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전약속지킨선생님과제자들
2024년1월,‘20년전약속…다들기억할까?’라는제목의짧은영상이화제가되었다.졸업한지20년만에모교에서다시만난담임교사와제자들의동화같은순간을담은영상이다.“가슴뭉클하고아름다운순간”“따뜻하고감동적”“낭만그자체”등영상을보고감동한사람들의댓글이쏟아졌고,언론사들의취재도이어졌다.한달만에조회수50만이넘은화제의영상속담임교사,이장규선생님의책이출간되었다.유쾌하고자유로운‘짱구쌤’과가슴따뜻한아이들이빚어낸빛나는순간들을만나보자.
어쩌다교장이되어
이장규선생님을아이들은대부분‘짱구쌤’이라부른다.이름과볼록한뒤통수에서떠올린별명이다.짱구쌤은이별명에아이들과거리를가깝게하는마법의힘이있다고믿는다.1992년임용된뒤한해도빠트리지않고학급문집《어깨동무》를펴내며교실에서지내다가2020년전남구례용방초에공모교장으로부임한짱구쌤.어쩌다교장이되었다며초보교장으로서의부담감도느꼈지만,운동장에서지리산노고단이보이고울타리를따라섬진강지류인서시천이흐르는아름다운학교에서“전생에무슨복을지어서이런호사를누리나”라고할만큼행복한4년을보냈다.이책은그4년간의기록이다.
세상에없던교장,짱구쌤
짱구쌤의하루는분주하다.아침마다교문에서등교하는전교생과하이파이브를하며아침맞이를하고,교장실에서예약한아이들과차를마신다.일주일에네시간은‘짱구쌤수업’을하는데,전래놀이,실내화빨기,서시천산책하기,그림책읽어주기,비오는날운동장맨발로걷기까지,수업이라기보다는아이들과즐겁게놀면서배우는시간이다.틈틈이‘임가이버’주무관님을도와오래된정자리모델링을하고,운동장에트리하우스를짓고,노고단을보며쉴수있는데크쉼터를만들고,학교에필요한것들을고치거나만드느라드릴을들고학교곳곳을활보한다.퇴근후에는학교가장구석에있는관사에서‘세상의모든음악’을듣고,책을읽거나그림을그리고,손편지를쓰다가손전등을들고교정을둘러본다.이런교장선생님이라니!세상에없던교장이다.
짱구쌤이만난빛나는순간들
아이들은짱구쌤을만나면깜짝놀랄말,재미있는말을자주건넨다.
“짱구쌤,오늘은무슨차예요?김칫국물맛이나네요.”
“보이차야.”
“그럼남자만먹어요?”
“짱구쌤은교장쌤을몇번해봤기에그렇게잘해요?”
“하하,왜그런생각을했어?”
“실내화도잘빨고드릴도잘하잖아요.”
“짱구쌤,세상이참따뜻해진것같아요.”
“그래.살다보면따뜻한일참많단다.”
“그러니까모두반팔을입고다니잖아요.”
“바람은살랑이고,햇살은따습고꽃도예쁜데새들까지지저귀니참좋구나.”
“짱구쌤이옆에있으니더좋아요.”
아이들을돋보이게하는,좀만만한선생이되고싶다는짱구쌤.과연짱구쌤이라는별명에는마법의힘이있는것같다.
세상에없던학교로가는길
짱구쌤이바라는학교는세상에나가기전주인공을경험하는곳,세상에서가장안전하고즐거운곳,모든것에앞서공평한곳,모두가더나은사람으로함께성장하는곳이다.그런바람을이루기위해짱구쌤은국기게양대에학생들의부모나라국기들을모두걸고,매일아침맞이를하며,아이들과실내화를빨고,학교곳곳에아이들의아지트를만든다.그리고,용방초는교육부‘학교단위공간혁신사업’공모에지원하여선정되었고,이제2년후에는새로운학교건물이완성된다.학교건축에대한바람을남김없이쏟아낸공모도전기와모든용방가족이3년간머리를맞대고만든학교설계에관한이야기가흥미롭다.세상에없던학교는그렇게모두의바람을담아차근차근만들어지고있다.
365일행복한배움터
“어린이는내일의희망으로만존재하는것이아닙니다.이들은지금,여기이미존재합니다.”짱구쌤명함뒷면에적혀있는,폴란드출신의교육학자야누슈코르착의말이다.따뜻한가슴을지닌아이들과함께가르치고배우며성장할수있어행운이라고,이만큼그럴싸한어른이된것도학교가일터였기에가능했다고말하는짱구쌤.그는이제공모교장임기를마치고교실로돌아간다.하지만달라지는건크게없다.늘그랬듯‘짱구쌤’이라불러주는아이들과함께어제보다더나은사람으로성장해나갈테니까.그러다어느날에는또설레는마음으로‘20년전약속’을지키러나서기도하면서…….짱구쌤은아이들과함께여서,아이들은짱구쌤과함께여서내내행복할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