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을 산책하는 개 (양장본 Hardcover)

밤을 산책하는 개 (양장본 Hardcover)

$17.84
Description
한밤중 나의 반려인을 깨워 산책하러 가는 길
도시의 밤 거리는 얼마나 이상한 이야기로 가득한지

‘팬데믹 퍼피Pandemic Puppy’는 코로나19 팬데믹 기간에 급증한 반려동물을 가리키는 말이다. 재택근무가 늘고 사회 관계망이 느슨해지자 많은 사람들이 외로움을 달래기 위해 반려동물을 입양한 것이다. 개인주의가 일상화된 오늘날, 대가족이나 이웃사촌이 사라진 자리를 대신하고 있는 존재가 바로 반려동물이다. 예전 같으면 외롭고 쓸쓸할 때 친구나 가족을 찾았겠지만 이제는 많은 사람들이 반려동물에게서 위안을 받고자 한다. 이것은 전 세계적인 현상이기도 해서 산업화, 도시화가 진행된 모든 나라에서는 대부분의 삶이 비슷하게 닮아가고 있다. 밤 산책에 나선 반려견의 시선을 다룬 리투아니아 그림책 『밤을 산책하는 개』가 바로 우리의 이야기인 이유다.
주인공이자 화자는 검은 개, 이름은 ‘달’이고 캄캄한 밤이 되어야 산책을 나가는 독특한 습관을 갖고 있다. 개의 재촉을 받고서야 일어나는 반려 인간 역시 해가 지고 나서야 느지막히 활동을 시작하는 올빼미형 인간으로 보인다. 둘 모두에게는 밤이야말로 살아 움직이는 활동적인 시간인 셈이다. 달의 밤 산책이 텅 빈 공간을 고요히 가로지르는 일이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도시의 밤은 움직이고 말하고 춤추는 존재들로 가득 차 있으니까. 달은 길을 걷는 동안 내내 누군가를 만나고 멈춰 서서 그들과 이야기를 나눈다. 하늘에 뜬 달, 검은 고양이, 탱고를 추는 쥐들, 책을 좋아하는 노숙자, 쓰레기를 치우는 청소부, 심지어 웅덩이에 사는 유령까지. 한밤중 거리는 얼마나 많은 이야기들로 가득한지. 그래서 팬케이크처럼 둥근 진짜 달은 아래를 내려다보며 이렇게 말한다. “나는 이 세상에 나 말고 다른 달은 없는 줄 알았는데.”
밤의 산책길에 만나는 친구들은 모두 환한 햇살 아래에서는 당당히 활보하기 어려운 처지다. 병균과 저주를 지녔거나 괴짜 아니면 미치광이들이니까. 불행을 몰고 다닌다며 욕먹는 검은 고양이나 쓰레기통을 뒤지는 쥐들은 말할 것도 없고, 노숙자나 청소부 같은 인간들도 한낮에는 눈에 띄지 않는 곳에 머물러 있곤 한다. 그러다 으슥한 밤이 되면 거리로 나와 서로를 알아보고 인사를 건네는 것이다. 한밤중은 이들 모두가 자신의 이야기를 늘어놓고 스스로 존재감을 드러낼 수 있는 시간이다. 그리하여 밤의 거리에는 키득거리고 뽐내는 생명들로 가득하다. 물론 깨진 보도블록이나 웅덩이의 귀신처럼 흠집이 나고 의기소침한 존재들도 있다. 달은 그들의 상처를 핥아주고 누구나 사랑받을 수 있다며 다정하게 위로한다. “알지 못하더라도 그리워할 수 있지. 그리워할 수도, 사랑할 수도.” 이렇듯 밤은 온갖 그리움과 사랑, 치유가 넘쳐나는 시공간이다.



