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튼 뒤에서

커튼 뒤에서

$27.80
Description
세상의 많은 비밀은 커튼 뒤에 숨어 있다
어린아이의 눈으로 본 홀로코스트
2차세계대전이 한창이던 1940년 6월 13일, 나치 독일이 프랑스 파리를 점령한다. 그리고 불과 열흘도 안 되어 6월 22일 1차세계대전의 전쟁 영웅 필리프 페탱에 의해 휴전 협정이 맺어진다. 이때로부터 1944년까지 프랑스 남부 지역에서는 ‘비시 프랑스’, 즉 나치 독일의 괴뢰 정권이 통치하게 된다(프랑스 북부는 독일이 직접 점령하여 통치했다). 프랑스 혁명 이래 견지해온 ‘자유, 평등, 박애’ 대신 ‘노동, 가족, 조국’을 내세운 비시 정권은 4년 정도 유지되었을 뿐이지만 프랑스인들에게는 ‘비시 신드롬’이라고 불릴 만큼 깊은 트라우마를 남겼다. 반민주주의적이고 반인권적인 헌법 개정으로 수많은 프랑스인들이 고통받았고, 그중에서도 프랑스에 살던 유태인들은 재산을 몰수당하고 강제 수용소로 끌려가기도 했던 것이다. 비시 정권에 의해 희생된 7만 명 이상의 유태인 가운데에는 어린이 11,000여 명도 포함되어 있었다.
그래픽노블 『커튼 뒤에서』는 이 시기 어린이의 눈에 비친 전쟁의 혼란과 고통을 그려 보여준다. 유태인 엄마와 비유태인 아빠 사이에서 태어난 야엘에게 세상은 비밀을 잔뜩 숨기고 있는 커튼처럼 알 수 없는 곳이다. 외가 식구들이 잔뜩 모인 야엘의 여덟 살 생일 파티에서 아빠는 ‘고이goy’라고 불리는데 ‘비유태인’을 가리키는 단어에 어째서 조롱이 담긴 것처럼 느껴질까? 아빠의 부모님은 왜 야엘과 여동생 에밀리를 만나주지 않는 걸까. 커튼 뒤에서 아빠와 은밀한 만남을 갖는 금발 여성은 누구일까? 그리고 여성에게 좀 더 많은 정치적 권리가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이던 강인한 엄마는 왜 병에 걸려서는 그렇게 금방 죽어 버렸을까?
이야기의 무대는 프랑스 남부 프로방스 지역이고, 1937년부터 1942년까지 5년 사이의 시간을 보여준다. 엄마가 죽고, 아빠가 금발 여성과 재혼을 하고, 심통이 난 어린 자매가 순진한 새엄마를 골려주는 등 평범한 듯 유별난 듯 일상이 이어지는 동안 세계정세는 심상치 않게 흘러간다. 1939년 9월 전쟁이 시작되자, 야엘의 아빠도 치과의사 가운 대신 군복을 입고 전쟁터로 떠난다. 전쟁이 본격화되며 먹을 것이 부족해지자 새엄마가 바느질거리를 붙잡고 돈벌이에 나서기도 한다. 전쟁터에서 돌아온 아빠는 한쪽 다리를 절게 되었지만 전쟁터나 후방이나 셀 수 없이 많은 사람들이 죽는 상황에서 불평거리도 아니다. 이제 전쟁은 일상이 되었다. 폭격이 이어진 뒤 누군가의 이름을 부르며 울부짖는 사람들은 익숙한 풍경이 되었고, 사이렌이 울리면 야엘의 가족은 이웃들과 함께 지하 대피소로 몸을 피한다. 이웃들과 함께 공포에 질려 있다가 조용히 노래를 하며 마음을 달래는 시간. 야엘에게 진짜 평화와 안식은 언제쯤 찾아올 수 있을까.

저자

사라델주디체

저자:사라델주디체

1998년이탈리아밀라노에서태어나극작가,어린이책작가로활동하고있다.밀라노의IED(유럽디자인대학)에서일러스트레이션으로학사를,앙굴렘의EESI(유럽고등이미지학교)에서만화로석사학위를마쳤다.『커튼뒤에서』는2022년출간한첫책으로,어린아이눈에비친홀로코스트에대해이야기한다.



역자:박재연

서울에서프랑스어와프랑스문학을,파리에서미술사와박물관학을공부했습니다.다양한자리와매체를통해예술의의미와쓸모에대해쓰고말하고나누는일을합니다.열두살민기와아홉살민재의엄마이기도하고,아주대학교문화콘텐츠학과에서학생들을가르치는선생님이기도해요.진짜나를찾아가는이야기,숨겨진목소리를찾아가는이야기에관심이많아이런메시지를담은좋은책들을꾸준히우리말로옮기고있습니다.

