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급은사라지지않았다,이름을바꿨을뿐!
신분과성별에따라문자접근이갈렸던시대는끝났다고흔히말한다.그러나형태만바뀌었을뿐그구조는여전히작동한다.과거에라틴어교사와값비싼종이가계급을갈랐다면,오늘날에는이른나이부터쌓인독서량과값비싼사교육,정교하게다듬어진논술훈련이그자리를대신한다.실제로한조사는대치동아이들의문해력과독해력이다른학군의아이들보다월등히높다는결과를내놓았다.라틴어를익힐시간과돈이있던사람만글을쓸수있었던것처럼,지금은사교육과문화자본에접근할수있는아이들이더정교한문장을갖는다.다른점이있다면,과거에는그장벽이신분과성별이라는이름으로노골적으로드러났고지금은‘노력’과‘재능’이라는이름으로은폐된다는것뿐이다.태어날때부터더많은책과언어,더많은훈련속에서자라는아이가있고,그바깥에서출발하는아이가있다.보이지않는계급은여전히문장속에숨어있다.오늘의문해력격차는결국근대이전문자권력의재판(再版)이다.『표준어바깥에서』의저자가2,500년전이솝부터다시불러내는이유가여기에있다.이솝과사포,디킨스가겪어낸‘자격없음’의자리가오늘의문해력격차와본질적으로같은구조라는것을확인하기위해서다.즉이책은옛작가들의뒷이야기가아니라,지금이순간우리사회가누구에게는쓸자격을허락하고누구에게는허락하지않는지를되묻기위한장치다.2,500년의시차를두고도같은질문이반복된다는사실이야말로‘표준어바깥에서’태어난이문장들을지금다시읽어야할이유다.
그래서우리는무엇을할수있는가에대한열일곱개의대답
이책이내놓는답은거창하지않지만분명하다.자격이없다고믿었던자리에서도쓰는행위자체가그자리를벗어나는첫걸음이될수있다는것이다.노예로팔려다니며말을잃었던이솝은동물의입을빌려우화를남겼는데그것들은2,500년뒤에도읽히고있다.사포는남성의언어안에갇혀있던여성의욕망을최초로시로옮겼다.구두약공장에서하루열시간씩일하던열두살소년은그경험을잊지않고『올리버트위스트』로되살려찰스디킨스라는빛나는별이되었다.안데르센은구두수선공의아들로태어나지독한가난속에서동화를썼다.정비공으로청년기를보낸주제사라마구는쉰여덟이되어서야자신만의문장을완성해노벨문학상을받았다.다섯아이를키우며청소노동을하던스웨덴의마이아에켈뢰브는양동이를내려놓은밤마다일기를썼고,그일기는훗날한권의책이되었다.식민지조선에서머슴의딸로태어나후처의자식으로자란강경애는여공과소작농의삶을처음으로문학안에들여놓았다.제임스볼드윈은가장사적인상처,흑인이자소수자로서겪은차별을문장으로옮겨세계인이읽는언어로만들었다.이들은특별한재능을타고나서가아니라,자신이서있던자리를있는그대로쓰는것에서시작했다.그리고그쓰기가결국그들의삶을증언하고,나아가삶을바꾸었다.『표준어바깥에서』가지금다시던지는질문은하나다.당신이서있는자리에서,당신도쓸수있는가.
『표준어바깥에서』이렇게읽자
이책은시대순으로배열된4부,17편의작가론으로구성된다.〈1부노예와여성의첫목소리〉에서는고대그리스·로마의노예출신작가이솝과테렌티우스,그리고여성최초로욕망을노래한시인사포를다룬다.문자권력이라는범주에도전장을내민최초의작가들인셈이다.이들이정확히무엇때문에고통받았는지,노예라는신분,여성이라는성별그자체가어떻게저자성을의심하고부정하는근거가되었는지를눈여겨보면좋다.〈2부근대문학은어디에서시작되었는가〉에서는세르반테스,안데르센,디킨스,트웨인등흔히‘모험소설가’,‘동화작가’로만소개되었으나실은당대가장진보적이었던작가들의이야기가펼쳐진다.이들이왜그런온화한이름뒤에가려졌는지,그이미지가정작무엇을지워버렸는지를되짚어읽는재미가있다.〈3부일하는몸,말하는주체가되다〉는노동과계급의언어로20세기문학을다시쓴이들을소개한다.네루다,사라마구,귄터발라프,제라르모디랫,어빈웰시가바로그들인데,이가운데는발라프나모디랫처럼대중에게생소한작가도있다.관전포인트는이들이노동을소재가아니라몸으로통과했다는데있다.발라프는직접이주노동자로위장해잠입했고,사라마구는쉰여덟까지정비공으로일하며자신의문장을벼렸다.〈4부겹겹의억압을넘어서〉는이책의핵심을가장잘보여주는것으로,계급과젠더,인종과식민의억압이겹친자리에서태어난문학의세계를보여준다.마이아에켈뢰브,라오서,강경애,마야안젤루,제임스볼드윈이바로그주인공이다.억압이한사람의몸위에두겹,세겹으로쌓일때무엇을빼앗기는지,어떻게해서그것을다시찾아가는지따라가며읽어보자.“글은여전히‘먹고살만한사람’이쓰는것이라는생각이너무도강하다.그러나이책이끝내말하고싶었던것은지독하게가난하게태어나도,제대로배운적이없어도쓸수있다는가능성이다.”라는저자의한마디가이책에실린17인의삶과문학을대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