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은 어떻게 만들어졌는가 (오리엔탈리즘으로 읽는 지배의 역사와 저항의 철학)

동양은 어떻게 만들어졌는가 (오리엔탈리즘으로 읽는 지배의 역사와 저항의 철학)

$20.00
Description
우리는 왜 아직도 서양을 추앙하고 동남아를 차별하는가?
에드워드 사이드의 『오리엔탈리즘』을 국내에 처음 소개한 박홍규 교수가 35년의 사유 끝에 다시 묻는다. 오리엔탈리즘은 과연 과거 제국주의 시대의 유물일까, 아니면 지금도 세계를 나누고, 위계를 세우며, 타자의 삶을 대신 결정하는 권력의 언어일까?
전쟁으로 폐허가 된 가자 지구를 관광 리조트와 초고층 빌딩의 부지로 바라보는 시선. 이 책은 그 장면에서 21세기 오리엔탈리즘의 민낯을 읽어낸다. ‘동양’은 이번에도 주체가 아니라 대상이었다. 이는 19세기 제국주의 열강이 아프리카를 지도 위에서 나누고, 1945년 강대국들이 한반도 사람들과 무관하게 38선을 결정했던 방식과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다. 오리엔탈리즘은 과거의 유물이 아니다. 형식만 바뀌었을 뿐, 지금도 작동하고 있다. 『동양은 어떻게 만들어졌는가』는 바로 그 질문에서 출발한다. 누가, 왜, 어떻게 ‘동양’을 만들어왔는가. 서양이 말해온 동양의 ‘후진성’은 정말 발견된 사실이었는가, 아니면 지배를 정당화하기 위해 설계된 관념이었는가. 이 책은 두 부분으로 구성된다. 1부 「제국의 시선과 타자의 탄생」은 오리엔탈리즘이 어떻게 탄생하고 어떤 경로로 세계를 지배했는지 추적한다. 단테와 셰익스피어, 콜럼버스와 막스 베버, 그리스·로마 신화와 자연법, 국제법과 식민주의의 역사를 가로지르며 서양 문명의 ‘정전’으로 여겨진 것들이 어떤 편견과 배제의 논리를 품고 있었는지 해부한다. 2부 「저항의 철학, 에드워드 사이드 읽기」는 비판을 넘어 “그렇다면 어떻게 저항할 것인가”라는 질문으로 나아간다. 팔레스타인 난민 출신으로 평생 권력에 맞섰던 사이드의 삶과 사상, 아나키즘과 세속주의, 휴머니즘의 문제의식을 촘스키·그람시·파농 등 동시대 사상가들과의 대화 속에서 입체적으로 읽어낸다.
그러나 이 책이 불편한 이유는 따로 있다. 저자는 한국을 오리엔탈리즘의 피해자로만 그리지 않는다. 오히려 한국 사회가 백인 문화는 동경하면서 동남아 이주노동자와 유학생은 차별하는 ‘내면화된 오리엔탈리즘’에 깊이 젖어 있다고 지적한다. 한국인은 현실에서 수많은 동남아·중국·아프리카 출신 이웃과 함께 살아가면서도, 정작 선망의 대상은 서구와 백인 문화에 둔다. 이 모순은 우연이 아니다. 개항기 이후 일본을 통해 왜곡된 방식으로 받아들인 서구 중심주의, 곧 “서양=문명=선진” “아시아=후진=야만”이라는 등식이 지금까지도 한국 사회의 감각을 지배하고 있기 때문이다. K-컬처의 세계적 부상도 이 질문에서 자유롭지 않다. 저자는 K-컬처의 성취를 부정하지 않는다. 다만 우리가 ‘세계적’이라는 말을 사용할 때, 그 기준이 여전히 서양의 승인에 놓여 있는 것은 아닌지 묻는다. 서양을 향한 무비판적 숭배와 비서양을 향한 내면화된 멸시가 동시에 작동한다면, K-컬처 역시 오리엔탈리즘의 문제에서 완전히 벗어나 있다고 말하기 어렵다. 오리엔탈리즘을 극복한다는 것은 반서양을 뜻하지 않는다. 그것은 서양을 숭배하는 태도와 비서양을 멸시하는 태도를 동시에 해체하는 일이다. 트럼프의 재집권, 가자 전쟁, 미·중 패권 경쟁 속에서 한국은 다시금 강대국의 셈법 앞에 놓여 있다. 이 책은 그 구조를 읽는 언어를 제공한다. 오리엔탈리즘을 이해한다는 것은 단지 과거의 잘못을 아는 일이 아니다. 지금 이 순간 우리가 어떤 힘의 논리 속에 놓여 있는지를 직시하는 일이다.
저자

