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장 난 기분 (반양장)

고장 난 기분 (반양장)

$17.90
Description
≪선명한 거리≫ ≪끙≫ 만화가 전지,
묵직한 위트와 솔직한 글쓰기로
불안에 지지 않고 나의 일을 해나가는
분투의 시간을 그려내다
만화와 미술로 우리 사는 동네와 생명 풍경을 그려온 작가 전지. 사람들 앞에서 자주 고장 나고 뚝딱대는 ‘내 마음 관찰기’를 만화와 에세이로 펼쳐놓는다. 너무 떨려서 말하는 동안 씰룩대는 볼까지 붙잡아야 했던 굴욕의 순간들과 인터넷 정보를 뒤지며 나를 알아가는 일이 점점 더 두려워졌던 마음, 마침내 예술가 심리상담을 받으며 조금씩 납득해 간 고장의 원인과 수용 과정을 그려냈다. 작가 특유의 묵직한 위트, 솔직한 글쓰기로 누구나의 마음속에 잠자고 있는 불안과 그 불안에 지지 않으며 자기 일을 꾸준히 해나가려고 분투하는 우리들의 모습을 만날 수 있다.
저자

전지

저자:전지
‘말하기’가어렵고긴장이돼서미술과만화,글로이야기하는편이다.
어떻게하면타고난기질을사용해표현하고일하며살수있을지늘고민한다.
만화≪선명한거리≫≪음음음≫≪끙≫≪오팔하우스≫를그렸고,가족구술화엄마편≪있을재구슬옥≫,안양아카이브프로젝트≪채집운동≫을쓰고그렸다.
@hijeonji

목차


인트로

고장경험01
나는왜떠는가
고장경험02
술이고장에윤활유가될까
고장경험03
내가떠는게보여요,안보여요?
고장경험04
불안에대비하는난리난리
고장경험05
아직한알남았다
고장경험06
나자신그대로로서는일

나아지기연습01
상담을받다
나아지기연습02
당신은또무얼원할까
나아지기연습03
난떨어요.나떨어요!
나아지기연습04
닮고싶은내향인예찬
나아지기연습05
튀겨진나의아몬드
나아지기연습06
인정게임
나아지기연습07
새드엔딩

아우트로
집필후기

출판사 서평

만화가전지의‘자기관찰형’심리만화에세이
“불완전한나를기록합니다”

주목받으면어는타입
‘나는왜이럴까…’

전지작가는만화가이자미술인이다.창작하는사람들은자기만의세계에숨어서도잘살아갈것같지만작품과프로젝트를설명하기위해대중앞에서종종프레젠테이션을하고‘작가와의대화’에참여해야하는것이직업적숙명이다.이런자리를앞두면저자는며칠전부터마음이불안해진다.현장에선?사람들에게주목받는순간부터목구멍이좁아지고,손발이덜덜떨리며,뇌가정지돼준비한말도다하지못한채뚝딱대다내려오는일이다반사다.
‘사람들웃기는거좋아하고혼밥도잘하면서발표는왜못하는건데….’
반복되는자신의문제를일종의‘고장’으로직시한저자는웹서핑을통해스스로를알아가려노력하다가‘도저히상종못할나르시시스트’같은문구와마주치며두려운마음을느낀다.그리고조심조심,어디서주워들은정보와자기만의소소한방법을고안해가며고장난상태를고치고나아지기위한몸부림을시작한다.

나를이해하려고별짓다해본이야기
‘사회불안증이라고요?’

저자가혼자서시도한일은다양하다.발표할내용을구어체대본으로써서준비하기,발표장주변에미리도착해서알람쪼개놓고기다리며익숙해지기,신경안정제먹기,온라인으로회의할때내얼굴이보이면신경쓰이니까그부분만포스트잇을붙여가리기,화면이최대한작은기계로화상미팅에참여하기,떨리는신체부분을터치해서진정시키기,발표할때옆에있는사람뒤에숨어서하기…등등.그러나어떤시도로도불안과떨림을극복하지못하자예술가심리상담프로그램에참여해전문가의진단을받는다.
저자의이런상태를진단하는의학적명칭은‘사회불안증’.공황장애와는다르게대중앞에서관찰당하는특정한상황에서만불안을느끼는증세다.즉,여러사람앞에서말해야한다거나낯선사람과밥을먹는등의행동을할때급작스레불안과떨림이찾아온다.그래서‘발표불안’‘주시불안’‘불안장애’등으로검색해보는사람이많고생각보다흔한증상이다.하지만대부분의심리질환이그렇듯이전에부정적인기억들이편도체에각인돼발생하는것이라마음먹기만으로는쉽게극복할수없다.

