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장 난 세계의 나날 - 일하는 사람 16

고장 난 세계의 나날 - 일하는 사람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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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광활한 생산라인이 24시간 가동될 수 있도록 ‘보수와 유지’를 짊어져야 하는 운명!
‘기계×인간’이 빚어내는 ‘고장 난 세계’에서 어떻게든 해법을 찾아가는 엔지니어의 분투기
일의 영역에서 삶을 성찰하는 문학수첩의 에세이 시리즈 ‘일하는 사람’의 열여섯 번째 책은 반도체 분야에서 기계 설비를 관리하는 엔지니어의 특별하면서도 공감이 느껴지는 애환을 담았다. 반도체 산업의 종사자들은 여느 분야의 직장인들과 달리 특수한 환경에서 일하고 있다. 산업의 특성상 국가적 기밀이 많아 출퇴근은 물론, 근무할 때도 준수해야 할 업무 수칙이 가득하고 1년 365일 하루도 생산라인이 중단되지 않는다. 가동을 멈추게 되면 다시 설비가 작동하기 위해 들여야 하는 시간과 경비가 평범한 예상을 뛰어넘는다. 때문에 반도체 업계는 3교대, 4교대 등 업무 시간을 나누어 24시간 동안 근무할 수밖에 없다.
저자는 반도체 분야에서도, 설비 엔지니어로 16년 넘게 일하고 있다. 생산에 차질을 주거나 악영향을 끼칠 만한 기계적 결함을 방지ㆍ해결하는 업무를 맡아왔다. 하지만 365일 동안 단 1초도 쉬지 않고 작동하는 기계가 일으키는 돌발상황은 경우의 수를 따질 수 없을 만큼 다양하고 다채롭다. 저자는 자신이 처한 이와 같은 여건을 “대한민국 직장인들의 일상을 축소해 놓은 것 같다”고 표현한다. “몸이 아프거나 사는 게 너무 팍팍하다고 마음이 건조해져도 그 원인을 깊게 생각할 여유는 없다. 약을 사먹고, 그저 조금이나마 여유를 부릴 수 있는 주말을 기다리며 버틸 뿐이다. (…) 아마 우리의 몸과 마음을 유지하고 보수해 주는 설비 엔지니어 같은 역할을 하는 세포가 존재하는 것이 아닐까?”(102쪽) 하는 익살을 부리며 불가능할 것 같지만, 용케 하루하루 주어진 업무를 이겨낸다.
공대 출신이지만, 기계보다 사람에 관심이 많아 취준생 시절 한때 금융권에도 기웃거렸던 저자는 반도체 분야의 설비 엔지니어를 천직으로 여기며 말 안 듣는 기계에게 인간적인 하소연을 쏟아내 보기도 하고, 오래된 기계에게 위로와 응원을 건네고, 새로운 기계에게 자리를 내주고 사라져 버린 옛 기계를 헤어진 동료처럼 그리워하며 긍정적이고 따뜻한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본다.
저자

세미오

저자:세미오
‘기계×인간’이빚어내는별의별돌발상황을15년넘게매일매일겪고있는반도체설비엔지니어.낙천적성격을타고났는지크고작은문제에직면할때마다이성적대안을마련하는일못지않게,이상황에어울리면서도긴장을잠시해소할만한농담에는무엇이있을지남몰래머릿속으로떠올린다.묵묵하게본업에충실해보이는직장인같지만,말안듣는기계에게인간적인하소연도쏟아내고,오래된기계에게위로와응원도건네고,새로운기계로대체되어사라져버린옛기계를그리워할줄도아는감성절절한엔지니어다.‘갈등복구및관계유지’를숙명처럼받아들이고,기계뿐아니라자신과가족·동료·지인사이의관계그리고자신의내적·외적갈등을긍정적이고따스한시선으로바라보며살아가고있다.

