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중해의 끝, 파랑

지중해의 끝, 파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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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세계에서 가장 치명적인 이주 경로, 지중해
짙푸른 망망대해를 맴돌며 난민을 구조하는 사람들
지중해는 세계에서 가장 치명적인 이주 경로로 알려져 있다. 아프리카, 중동, 남아시아 등에서 유럽 연합 내로 이주하려는 난민들 상당수가 지중해를 이용하는데, 그 과정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잃기 때문이다. 2015년은 유럽의 난민 위기가 최고조에 달했던 시기이다. 그해 4월 지중해를 건너던 난민선 다섯 척이 한꺼번에 난파되어 1,200명 이상이 사망하였으며, 9월에는 그리스 바닷가에 떠밀려온 시리아 난민 아이 쿠르디의 사진이 전세계에 충격을 주었다. 전쟁과 정치적 혼란, 경제적 어려움 등으로 고향을 떠날 수밖에 없는 사람들이 존재하고, 금전적·물질적 이익을 위해 국민 또는 영주권자가 아닌 사람을 불법 입국시키는 ‘난민 밀수’ 행위와 각국의 이해 관계가 복잡하게 얽히면서 지중해 난민 문제는 풀기 어려운 골칫거리로 여겨지곤 한다. 그러나 목숨을 걸고 허술한 난민선에 올라타 파도로 뛰어드는 사람들을 그저 보고 있어야만 할까? 그리하여 해상인명구조를 위해 지중해로 뛰어든 인도주의 단체들이 있다. 2015년 설립된 SOS 메디테라네(SOS Méditerranée) 역시 리비아 북쪽 지중해 국제 해역에서 익사 위험에 처해 있는 사람들을 구조하는 NGO이다.
그래픽노블 『지중해의 끝, 파랑』은 일러스트레이터이자 탐사 보도 기자인 작가가 직접 SOS 메디테라네의 난민구조선 ‘오션 바이킹호’에 승선해 구조 활동에 나선 경험을 이야기한다. 오션 바이킹호에는 구조대원, 간호사, 문화중재자, 의사, 물류 담당자, 기자 등 다양한 전문가들이 탑승해 오직 위험에 빠진 사람들을 구하기 위해 힘을 합친다. 얼마나 숭고하고 보람된 일일까 싶지만 사실 해상인명구조는 고되고 위험한 데다가 인간에 대한 감탄과 혐오 사이에서 오락가락하느라 감정적으로도 쉽지 않은 일이다. 게다가 때는 2020년, 코로나 팬데믹이 전세계를 공포와 불안으로 몰아넣던 상황이었다. 가뜩이나 해상인명구조단체를 껄끄럽게 여기던 국가에서는 코로나 방역과 시설 미비, 사소한 법률 위반 등을 문제 삼아 구조선을 억류하기 일쑤다. 내륙에서 구조를 지원하는 사무소는 극우단체의 테러 대상이 되기도 한다. 혐오메시지와 협박, 악플이 내내 따라다닌다.
이 모든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활동가들은 사람들을 구하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한다. 방역 수칙을 지키면서 난민들을 구조하고 돌보는 일은 난이도가 높은 임무지만 반드시 해야만 하는 일이다. 망망대해에서 난파중인 난민 보트를 발견하는 일도, 어렵게 발견한 난민을 리비아 경비대보다 먼저 구조하는 일도 어느 하나 쉽지 않다. 그러나 오션 바이킹호가 항구에 억류되어 있는 동안에도 수많은 사람들이 지중해로 뛰어들고 있다. 그들 중에는 태어난 지 한 달 된 아기도, 보호자 없이 보트에 태워진 미성년자들도 있다. 바다로 나온 한 사람 한 사람에게는 무게를 헤아릴 수 없는 절실한 마음들이 얹혀 있는 것이다. 그리하여 마침내 오션 바이킹호는 바다로 나가 그들에게 손을 내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