너의 이야기를 듣고 상처를 핥아줄게
밤 산책 끝에 우리 모두는 서로에게 소중해질 거야

『밤을 산책하는 개』는 한밤중의 산책을 이야기하는 그림책답게 모든 페이지가 어두운 먹색으로 칠해져 있고, 그 위에 흰색 분필, 혹은 연필로 그리고 쓴 듯한 선과 차분히 가라앉은 색이 돋보인다. 불규칙하게 구획된 칸과 그 안에 배치된 다양한 사물들은 텅 비어 있는 것 같으면서도 온갖 빛과 소리, 움직임으로 가득한 도시의 거리를 풍부하게 표현해 내고 있다. 압축적이고 시적인 언어와 그래픽 요소들이 조화를 이루어 밤 산책 그 자체를 인상적으로 그려내고 있는 것이다.
이 상징적인 그림책 안에는 표면에 드러나지 않았지만 충분히 짐작할 만한 여러 사연들과 독자가 채워 넣어야 할 여백이 담겨 있다. 달은 어째서 밤이 되어야만 길을 나서는가. 이 검은 개는 예전에 살던 나무 집이 불타고 축축한 재로 뒤덮여 버려진 적이 있다. 아마도 외롭고 춥고 쓸쓸했을 과거. 그래서 지금 옆에서 걷고 있는 반려인은 달이 울부짖을 때마다 “괜찮아. 앞을 봐, 뒤돌아보지 말고.” 하며 달래준다. 검은 개에게는 오래전 눈더미 사이를 뛰어다니던 하얀 개였던 시절이 있고, 사는 동안 겪은 많은 일들은 여전히 내면에 머물러 있다. 과거는 사라지지 않는다, 그저 다른 곳을 바라보며 견뎌낼 뿐. 달이 밤에 만난 모든 이들의 상처를 핥아줄 수 있는 것은 그런 경험들 때문일 것이다.
달과 함께 산책에 나선 반려인은 이따금 달이 지저분한 뼈에 관심을 보이거나 갑자기 흥분할 때 끼어들어 다독일 때를 빼고는 내내 가만히 곁에 있어준다. 그는 집을 잃고 재에 파묻힌 강아지를 데려다 정성껏 키우고 밤만 되면 밖으로 나가자는 요청도 잘 들어주는 착한 반려인이다. 아마 그 역시 낮보다는 밤이 편하고 환한 낮보다는 밤 산책이 어울리는 사람일 것이다. 외롭거나 혹은 부끄러움이 많거나. 그리고 산책의 끝에 이르면, 프랑스말로 노래를 부르는 한 여자가 등장해 자신을 ‘어둠이 내리면 노래하는 나이팅게일’이라고 소개한다. 밤이면 더 용감해지는 여자, 솔란쟈는 마침내 달을 묶고 있는 줄의 반대쪽 끝을 바라본다. 밤은 새로운 만남과 따스한 위로뿐 아니라 갑작스러운 사랑이 싹트는 시간이기도 한 것이다.
『밤을 산책하는 개』는 개인주의가 일상화된 시대에 외롭고 상처 입는 이들이 어떻게 살아가는지 보여주는 동시에 종의 차이를 뛰어넘어 친구와 가족이 필요한 이유를 이야기하는 그림책이다. 어두운 밤이면 환한 낮으로부터 소외된 이들이 몰려나오지만 그들은 결코 서로에게 달라지라고 요구하지 않는다. 밤에 산책을 나간들 뭐 어떠랴. 좀 이상하면 뭐 어때. 밤 산책에 나서면 나와 비슷한 친구들을 얼마든지 만날 수 있을 텐데. 보통과 다른 존재라도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귀 기울여주기, 이것이야말로 밤을 산책하는 이들이 터득한 지혜인지도 모른다.
저자

유르가빌레

저자:유르가빌레
1977년리투아니아빌니우스에서태어나프랑스어학을전공하고프랑스에서시청각예술을공부했습니다.아홉권의책을내고여러문학상을수상했으며,그의책은12개국이상의여러나라에서번역되었습니다.이웃집개에게영감을받은『밤을산책하는개』는리투아니아에서2023년최우수그림책으로선정되었습니다.

그림:발렌티나체르냐우스카이테
1997년리투아니아카우나스에서태어나예술과디자인을공부했습니다.출판,일러스트레이션,시각예술분야에서활동하는작가로,그림을통해스토리를전달하고다양한출판작업에참여하는것을좋아합니다.『밤을산책하는개』는처음으로작업한그림책입니다.

역자:서진석
한국외국어대학교에서폴란드어를전공한뒤,폴란드바르샤바대학교와에스토니아타르투대학교에서발트문학과비교민속학을공부했습니다.지은책으로『바리와호랑이이야기』『발트3국』등이있으며,옮긴책으로는『해골인데은퇴해도되겠습니까?』『늑대의그림자속에서』『말썽꾸러기토츠와그의친구들』등이있습니다.

목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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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한밤중나의반려인을깨워산책하러가는길
도시의밤거리는얼마나이상한이야기로가득한지

