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명발견록 (우리 땅 이름의 숨겨진 이야기)

지명발견록 (우리 땅 이름의 숨겨진 이야기)

$16.33
Description
미르벌, 달천, 끝말, 다순구미…

딱딱한 한자어로 굳어지기 전,
우리 땅을 가리켰던 아름다운 이름들을 발견하다

고유어 지명을 찾아 나서는 흥미로운 인문학 탐방기
1986년부터 작품 활동을 시작해 온 시인이자, 30여 년 동안 우리나라 곳곳을 돌아다니며 지명을 답사해 온 인문학자 이경교의 인문학 견문록, 《지명발견록》이 문학수첩에서 출간되었다. 이 책은 백령도와 대청도부터 시작해 담양과 밀양, 태백과 제주 등 저자가 전국을 돌아다니며 조사한 우리 땅 이름의 유래와 속뜻을 인문학과 역사학의 관점으로 풀어내고 있다. 지명의 뒤꼍을 추적해 나가는 꼼꼼한 과정과 그 속에서 경탄의 순간을 포착해 낸 풍부한 사진 자료를 통해, 우리 땅의 본모습을 보다 가깝게 마주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 땅 이름에 관한 저자의 관심은 현재 사용하는 지명의 정확한 의미를 말할 수 있는 사람이 드물다는 현실에 대한 발버둥이다. 사실 문산, 창녕, 익산 등 흔히 쓰는 한자어 지명은 일상에서 쉽게 쓰거나 읽으면서도 그 뜻이 무엇인지 와닿지 않는다. 더군다나 본래 고유어였던 땅 이름이 한자어로 바뀌면서 왜곡이 빈번하게 일어났고, 오늘날 사용되는 지명은 지역의 의미를 담고 있지 못할 때가 많다.

저자는 아름다운 자연과 찬란했던 역사의 현장으로 뚜벅뚜벅 걸어 들어가 우리 땅의 의미를 직접 만져본다. 그리고 땅이 원래 지녔던 의미가 숨겨지기까지의 과정을 찬찬히 타진하면서, 오롯이 그 땅을 밟고 있어야만 감각되는 지명의 본명을 나직하게 호명한다. 이 책은 햇살 좋은 날, 지명과 장소 그리고 사람의 뒤란을 발견하러 나가는 흥미로운 여정이다.
저자

이경교

저자:이경교
충남서산에서태어나동국대학교및동대학원을졸업했으며,중국의CCIT대학교에서교환교수를역임했다.《모래의시》등의시집을낸시인이자《예술,철학,문학》,《지명발견록》등을쓴인문학자다.실크로드와양쯔강을탐사했고,30여년동안우리나라곳곳을돌아다니며지명을답사했다.현재명지전문대학명예교수이다.

