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러플

트러플

$21.00
Description
우리는 얼마만큼 같은 세상을 보고 있을까
두 개의 시선과 여러 겹의 사랑에 대하여
개와 사람은 세상을 다르게 바라본다. 대부분의 개들은 인간보다 훨씬 시야각이 넓어 약 270도를 볼 수 있다고 한다. 흔히 색맹으로 알려졌지만 개들이 모든 색을 못 보는 것은 아니다. 환한 대낮에 노랑에서 빨강으로 이어지는 구간의 색을 잘 분간하지 못할 뿐이다. 더 많은 원뿔세포를 갖고 있는 인간이 세부적인 디테일이나 색감의 변화를 잘 알아본다면 개들은 막대세포가 많아 움직임이나 색감의 대조를 잘 감지하고 어두운 환경에서 사물을 더 잘 분간할 수 있다. 이런 사정으로 개와 사람은 서로의 반려가 되어 같은 환경에서 살아가더라도 다른 세계를 바라보고 있는 셈이다. 그 속에서는 시간도 다르게 흐르고 사랑도 다르게 보인다.
『트러플』은 이러한 차이를 바탕으로 개와 사람, 사람과 사람 사이의 사랑에 대해 이야기하는 그래픽노블이다. 이야기는 키우던 개의 죽음을 앞두고 필사적으로 외면하려는 늙은 남자와 딸의 통화로부터 시작한다. 어찌된 일인지 딸에게 개를 맡겨두고 있던 남자는 병든 개가 곧 죽게 될 거라는 소식을 듣고도 모른 체하는 중이다. “이젠 날 알아보지도 못한다고. 내가 가든 안 가든 크게 달라질 것도 없잖아.” 그러자 개의 안락사를 준비하고 있던 딸이 애원한다. “혼자 두면 안 되는 거잖아.” 전화를 끊고 털썩 주저앉은 남자는 생각에 잠기고 그의 가슴께에서는 빨갛고 노랗고 파란 빛이 번져나오기 시작한다. 모노톤으로 그려진 도입부는 이제 강렬한 색깔로 전환된다.
“호세 루이스!” 누군가 남자의 이름을 부르자 단숨에 거슬러 올라간 시간 속에는 아직 창창한 중년의 남자와 그의 아내가 있다. 주말 휴가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 호세는 아내의 만류에도 고속도로에서 속도를 만끽하고 잦은 출장에 대해 불평하는 아내에게 능글능글 대꾸한다. “당신을 만난 게 최고의 행운이지, 내 사랑.” 끊임없이 사랑 표현을 하는 남편에 비해 아내는 매사에 시큰둥하다. 심지어는 출장이 잦은 걸 보니 해외에 다른 가족이 있는 게 아닌지 모르겠다며 투덜거리는데, 자동차 안에는 이제 막 지인에게서 받아온 강아지 한 마리가 함께 타고 있다. 까만 강아지에게 흔히 붙이는 '트러플'이라는 이름을 갖게 된 강아지는 오래지 않아 부부의 삶에서 중요한 존재가 된다. 특히나 열정적인 호세 루이스는 강아지와 함께할 때면 더없이 쾌활하고 명랑해진다. 이제 떼려야 뗄 수 없는 사이가 된 호세 루이스와 트러플. 온몸으로 기쁨을 표현하는 강아지는 늘 똑같이 흘러가는 부부의 삶에 윤기를 보태준다. 삶이 늘 이렇다면 얼마나 좋을까.
저자

글라피라스미스

일러스트레이터이자그래픽스토리텔러다.영화제작을전공했으며,일상을배경으로친밀함과인간관계를탐구하는작업을한다.강렬한원색부터절제된흑백까지서로다른시각언어와톤을서사안에직접엮어넣고,색과스타일이이야기의전개와감정을이끌도록한다.바르셀로나에서남편과두아들,반려견'스시',그리고닭두마리와함께살고있다.『트러플』은그녀의첫그래픽노블이다.

목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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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외로움과쓸쓸함이깃드는모든순간
언제나내옆에는네가있었지

『트러플』에서는사람들의보는세상과트러플이보는세상을컬러로구분해표현한다.사람들의이야기가흑백으로펼쳐질때강아지눈에비친세상은밝고환한색깔로빛나고있다.트러플의눈높이에서바라보는세상은사람들의신발과고무호스,풀숲의안경처럼바닥에놓인물건들이커다랗게존재하는곳이다.트러플은사람들이중요하게여기거나잃어버린물건들에호기심을보이다가망가뜨리기일쑤고수풀과소파사이를빠르게질주한다.더크고더높다란세상속에서강아지트러플의시간이빠르게흘러갈때사람들의시간도제속도대로흘러간다.이야기속시간은트러플의전생애에해당한다.강아지가성견이되었다가노견이되어가는동안사람들도나이를먹는다.정년퇴직을맞은호세루이스는잠시낙담의시간을보내는가싶지만,이내창업을하고다시예전처럼바쁜출장길에오른다.
중년에서노년에이르는부부의삶은은퇴와노화,질병등으로이어지는후반부삶을있는그대로보여준다.누구나다비슷하게겪을법한지루하고도평탄한노년의삶.그런데부부의삶을한겹더들어가보면거기에는모든관계에필수적으로존재하는소외감과쓸쓸함이깃들어있다.아내에게시시때때로사랑을표현하고출장길에선물을잊지않던남편은정말로아내가원하는사랑을주었을까?출장길에나서는남편이트러플에게요란한작별인사를퍼부을때아내는어째서그렇게나허전한표정을짓고있었을까.묘하게도아내에게잠시온기가돌던시기는남편이은퇴후실의에빠져있던때였다.그러나남편이다시일을시작하고활력을되찾게되자아내는남편을있는그대로받아들이기로한다.“중요한건바람을피우냐안피우냐가아니라,진짜마음이어디를향해있느냐인것같아.”아내가암투병중에도한사코홀로병원진료를받았던것은평생회피형남편에게길들여졌거나실망이거듭된나머지아예아무것도바라지않았기때문일것이다.그리고홀로소파에앉아천천히노쇠해져가던아내는마침내남편의곁을떠난다.
『트러플』은인간이바라보는모노톤의세상과개가바라보는컬러풀한세상을번갈아배치함으로써무언가바라보는일이보는이에따라,자리에따라,입장에따라얼마든지달라질수있다는점을일러준다.사실은인간이개보다더다채로운색깔을경험하는데도이작품에서는개의시선에색깔을입혀트러플이바라보는부부의세계를따뜻하고밝게그린다.개의애정과호의에힘입어밝게빛나던삶은실제로도그런모습이었을까?아내의외로움도,키우던강아지의짧은수명도외면하기급급해하던호세루이스는마지막에이르러서야용기를내트러플에게인사를하러간다.그리고뒤늦게“삶에선가끔,웃기위해서울어야할때도있다는걸”깨닫는다.트러플이환한꽂밭을신나게뛰어가는장면으로끝맺는이야기는특별한드라마가없어도우리삶이얼마나많은감정과의미로가득차있는지보여주는듯하다.세상의모든개와그개들이가르쳐준사랑을되새겨볼수있는그래픽노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