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철시인의작품세계발간에즈음하여
김종철시인이우리곁을떠난지이제6년이되었다.그럼에도그가여전히우리곁에있다는느낌을,우리와함께호흡하고있다는느낌을떨칠수없다.이는우리곁에그의시가있기때문이다.김종철시인은우리네평범한사람들이삶을살아가는동안마주해야하는아픔과슬픔을,기쁨과즐거움을,부끄러움과깨달음을특유의따뜻하고살아있는시어로노래함으로써시의본질을구현한시인으로,우리곁을떠났지만그는시를통해여전히우리곁에머물러있는것이다.
하지만그가우리곁을떠났다는엄연한사실을어찌끝까지외면할수있으랴.이를외면할수없기에그와가깝게지내던몇몇사람이모여‘김종철시인기념사업회’를결성했고,시인의살아생전창작활동과관련하여나름의정리작업을시도하자는데뜻을모은것이오래전이다.네해전에가족의도움을받아이숭원교수가주관하여출간한『김종철시전집』(문학수첩,2016)은그와같은작업의결실가운데하나다.김종철시인기념사업회는여기서그치지않고시인의작품세계에대한이제까지의논의를정리하는작업과함께새로운논의를촉진하기위한시도를병행하기로뜻을모았다.그러한작업의일환으로우선이제까지이어져온김종철시인의작품세계에대한논의를정리하여매년한권씩소책자형태로발간하기로했다.그리고그런작업의첫결실로앞세우고자하는것이김종철시인과둘도없는친구사이였던김재홍교수의김종철시인작품론모음집인『못의사제,김종철시인』이다.
김종철시인의작품세계발간작업은매년시인의기일에맞춰한권씩발간하는형태로진행될것이다.가능하면발간사업의첫작품인김재홍교수의평론집과같이논자별로논의를모으는형태로이루어질것이며,필요에따라여러논객의글을하나로묶는형태로도진행될것이다.아울러,새로운비평적안목을통해새롭게시인의작품을읽고평하는작업을장려하는일에도최선을다할것이며,이같은일이결실을맺을때마다이번에시작하는시리즈발간작업을통해선보이고자한다.
많은분들의애정어린관심과질책과지도를온마음으로기대한다.
2020년5월말그하루무덥던날에김종철기념사업회의이름으로장경렬씀
책속에서
김종철은스물한살이라는약관의나이에시단에등장하여단연화제를몰고왔다.잘알려져있듯이,그의등단작품인「재봉裁縫」(한국일보,1968.1.1)은탐미적으로보이기까지하는어떤상상적풍경을그려낸바있다.데뷔작이시인의앞날을예고했던경우는우리시단에제법많은데,김종철의경우도그러한사례에맞춤하게해당한다.그만큼이작품이보여준어떤속성이,김종철시학의추후전개과정을강렬하게암시하고있다할것이다.
---p.22「‘재봉’의성스러움과‘둔주곡’의비극성」중에서
그는모든것이사라져가는과정을존재자의실존적조건으로수납하면서,삶과사물에대한근원적비극성을하나하나깨달아간다.그리고그것을자신의삶과등가적원리로결합하려는은유적속성을구현해간다.사물의고유성을흐려가는시간의흐름에맞서그의상상력은그러한비극성을주체의자기표현에힘껏원용해간다.또한그것은사물과주체의긴밀한조응과정을보여주는‘시적인것’의원리가되어주기도하는데,주체의시선으로사물의근원적비극성을발견하고그응시의힘으로삶을성찰하고그리로귀환하는이러한원리는김종철시의움직일수없는선순환기율이라고할수있을것이다.
---pp.45~46「삶의근원적우수憂愁와실존적상상력」중에서
김종철의시는이성으로는파악하기어려운실존적차원에대해노래할때익숙한것들에게서새로운발견의감각을생성해내는독자적인힘을가지고있다.시인은이러한발견의감각을통해사물의창의적의미와본질을재구성해가는데최선의공력을다하되,삶이건네주는경험적구체를통해아스라한지경을일구어간다.
---p.77「‘못의시인’김종철의탄생」중에서
가장절실한원초적의지를내면화하면서김종철시인은생명이약동하는모습안에서비극적형상을넘어서는긍정의순간을포착하고표현하였다.우리가이것을‘시적순간’이라고명명할수있다면,서정시의커다란역할가운데하나가바로이러한명명의순간을되살리는것이라해도결코틀리지않으리라.따라서우리는가장선명한기억속에서긍정의마음을체험하면서인간이인위적으로정해놓은경계나표지를지웠을때의자유로움을한껏그려가게된다.그리고이러한순간적경험의광휘를김종철시편에서폭넓게발견하게된다.그모든것을가능하게한것이‘못’의확장과심화과정이었다고할수있을것이다.
---p.119「‘못’의확장과심화과정」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