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인칭 전업작가 시점 (심너울 에세이 | 각자도생의 시대에서 글쟁이로 살아남는 법)

일인칭 전업작가 시점 (심너울 에세이 | 각자도생의 시대에서 글쟁이로 살아남는 법)

$13.00
Description
재기 넘치는 상상력으로 SF와 실제를 넘나드는 소설가 심너울이
철저히 ‘1인칭 전업작가’의 시점으로 바라보는 각자도생의 현실
상상에서 출발했으면서도 무엇보다 현실을 잘 반영한 이야기로 한국 SF 독자뿐 아니라 젊은 세대의 사랑을 받고 있는 소설가 심너울의 에세이 《일인칭 전업작가 시점-각자도생의 시대에서 글쟁이로 살아남는 법》이 출간되었다. 2021년에 나온 첫 에세이에 이어 3년 만에 출간되는 심너울의 두 번째 에세이로, 이 책에서 저자는 2018년 소설가의 길에 들어선 이후 전업작가로 살면서 어쩔 수 없이 깨닫게 된 좋거나 나쁜 사실들을 허심탄회하게 풀어놓는다.
일단, 작가란 무엇을 하는 사람일까? 글을 쓰는 사람이다. 그중에서도 소설가는 이야기를 만드는 사람이다. 또 그중에서도 좋은 작가/소설가는 “독자의 세상을 침범하고 그 세상을 헤집어서, 독자가 이전에는 하지 못했던 새로운 생각을 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92쪽) 사람이다. 그런데, 이런 일로 먹고살 수 있을까? “어쨌든 먹고살긴 해야 할 것 아닌가?”(16쪽)
소설가 심너울이 지금 살고 있는 세상은 전업작가에게 결코 관대하지 않다. “작가라는 존재는 자본주의 신용 사회에서 투명인간이나 다름없다.”(31쪽) 작가는 대출을 받기도 힘들고, 원고료로만 생계를 잇기는 턱도 없으며, 베스트셀러 작가가 아닌 이상 인세로 먹고살기도 힘들다. 뇌가 작동하는 몸과 노트북 하나만 있으면(혹은 필기도구만 있으면) 글을 만들어 낼 수 있기 때문에 다른 직종에 비해 마진은 높지만, 애초에 책은 생산량 자체가 적다. 책은 5,000부만 팔려도 성공작이라고 할 수 있는데, 만약 어떤 제과회사에서 생산한 초콜릿이 전국에서 5,000개 팔리는 데 그쳤다면 그 제품은 틀림없이 실패작일 것이다.
“작가 일이라는 건 몇 개월 운이 좋다고 해서 평생 전업으로 삼을만한 일이 아니”(17쪽)라고 말하면서도 저자는 글쟁이로, 매문(賣文)으로 먹고살고자 한다. 왜냐는 물음에 저자는 이렇게 답한다. “그 질문에는 결국 ‘당신은 왜 맨날 길길이 뛰고 욕을 하면서까지 야구를 챙겨 보나요?’라는 질문에 대한 답과 똑같은 말을 할 수밖에 없다.”(18쪽)
2018년 처음 쓴 단편소설이 공모전에서 당선되고 뇌가 “슬롯머신에서 대박을 터뜨린 도박 중독자의 뇌와 같이 강렬히 맥동”하는 것을 느낀 저자는 “‘1년만 전업작가로 살아보고 망하면 그냥 딴 일 해볼까?’라는 생각으로 6년째 이 일”(이상 17쪽)을 하고 있다. 하지만 ‘첫 끗발이 개끗발’이라는 말 그대로 슬슬 위기감에 잠식되고 있으며, 몇 년 뒤에는 본가로 돌아가 아버지처럼 횟집을 운영하거나 외조부가 하셨던 조개 양식을 하고 있을지도 모른다고 고백한다. 그도 그럴 것이, 전업작가로 먹고살자 마음먹은 뒤로 매년 어느 문학상 수상 상금을 받는 것을 가정하고 소비 계획을 짜지만 아직 아무런 연락도 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매년 〈젊은작가상〉이나 〈이상문학상〉 등 거대한 상의 수상 상금을 받는 것을 가정하고 소비 계획을 짜는데 6년 동안 아무 연락도 못 받았다. 〈SF 어워드 대상〉을 받긴 했는데 이는 장르문학에 한정된 상이고 상금도 없었다. 내가 수상한 바로 다음 해부터 상금을 주기 시작했다는 것을 알고 몹시 슬펐던 기억이 난다.(‘서장_자기소개서: 작가’에서)

이 책은 전업작가로 먹고살고자 하는 한 젊은 소설가의 솔직하다 못해 조금 발칙하게까지 느껴지는 고백이다.
저자

심너울

저자:심너울
2018년즈음단편소설〈정적〉으로데뷔하여여러책을출판하고꾸준히전업작가생활을하고있다.소설뿐만아니라시나리오,칼럼등텍스트로가능한형식은모조리시도해보고있는중이다.

