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픈 마음 있는 사람 (정기현 소설)

슬픈 마음 있는 사람 (정기현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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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걷기 전까지는, 어떤 이야기도 시작되지 않는다
2025년 이상문학상 우수상 수상 작가 정기현의 첫 소설집 『슬픈 마음 있는 사람』 출간
정기현의 소설은 너무 익숙한 나머지 권태로워진 길을 새로운 마음으로 탐색하도록 만든다. 걷는다는 건, 오래 누워 있던 마음을 일으켜 세워 다시 움직이고 살아나도록 만드는 일. 그러니까 정기현의 소설은 무기력에 휩싸여 멈춰버린 하루를 다시 시작할 수 있게 해준다.

이제 막 자신의 이야기를 펼치는 신인 작가의 첫 소설집을 읽는 일은 친구를 사귀는 일과 닮아 있다. 떨리는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까닭은 그 순간이 그저 좋기 때문에. 그를 좀더 알고 싶고, 좀더 다가가고 싶기 때문에. 그러니까 친밀해지고 싶은 마음 말이다. 『슬픈 마음 있는 사람』을 읽고 나면, 어느새 정기현이라는 작가와 슬며시 친구가 되어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지도 모른다. 그 이후에도 한결같이 다정하게 그의 다음 이야기를 기다리게 될 만큼.
저자

정기현

2023년문학웹진『림LIM』에「농부의피」를발표하며작품활동을시작했다.2025년「슬픈마음있는사람」으로이상문학상우수상을수상했다.

목차

빅풋7
발밑의일39
슬픈마음있는사람75
검은강에둥실111
마음대로우는벽세계145
농부의피177
공부를하자그리고시험을보자215
바람부는날259
해설|정지혜(영화평론가)
음음음음음음,나는그냥따라가보기로했어307
추천의글|임선우(소설가)
『슬픈마음있는사람』성분표329
작가의말332

출판사 서평

걷기전까지는,어떤이야기도시작되지않는다
정기현첫소설집『슬픈마음있는사람』출간

읽고나면,무언가하고싶게만드는이야기가있다.어떤이야기는멀어진친구에게연락해그동안말하지못한감정을털어놓고싶게한다.또어떤이야기는허기를자극하며당장냉장고를열고이야기속음식처럼뭔가를만들고싶게한다.그렇게이야기는우리가한없이미뤄온고백과용서,또수용과수긍으로나아가도록이끈다.그렇다면정기현의소설은무엇을하고싶게만드는이야기일까?단연,걷고싶게만드는이야기.
그의소설은운동화끈을조여묶고물병을배낭에챙겨바깥으로향하도록이끈다.너무익숙한나머지권태로워진길을새로운마음으로탐색하도록만든다.그건그의소설속인물들이자주걷고있기때문만은아니다.걷는다는건,오래누워있던마음을일으켜세워다시움직이고살아나도록만드는일.그러니까정기현의소설은무기력에휩싸여멈춰버린하루를다시시작할수있게해준다.
2023년가을단편소설「농부의피」로데뷔한정기현의첫소설집『슬픈마음있는사람』은그렇게산뜻한두발의움직임으로가득하다.2024년가을문학과지성사가주관하는‘이계절의소설’에선정되고,2025년이상문학상우수상을수상한단편소설「슬픈마음있는사람」을이미읽어본독자라면,이러한설명을단숨에이해하리라.걷는동안마음속에서일어나는감정의물결,그리고길에서마주치는우연한흔적들이특유의리드미컬한문장에실려있다.그흐름에몸을맡긴채따라가다보면,우리도두다리를뻗어성큼성큼걸어보고싶어지는것이다.

누워있던마음을슬쩍일으켜세우는
웃긴데왠지슬픈여덟편의이야기

“나는점점희미해지고발에서만자세하다.”
큰발이주는묘한슬픔「빅풋」
기은은중학교때친구새미의실종소식을듣는다.키는작지만발만큼은290밀리미터로무척큰새미.기은은새미네신발장안에서거대한신발을본뒤로자꾸만새미가떠오른다.새미가남긴일기를읽으며두발의흔적을더듬어보는시간.큰발자국은어딘가에남아있지않을까?그걸따라가면새미가나타나지않을까?

“드디어내게도특별한일이생겼구나싶어서요.호들갑떨면모든게날아갈것같은기분이들잖아요.”
고요가깨지는순간「발밑의일」
소인(小人)새미는임준섭의집에몰래숨어든다.이집의고요가마음에든다.인간에게들켜서는안되지만,그에게는정체를드러내도괜찮을것같다고생각하는새미.저기,하고그를부르고,손으로자신의몸을살짝쥐어보게허락하는데.어째서인지그는차분하기만하다.마치이고요가깨져기쁜사람처럼.