박홍규

노동법을전공한법학자이자우리사회의편향된시선을날카롭게비판해온저술가이다.오사카시립대학교에서법학박사학위를받았으며하버드로스쿨,노팅엄대학교등에서연구하고일본의여러대학에서강의했다.영남대학교에서1991년부터2018년까지노동법등을가르쳤고현재명예교수로있다.법학의테두리를넘어예술과문학,역사와사상을아우르는방대한저술활동을펼쳐왔다.특히에드워드사이드의『오리엔탈리즘』을번역하고사이드의사상을국내에깊이있게소개해온독보적인연구자이기도하다.저서로백상출판문화상을받은『법은무죄인가』를비롯해『자유인루쉰』,『조지오웰』,『놈촘스키』,『카뮈와함께프란츠파농읽기』,『표트르크로포트킨평전』등이있다.『간디자서전』,『자유론』등을번역하며서구중심주의와권위주의에맞선자유인들의목소리를전해왔다.텃밭을일구고자전거를타는소박한자유인의삶속에서타자의시선을깨고주체적으로서기위한사유의투쟁을이어가고있다.

목차

독자에게드리는글
[1부:제국의시선과타자의탄생]
머리말
1강오리엔탈리즘,문명을굴절시키는프리즘
유쾌한전복,창조적되쓰기/오리엔탈리즘,어떻게보아야할까?/오리엔탈리즘의출발점/문화,제국주의,그리고사이드/낯선문화를바라보는수상한시선,오리엔탈리즘
2강낭만이지운식민의조건
영화「아웃오브아프리카」와식민주의적낭만화/식민지의경제구조와케냐의역사적배경톺아보기/낭만이지운식민의조건들/아웃오브아프리카,아웃오브오리엔탈리즘
3강영광의탈출인가,강탈의정당화인가?
출애굽의감동이‘정당성’으로번역되는방식/피해자를가해자로호명하는순간,사이드의질문이시작되다/제국의개입이영웅담으로바뀌는장치/오리엔탈리즘은어떻게괴물이되었는가/트럼프는오리엔탈리즘의화신이다
4강조작된기원,재구성된‘그리스·로마’라는신화
‘상상’은어떻게‘학문’으로굳어지는가/‘진보’의언어로동양을배제하다/막스베버의오만과편견/그리스·로마신화에나오는‘괴물’은누구인가/문학작품으로보는오리엔탈리즘/그리스-로마의복권과동방의추락
5강단테와셰익스피어에서콜럼버스까지
중세의암흑과동양의광명이라는역전/단테와셰익스피어는타자화작업의선구자였다/아메리카원주민제노사이드와문화적오리엔탈리즘/우리안의오리엔탈리즘과주체적정체성의회복
6강법이침략의문법이되다
해방의논리와침략의명분을함께품은자연법/국제법의아버지들이설계한‘정당한전쟁’의궤변/노예무역,제국주의가남긴상처/19세기까지동양은절대뒤처지지않았다
7강19세기제국주의와오리엔탈리즘의절정
‘지식’은어떻게침략의병기가되는가/영국의‘징고이즘’과식민지수탈의경제학/문명화라는이름의거대한기만/고전사상이감춘차별의논리를읽다
8강끝나지않은지배,20세기의오리엔탈리즘
영·프에서미·중으로제국은대물림된다/지식인들의기만/니얼퍼거슨과‘제국주의미화’의변종/스크린에갇힌타자,영화속오리엔탈리즘/자포니즘과우키요에,동양의매혹을기획하다/우리안의이중성
맺음말

