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밤은 온다

그리고 밤은 온다

$15.00
Description
죽음을 배웅하고 남겨진 사람들
그리움과 미련을 쓰다듬는 다정한 소설
일본 전격소설대상 '미디어웍스 문고상' 제27회 수상작가 도노 가이토의 소설이 한국 독자들을 찾아왔다. 국내에 처음 선보이는 저자의 장편소설 《그리고 밤은 온다》는 호스피스 완화의료 병동을 배경으로 한 이야기로, 삶과 죽음의 경계에 선 시한부 환자와 그들을 돌보는 간호사의 삶을 조명한다.
완화의료 병동을 '천국과 가장 가까운 곳'이라고 표현하며 생의 마지막 순간을 따뜻하게 애도하는이 소설은, '시한부'라는 삶을 비극적인 소재로만 다루지 않고 간호사 '구라타'와 병원 매점 아르바이트생 ‘료’의 교차 시점을 통해 정중하고 객관적인 시선으로 접근한다. 저자는 의료진들의 진정성 있는 직업 의식을 섬세하게 그려내며 '완치'보다는 '완화'에 초점을 맞춘 소설의 의도를 짐작해볼 수 있게 한다. 《그리고 밤은 온다》는 마지막 순간을 함께하는 이들의 이야기를 통해 상실이라는 깊은 슬픔에 공감을 건네며, 우리가 언젠가 마주하게 될 그 순간을 좀 더 따뜻하게 품어 안을 용기를 얻게 한다.
저자

도노가이토

저자:도노가이토
《너와잠들지않은채꿈을꾼다》로제27회전격소설대상‘미디어웍스문고상’을수상하며데뷔했다.대담한상상력과섬세한심리묘사가돋보이는소설을쓴다.《그리고밤은온다》는한국독자들에게소개되는저자의첫작품이다.

역자:김도연
일본학을전공했다.좋아하고잘할수있는일을찾은끝에일본어번역가가되겠다고결심했다.글밥아카데미에서일본어출판번역과정수료후현재바른번역소속번역가로활동중이다.번역한책으로《캐릭터디자인을위한머리카락그리는법》,《마음이편안해지는작은책》,《TIPS!그림이그리고싶어지는힌트모음집》이있다.

목차

프롤로그4
제1화천국과가까운곳9
제2화유령이꽃피는계절83
제3화남은시간을보내는방법175
제4화그리고밤은온다237
에필로그276
작가의말284

출판사 서평

애도를통해삶을마주하는방법
끝이라생각했던곳에서다시시작되는이야기

소설은완화의료병동간호사구라타의시점으로시작한다.‘간호사는출근해서옷을갈아입는것부터일이다’라고생각할정도로직업의식이뚜렷한구라타는겉으로보기엔무던한,더나아가무미건조해보일정도로어떤상황이든감정을크게드러내지않는사람이지만환자를대할때는누구보다정중하고섬세하다.구라타는72세대장암환자인하시즈메의말을들어주며잘알지도못하는야구이야기에맞장구를치기도하고,혼자서움직이지못하는마쓰모토의자세를능숙하게보조하거나‘목숨값’을물어보는소년고타로에게다정한위로를건네기도한다.이처럼암으로인한환자의신체적통증만이아니라심리적고통도살펴주는완화의료병동은,‘사람이할수있는모든노력이결집해있는’곳이기도하다.완치가불가능한환자들을돌보며그들의삶을정중하게대하는구라타의시점을따라가다보면차갑고낯설었던병동의이미지가어느새온기로가득찬공간처럼느껴지게된다.
이처럼고요한일상을유지하던병동에서어느날유령에대한소문이들리기시작하고,소설은뜻밖의전개로예상치못한흥미를불러일으킨다.이야기의처음과끝을섬세하게구성한저자의예리한연출력이돋보이는것도이소설의매력이다.묵직한울림과소설적재미를동시에잡은《그리고밤은온다》는독자들에게도노가이토라는이름을선명히새겨줄것이다.

