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의 세계 (김설과 난초살인사건)

리의 세계 (김설과 난초살인사건)

$17.27
Description
조선 중종 32년, 과거에 급제하였으나 발령 한 번 못 받고 잡일로 연명 중인 유생 김설에게 뜻밖의 기회가 찾아온다. 하늘이 내렸다는 전설 속 난초 ‘천란’을 찾아오면, 명문가 사위 자리를 내어주겠다는 대간의 말. 김설은 기대를 품고 입기현이라는 마을로 향하지만, 그곳엔 난초가 아니라 시체 두 구가 기다리고 있다.
입기현 마을은 어딘가 이상하다. 병법을 읽고 행하는 아름다운 여인 고채는 마을의 실세이고, 성균관 동문 정진허는 석연치 않은 낌새를 풍기며, 한쪽 얼굴이 일그러진 무당 을그미는 무언가를 감추고 있으며, 고채의 충복 민하겸은 알 수 없는 색기를 흘리고 다닌다.
김설은 성균관에서 배운 ‘리(理)’로 세상을 해석해보려 하지만, 이 마을에선 ‘리’가 통하지 않는다. 모든 논리가 무력해지는 세계, 욕망과 권력, 진심과 기만이 얽힌 미로. 그 한가운데로 내몰린 그는 고채에게 주책없이 빠져든 채 정의와 진실을 찾아 길을 헤맨다. 김설은 마을의 살인사건을 해결하고, 하늘이 내린 난초를 찾을 수 있을까. 김설과 고채, 애정과 증오, 집착과 대립이 교차하는 두 사람의 관계는 어디까지가 거짓이고 어디까지가 진심인가.
저자

김혜량

저자:김혜량
꿈에큰산을보았다.일주일뒤,소설을쓰기시작했다.소설쓰기의좋은점은자아가점점흐려진다는것.정신을차려보니지금큰산이보이는곳으로이사와소설을쓰고있다.산에홀린걸까.쓰기에홀린걸까.동양철학을전공했고홍보일을했다.지은책으로는《화평연간의격정》1,2권이있다.생의신비로움에대해쓰고싶어한다.마지막엔좋은선택을하는인간을그리고싶어한다.

목차

제1장사라진천란
제2장인간대인간
제3장붉은꽃잎대롱대롱
제4장드러난진실
제5장홀륜하도다

출판사 서평

이책은이성과감성,현실과망상,욕망과명분사이의간극을추적하는
심리추리소설이다

입기현마을은참으로기묘했다.분명평화롭기이를데없다들었는데수면아래살기가도는긴장감이가득하다.우연히만난아름다운여인고채는마을을먹여살리는거상이자실질적인수장이다.한쪽얼굴이일그러진무당을그미는불쑥불쑥나타나김설의혼을빼놓는다.성균관동문정진허는어찌해서이처럼작은마을에내려와있는지수상하기이를데가없고,민하겸은미끈한낯으로남자여자를가리지않고사람들을홀리고다닌다.김설은그저석혜선생죽음의내막을파헤치고자했는데,사라진난초를찾고싶었을뿐인데,어째서이토록이해못할상황에맞닥뜨린채죽음의위험에까지빠졌는가.
그는성균관에서배운리(理)로세상을해석하려하지만,이마을에는김설이배운논리가통하지않는다.이곳에서만통하는낯선질서가있다.이것은곧,마을사람들의삶과죽음을가르는원칙이다.

이책에는입체적캐릭터들의병립과대립이살아있는
정념의소설이다

이야기의중심에는네사람이있다.김설,확증편향에빠진유생.고채,병법을읽고실행하며실질적으로마을을통치하는거상.정진허,세상을냉소하면서도구원을꿈꾸는귀족.민하겸,누구에게나유혹적이지만누구에게도속하지않는미청년.이네사람의관계는병립과대립으로얽혀있다.함께걷다가도손을놓고서로를공격한다.나란히마주서서관계를이어가다가엇,하는순간에조선중기수직적관계공식을따른다.누가범인인가.누가누구를속이는가.그는진심인가.그녀는진심인가.끝없이의심하고캐묻고돌아섰다가잡아챈다.그런면에서이들은선과악,옳고그름,적과동지같은이분법에서벗어나있다.각자의욕망과판단,상처와망상이충돌하며서사를만들어낸다.그래서《리의세계》는감정에따라흘러가는일종의정념의소설이다.

이책은누가무어라해도,사랑이야기다

김설의고채에대한감정은어지러이굴곡지다.“이집아가씨는뭐랄까,좀이상하게생기지않았나?”모두가절세가인이라칭하는고채의첫인상을두고,김설은엉뚱한말을한다.그러더니한순간주책없이고채에게빠져든다.‘고채는속세의사람같지않았다.그녀를감싼공기만다른세상의것처럼느껴졌다.더이상자신을속일수가없었다.저항할수도없었다.그리하여김설은이제저여인이얼마나아름다운지스스로에게설명하고싶어안달이날지경이었다.’고채를눈으로,귀로,마음으로좇던김설은더는숨길수없이빠져끝내자신만의착각과확신으로상대에게활을날린다.“하,그렇군요.내가잊고있었군요.당신은남자를잡아먹는여자였지.내가이렇게멍청하니맨날이용이나당하지.크크크.”

김설은말그대로고채에게미쳐간다.김설이사건을추적하는과정과고채에게미쳐가는과정은똬리를틀어올리듯하나로엮이어극의마지막까지독자의심장을조인다.“그여자는나를사랑한걸까,아니면처음부터나를무너뜨릴생각이었을까?”김설은처음엔고채를의심했고,그다음엔두려워했고,결국엔사랑했다.그사이에서김설은무너지고,정의와진실사이에서길을잃는다.
《리의세계》는결국사랑이야기다.사랑이사람을망치기도하고,사랑이사람을구원하기도하며,그둘이구분되지않을때,비로소진짜이야기가시작된다.그래서마지막장에이르면역사와추리,무엇도아닌사랑만이기억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