조용히분투하는나와우리를응원하며
‘같이좀어려웁시다…’

그래서저자가죄절했냐고?그렇지않다.인생에서‘이렇게극복했습니다!’보다‘이렇게어려움이있습니다.’쪽의스토리가더반갑고공감이간다는저자는고장을극복하기보다담담히수용하는쪽으로마음을다잡는다.“사람들은대체로떠는사람에게허용적이에요.”라는상담선생님의말에위안을얻고,‘나는떠는사람’이라는것을주변에공개적으로알리며이해와도움을구하기로한다.‘다른사람은나를어떻게생각하는가?’골몰해왔던질문에대한답도그자신만이줄수있다는것을이제는안다.
책은크게저자가겪었던다양한‘고장경험’들과‘나아지기연습’의과정을그린다.전지작가특유의묵직한위트가깔린만화로실제겪었던에피소드를그려서담고,스스로의마음을거울치료하듯솔직한에세이로적어내려간다.독자들은‘불안한데웃긴’만화를큭큭대며읽다가‘짠하고따스한’글에시선을멈추기도하면서작가마음속의조용한분투를지켜보게된다.그과정에서저마다의마음에잠자고있는불안과,불안을안고도고요히앞으로나아가는용기에대해,우리각자의기특하고작은삶에대해아마도함께생각하게될것이다.

책속에서

나는사람만나는걸좋아한다.표정관찰하는것도좋고,대화를하면서상대를웃기기위해말을고르는것도즐긴다.그런데이런기능들이고장나는순간이있다.
-14p,인트로

사회불안증이있는사람들이가장두려워하는게‘내가떨고있다는걸사람들이알게되는것’이라고하는데이부분에서늘헷갈린다.물론떠는것보다는떨지않는게좋은거니까당연히안떠는사람으로보이고싶겠지만,떨리는건스스로괴로운상태인데다른사람이나를떠는사람으로보고이상하게생각하는게과연더두려울까?
-39p,내가떠는게보여요,안보여요?

사실나는나에게어느정도만족하고,그렇게큰야망을품지않는다.완벽주의자라고할정도는아니게적당한선에서쉽게만족하고끝내고쉴줄아는사람이라고생각한다.그런데어느부분에결여나뒤틀림,오류,고장이찾아와떨게되는걸까?
-66p,나자신그대로로서는일

평생ADHD증상으로살아온사람이ADHD약을처방받아복용하고나서일반사람들은이렇게평온한상태로살았던거냐며그간힘들었던이야기를쓴책을읽었다.나역시사람들앞에서거나여럿이함께있을때긴장감과압박감을민감하게느끼는처지에서,부정적인감정에휩싸이지않고도일상생활이가능한사람을만나면이렇게말하고싶어진다.“그평온함이정말부러워요.정말귀한걸가지고있군요.”
-89p,난떨어요,나떨어요!

내안에비좁게엉겨붙은채불안으로웅크리고있는‘나’들을“이제나가놀아.”하면서조금씩떼어내보낸다면내안에도좀더여유로운자리가생기지않을까.그러면상대방이잘보이고,이야기에도몰입되고,오롯한관찰도가능해지지않을까.타인의기대나평가를신경쓰며하는이야기가아닌진실을찾으려는내향인의몸짓처럼,나의언어로딱내만큼만.-100p,닮고싶은내향인예찬

생각해보면내가가장힘들었던부분은발표하기전며칠동안의난리법석(온갖인터넷검색)과발표후의복기와자책의시간이었다.이렇게전난리와후난리만하지않아도발표에대한기억이‘묵직한긴장감’으로만저장되고,계속해서‘전할이야기’에만초점을맞춘다면마음이점차정돈되어나의편도체도안정에이를수있지않을까.(지금으로서는묵직한긴장감의크기까지줄이는방법은없다.)-108p,튀겨진나의아몬드

그저불완전한상태를오픈할수록편안해지는걸느끼기에내불안을SNS에썼던것처럼,또하나의자세한‘불완전한나’를여기에글로기록한다.이왕이면책을읽고나도그렇다고,나도어려워하고있다고,혹은이러저러하게극복하고있다고이야기를건네는미술인이있다면정말너무반갑겠다.같이좀어려웁시다.
-129p,새드엔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