출판사 서평

세상의많은비밀은커튼뒤에숨어있다
어린아이의눈으로본홀로코스트

2차세계대전이한창이던1940년6월13일,나치독일이프랑스파리를점령한다.그리고불과열흘도안되어6월22일1차세계대전의전쟁영웅필리프페탱에의해휴전협정이맺어진다.이때로부터1944년까지프랑스남부지역에서는‘비시프랑스’,즉나치독일의괴뢰정권이통치하게된다(프랑스북부는독일이직접점령하여통치했다).프랑스혁명이래견지해온‘자유,평등,박애’대신‘노동,가족,조국’을내세운비시정권은4년정도유지되었을뿐이지만프랑스인들에게는‘비시신드롬’이라고불릴만큼깊은트라우마를남겼다.반민주주의적이고반인권적인헌법개정으로수많은프랑스인들이고통받았고,그중에서도프랑스에살던유태인들은재산을몰수당하고강제수용소로끌려가기도했던것이다.비시정권에의해희생된7만명이상의유태인가운데에는어린이11,000여명도포함되어있었다.
그래픽노블『커튼뒤에서』는이시기어린이의눈에비친전쟁의혼란과고통을그려보여준다.유태인엄마와비유태인아빠사이에서태어난야엘에게세상은비밀을잔뜩숨기고있는커튼처럼알수없는곳이다.외가식구들이잔뜩모인야엘의여덟살생일파티에서아빠는‘고이goy’라고불리는데‘비유태인’을가리키는단어에어째서조롱이담긴것처럼느껴질까?아빠의부모님은왜야엘과여동생에밀리를만나주지않는걸까.커튼뒤에서아빠와은밀한만남을갖는금발여성은누구일까?그리고여성에게좀더많은정치적권리가필요하다고목소리를높이던강인한엄마는왜병에걸려서는그렇게금방죽어버렸을까?
이야기의무대는프랑스남부프로방스지역이고,1937년부터1942년까지5년사이의시간을보여준다.엄마가죽고,아빠가금발여성과재혼을하고,심통이난어린자매가순진한새엄마를골려주는등평범한듯유별난듯일상이이어지는동안세계정세는심상치않게흘러간다.1939년9월전쟁이시작되자,야엘의아빠도치과의사가운대신군복을입고전쟁터로떠난다.전쟁이본격화되며먹을것이부족해지자새엄마가바느질거리를붙잡고돈벌이에나서기도한다.전쟁터에서돌아온아빠는한쪽다리를절게되었지만전쟁터나후방이나셀수없이많은사람들이죽는상황에서불평거리도아니다.이제전쟁은일상이되었다.폭격이이어진뒤누군가의이름을부르며울부짖는사람들은익숙한풍경이되었고,사이렌이울리면야엘의가족은이웃들과함께지하대피소로몸을피한다.이웃들과함께공포에질려있다가조용히노래를하며마음을달래는시간.야엘에게진짜평화와안식은언제쯤찾아올수있을까.

숨죽이고두려움에떨며커튼뒤에서있는시간
우리에게평화와안식을내려주소서

언제나역사는지독한‘스포’가될수밖에없다.1942년프랑스남부에비시정부가수립되자갑자기유태인은공공의적이되어여기저기에서공격받는다.전쟁은모든사람들을고통속으로몰아넣지만누군가는특별히더고통받는다.노란별을달고기차에올라떠나간사람들은아무도돌아오지않았다.독일유태인과프랑스에살던유태인난민들이처했던절체절명의위기가야엘과에밀리에게도찾아온다.유태인엄마는이미죽고없는데,외가친척들도다외국으로떠나버렸는데,유대교행사에그렇게열심히참여한적도없는데,그저어린아이일뿐인데도말이다.그런혼란가운데에서도열세살이된야엘에게는초경이찾아온다.새로운생명의탄생가능성,더이상어린이가아니라는표지.하지만야엘이무사히자라어른이되고아이를낳아엄마가될수있을까?하늘에서폭격이쏟아져내리고죄없는사람들이줄줄이끌려가죽임을당하는무도한세계에서살아간다는건,어른이된다는건무슨의미를지닐까.
언제어디서든어른들은아이들에게감추는것이많다.엄청난비극앞에서는더더욱.하지만사실,어린이들은어른들이생각하는것만큼어리석지않다.어른들이은밀히비밀을나누는동안,어린이들은이것저것주워들은정보들을모아나름세계를이해하려고노력하기때문이다.그리고때로는어른보다좀더진실앞에가까이다다가기도한다.비시경찰을피해커튼뒤에숨어있던야엘이죽음의의미에대해통찰하는장면에서처럼말이다.죽음이눈앞으로다가온순간,야엘은어쩌면더이상생각나지않는엄마를저세상에서만날수있지않을까생각한다.동시에죽고나면더이상볼수없는얼굴들도스쳐지나간다.
그런데만약다시태어날수있다면?생이다시한번시작될수있다면?지금일어나고있는비탄과고통이아예없었던일이될수있다면?그리고바로그순간,커튼이확젖혀진다.이야기는끝.경찰에게발각된야엘과에밀리에게어떤일이벌어졌을지는알수없다.멀고먼시공간에서야엘의이야기를들은우리에게이결말은비극으로보인다.하지만부록을지나고나면약간의희망이담긴조그만그림이하나나온다.우리는지나간과거의어느한순간,기적이일어났기를바라며책을덮는다.슬픔과고통을책으로읽을때느끼는무거움을안은채.지금도세계이곳저곳에서는전쟁이한창이고,그곳에는또다른야엘과에밀리가커튼뒤에숨어떨고있을것이다.두손을모아평화의기적을바라는것말고우리가할수있는일이더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