[2부:저항의철학,에드워드사이드읽기]
1강사이드읽기의문제점
2강팔레스타인난민
3강사이드의친구들_촘스키,비코,그람시,파농
4강사이드의적들_마르크스,니체,푸코,헌팅턴
5강세속주의와휴머니즘
6강지식인이란‘무엇’인가?
7강사이드의오리엔탈리즘
8강사이드의팔레스타인론
9강사이드,카뮈를비판하다
10강서양미술의오리엔탈리즘
11강『프로이트와비유럽인』
12강오리엔탈리즘과옥시덴탈리즘을넘어서
맺음말

출판사 서평

1991년번역에서2026년『동양은어떻게만들어졌는가』까지
1991년박홍규교수가에드워드사이드의『오리엔탈리즘』을번역했을당시,‘오리엔탈리즘’은한국사회에낯선단어였다.많은이들이이책을동양예찬론으로오해하기도했다.그러나35년이지난지금,오리엔탈리즘은학계를넘어일상언어가되었다.“이영화는오리엔탈리즘적이다”라는표현이자연스럽게쓰이는시대가된것이다.그러나저자는다시묻는다.용어는익숙해졌지만,우리는정말오리엔탈리즘을이해했는가.더나아가우리안의오리엔탈리즘을직시했는가.이책은그질문에대한응답이다.저자는한국의학계가사이드를자주인용하면서도그의문제의식을자신의것으로만들지못했다고비판한다.학문과현실이분리된채,오리엔탈리즘비판이하나의지적유행이나출세의도구로소비되어온것은아닌지묻는다.따라서이책은단순히서양의동양인식을비판하는데그치지않는다.일본을통해왜곡된채수용된한국의오리엔탈리즘,백인중심주의와동남아차별이공존하는한국사회의이중성,K-컬처속에남아있는서구승인욕망까지함께짚는다.1부가“무엇이문제인가”를묻는다면,2부는“왜,그리고어떻게저항할것인가”에답한다.

트럼프오리엔탈리즘과21세기제국주의는‘평화와개발’의가면을썼다
책의첫장면은충격적이다.2026년1월,재러드쿠슈너가스위스다보스포럼에서발표한가자지구재건계획.초고층빌딩180채,관광리조트,해변개발.팔레스타인사람들의의사는배제된채,전쟁의폐허는부동산개발의대상으로전환된다.저자는이장면을현대오리엔탈리즘의가장노골적인표현으로읽는다.제국은더이상자신을침략자라고부르지않는다.대신평화,재건,개발,투자라는언어를사용한다.약소국의정치적고통은경제적사업으로바뀌고,배제는폭력이아니라정책설계로포장된다.점령은개발이되고,지배는감독이되며,권력은합리성의얼굴을하고나타난다.트럼프는가자의폐허를‘부지’와‘위치’의언어로설명했다.수많은죽음과추방,상실의역사는지워지고,남는것은해변과토지가치뿐이다.저자는이것이19세기제국주의의단순한반복이아니라,더욱교묘하게진화한21세기형오리엔탈리즘이라고말한다.오늘의오리엔탈리즘은조잡한편견이아니라전문적인언어로작동한다.점령이아니라개발을통해,폭력이아니라계획을통해,침략이아니라평화의이름으로작동한다.

백인을동경하고동남아인을차별하는한국사회의이중성
이책의비판은서구를향해서만뻗지않는다.저자는한국사회내부로시선을돌린다.한국은오랫동안자신을오리엔탈리즘의피해자로이해해왔다.서양이동양을열등하고미개한세계로그려왔고,한국역시그시선의피해를입었다는것이다.그러나저자는여기서멈추지않는다.피해자의위치에만머무르는순간,한국사회가다른비서양인들을향해행사해온차별은보이지않게되기때문이다.저자는자신이재직했던지방대학의사례를통해한국사회의위계를보여준다.외국인유학생과이주노동자,국제결혼여성의상당수는동남아·중국·아프리카출신이다.그러나한국인이실제로동경하고교류하려는대상은여전히서구권,특히백인이다.백인유학생은쉽게호감과선망의대상이되지만,비백인유학생은거리감과차별속에놓인다.이모순은한국사회가서구중심의세계관을얼마나깊이내면화했는지를보여준다.우리는현실에서는동남아인들과함께살아가면서도그들을후진국사람으로낮춰본다.반면역사적으로우리를지배하고규정해온백인중심문화는여전히선망한다.저자는이감각의뿌리에개항기이후일본을통해강화된왜곡된오리엔탈리즘이있다고본다.“서양=문명=선진=강대국”“아시아=후진=야만=약소국”이라는등식은오늘날까지도한국인의무의식속에서작동하고있다.

