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재일기

산재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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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극작가 겸 연출가 이철의 희곡 〈산재일기〉는 산업재해와 직간접적으로 관련이 있는 17명의 인물, 20여 차례의 만남, 50여 시간 분량의 목소리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작품이다. 작가는 인물들의 말을 쌓아가면서 정부가 매년 발표하는 산업재해 통계 뒤에 가려진 노동자들의 절망과 아픔, 남겨진 이들에게 여전히 계속되고 있는 삶과 투쟁을 핍진하게 드러낸다.
2022년 고 노회찬 의원 4주기 추모 연극으로 처음 무대에 오른 〈산재일기〉는 평단과 관객 모두에게 뛰어난 작품성을 인정받아 입소문을 타고 2023년 봄 대학로에서 다시 공연되었다. 이 책에는 〈산재일기〉 원작 희곡에 더해 작품 기획과 구상, 무대 연출을 위한 고민이 녹아 있는 ‘작가 노트’, 작품 속에 인터뷰이로도 등장하는 노동건강연대 활동가 전수경의 에세이, 연극평론가 김소연의 해설이 함께 수록되었다.
〈산재일기〉는 무미건조한 통계 수치 뒤에 가려져 있던 노동자들의 삶과 죽음이 우리의 노동, 우리의 삶과 긴밀히 연결되어 있다는 강력한 진실을 보여주며, 지금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사회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보도록 요구한다는 점에서 희곡이라는 형식을 넘어 르포 문학의 영역으로까지 지평을 확장한다.
선정 및 수상내역
★2022 레드어워드 ‘주목할 만한 시선’ 부문 수상
★2023 서울문화재단 예술창작활동 지원사업 선정

저자

이철

저자:이철
2010년《전남일보》신춘문예희곡부문에〈유산〉이당선되면서극작가로활동하기시작했다.2021년산업재해와관련된사람들을직접만나20여차례인터뷰를진행했고,그들의목소리를대사로삼은희곡〈산재일기〉를쓰고연출했다.〈산재일기〉는2022년레드어워드‘주목할만한시선’부문에,2023년서울문화재단예술창작활동지원사업에선정되었다.희곡〈황혼의시〉를썼고,다큐멘터리영화〈두개의선〉(2011)을함께만들고출연했다.현재대학에서글쓰기를가르치고있다.

목차


추천사
제페토(《그쇳물쓰지마라》저자)
하종강(성공회대학교노동아카데미주임교수)

작가의말_싸움은계속된다

작가노트

산재일기

뒷이야기
노동자들이크게말하고더많이말해야한다_전수경(노동건강연대활동가)

해설
겹겹의말,겹겹의만남_김소연(연극평론가)

출판사 서평

2,080개의절망과122,713개의아픔

세상이주목하지않은사람들의몸짓과목소리로
지금여기,우리곁노동자들의삶과죽음을그리다

★2022레드어워드‘주목할만한시선’부문수상
★2023서울문화재단예술창작활동지원사업선정

“연극속17인의증언이끝나갈즈음이면어느새우리의발목은흥건한서글픔에잠기게된다.〈산재일기〉는너나할것없이누구나노동을하는‘존엄한생명’이며,그러므로우리의일터는안전해야마땅하다는외침이다.이책으로그외침이1데시벨더높아지기를기대한다.우리는더나아가야한다.”_제페토,《그쇳물쓰지마라》저자

“희곡이소설보다더감동적일수있다는것을새롭게깨달았다.우리사회에서선한의지로자신의일에참여하는사람들이얼마나세심하게공을들여작품을완성하는지보여준다는점에서〈산재일기〉는그자체로노동과예술의미시사적성과다.”_하종강,성공회대학교노동아카데미주임교수

