.
스스로를 보살피기도 벅차다고 생각하며 살아온 날들이었지만 단이를 만나고 많은 것들이 변했다. 오히려 돌봄을 받는 쪽은 단이가 아니라, 시미씨인 날들도 있었다. 반려견 단이가 주는 조건 없는 행복과 충족감은 그렇게 시미씨의 일상을 슬며시 가득 채웠다. 이제 그 이전의 시간을 상상할 수 없을 만큼···.
둘만의 하루에서, 이제 단이와 함께하는 세 식구는 별거없는 포근하고 소소한 행복을 매일 느낀다. 귀여워서 좋지만, 그만큼 신경써야 할 것도 많은 반려견과 함께 살아가는 일상, 단이를 위해 배우고 알아가야 하는 것들도 많다. 처음 하는 단이와의 산책, 반려견과 함께할 수 있는 식당이나 펜션 찾기, 다른 강아지들을 만났을 때의 에티켓, 반려견의 나이를 짐작하고 주기적으로 병원에 가는 일까지···. 이제 '단이' 없는 일상을 상상할 수 없는 시미씨의 담백하지만 따뜻한 하루가 꾸밈없는 그림 일기로 채워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