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준어 바깥에서 : 노예와 여성, 노동자와 소수자가 바꾼 쓰기의 역사

표준어 바깥에서 : 노예와 여성, 노동자와 소수자가 바꾼 쓰기의 역사

$19.00
저자

박홍규

저자:박홍규
세계에대한폭넓은이해를바탕으로글을쓰는저술가이자노동법을전공한진보적인법학자.시골에서아내와함께농사를지으며자유·자연·자치의삶을실천하고있다.오사카시립대학에서법학박사학위를받았고,하버드로스쿨,노팅엄대학,프랑크푸르트대학등에서연구했다.1997년『법은무죄인가』로백상출판문화상을,2015년『독서독인』으로한국출판평론상을수상했다.『카뮈와함께프란츠파농읽기』,『놈촘스키』,『표트르크로포트킨평전』,『비주류의이의신청』,『불편한인권』등다수의책을쓰고,『오리엔탈리즘』,『간디자서전』,『자유론』등을우리말로옮겼다.

목차

머리말_글은누구의것이었는가

Part1노예와여성의첫목소리
이솝_노예로태어나우화를지은사람:이솝추억/이솝의삶/권력비판의정치적함의/민중비판의정치적함의/평가
푸블리우스테렌티우스_휴머니즘희극을쓴노예:한국의노비출신학자와예술인/노예가휴머니즘의선구가되는희극을쓰다/테렌티우스의작품/평가
사포_여성으로서시를쓴최초의사람:고대에여성은노예와같았다/사포의시/역사속의사포

Part2근대문학은어디에서시작되었는가
미겔데세르반테스_격랑속에서태어난돈키호테:나는돈키호테/세르반테스의스페인/세르반테스의삶/『돈키호테』-피카레스크소설/산초판사/반항정신
한스크리스티안안데르센_가난에서피어난글:아동문학과아동인권/안데르센의시대/안데르센의삶/안데르센과키르케고르/기이한작가의기괴한동화
찰스디킨스_공장소년의고발:디킨스의삶/디킨스와대영제국/19세기영국의상태/『어려운시대』와산업자본주의/영향과평가
마크트웨인_떠돌이가쓴미국:트웨인이미지/트웨인의삶/『코네티컷양키』와트웨인의노동관/노동기사단과트웨인/트웨인,노동자들의왕조를꿈꾸다

Part3일하는몸,말하는주체가되다
파블로네루다_노동을시로옮긴시인:시와거리가먼사람에게시를건네준시인/20세기는남미문학의시대/가난하고눌린삶/네루다의시
주제사라마구_바닥에서일어선사람들의문학:바닥에서일어서서/52세의실직,58세에찾은자신만의목소리/눈먼자들의나라한국에서건네는질문/작가의길
귄터발라프_가장낮은곳으로내려가다:다큐멘터리오페라/나의인종차별체험/발라프는누구인가?/『13개의불편한보고서』/파시즘과언론재벌반대운동/『가장낮은곳에서가장보잘것없이』/『언더커버리포트』/『버려진노동』
제라르모디랫_복수로서의글쓰기:복수는나의힘/『대안은없다』/모디랫은명실공히노동자작가다/『산자와죽은자들』
어빈웰시_제국의표준어바깥에서:스코틀랜드문학/웰시의삶/『트레인스포팅』과『필스』/켈먼,촘스키,웰시

Part4겹겹의억압을넘어서
마이아에켈뢰브_울타리를뜯는사람:에켈뢰브는이책의진정한주인공이다/청소양동이와버려진종이위에서/자기삶을넘어세계로
라오서_근대의바퀴아래에서:인력거와밑바닥노동의감각/라오서,도시의밑바닥을본작가/『낙타샹즈』,성실한개인이구조앞에서꺾이는이야기
강경애_끝나지않은인간문제:경계바깥에서자란삶/『인간문제』와선비의몸/끝나지않은인간문제
마야안젤루_침묵에서노래로:내인생최고의날/새장에갇힌새가왜노래하는지/침묵에서공적목소리로
제임스볼드윈_가장사적인상처에서세계를읽다:13세의사회주의자/세계의희생자들,그리고파리/미국을넘어세계로
맺음말_경계(境界)를경계(警戒)하는글쓰기

출판사 서평

계급은사라지지않았다,이름을바꿨을뿐!

