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손을놓을때까지계속했던질문
떠난지10년,굳건히지켜진약속
이번추모시집은김종철시인이남긴자리를바라보는일을넘어,그자리에피어나는개성가득한언어들을응시하는데이른다.10주기를추모하는뜻의시집이기는하지만의미의제약을두지않은채,참여시인들에게제목만건네고자유롭게시를쓰도록했기에각시인의독자적사유가담긴작품이많다.
과거를과거로만봉인한기념관들이즐비했고
참사에무감각해진사람들이웃으며관람을하고있었다
(…)
전쟁에참전한시인이
녹슨무기를부여잡고울고있었다
-하린,〈베트남의칠행시〉부분
이를테면하린시인은베트남전쟁에참여해“나는베트남에가서인간의신음소리를더똑똑히들었다”고말한김종철시인의육성을인용하며,전쟁의참사를기록한전쟁기념관이한갓관광지로전락한모습,나아가과거의참혹함을웃음으로방관하는모순적인세태를묘사해냈다.
이렇듯김종철시인이남긴그림에담긴전반적인사상을새롭게그려낸시인이있는가하면부분만을가져와그것에새롭게언어를부조해낸시인도있다.박소란시인은‘여름’이라는키워드를가져와사물화하여독특한발상으로시상을전개한다.
너무달고너무시고
너무뜨거워혀를깨물지도않았는데
이계절은
문구점뒤편에서파는불량식품같기도
-박소란,〈여름데상〉부분
“여름을깨뜨리지않았다/한덩이여름을입안에두고천천히녹여먹었다”라는문장을통해여름을단단한막대사탕으로전이하며,박소란시인은김종철시인과는전혀다른여름을보여주어그간극속에서김종철시인에대한새로운해석의지평을열어낸다.
해설을쓴이숭원문학평론가는이번시집을통해“그가세운시의못질소리크게울리니이세상에더이상미련은없으리라”고이야기했다.시인은각자현재의국면에서,자신의시각으로현실을보고그것을언어로표현하는사람이다.즉,끊임없이시를통해세상에질문하는이다.물론김종철시인역시그러한자세로시를썼다.그렇게시인이최선을다해언어로표현한정신과태도는후대에영향을미쳐그가떠난지10년이지난지금,비로소수많은대답으로돌아온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