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ription
어느 날 죽음이라는 것이 예고도 없이 내 방문을 노크했다. 아무것도 아닌 것들이 소중한 것이 되고 가장 소중했던 것들이 아무것도 아닌 것이 되기도 하는 감정의 변화 앞에서 그때서야 난 죽음이란 것과 직면한다. 죽음이란 건 필연이라는 게 진실임을 알면서도 난 그것과는 무관한 사람인 줄 알았다. 죽어보지도 않고 죽음을 정의하는 건 월권이며 사기라고 생각했다. 죽음은 어떤 면으로는 삶의 연장이라는 어느 작가의 말에 분노했다. 어느 날 갑자기 훼방꾼처럼 내 삶을 침식해버린 영육의 진통으로 난 꽤 오랫동안 죽음과 친구처럼 살기로 작정했다. 지금도 현재진행형인 우리의 동거는 봄을 몇 번쯤 만날 수 있을까. 여러 유형의 죽음을 이야기로 그려보며 나는 그 죽음이란 친구와 좀 더 친하게 지내볼 요량이다. 〈이제 우리 그만 살까요〉는 나의 간절한 버킷리스트였다. (2025년 입춘 즈음, 박정화)
이제 우리 그만 살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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