목차


아,저기가장산곶!_백령도,대청도
백령도의이두지명,사을외도는‘샅밖섬’이다…15

삼국유사를찾아가는길_군위,영천
삼국유사를집필한인각사,이두지명풀이가이책에서시작된다…22

유토피아는어디에있는가_전북부안우반곡
변산의우리말이름은‘고깔산’이다…30

16세기문화1번지_담양
담양은정자를중심으로문학을꽃피운고을이다…38

비밀스러운빛이라고?_밀양
신채호는밀양을‘미르벌’,곧물이질펀한들녘으로풀었다…46

절개와지조의땅_선산,구미,왜관
영남인재의절반은일선에서나온다…53

고원의정신,첫번째_진안
신채호는진안의옛지명월량을‘달천’으로풀었다…61

고원의정신,두번째_무주,장수
무주구천동은‘무수한가리’란뜻이다…68

경상좌우도의표본_상주,예천
예천은단슬라,곧‘언덕과냇물의고을’이란뜻이다…75

누정과은둔의고을_봉화
봉화의이두지명,고사마는‘끝말’이란뜻이분명하다…82

가야의옛땅_성주,고령
김종직종택마을,개실은곧‘낀골’이다…89

신앙의땅그리고병신춤_영광
영광의이두지명,무호이의뜻을밝히는게급선무다…97

영남사림의큰자리_함양
좌안동우함양,개평마을은‘낀들’이다…102

높은산의정신_산청
산청군생비량면의뜻은‘산비알’혹은‘산비랑’이다…108

인재와선비의광_영주,순흥,풍기
서원의역사처럼인삼의역사도풍기에서시작되었다…116

숨겨진비밀,숨은정신_익산
익산의옛이름감물아에서‘단물’이란지명을추측하다…122

신비한이국_제주도
양주동은탐라를둠내,곧‘큰오름뫼’의뜻으로읽었다…130

대장경을품은고을_창녕,합천
창녕의옛이름비사벌은‘빗벌’,곧비스듬한들녘이다…138

망향의땅,기호학파의자리_파주,문산
문산의이두지명,술이홀은‘수리재’이다…147

해돋이나룻목과큰고을_포항,영덕
양주동은근오지현을‘돗들’,곧해맞이고을로풀었다…155

저항과화합_강경,논산
춘향전에나오는미내다리는‘물결내’란뜻의이두식한자어다…163

문필의고장_장성
장성의이두지명,고시이는‘곶재’또는‘벼랑재’의뜻이다…171

월출산의정기_영암,강진
월출산의옛이름월나악을양주동은‘달나뫼’로읽었다…178

지리산과섬진강을따라_구례,하동,남해
섬진강의우리말이름은‘모래여울’이다…186

미래의자원_거제도
서이말은‘쥐부리끝’이요,사이말은‘뱀부리끝’이다…194

산맥이바다와만나는곳_순천,보성
한국에서가장아름다운옛집과사찰이있는곳…201

보루의운명을짊어진섬_강화도
강화의이두지명,갑비고차는‘갑곶’,곧깊은협곡을낀곶이다…208

예인의원향_목포
등산진은‘올뫼나루’,목포진은‘나무나루’란뜻이다…215

한반도의무릉도원_영월,제천
청풍의이두식옛이름,사열이는‘서늘이’의뜻이다…221

북방으로_철원,연천,포천,양주
철원의이두지명인모을동비는‘털동글’,곧철동글이다…226

고산윤선도의자취_해남,보길도
해남의옛이름,새금은‘사이구미’라는뜻이다…234

문명의전진기지_서산
불너머의한자어,각후동은‘벌너머’마을이란뜻이왜곡된것이다…240

판소리의고장_고창
모량부리라는이두는‘털라벌’이므로소벌,즉높고넓은땅으로본다…247

영남알프스의정신_언양과양산
살티고개의살티는후미진곳을뜻하는‘샅티’였을것이다…255

높이순례_정선,태백
함백산만항재의우리말이름은‘늦은목이’이다…263

예술가들의땅_통영
통영의이두지명,고자미동국은‘물가의곶’이란뜻이다…271

소설가들의길지_장흥
장흥은당나라망명객,위씨들이정착한땅이다…278

신라의정신,돌의정신_경주
서라벌,사라,사로는모두‘새밝’,곧동녘이밝다는뜻이다…285

임제를만나다_나주
나주는백제의발라군,양주동은발라를‘밝거리’로푼다…292

지조높은선비촌_영양
영양의고은이란옛지명은‘숨은골’이란뜻이다…298

겨울편지_흑산도
주민들은흑산도사리를‘모래미’란예쁜우리말지명으로부른다…303

서울의예술촌_성북동
심우장은소찾는집,수화는나무와의대화…312

수탈의땅,저항정신_군산
군산의우리말이름은무리를이룬산이란뜻의‘무르뫼’다…319

퇴계에게배운다_안동
농암이현보의호는분강가에있는‘귀먹바위’에서나왔다…324

〈관동별곡〉을따라서_담양,고성,속초,양양,
강릉,동해,삼척,울진
신라때삼척이되었으나,본디우리말이름은‘세치’다…332

묘지순례_고양,용인,양평,남양주
목은은소치는사람,도은은질그릇굽는사람,포은은나물밭가꾸는사람…339

속리산문화권_괴산,보은
양주동은괴산의옛이름잉근내는‘벌내’,곧들판의냇물로풀었다…345