목차


서문.자기소개서:작가
짧게말하는심너울의역사
나는왜광기에보수적일까?
(슬프게도)나는글만쓰는사람이아니야
내가보기에나는SF작가다
1장.존재가능한세계관의다양성
존재가능한세계관의다양성
내가나에게간절히해주고싶은이야기
평면적인존재를추구하는다면적인존재
편견에도전하기
선과악의문제
아마도……
2장.세계를바라보는렌즈:예술에서의형식에대하여
제목쓰는법
자신있게말하기
사건vs관계
서사예술의선구자
3장.세상이해하는척하기
인공지능시대의창작자
인공지능으로진짜진짜돈버는법
인터넷에서글쓰고살아남기
증정본의문제
출판시장CPR하기,아니부활시키기?아니탄생시키기?
평가에익숙해지기
최저원고료!
자가출판을하기전에
아무도미래를볼수없으니,우리점이나볼까?
사람들은왜야구를좋아하는가
4장.타인의천국
운명과자유의지:〈오이디푸스왕〉
세상은조잡한허구에의해분쇄된다:〈틀뢴,우크바르,오르비스테르티우스〉
작품이가장예상치못한방법으로인간을흔드는법:〈지저스크라이스트슈퍼스타〉
게임만이가능한이야기의방식:〈다크소울〉
자폐스펙트럼과이야기:〈던전밥〉
외계인체스에다양성입히기:〈엑스컴:키메라스쿼드〉
단편을더잘쓰는작가:〈안녕,에리〉
회고:《갈아만든천국》(2024)
종장.오징어가흉년이면뭐고등어는풍년이겠지?

출판사 서평

통통튀는상상력대신발칙한자기고백이쏟아진다
페이지를넘길수록뜨거운조소가넘치는,젊은SF작가의신개념리얼리즘

‘서장_자기소개서:작가’라는첫번째장에서저자는작가,그중에서도SF작가라는정체성을밝히고글을써서먹고살게된계기를이야기한다.먼저저자는학생시절학업과관련한주위의기대와스스로의오만함이빚어낸정신적인문제에대해고백한다.그런정신병들이저자의삶을심각하게위협하기도했지만그정신적인문제들마저심너울이라는한사람,한명의소설가를이루는정체성의하나가되었음을인정한다.

‘1장_존재가능한세계관의다양성’에서는전업작가의일그자체인‘이야기’에대한주관적인생각을펼친다.먼저저자의첫장편소설《소멸사회》가어떻게“문학사의심연으로가라앉았”(41쪽)는지담담히서술하면서,이야기의바탕이되는작품의‘세계관’에대해이야기한다.뒤이어박완서의단편〈나의가장나종지니인것〉과영화〈반지의제왕〉시리즈를예시로들며,잘구축된세계관이어떻게현실보다더현실적으로다가오는지를역설한다.

‘2장_세계를바라보는렌즈:예술에서의형식에대하여’에서는저자가신문칼럼,드라마대본등다양한서사형식을경험한뒤“서사예술의선구자”로서소설이넘나들수있는경계에대해서이야기한다.저자가출판업계의인세나원고료와는비교가안되는,말그대로‘거부할수없는’조건을제시받고드라마대본을쓰면서배운것은단순히두업계매출규모의차이만이아니었다.

1~2장에서개인적인서사와이력을고백한저자는‘3장_세상이해하는척하기’에서더솔직해진다.“작가라는존재가흥미로운관점을가진시대의증언자일때가장빛난다고믿는다”(115쪽)고말하면서전업작가의눈으로본아이러니하고기이한세상을‘증언’한다.인공지능에침입당한문화예술계,원고료나증정본,도서정가제같은현실적인문제에관한생각을‘글쟁이’다운위트를섞어풀어놓는한편,인공지능으로돈버는방법을상상하면서말그대로세상을이해하는척한다.

‘4장_타인의천국’에서는소설가심너울이이야기의세계를짓는데영향받은작품들을소개하고,2024년3월에출간한장편소설《갈아만든천국》을통해깨닫게된것들을이야기한다.

작가라는직업자체가대체로우울한만큼,젊은전업작가가바라보는현실은그다지유쾌하지않다.소설가로서심너울은책판매량을비교하며동료작가를질투하고,그래놓고괴로워하고,그자신은조금이라도더독자들이목을끌려고발버둥치는데베르나르베르베르는지극히흔한일반명사인‘고양이’를신작제목으로삼는것을보고경악하며,문학수첩에서나올이책이문학수첩의대표작인《해리포터》와경쟁하게될것을걱정한다.인간심너울역시결코낙관적인사람이아니다.낙관적이기는커녕“타고나기를음울한사람”인데다,“평생우울증에시달릴것”(이상230쪽)이라고도느낀다.인간의삶은기본적으로무작위하고예측불가능한것이라고생각하며,4장의〈오이디푸스왕〉에대해이야기하는부분에서는,인간지성에몹시회의적인영국의정치철학자존그레이처럼,“나는자유의지라는건존재하지않는다고본다”고말하기도한다.매일매일글을쓰면서매일매일전업작가생활을때려치우는그날을꿈꾼다.

그럼에도심너울은계속쓴다.이야기를사랑하기때문이며,글을쓰는행위자체가그자신의정신적고통을다스리는데큰도움이된다고믿기때문이다.그리고존그레이가계속책을쓰듯,무엇보다세상을이롭게하는데이야기를짓는작가의몫도있다고생각하기때문이다.

그럼에도나는낙관하고자한다.혹시나내책을읽고공감해주는사람이있을지도모른다.잘하면내시나리오가영상화될수도있을것이다.어쩌면나는오랜만에행복할수도있고,즐거울수도있다.그런일이일어날수도있다.불가능한일이아니다.그렇게낙관해야만,나는한글자라도더쓸수있다.

당신이이텍스트를읽고있다면내낙관이어느정도들어맞은셈이니,다행이다.(‘종장_오징어가흉년이면뭐고등어는풍년이겠지’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