“한명의죽음은비극이지만,백만명의죽음은통계다.”독일소설가에리히마리아레마르크의말이다.한해에일터에서다치는노동자가10만명이넘고그중목숨을잃는노동자가2000여명에달하는이곳한국사회에서‘산업재해’는노동자개개인에게닥친‘비극’이아니라단지숫자로만존재하는‘통계’다.노동자를사고와죽음의위험이도사리고있는환경으로내몰고도산업재해를그저개인의운나쁜일쯤으로여길수록,거듭되는재해에도누구하나책임지려하지않는모습이반복될수록수많은상처와안타까운죽음들은하루하루무심히쌓여가는숫자뒤에가려진다.
극작가겸연출가이철의희곡〈산재일기〉는그처럼하루하루무심히쌓여간숫자뒤에가려진이들의절망과아픔을연극무대위로불러온다.2022년고노회찬의원4주기추모연극으로처음무대에오른〈산재일기〉는평단과관객모두에게뛰어난작품성을인정받아입소문을타고2023년봄대학로에서다시공연된작품이다.이책에는〈산재일기〉원작희곡에더해작품기획과구상,무대연출을위한고민이녹아있는‘작가노트’,작품속에인터뷰이로도등장하는노동건강연대활동가전수경의에세이,연극평론가김소연의해설이함께수록되었다.
〈산재일기〉는산업재해를당한노동자,이들과오랜세월동안연대해온시민단체활동가,하청노동조합간부와그의아들,중대재해처벌법제정에힘을보탠변호사,1988년원진레이온사태의피해자를치료했던의사,유해환경에서일한엄마의배속에있다가희귀병을가지고태어난아이,사고로죽은청년노동자의친구들등산업재해와직간접적으로관련이있는인물17명의목소리를두명의배우가대신전달하는실험적인형식의희곡이다.그생생한목소리들이쌓여갈수록정부가매년발표하는산업재해통계뒤에가려진노동자들의절망과아픔,남겨진이들에게여전히계속되고있는삶과투쟁이핍진하게드러난다.
이처럼인터뷰이의말뿐아니라재판이나청문회속기록등사건당사자들의‘증언’을편집하여재구성하는형식의연극을‘다큐멘터리연극’또는‘버바텀연극’이라고부른다.버바텀(verbatim)은‘말그대로’,‘글자그대로’를뜻하는영어단어다.

17명의인물,20여차례의만남,
50여시간분량의목소리를쌓아올리다

〈산재일기〉의근간은‘17명의인물,20여차례의만남,50여시간분량의목소리’다.작가는이렇게말한다.“이들의말이쌓일수록산업재해는사회적현상(통계)이라는외피를벗고사람한명한명이겪어낸‘사건’으로서드러난다.저마다제삶을소중히여기는17명의인물이겪어낸‘이야기’로말이다.이연극은산업재해가누군가의몸으로겪어낸사건임과동시에우리모두가겪을수있는사건임을증언한다.”(‘작가노트’중)

“원래그거하나뽑는데한30분에서1시간걸리는걸저는10분만에뽑아내거든요.근데이게기니까움직여요.그래서본의아니게손으로받치게됐어요.근데이게또날카로우니까,쇠로이렇게깎으면되게날카롭잖아요.여기에장갑이빨려들어가면서(한쪽손을들어보이며)이게들어간거예요.근데그걸누가껐는지아세요?기계를?제가껐어요.발로.(손목의한지점을가리키며)여기에서똑떨어져서(가상의밀링기를가리키며)여기서돌고있더라고.이걸보면서아이고,그러려니하고말았어요.”(박용식/구로동산재자활공동체)

“산재는노동조합이없는노동자들,주류에서벗어난주변부노동자들,여기서주로발생하는문제예요.산재는불평등문제예요.목소리를내려면제도안으로들어가야하는데,이건주류노동자만할수있어요.노동조합이있거나직장건강검진을받을수있는사람들.1년에산재사고를당한노동자수가노동부통계로는10만명이라고나와요.그건산재신청을할수있어서신청하고인정받은사람만10만명이라는거죠.실제로는100만에서150만일거라고얘기해요.100만에서150만.”(전수경/노동건강연대활동가)