‘지배의역사’와‘저항의철학’을한권으로읽는다
1부「제국의시선과타자의탄생」은박홍규교수가국립순천대학교에서진행한오리엔탈리즘강연을바탕으로구성되었다.이부분은서양이동양을어떻게‘만들어냈는지’그역사를추적한다.그리스·로마신화가동방을괴물과야만의공간으로상상한방식,중세문학과대항해시대가타자를발견하고분류한방식,자연법과국제법이식민침략을정당화하는논리로기능한과정을살핀다.또한영국의징고이즘,식민지수탈,니얼퍼거슨의제국주의미화,영화와대중문화속오리엔탈리즘까지검토하며이오래된시선이어떻게현재까지이어지고있는지보여준다.2부「저항의철학,에드워드사이드읽기」는오리엔탈리즘비판이후의질문을다룬다.저자는2020년영화「기생충」의아카데미수상소식을들으며“사이드가살아있었다면이영화를좋아했을것”이라는생각에서글을시작했다.「기생충」은서양을흉내내지도,민족주의적자기찬양에머물지도않으면서한국사회의구체적현실을통해세계적보편성을획득했다.저자는이지점에서오리엔탈리즘너머의가능성을본다.이부분은팔레스타인난민으로서의사이드,권력에맞선지식인으로서의사이드,종교적근본주의와서구중심주의를동시에거부한세속적휴머니스트로서의사이드를입체적으로조명한다.촘스키,비코,그람시,파농,마르크스,니체,푸코,헌팅턴등사이드가영향을주고받았거나비판적으로대결했던사상가들과의관계속에서그의사유를다시읽는다.또한『이방인』속아랍인살해장면을통해프랑스지식인의식민주의를비판하고,오리엔탈리즘과옥시덴탈리즘을모두넘어서는진정한대화의가능성을모색한다.이책은오리엔탈리즘을단순한편견의문제가아니라지식,권력,문화,정치가결합한지배의구조로읽는다.동시에그구조에맞서기위해필요한지적태도를묻는다.사이드가말했듯,지식인은어디에도안주하지않는망명자이자이방인이어야한다.『동양은어떻게만들어졌는가』는바로그자리에서오늘의한국사회에질문을던지는책이다.


이책을‘지금’읽어야하는이유
①트럼프시대,오리엔탈리즘은과거가아니라현재진행형이다
가자개발계획,우크라이나재건사업에서보듯21세기제국주의는‘개발과재건’이라는이름으로약소국의정치를경제로전환한다.이것이어떻게작동하는지이해하지못하면,우리는제국의논리에무비판적으로동조하게된다.
②한국사회의이중성을직시해야탈식민이가능하다
서양숭배와동남아차별.이이중성은19세기말일본을통해배운왜곡된오리엔탈리즘의산물이다.이를인식하지못하면,우리는영원히‘정신적노예’상태에머문다.
③K-컬처의진짜의미를찾으려면오리엔탈리즘비판이필수다
K-팝,K-드라마,K-푸드.이것들이진정한한국문화인가,아니면서양문화의모방인가?이질문에답하려면우리안의오리엔탈리즘을먼저들여다봐야한다.
④지식인의책무를다시생각하게한다
사이드는말했다.“지식인은어디에도안주하지않는망명자이자이방인이어야한다.”출세와권력에순응하는한국의많은지식인들에게이책은뼈아픈질문을던진다.
⑤35년간의사유가집약된,박홍규의결정판
1991년번역이후35년.저자가한국사회를관찰하고고민해온모든것이이책에담겼다.이것은단순한학술서가아니라한지식인의평생화두에대한최종답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