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 같은 그리움도 (윤중일 시집)

커피 같은 그리움도 (윤중일 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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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윤중일의 『커피 같은 그리움도』는 크게 6부로 나누어져 있으며 주옥같은 작품을 만나볼 수 있는 책이다.
저자

윤중일

·1943년영천시신녕면출생
·우재愚齋(어리석은사람이머무는집)
·한국사진작가협회회원
·한국불교사진협회회장역임(2002)
·(사)한국불교사진협회자문위원
·한국문인협회회원(2010~)
·한국수필가협회회원
·문학의집·서울회원
·국제문학바탕문인협회회원
·夢村수필문학회회장(2020~)
·월간한국수필신인상(2009)
·월간문학바탕시신인상(2019)
·민용태월요詩아카데미회원(2018~)
·대구사진연구회회원전(1976년외)
·동아리사진전100회이상출품
·개인전문학의집·서울갤러리30일간사진전(2019)
〈작품명:白頭山天池〉尹中一作가로화면2m사진액자전시후문학의집·서울에기증
·수필집『그날도오늘처럼』2017,『불편한침묵』2022
·시집『커피같은그리움도』2024
·강남윤아트대표

목차

첫시집을내면서·3

제1부풀잎사랑
천지의봄꽃들·10
철없던시절·12
오월,그바람이여·13
우짜마좋노·14
이땅에서손잡고·16
풀잎사랑·18
익어가는것·19
자화상·20
존재하기연습·22
커피같은여자·24
코로나19·25
꽃다운날에·26
말해야하나·28
사랑만있다면·29
이를어쩌나·30

제2부커피같은그리움도
저혈당쇼크·34
지구가몸살났다·36
커피같은그리움도·38
풀잎향기그리워도·39
하루나이틀·40
회상·41
기적·42
발과발사이·44
벌을받누나·46
부활·48
그리운고향·49

제3부버려진미래
버려진미래·52
생각같지않아·54
어제처럼·56
그건불가해不可解한일이다·58
깊은인연하나·59
없는번호입니다·60
인슐린을맞으며·62
21세기오늘·64
바람아멈추어다오·65
신비로운건여자·66

제4부시베리아횡단하다
시베리아횡단하다·70
바람꽃처럼·73
빈들에서·74
청매靑梅하나두고싶다·76
사람구실·78
삼한사온그립다·79
엄마생각·80
가장멀리나는새·82
낙엽·83
깨끗한지구를위해·84

제5부길이라도잃어버렸으면
날리는게눈뿐이랴·88
돌이아니라바람이었다·89
꿈과기적의나날·90
길이라도잃어버렸으면·92
댓잎에바람소리로·94
딸이좋아·96
너는가고·99
가을비쓸쓸히·100
살아보니알겠다·101
참회록을쓰지못한나·102

제6부발로찍는사진
봄나물질경이·106
타고난복·108
지구가화났다·109
발로찍는사진·110
그때그시절·112
그대곁이라면·113
민물고기조림놓고·114
소리없는아우성·116

작품해설
불타는영혼과영감의시인尹中一_민용태·117

출판사 서평

불타는영혼과영감의시인尹中一

민용태(고려대학교명예교수,스페인왕립한림원위원)


尹中一시인은“자서전”에서술을한백병쯤마셔야시를잘쓸수있으리라상상한다.자신은술을잘못마셔서시가잘쓰여지지않는다고술회한다.이태백이야기를너무많이들은듯싶다.당나라현종이양귀비에홀딱반해서술먹다이백을불러오라한다.그때한참술에빠져있던이백이왕의부름을받고나타나그자리의현종에게소리친다.“어어…내신발좀벗기거라!”이리하여양귀비의아름다움을노래한시를썼다는일화는우리가너무도잘안다.그러니까윤시인은이백의술과기개를닮지못해아쉽다는이야기같다.우리시인누가이백을흠모하지않았으랴.그런의미에서윤시인은누구보다시인답다.그만큼불타는영혼을가졌기때문이다.그만큼영감을받아시를쓰고있기때문이다.

1.뮤즈에미친예술가

윤중일시인은평생을사진에미쳐산예술가중의예술가이다.젊어서가난할때아내모르게아파트반채값에버금가는그비싼카메라를덜컥사들고온예술에미친예술가이다.그비싼보석으로새를찍고풍경을담으러돌아다닌위인이오늘윤중일시인이다.그가예술에미친만큼여자와사랑에도미칠줄아는불타는영혼을가진시인이윤중일이다.시인은고백한다:

…여자를너무일찍알아버린것,공부를일찍포기한것은평생후회다여자없이못살팔자면서결혼을후회한다여자때문에제대로못살아온것만같다그렇다고여자에게배신당한적도상처를입은적도없는데,여자가얄미우면서흠모의대상이다여자는해풀같은깨끗함과동굴속같은오리무중에사랑스럽고헷갈린다헐빈한것같으면서무성하고,맑고깨끗해서좋은데얼음처럼차가운냉정함에갸웃한다그럼에도여자는실핏줄같은그리움과사랑의화신,여자없이못살팔자면서늘혼자살고싶은꿈을꾼다