상실이건넨새로운희망
당신의삶에마음을기울이던
누군가를기억하며

가까운이의죽음을경험하는것처럼선명한슬픔은없다.소설에남긴저자의말처럼‘소중한이의죽음을배웅할때나의일부도함께죽어가는느낌’이딱그럴것이다.그러나저자는죽음을통해겪는상실감이야말로‘세상을떠난이가얼마나소중했는지를알려주는증거’라말하며우리가살아가면서맺어온관계에대해오래곱씹어보게한다.표면적으로상실은잃거나사라진것이지만분명한무언가를남기기도한다.누군가를진심으로애도하는마음은무기력했던삶에새로운이정표를가리켜주며더나은사람이되겠다는다짐을품게한다.누군가의죽음을통해삶의동기를얻는다는게적절치않게비춰질수도있으나,우리는늘상실로부터삶을배워왔다.잃어버린적있기에지키고,후회해본적있기에도전한다.
《그리고밤은온다》는인간의존엄성과사랑을섬세하게담아낸작품으로,독자들에게상실을마주할용기를전하고‘죽음이라는끝을향해한걸음씩내딛어야할인생’을다시시작해보게할소설이다.

책속에서

탈의실에서희고깨끗한유니폼으로갈아입는다.
옛날에비하면간호사유니폼도컬러가다양해졌지만,우리병원은여전히흰색이다.
어깨근처까지자란머리카락을뒤로묶는다.
머리핀이탁소리를내면,그순간을신호로오늘도나의일이시작된다.-5쪽

“웃기지않아요?”
상자를보고있다는사실을눈치챈걸까.고타로가작고지친목소리로물었다.조금전까지다른곳을향해있던고타로의눈길이상자에가닿았다.
“그거,엄마가가져온거예요.마시면병이낫는물이라나.”
어떻게대답해야좋을까.어려운문제다.
자유진료.이른바민간요법이다.-23쪽

현실에서기적은일어나지않는다.의료진이아무리고심하고환자본인이어떤노력을하더라도어쩔수없는일이있으니까.
하지만이곳에는사람이할수있는모든노력이결집해있다.
나도여기서최선을다해일할것이다.
지금까지도,앞으로도.-72~23쪽

“돈도약도,심지어병실도남아도는게아니잖아요.그런데도그귀중한돈을낫지도않을환자한테쓰는건쓸데없는일아닌가요?”
“그게…….”
로퍼는잠시앓는소리를내더니이내말을멈췄다.마지막한마디만은어떻게든삼키려하는것같았지만결국그말은입밖으로흘러나와버렸다.
“……어차피죽을텐데.”
속마음을몽땅털어놓았을텐데로퍼의표정은후련해보이기는커녕몹시불편해보였다.마치본인입에서나온말의추악함에겁먹기라도한것처럼.-107쪽

“병원에유령이나온다는얘기,사실이에요?”
야간근무휴식시간에다키모토가파래진얼굴로물었다.어쩐지야간근무가시작된무렵부터다키모토의상태가이상하다고생각했는데,설마이런이유때문일거라고는상상도못했다.순간나도모르게웃음이터질뻔했다.
“어제환자분가족이이야기하는걸우연히들었거든요.”
“뭐든그대로믿어버리는건좋지않아.”-112쪽

“아무일없어.그냥연차를써야해서그래.”
그런데……목구멍까지나올뻔한말을겨우삼켰다.말해야할것도,해야할일도정해져있는데막상꺼내려니왠지자신이없었다.
조금만더,적당한때를봐서이야기하자.
그정도의시간은내인생에남아있을테니까.-196쪽

병실에남겨진나는그자리에가만히서있었다.
이상한예감이들었다.시곗바늘이조용히움직였다.밀려왔다가다시멀어지는파도처럼병실안에는숨소리만이느릿하게울려퍼졌다.하지만썰물이지면파도소리가작아지듯독서가씨의숨소리도조금씩,조금씩잦아들었다.-267쪽

“하지만내일부터는나도틀림없이유령을보게될것같아.”
더할수없을정도로이별의아쉬움이오롯이묻어나는말이었다.나는뭐라고대답해야할지몰라서그저조용히머리를숙였다.
“가능한한오래,그리고건강하게있어줘.”
오타케씨는미소를띤얼굴로말하며먼저밖으로나갔다.-273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