신분과성별에따라문자접근이갈렸던시대는끝났다고흔히말한다.그러나형태만바뀌었을뿐그구조는여전히작동한다.과거에라틴어교사와값비싼종이가계급을갈랐다면,오늘날에는이른나이부터쌓인독서량과값비싼사교육,정교하게다듬어진논술훈련이그자리를대신한다.실제로한조사는대치동아이들의문해력과독해력이다른학군의아이들보다월등히높다는결과를내놓았다.라틴어를익힐시간과돈이있던사람만글을쓸수있었던것처럼,지금은사교육과문화자본에접근할수있는아이들이더정교한문장을갖는다.다른점이있다면,과거에는그장벽이신분과성별이라는이름으로노골적으로드러났고지금은‘노력’과‘재능’이라는이름으로은폐된다는것뿐이다.태어날때부터더많은책과언어,더많은훈련속에서자라는아이가있고,그바깥에서출발하는아이가있다.보이지않는계급은여전히문장속에숨어있다.오늘의문해력격차는결국근대이전문자권력의재판(再版)이다.『표준어바깥에서』의저자가2,500년전이솝부터다시불러내는이유가여기에있다.이솝과사포,디킨스가겪어낸‘자격없음’의자리가오늘의문해력격차와본질적으로같은구조라는것을확인하기위해서다.즉이책은옛작가들의뒷이야기가아니라,지금이순간우리사회가누구에게는쓸자격을허락하고누구에게는허락하지않는지를되묻기위한장치다.2,500년의시차를두고도같은질문이반복된다는사실이야말로‘표준어바깥에서’태어난이문장들을지금다시읽어야할이유다.

그래서우리는무엇을할수있는가에대한열일곱개의대답

이책이내놓는답은거창하지않지만분명하다.자격이없다고믿었던자리에서도쓰는행위자체가그자리를벗어나는첫걸음이될수있다는것이다.노예로팔려다니며말을잃었던이솝은동물의입을빌려우화를남겼는데그것들은2,500년뒤에도읽히고있다.사포는남성의언어안에갇혀있던여성의욕망을최초로시로옮겼다.구두약공장에서하루열시간씩일하던열두살소년은그경험을잊지않고『올리버트위스트』로되살려찰스디킨스라는빛나는별이되었다.안데르센은구두수선공의아들로태어나지독한가난속에서동화를썼다.정비공으로청년기를보낸주제사라마구는쉰여덟이되어서야자신만의문장을완성해노벨문학상을받았다.다섯아이를키우며청소노동을하던스웨덴의마이아에켈뢰브는양동이를내려놓은밤마다일기를썼고,그일기는훗날한권의책이되었다.식민지조선에서머슴의딸로태어나후처의자식으로자란강경애는여공과소작농의삶을처음으로문학안에들여놓았다.제임스볼드윈은가장사적인상처,흑인이자소수자로서겪은차별을문장으로옮겨세계인이읽는언어로만들었다.이들은특별한재능을타고나서가아니라,자신이서있던자리를있는그대로쓰는것에서시작했다.그리고그쓰기가결국그들의삶을증언하고,나아가삶을바꾸었다.『표준어바깥에서』가지금다시던지는질문은하나다.당신이서있는자리에서,당신도쓸수있는가.

『표준어바깥에서』이렇게읽자

이책은시대순으로배열된4부,17편의작가론으로구성된다.〈1부노예와여성의첫목소리〉에서는고대그리스·로마의노예출신작가이솝과테렌티우스,그리고여성최초로욕망을노래한시인사포를다룬다.문자권력이라는범주에도전장을내민최초의작가들인셈이다.이들이정확히무엇때문에고통받았는지,노예라는신분,여성이라는성별그자체가어떻게저자성을의심하고부정하는근거가되었는지를눈여겨보면좋다.〈2부근대문학은어디에서시작되었는가〉에서는세르반테스,안데르센,디킨스,트웨인등흔히‘모험소설가’,‘동화작가’로만소개되었으나실은당대가장진보적이었던작가들의이야기가펼쳐진다.이들이왜그런온화한이름뒤에가려졌는지,그이미지가정작무엇을지워버렸는지를되짚어읽는재미가있다.〈3부일하는몸,말하는주체가되다〉는노동과계급의언어로20세기문학을다시쓴이들을소개한다.네루다,사라마구,귄터발라프,제라르모디랫,어빈웰시가바로그들인데,이가운데는발라프나모디랫처럼대중에게생소한작가도있다.관전포인트는이들이노동을소재가아니라몸으로통과했다는데있다.발라프는직접이주노동자로위장해잠입했고,사라마구는쉰여덟까지정비공으로일하며자신의문장을벼렸다.〈4부겹겹의억압을넘어서〉는이책의핵심을가장잘보여주는것으로,계급과젠더,인종과식민의억압이겹친자리에서태어난문학의세계를보여준다.마이아에켈뢰브,라오서,강경애,마야안젤루,제임스볼드윈이바로그주인공이다.억압이한사람의몸위에두겹,세겹으로쌓일때무엇을빼앗기는지,어떻게해서그것을다시찾아가는지따라가며읽어보자.“글은여전히‘먹고살만한사람’이쓰는것이라는생각이너무도강하다.그러나이책이끝내말하고싶었던것은지독하게가난하게태어나도,제대로배운적이없어도쓸수있다는가능성이다.”라는저자의한마디가이책에실린17인의삶과문학을대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