여기에나오는윤중일의솔직함과진솔함이그를진정한시인으로만든장점이요원동력이다.그가“여자없이못살팔자”라고하는것은시인의커피향같은그리움이향하는곳이“여자”이거나뮤즈이기때문이다.“커피같은여자”라는시를보자:

일하다말고물을끓인다
날마다마시는커피
못견딜그리움인가
사랑도이같았으면

하루에도몇번씩
마셔야만하는것
무슨이유인가
겨울없는남방에서
재배되는커피는
맛도제각각인데
그유별난향기는
어디서오는가
중독이어도괜찮아
너도이같았으면

커피맛그향기
날마다맡아도
질리지도않는
내일이면가란찮게
또다시생각나는
커피같은여자.

“날마다맡아도/질리지도않는…”항상사랑과그리움이향하는“커피같은여자”가바로뮤즈이다.플라톤은시가사람을미치게하는,혹은신들리게하는(mania)마력을가졌음을그의책“이온(Ion)”에서이야기하고있다.이온이라는이름의시인이며시낭독자를길에서만난소크라테스(플라톤의스승이며항상그의책의주인공)는시와시인이바로이런자력과같은힘을말한다.시인이시를읊고쓰는것은뮤즈로부터이런영감을받다읊조리는것이고,그의시를듣고감동을받는독자도시인으로부터감동(신들림)을받아미치게좋아하는것.따라서시인이나예술가는다름아닌이런무당이나인기가수같은신기한힘을가진자라는설명이다.
사람을신들리게하는힘은바로사랑에서온다.윤중일은사랑의시인이다.그는두향과이퇴계의사랑이야기“청매하나두고싶다”를쓴다.그시에는“눈뜨면보이는곳청매靑梅하나/섣달그믐꽃눈볼록터질듯/부푼너의가슴”같은“두향杜香이일생가꾸던청매화하나를”“임지로떠나는서방님퇴계退溪에게준”사연이나온다.퇴계는두향보듯청매를가꾸다죽음에이르러“저매화분에물주거라!”마지막한마디를남기고숨을거둔다:

누구라도시간따라정분도식겠지만
퇴계와두향의끈질긴사랑
청매같은정조와올곧은기개
두향은퇴계떠난그자리에서
절개를지키다죽었다
아무라도저와같길바라지
시간되면떨어지는낙엽
사랑도그렇게식어가는것
매화절개올곧기도하거니
사는동안오래된청매하나
곁에두고싶은내마음
구름에나걸어두어라.

철마다시간따라변하는곳에청매하나를기르는사랑가꾸기는안타깝고애처롭다.그러나올곧은마음으로더욱깊게영원으로승화시킨“얼음같은속살옥처럼맑은”사랑의정성이청매로핀다는두향의사랑은참으로감동적이다.사랑의시인에게이토록간절한향기가그리울터…

2.현실을사는실존시인

그러나윤중일은사랑과그리움만먹고사는시인은아니다.그에게는시간과현실이라는냉혹한실존의아픔이있다.시인에게오늘의세상은무서운총성으로메아리친다:

소리없는아우성
들리지않는울음
세상이온통전쟁이다
총성도울리지않는데
죽음은계속쌓여만가고
제2차세계대전때도
미군35만명이죽었는데
2020년올한해미국은
40만명의국민이죽었다
우리나라도천삼백명이죽었다
어찌이보다더한재앙이있을까
어찌21세기에있고야마는가
1년동안여행이금지되었다
국내는물론이고해외는더하다
5인이상모든모임금지되니
시절이참말로수상해
친구끼리만남도꺼려진다
집에서사무실만왔다갔다
살아있음이삶아닌감옥이다.

아침마다들쳐보는신문에는전쟁과죽음,코로나까지목앞에서아우성이다.눈을감고꿈만먹고살기에는너무끔찍한현실이현상으로육박한다.엊그제까지만해도마스크없이한발자국도나갈수없지않았는가?한마디로산다는게“감옥”생활이다.“1년동안여행이금지되었다/국내는물론이고해외는더하다/5인이상모든모임금지되니”이런숨막히는현실이우리를에워싸고아우성이다.윤시인은구체적으로코로나를시로쓴다:

2020년2월중국우한시로부터찾아온손님
세상을온통아수라장으로만든다
사랑하는이와도저만치떨어져
입맞춤은커녕손도잡지말아야한다
견뎌야해참아야해
세상이온통사람들과거리를두고
(이런일은한번도없었는데)
지구이쪽에서저쪽까지
나라마다사람들은죽어가고
스페인이탈리아미국도죽어가고
병원도환자도수용할공간부족
어느별어느하늘이런참혹한그늘로
서로를불신하며외면한적있었던가
불신의고리끊어질날
알수없는게더괴롭지만
언젠가해뜨고볕쨍쨍비칠날있겠지
붙잡을순없어도끝끝내이기고살아남으라
사랑하는사람들아떠나지말고.