“그러자마음에슬픔이깃들었다.”
누군가에게이야기를들려주고싶은마음「슬픈마음있는사람」
동네에서발견되는‘김병철들어라’낙서들,여기엔무슨사연이담겨있는걸까?기은은산책을하다가어떤날엔한국오카리나박물관을발견하고,또어떤날은동네노인들로부터김병철에대한이야기를듣는다.그때마다기은은준영에게이모든걸들려주고싶은마음이되는데.그건어쩐지슬픈마음.

“작은멧돼지도이어새미를등에태웠다.둥실둥실구름에실려가는기분이었다.”
여름방학에꾸었던꿈「검은강에둥실」
여름방학을맞아할머니집에간새미.하지만할머니는나름의루틴으로바쁘고,새미는무료하기만하다.그러던어느날새미는할아버지무덤가에서말하는멧돼지들을발견한다.그멧돼지등에타고무덤아래로내려가는길.예쁜옷을입고곱게화장한할머니와키스하는외국인뱃사공카론.훗날새미는이여름을어떻게기억할까.

“파쿠르가파쿠르울때파쿠르를하면원하는세계에떨어질수있어요.”
뻐꾸기와파쿠르의상상력「마음대로우는벽세계」
고장난뻐꾸기시계를챙겨공원에간기은.파쿠르를하던아이들무리가그에게다가와말한다.“오,시발.맞잖아.파쿠르잖아.”아이들은시계가파쿠르,하고울때파쿠르를하면좋은곳에갈수있다며시계를빌려달라고조른다.문득아빠의큰슬픔을떠올리는기은.그렇다면어디한번해볼까?

“맛있는흙……”
운명은발견되기를기다린다「농부의피」
골목길을걷다가비옥한땅을발견한승주.그순간그는운명을깨닫는다,자신에게농부의피가흐른다는사실을.흙위로떨어지는눈물을보면서도,물이스며드는정도가참적당하다며흡족해할만큼‘천생농부’인승주.평범한직장인이었던그에게놀라운일들이찾아오는데……

“음음……어디로부터내려온멜로디일까이것은?”
이변화가마음에들어「공부를하자그리고시험을보자」
교복재킷주머니,치마주머니,배낭앞주머니,학교와독서실과방책상에총여섯개의스톱워치를넣어두고는매일공부시간을엄격히셈하는승주.외고를목표로하던그에게노는아이들‘버들치’무리가접근해온다.그들과보내는시간이늘어날때마다,잠을줄여공부시간을유지하자고다짐하는승주.어느덧찾아온외고입학시험의날!

“저렇게걷는것을‘산책’이라고하는거야.다시집으로돌아올때까지동네이곳저곳을살피며시간을보내는거란다.”
하늘길에서만난친구들을그리워하며「바람부는날」
재건축으로펜스가쳐진아파트단지.승주는그주변을빙둘러출근하는대신,그한가운데로걸어보기로한다.단축된출근시간!거센바람이부는단지길을통과해사무실에도착한승주의어깨에는까마귀한마리가앉아졸고있다.또어느날엔소소한불운이,또헛된희망이……다채로운일들이펼쳐지는승주의출근길.

“귀여운것같아요.뭔가엉뚱한것같기도하고.”
첫소설집을읽는일은친구를사귀는일과닮아있다

여덟편의소설에는각기다른기은과새미,승주가등장한다.같은이름을가진인물이서로다른이야기마다등장하는까닭에,한편한편독특한세계를펼쳐보이던소설들은슬그머니연결된다.실종된큰발의새미가소인이되어임준섭의집에숨어드는가하면,‘김병철들어라’낙서를찾으며산책하던기은이파쿠르무리에둘러싸여파쿠르를해보자고결심하기도한다.초콜릿빛의흙을맛보던승주는어쩌면스톱워치를여섯개씩갖추고서공부하던십대시절을보냈는지도모르는일이다.그렇게한편씩읽어나가다보면어느새여덟편전체에빠져들고마는것이다.
「빅풋」속새미에게향하던“귀여운것같아요.뭔가엉뚱한것같기도하고”라는말은,정기현의소설세계앞에옮겨두어도좋을만큼자연스럽다.귀엽고엉뚱하다는칭찬은어느순간자신도모르게푹빠져버렸다는고백.태연한표정으로어딘가이상하지만틀림없이재미있는이야기를조곤조곤전하는소설가에게그고백을건네지않을도리가없다.
이제막자신의이야기를펼치는신인작가의첫소설집을읽는일은친구를사귀는일과닮아있는것같다.떨리는목소리에귀를기울이는까닭은그순간이그저좋기때문에.그를좀더알고싶고,좀더다가가고싶기때문에.그러니까친밀해지고싶은마음말이다.『슬픈마음있는사람』을읽고나면,어느새정기현이라는작가와슬며시친구가되어있는자신을발견하게될지도모른다.그이후에도한결같이다정하게그의다음이야기를기다리게될만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