“그렇더라고.첫째로는하청자체가문제지만그하청이라는게없어지지않으면이죽음이안없어지는거지,사실은.똑같이간다고.고용구조와산재가.정범식씨라고14년도에.그때한참죽을때예요.한달동안에만하청노동자가다섯명이죽었죠?그날나도사망소식을들었거든.점심때.11시30분경에안에서사망하셨는데뭐라고들리느냐하면,자살했다라고.현장에선이미이야기가돌았고.그러니까사측에서그렇게뿌리는거죠.유족들하고이야기를했죠.이거아니다,자살하신거아니다,명백하게일하다가돌아가신거맞다.우리가상황을알잖아요.”(하창민/전현대중공업사내하청지회울산지부장)

“근데그때제가임신을하고있는상태였고그때거기서일했던사람들중에저만큼그안에서만일했던사람이있나싶은거예요.저도라인밖에서일하고싶었는데.계속얘기는했죠.만약그때제가특수건강검진을했거나뭔가를했으면내몸에서도그언니처럼뭐가나오지않았을까.특수건강검진이란걸알았나요.회사에서도그냥일반적인거,그냥피검사하고엑스레이찍는거나해줬지.”(황정희/삼성전자반도체생산직부문근무후퇴직)

“원진레이온의이황화탄소라고하는이가스는여러가지장해를일으키지만뇌신경에침범해서뇌의아주작은혈관들을다터트려요.유해물질은약한곳으로번져나갑니다.원진에들어간기계가일본에서온거였어요.63년도에들어왔는데요.차관형식으로요.그시기에원진같은피해자들이일본에서몇백명발생했던거예요.우리나라는그걸중국에팔았습니다.중국도사고를겪었죠.이후에그게또북한에들어갔다는설이있습니다.”(임상혁/녹색병원원장)

이처럼작품은실제인물들의목소리를재현함으로써‘산업재해’를생생하게마주하게하는한편,지금우리가살아가고있는사회에대해곰곰이생각해보도록요구한다.이는〈산재일기〉가희곡이라는형식을넘어르포문학의영역으로까지지평을확장하고있음을보여주는명확한근거이기도하다.

지금우리의삶,우리의노동은
어떻게재해와연결되어있는가

2022년SPC제빵공장,2021년평택항,2018년태안화력발전소,2016년구의역,2005년삼성반도체,1988년원진레이온...충격적이고참혹한사건들이발생할때우리는‘산업재해’라는사회적문제에관심을기울인다.하지만1988년이전에도산재는계속있었고,사회적관심이오르락내리락하는사이에도노동자의죽음은계속있었다.산업재해의참혹함은어떤사건의성격때문이아니라그것이우리의일상에넓게산개해반복되고있음에도우리가알지못한다는데있는것이다.그래서공연당시〈산재일기〉의영문제목이“당신곁의죽음에관한보고서(TheReportaboutDeathbyYourSide)”로표기되었다는점은의미심장하다.
연극평론가김소연은해설에서이렇게쓰고있다.“다양한인터뷰이의말들은〈산재일기〉라는제목그리고‘버바텀연극’이라는형식에서미루어짐작하게되는것,그러니까사건의은폐된진실을밝힌다거나사건에얽혀있는사회적구조를파헤친다거나현장의부조리함을고발하는데서멈추지않는다.연극은다양한인물들을펼쳐세움으로써사건의참혹함에만집중되어있던우리의시선을돌려‘우리삶과우리의노동이어떻게재해와연결되어있는가’라는질문으로향하게한다.”〈산재일기〉가그수많은절망과아픔앞에서우리를“더이상방관자일수없게”만드는까닭이다.
책의서두에서작가는이렇게말한다.“비록인터뷰라는형식이었지만나는그들의이야기를들으며매번내삶을돌아볼수있었다.어떻게살아가야할지깊게고민할힘까지얻기도했다.내가경험한이런시간을연극적으로재현하는것.이것이무대를준비하는과정에서가장중요하게여긴연출방향이었다.”〈산재일기〉는무미건조한통계수치뒤에가려져있던노동자들의삶과죽음이우리의노동,우리의삶과긴밀히연결되어있다는강력한진실을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