그리스신화에서인간이판도라상자를열었을때세상의모든재난과질병,불행이쏟아져나왔다고한다.그불행덩어리세상의삶중거기유일하게남은게희망이었다는것.윤중일시인은“병원도환자도수용할공간부족/어느별어느하늘이런참혹한그늘로/서로를불신하며외면한적있었던가/불신의고리끊어질날/알수없는게더괴롭지만/언젠가해뜨고볕쨍쨍비칠날있겠지”라는희망을이야기한다.그것은아직사랑이있고사랑하는사람들이있기때문에우리는살아갈수있는것.기독교도신은사랑이라고말하지않았던가?

3.삶을진솔하게이야기하는것이시다

나를아프게하고괴롭히는게어찌코로나뿐이겠는가?스페인의황금세기의위대한시인께베도(Quevedo)의시구에서처럼,나이드니남의일인듯하던“모든질난과질병이모두나를감싸고도는구나(Nohaycalamidadesquenomerondan)”라고한탄한다.윤시인도나이가드니병원신세를진다.“인슐린을맞으며”라는시를보자:

혈당체크250이라인슐린22단위를뱃가죽에찔러넣는다
눈앞이핑그르르인슐린이혈액속으로스미는순간현기증인다
하루식전세번씩에다더러밤늦게한번더
말초혈관발가락끝에피가안돌아끝내날저물면
세포가썩게되는당뇨합병증은곧죽음
그걸막기위해먹고싶은거못먹고참아내야하는것은
생목숨으로참못할짓이고내몸뚱이에미안하다

인간본능인삼대욕망이먹고자고하는건데
나이드니하는것도참어렵구나
먹는것마저눈뜨고참아야하는것살아도사는게아니다
과일가게의현란한색들은늘외면
모임에서각가지음료와술,떡과사과고구마삶은옥수수는
뚝꺾어반개만먹고참는다
못먹고참아야하는것은하기힘든거보다더가혹하다
당뇨병은선친이물려준거라지만내몸에미안하다아니
떠날때가한뼘남았으니한두어뼘만더참아달라고할까.

나이든다는것은참무서운일이다.의사의경고가귀에붙어있다:“말초혈관발가락끝에피가안돌아끝내날저물면/세포가썩게되는당뇨합병증은곧죽음”이라는말!선천적으로부모로부터이어받은유전병이라지만,“먹는것마저눈뜨고참아야하는것살아도사는게아니다/과일가게의현란한색들은늘외면/모임에서각가지음료와술,떡과사과고구마삶은옥수수는/뚝꺾어반개만먹고참는다/못먹고참아야하는것은하기힘든거보다더가혹하다”
정말로구구절절이아픈당뇨병환자의고생이묻어있다.그러나이런아픔과참음이감동스러운시가되는것은윤시인의마음에서우러나오는체험이야기의진솔성때문이다.예술과시는진실한마음에서거짓없이우러나오는말자체이다.공자께서는“시는한마디로말해서나쁘고거짓스러운생각을하지않는것(사무사,思無邪)이라고하셨다.“거짓스러운생각을하지말고”,그런“말을하지않는것”을“성심”스럽다고해서중용의가장훌륭한덕으로보았다.공자가“시에서배워야(시교,詩敎)참인간이된다”라고한것은시인에게만한말이아니라모든인간다운인간(군자,君子)에게하신좋은말씀이다.요즘우리사회가시도읽지않고막말이많고너무어지러운것은말로만유교를찾고공자를너무안읽어서이다.윤중일시인의시의가장큰미덕은바로이런진솔성과성심성이다.어떻게보면윤시인은너무솔직하게쉽게시를쓰는것같다.그러나거기에는그동안참고닦아온평범속의비범非凡이무서우리만큼조용하게빛나고있을뿐.
요즘윤중일시인의모습은좀힘들어보인다.나이든다는것이불편하긴한모양이다.걷기도별로편한것같지않다.최근에쓴“기적”이란시를보면,그런고충이보인다:

“지하철여섯정거장/20분이면닿는내작업실/경로대우받으니요금도공짜/편리하고좋기만한데/택시를타거나/차를운전하고다닌다/불과1km도못걸어/계단도오르내리지못해/살아있어도살아있지못한/바보가되어버린나”

그러나윤시인을보면늙고아픈것이더깊고겸손하고훌륭한시인으로만드는길인것같다.위시의마지막연의“달리기는달려가는시간으로밀어두고/다만걸을수있는기적을”이라는시구는그야말로절구絶句이다!세월과시간이야속하게얼마나빨리달려가기에아이러니하게이런말을할까?하상걷는걸음이“걸을수있는기적”임을느끼는순간윤중일시인은무섭게깨달은시인이된다:

저녁어스름
성내천둘레길걷는다
더러불밝힌자전거도달리고
걷는이들발걸음도바쁘다
내딛는발걸음힘이넘친다
젊어서는먼거리달려도보았지
땅에서마음놓고걸을수있기를
지구가공전하듯
언제나같을수는없지만
넘치는행복은바라지도않아
달리기는달려가는시간으로밀어두고
다만걸을수있는기적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