성리학의성지_서천,보령
백제의비중현,신라때는비인.비인은우리말‘텅빈’을음차한것이다…350

산의지형학_우이동,수유동,방학동
수유동은‘무넘이’,우이동은‘소귀내’다…357

충절의고장_홍성,예산
예산의백제때이름오산현은오산,즉‘오서산’에서연유한다…363

삼가,불함_백두산
최남선은백두산의옛이름불함산을‘밝은산’이란뜻으로풀었다…369

울음터를찾아서_간도
박지원은요동벌판의인상을울음터라고불렀다…374

발해땅을밟다_연해주
수이푼강은발해의솔빈강에서이름이유래했다…379

참고문헌…385

출판사 서평

‘한평의땅위로얼마나많은사람이지나갔을까?’
우리땅을스쳤던사람과문화를더듬어나가며
지명속에감춰진신비로운이야기를풀어놓다

타인과나의관계는이름을부르는데서시작된다.그래서그사람의이름을알아보는일은우리의사이를조심스레톺아보는일과다르지않다.저자가지명을조사하고고유어였던이름을발견해내는과정역시마찬가지다.저자에게있어지명은문헌속에존재하는낱낱의활자라기보다몸을비틀고때로는뒹구는,숨쉬고움직이는대상과같다.땅은결국사람의장소이기에땅의이름은사람의삶을반영하기때문이다.이를테면영남알프스의‘살티’라는지명이‘살만한터’라는의미일때,그곳을비옥한땅이라고짐작하기쉽지만사실은‘숨어살기좋은곳’인것처럼말이다.이렇듯지명을알아내는활동은우리땅과그곳을스쳤던이들의생활과변천을더듬는일이다.

이름만으로얼굴을짐작하기는힘들듯,마주하지않고서는호명이무용할때가많다.그러니까흔히‘비밀스러운빛’이라는뜻으로알고있는‘밀양’이란이름이사실은‘미르벌’,즉‘물이질펀한들녘’임을알아내더라도밀양강과단장천의아름다운자연과그곳에얽힌인류사와문화사를이해하지못한다면이름의속뜻은무의미해질수있다.그래서저자는독자의손을이끌어바로그곳,밀양강습지의한가운데서이곳을스쳤던역사적인물과그들에게있었던사건,과거의문화유산과오늘날에도생산되는문화예술을넘나들며이야기한다.땅의얼굴을보여주는셈이다.

이처럼저자는땅의본명을알려주는것을넘어여러형식과방법을빌려우리가우리땅과마주하는순간을연출한다.때로는〈관동별곡〉의서사를따라정철의눈으로풍경을보여주고,한편으로는망망대해끝에서모습을드러낸흑산도를우러러보는정약전의심정으로이야기하는저자와동행하면서우리에게있었던,잊었던이름들을발견하길바란다.

책속에서

비단밀양뿐아니라고유어지명이한자어로바뀌며뜻이왜곡된경우는허다하다.따라서한자어를통해우리지명을표시한것은신라경덕왕이후에급조된것에불과하다.그나마선돌마을이입암立巖으로,한개마을이대포大浦로바뀐예는낫다.밀양처럼터무니없는경우가더많으니문제다.그러나역사가깊은고을은이두지명을가지고있다.그이두의고유어가지닌원뜻을추정하는것이야말로우리의옛지명을찾아내는지름길이다.
_51~52쪽,<비밀스러운빛이라고?_밀양>에서

법성포구에서불교도래지에이르는야산언덕은온통아름드리숲의향연이다.숲쟁이란‘숲의성채’라는뜻이라지만,나는그걸‘숲의쟁이’로고쳐읽고싶어진다.숲에도쟁이가있다면,얼마나세밀한등급일까?아마도나무의크기와자태,기품과아늑함…그런게필요하지않을까?
_100쪽,<신앙의땅그리고병신춤_영광>에서

제주의음식이름은언제들어도낯설다.아니,이름만큼이나육지와확연히구분되는음식이많다.겨울철야채인동지노물,메밀과무로만든빙떡,난시국이나톳냉국또는자리젯이나멜젯같은젓갈종류,보리미숫가루를뜻하는개역등이그렇다.음식이름에서보듯,제주방언은일부학자들이주장하듯‘제주어’로서의독자성을지닌다.
_135쪽,<신비한이국_제주도>에서

파주는파평이란지명을근거로삼은고을이다.《신증동국여지승람》도고구려의파해평사현坡害平史縣에서파평현坡平縣이나왔다고전해준다.파평현은15세기파주목이되었다가,19세기파주군으로바뀐다.문산또한백제때술이홀현述爾忽縣이신라경덕왕때봉성현峰城縣으로바뀌었다가파주목에병합된다.그리고19세기말에문산포汶山浦가되었는데,서해조수에떠밀린임진강의흙탕물때문에붙여진이름이다.그이름이지금의문산읍文山邑이다.
_148쪽,<망향의땅,기호학파의자리_파주,문산>에서

두려움에떨며굽이굽이설산을빠져나오자이내어둠이내렸다.며칠간의여정이어둠과함께끝나가고있었다.그깊고어둑한고을의뒤안길을지나온길,다시한번길고어두웠던역사를떠올렸다.역사란어쩌면지금저어둠을비추는전조등불빛같은건아닐까?보이지않던것도불빛앞에명료해지듯,분명한것도어둠속에선망각아래가라앉으니말이다.
_162쪽,<해돋이나룻목과큰고을_포항,영덕>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