‘팬데믹퍼피PandemicPuppy’는코로나19팬데믹기간에급증한반려동물을가리키는말이다.재택근무가늘고사회관계망이느슨해지자많은사람들이외로움을달래기위해반려동물을입양한것이다.개인주의가일상화된오늘날,대가족이나이웃사촌이사라진자리를대신하고있는존재가바로반려동물이다.예전같으면외롭고쓸쓸할때친구나가족을찾았겠지만이제는많은사람들이반려동물에게서위안을받고자한다.이것은전세계적인현상이기도해서산업화,도시화가진행된모든나라에서는대부분의삶이비슷하게닮아가고있다.밤산책에나선반려견의시선을다룬리투아니아그림책『밤을산책하는개』가바로우리의이야기인이유다.
주인공이자화자는검은개,이름은‘달’이고캄캄한밤이되어야산책을나가는독특한습관을갖고있다.개의재촉을받고서야일어나는반려인간역시해가지고나서야느지막히활동을시작하는올빼미형인간으로보인다.둘모두에게는밤이야말로살아움직이는활동적인시간인셈이다.달의밤산책이텅빈공간을고요히가로지르는일이라고생각하면오산이다.도시의밤은움직이고말하고춤추는존재들로가득차있으니까.달은길을걷는동안내내누군가를만나고멈춰서서그들과이야기를나눈다.하늘에뜬달,검은고양이,탱고를추는쥐들,책을좋아하는노숙자,쓰레기를치우는청소부,심지어웅덩이에사는유령까지.한밤중거리는얼마나많은이야기들로가득한지.그래서팬케이크처럼둥근진짜달은아래를내려다보며이렇게말한다.“나는이세상에나말고다른달은없는줄알았는데.”
밤의산책길에만나는친구들은모두환한햇살아래에서는당당히활보하기어려운처지다.병균과저주를지녔거나괴짜아니면미치광이들이니까.불행을몰고다닌다며욕먹는검은고양이나쓰레기통을뒤지는쥐들은말할것도없고,노숙자나청소부같은인간들도한낮에는눈에띄지않는곳에머물러있곤한다.그러다으슥한밤이되면거리로나와서로를알아보고인사를건네는것이다.한밤중은이들모두가자신의이야기를늘어놓고스스로존재감을드러낼수있는시간이다.그리하여밤의거리에는키득거리고뽐내는생명들로가득하다.물론깨진보도블록이나웅덩이의귀신처럼흠집이나고의기소침한존재들도있다.달은그들의상처를핥아주고누구나사랑받을수있다며다정하게위로한다.“알지못하더라도그리워할수있지.그리워할수도,사랑할수도.”이렇듯밤은온갖그리움과사랑,치유가넘쳐나는시공간이다.

너의이야기를듣고상처를핥아줄게
밤산책끝에우리모두는서로에게소중해질거야

『밤을산책하는개』는한밤중의산책을이야기하는그림책답게모든페이지가어두운먹색으로칠해져있고,그위에흰색분필,혹은연필로그리고쓴듯한선과차분히가라앉은색이돋보인다.불규칙하게구획된칸과그안에배치된다양한사물들은텅비어있는것같으면서도온갖빛과소리,움직임으로가득한도시의거리를풍부하게표현해내고있다.압축적이고시적인언어와그래픽요소들이조화를이루어밤산책그자체를인상적으로그려내고있는것이다.
이상징적인그림책안에는표면에드러나지않았지만충분히짐작할만한여러사연들과독자가채워넣어야할여백이담겨있다.달은어째서밤이되어야만길을나서는가.이검은개는예전에살던나무집이불타고축축한재로뒤덮여버려진적이있다.아마도외롭고춥고쓸쓸했을과거.그래서지금옆에서걷고있는반려인은달이울부짖을때마다“괜찮아.앞을봐,뒤돌아보지말고.”하며달래준다.검은개에게는오래전눈더미사이를뛰어다니던하얀개였던시절이있고,사는동안겪은많은일들은여전히내면에머물러있다.과거는사라지지않는다,그저다른곳을바라보며견뎌낼뿐.달이밤에만난모든이들의상처를핥아줄수있는것은그런경험들때문일것이다.
달과함께산책에나선반려인은이따금달이지저분한뼈에관심을보이거나갑자기흥분할때끼어들어다독일때를빼고는내내가만히곁에있어준다.그는집을잃고재에파묻힌강아지를데려다정성껏키우고밤만되면밖으로나가자는요청도잘들어주는착한반려인이다.아마그역시낮보다는밤이편하고환한낮보다는밤산책이어울리는사람일것이다.외롭거나혹은부끄러움이많거나.그리고산책의끝에이르면,프랑스말로노래를부르는한여자가등장해자신을‘어둠이내리면노래하는나이팅게일’이라고소개한다.밤이면더용감해지는여자,솔란쟈는마침내달을묶고있는줄의반대쪽끝을바라본다.밤은새로운만남과따스한위로뿐아니라갑작스러운사랑이싹트는시간이기도한것이다.
『밤을산책하는개』는개인주의가일상화된시대에외롭고상처입는이들이어떻게살아가는지보여주는동시에종의차이를뛰어넘어친구와가족이필요한이유를이야기하는그림책이다.어두운밤이면환한낮으로부터소외된이들이몰려나오지만그들은결코서로에게달라지라고요구하지않는다.밤에산책을나간들뭐어떠랴.좀이상하면뭐어때.밤산책에나서면나와비슷한친구들을얼마든지만날수있을텐데.보통과다른존재라도있는그대로인정하고귀기울여주기,이것이야말로밤을산책하는이들이터득한지혜인지도모른다.

*인증유형:공급자적합성확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