목차

1장.좀특이한일을자주겪고있습니다
새벽녘의출근길…9
15년차반도체종사자의패션센스…15
능력치제로의신입상사가텃세를대하는방법…22
여전히적응중인특수직종사자…31
미션임파서블:모두가행복한근무일정을작성하라!…40
고래싸움에새우등짝이되어버린사람들…49
자동화의물결,파도타기를할시간…58

2장.기계에게도,사람에게도‘인간적인접근’이필요해
‘천직’찾기…65
게이트너머게이트너머게이트의세계…73
두근두근첫라인탐험기…80
‘짬바(짬에서오는바이브)’는위대해…87
FAB에서매일매일성장하는시시포스…97
엔지니어들의식사시간…106
고장난설비와엔지니어를이어준‘믿음’…113
‘인적사고’의후유증극복에는수십번의출퇴근이필요해…123
누수사고가일깨워준‘내추럴한’매력…130
새벽3시,기계의안위를묻다…135

3장.관계를보수하고유지합니다
유지도,보수도어려웠던세번째만남…145
동료인듯동료아닌동료같은‘그들…’155
우리도커피한잔마시면일더잘할수있는데…!163
새벽녘,삼겹살의참맛이깨어나는시간…170
꿈꾸는대로살고싶은사람의선택…177
‘라떼’활용법…186
남몰래걸어보는주문…194
교대근무하는게죄는아니잖아…201
어떻게든보수하고유지합니다…209

출판사 서평

눈만뜨면‘시시포스의형벌’처럼반복되는육체적,정신적압박감을이겨낸유쾌한마인드
매일매일벌어지는돌발상황을끊임없이대처하다깨닫게된긍정의효능

편식없이무엇이든잘먹고,어디에머리를기대도불편없이숙면할수있는저자는성격또한둥글둥글하고크고작은문제에직면하는상황에서도잠시나마걱정과긴장을풀수있는농담을건넬정도로낙천적이다.하지만이런‘초긍정형’의저자에게도온갖스트레스와압박을이겨내야하는‘반도체설비엔지니어’의하루하루는긴장과부담으로가득한다.

오늘은과연어떤사건과사고가일어날지막연하게불안해하며“알람소리를들으며눈을뜨면서나도모르게한숨부터내”쉬고,새벽두세시에회사에서걸려온급박한전화를받고다급하게달려나가기도하다.경제불황,무역등경제뉴스와관련해서심심찮게보도될만큼국가의중책을맡고있는분야에서일하고있다는사명감만으로버티기에는한계가따른다.

고장의원인을분석하고문제없이작동할수있는방법을마련할시간은존재하지않는다.매번“당장은수단과방법을가리지않고설비가제대로작동하게해야”하는상황에직면한다.목표생산량을맞추는데민감한관련부서와의갈등은피할수없고,또한경력이아닌학력으로신입사원의직급이달라지는사규때문에입사하자마자형성된동료선후배들과의묘한위화감도이겨내야했다.무엇보다끊임없이반복되는‘보수및유지’의업무를이어나가다보면매너리즘에쉽게빠져들어활기와의욕을잃게되기도한다.정신없이일하고퇴근했다가다음날다시출근하면어제와똑같은상황에놓이게되는운명에서저자는매일바위를높은산위로올려야하는형벌을받은시시포스를떠올린다.

그럼에도저자는긍정적인시선을잃지않는다.시시포스는바위만밀어올리지않았을거라고,하루하루똑같은일을반복하더라도어제보지못한아기자기한존재들-산길옆에난작은꽃,멀리서울리는새소리,이마의땀을닦아주는바람결등-을발견했을것이라고위무한다.이순간‘반도체설비엔지니어’는단순한직업을넘어자기자신과세상을성찰하게하는구도(求道)의영역으로확장된다.

일상속의부조리와모순을불만이나연민이란감정으로연소시키지않고성장과긍정의바탕으로삼는저자의이야기속에는독자에게마치‘우리에게주어진이삶을조금이라도행복하게살아가봅시다’하는말을건네듯생기와활기가가득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