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절과고립을넘어선희망의빛
도수영첫소설집
소설가최정화·김철귤추천!
《모두의안녕》에실린다섯편의단편은각기다른시공간을배경으로하지만,모두닫힌문과창문너머로서로를감지하려는사람들의이야기다.도수영작가는격리와단절의언어로오히려연결의감각을이야기한다.세계가어떤모양으로무너지든,사람들은끝내목소리를높이고동그라미를그리며서로의존재를확인하려한다는것.《모두의안녕》은그애처롭고아름다운몸짓에관한소설집이다.
이상기후가만들어낸기이한변화,
일상이고갈된세상에서마주한고립,
공포가잠식한자리에서절망이아닌그너머의안녕을묻는이야기
등단작이자소설집의표제작인「모두의안녕」은방역체계가일상을지배하는도시에서홀로고층아파트에갇혀사는게임개발자도일의일상을따라간다.창문에도시의윤곽선을그리고,열린창문에동그라미를표시하며사람의흔적을찾는도일의모습은쓸쓸하면서도유머러스하다.도일은보건국직원의감시를받으며외출조차자유롭지않지만,오래전자신이만든게임속가상세계를홀로거닐고,윗집아이의발소리에귀를기울이고,연락이끊긴친구나오미와그의아들조슈아를걱정하며하루하루를버텨낸다.단절된세계안에서도타인과의연결을포기하지않는도일의모습은,고립과단절이결코완전할수없음을조용히증명한다.소설은격리된삶속에서도‘나여기있다’고외치는목소리들이어떻게건물사이를휘감아돌다사라지는지를섬세하게포착한다.
「오늘기록」은디지털화된뇌를가진채매일밤기억이지워지는리소스센터의노동자오수현을통해,‘기억한다는것’과‘존재한다는것’의관계를묻는다.오수현은매일아침,어제를모른채똑같은하루를시작하지만,노인이건네준축전지덕분에처음으로‘어제’와‘내일’이라는개념을갖게된다.자신이이미죽은사람이라는사실을,엄마가기다리고있다는사실을알게된오수현이칠흑같은밤을달려바깥세상으로나가는장면은이소설집에서가장숨가쁜순간중하나다.기억을지키기위해밤을달려바깥세상으로나간오수현이끝내선택하는것은저장장치가아니라한사람을기억하고싶다는욕망이다.
「아이가자라는동안」은바다를메워만든땅하구동에이십년을살아온세가족의이야기로,가난과연대와방관이한아이의삶을어떻게빚어가는지를묵직하게그린다.
광활한황무지R300에서홀로토양을조사하는생태학자나우와사고로발이묶인어린메신저KT27의짧은동거를그린「R300」은,전혀다른세계에서나고자란두사람이서로의살갗의온도를발견해가는과정을담담하고도따뜻하게담아낸다.감염병이휩쓸고간세계에서사람과의접촉을잊은채살아온나우와,태어날때부터타인과의거리를당연하게여기며자란KT27은서로를향해주먹을휘두르고밀치며어색하고투박하게가까워진다.오랫동안혼자였던나우가KT27의뜨겁고축축한이마에손을얹는순간,오래잊고지내왔던타인의체온이되살아나는장면은소설전체에서가장조용하고도강렬한순간이다.두사람이함께한며칠이이황무지에서의긴고독보다더많은이야기가되어버린다는것을,나우스스로도뒤늦게깨닫는다.
마지막작품「루틴을지키기는어려워」는자기관리에철저한청년석준이닭가슴살한박스를찾아비바람을뚫고이수역까지나섰다가직접공장까지가는하루를통해,환경오염으로인해개인의루틴과세계의균열이충돌하는순간을날카롭고유쾌하게포착한다.
각자의방안에서,서로를향해소리치다
소설속인물들이처한시대와배경은제각각이지만‘고립’이라는하나의공통점으로수렴된다.방한칸에혼자있어도,사람들속에있어도,누군가와느슨하게연결되어있어도이들은혼자다.도수영작가는이막막한고립의풍경을기이하고도날카롭게포착하면서,동시에그구석에틀어박힌누군가의방문을두드리는단단한주먹소리를소설안에새겨넣는다.비극적이되비극으로만끝나지않는것,그것이작가도수영소설의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