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망울 터지는 시간

꽃망울 터지는 시간

$15.00
저자

중랑문인협회

저자:중랑문인협회
1995년9월22일에창립된중랑문인협회는많은작가들로구성되어있습니다.그중창작활동이왕성한작가들이모여상반기에는작품선집을,하반기에는『중랑문학』을펴냅니다.이에따라올해(2024년)로써작품선집은26호,『중랑문학』은29호가됩니다.
그외중랑문인협회에서는매년2회이상의문학기행과시화전을하며중랑문학신인상제도를통해가을에좋은작품을쓴작가에게중랑문학상을드립니다.

목차


책머리에회장이영선03

【시】
이명혜009필봉산·45외4편
김재준015동백꽃외2편
이영선019그리움의체취외4편
정정순027과일사랑외4편
김수호033첫사랑즈음외4편
김지희039감나무,불을밝히다외2편
김태수043눈오는날외4편
김현숙049목련1외4편
김기순055봄외2편
김명옥059허(虛)외4편
백승호067핼러윈의저주외4편
이경구073베틀외3편
장상아081열애에빠진시외4편
김미애087가로와세로외4편
유후남093대청소외2편
정송희097봄꽃이내게외3편
정여울103봄은봄이다외2편
조금주107나의언니라서외3편
권재호113홍시외2편
윤숙117산수유꽃외2편
정병성121달빛에외3편
전소이127동상이몽외4편
김종화133산사가는길외1편
김미란137아버지를떠올리며외4편
류병도143엄마의강둑외4편
박숙희149아버지의자전거외4편
유건창155시간속에머문외4편
유지우163추억의고향외4편

【시조】
이형남169그리움에소리를더하다외1편

【동시】
서금복173둘다좋다외4편

【디카시】
송재옥179살찌는봄외4편
정점심185십오야(十五夜)외3편

【수필】
박남순191신앙의고향외1편
김준태197아흔늙은이의교훈외1편
이순헌205리어카노인외1편
한영옥213몸치탈출하기외1편
이호재221J에게
박영재225봄이오고있다외1편
이동석233선을지킨다는것외1편
최종찬241여행은아름다워
함경달247건국전쟁-‘이승만전대통령의공과’
이종극253어느봄날외1편
석숙희261깐깐한오월이지나면외1편

【콩트】
서석용269큰이모
황우상279진짜와가짜

【동화】
이해경285냄새나라요정

출판사 서평

책속에서

[시]

석양이곱게내려앉는들녘
풀들이춤추고꽃망울이터지는시간
눈치보던바람이일렁인다

처절한몸짓
빛이기울어하루를마감해도
대지는구석구석봄기운이감돈다

생명들이땅을밀고일어서고
붉은석양이대지를감싸는
빛고운하루의끄트머리
끝마무리접고분홍빛연서를쓴다

뜨거웠던시절
어떤꿈을향하는지모른채
운명같은인연을만나
서른살쯤의삶이영글었고

날마다숨막힐듯
하루가가고또다시시작하는
끝없는걸음

빛과바람에맞서는
뜨거운여정이
내삶의열매를만들어냈으리라
---이경구,「봄날의상념」

탁발나왔다가

길에서숨진

지렁이한분

반뼘길이그몸뚱어리에

배고픈개미들

까맣게달라붙어있다

죽어밥이된

그한몸이

무수한몸을먹여살리는중이다
---김명옥,「어떤밥」

[수필]

설날에MBNTV에서미스터트롯세븐으로선정된가수들이부모들이랑동반출연하여노래경연을하는걸보았다.손태진아버지손금찬씨가[어느60대노부부의이야기]란노래를부르는데그노래를들으며난눈시울이촉촉해졌다.서정적인노랫말을저음으로애처롭게부르는데그가락이가슴을후빈다.

곱고희던그손으로/넥타이를매어주던때/어렴풋이생각나오/여보그때를기억하오/-생략-/세월은그렇게흘러/여기까지왔는데/인생은그렇게흘러/황혼이기우는데/-생략-

난아내가곱고흰손으로넥타이를매어준기억이없다.그런데왜눈시울이그리뜨거워졌을까.그는결혼후늘바쁘게사노라넥타이를매어줄여가가없었다.신혼때시골초등학교교사여서아침이면출근하기에바빴다.새벽에일어나아침밥상차려놓고도시락까지싸놓고헐레벌떡뛰어나가야첫시외버스를탔다.

점심시간에동료들이둘러앉아도시락을펴놓고먹던시절이다.내도시락반찬이항상인기가많았다.바쁜중에도도시락까지신경을썼다.자취나하숙을하는총각처녀선생들이많았던학교라서그랬던것같기도하다.

아내의초임지가전주에서7~8km떨어진완주군봉동면○○초등학교라서첫버스를타야했다.사돈처녀(누나의시누이)의중매로만났는데수줍음이많은순박한선생님이었다.1남2녀의장녀로장모님이아침먹여도시락까지싸주며애지중지기른딸이라살림배울시간도없이새댁이되었는데도음식솜씨가있었다.
신혼살림에바빠자기몸곱게단장할겨를도없이뛰어다녔는데난거들어줄생각도안했다.남성우월주의사상이팽배했던시대라살림은당연히여자가하는것으로알고연탄불한번안갈아주었는데도불평하는걸못봤다.완주교육청관내학교에서전주시내○○학교로전근이되어시외버스타고출근하는일은면해오붓하게살았는데1년여만에내가서울로전근을했다.아이남매를혼자서기르면서근2년간을별거했다.

그후로아이둘을더낳아넷이되었고아내도전근이되어서울로이사를왔다.전주에서는장모님이돌봐주셔서아이들을기르는데큰도움이되었는데아이들육아문제가큰일이었다.아버지가돌아가시고어머니가시골에혼자계셔서모셔오긴했지만칠십대중반의노인이라아이들넷을돌보시기에는너무연로하셨다.가정부가있긴했지만물가에두고온아이들같아항상마음졸이며살았다.

세월이흘러1994년도다.정년퇴직도얼마남지않았고막둥이도대학졸업을하고군에입대해제대를앞두고있었다.아내한테우리노후대책을세워야하지않겠느냐며넓은빈마당에유치원을지어당신이운영해보라했다.싫다는걸몇번씩설득해서유치원을짓고아내는33년간봉직한교직생활을명예퇴직하고원장연수를받아1995년도에유치원장으로취임하고개원을했다.
당시주변에유치원이여럿있었지만우리처럼단독유치원은없었다.개원을했는데주변원장들의텃세가심해서원아모집을하는데힘들었다.불철주야아내의노력끝에근동에서인정받는유치원이되었다.자식들도다결혼해서손자손녀를낳고남들의부러움을사기도했다.

세월이흘러아내나이칠십후반이되었다.몸을너무혹사해서인지파킨슨과치매초기란진단을받았다.유치원경영은큰아들과며느리한테맡기고치료를받았지만현대의학으로도고치지못하는불치의병이라병세는조금씩나빠지더니2021년7월에하늘나라로갔다.아이들도다자립시키고경제적으로도어려움없이살만하게되었으니친구들도만나여행도다니면서맛있는것도먹으면서재미있게살다갔으면이렇게후회는없었을터인데철이들자망령난다더니이를두고한말같다.
“세월은그렇게흘러여기까지왔는데인생은그렇게흘러황혼이기우는데여보그때가생각나오.”
어찌눈시울이뜨거워지지않을수있으리.

사람들아!
행복은기다려주지않더라.행복이찾아오길기다리지말고스스로만들어누려야하는거더라.
---김준태,「아흔늙은이의교훈」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