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은 나약하고 가볍고 변덕스럽다는 속설에 대한 반론

여성은 나약하고 가볍고 변덕스럽다는 속설에 대한 반론

$14.00
저자

가브리엘쉬숑

저자:가브리엘쉬숑GabrielleSuchon(*최초등록되는저자)
17세기프랑스의철학자이자시대를앞서간‘최초의페미니스트(proto-feminist)’.1632년프랑스부르고뉴지방스뮈르앙녹수아(Semur-en-Auxois)에서태어나1703년디종(Dijon)에서사망했다.귀족가문의부유한집안에서자랐으나,열세살이되던해에아버지가사망한뒤자기의사에반하여수녀원으로보내졌다.그렇게시작된수녀원생활은30여년간이어졌고,마흔한살에자유의몸이되어새로운인생을시작했다.그후자발적인독신생활을꾸려가는한편,아이들을가르치며책을읽고글을쓰는가운데고독하지만내적평화로충만한삶을이어갔다.이시기에성서를비롯하여고대그리스철학과스콜라철학및당대의사상들을독학으로섭렵해나갔다.그결과로1693년에《윤리와정치에관한논고》와《여성은나약하고가볍고변덕스럽다는속설에대한반론》을,1700년에《자발적독신에대하여》를발표했다.그의고독한저술활동은당대에큰주목을받지못했고심지어거의잊힐뻔했으나1970년대에재발견되기시작해1990년대에들어와시몬드보부아르의선구자로본격적인조명을받았다.‘페미니즘’이라는말조차존재하지않았던시대에발표된쉬숑의저작은오늘날‘여성문제에관해여성이쓴,가장완전하고설득력있는최초의작품중하나’로평가받는다.2003년에는사후300주년을기념하여고향스뮈르앙녹수아에쉬숑의이름을딴거리가조성되었다.

역자:성귀수(*아래내용으로업데이트부탁드립니다)
시인,번역가.연세대학교불문과대학원에서문학박사학위를받았다.지은책으로시집《정신의무거운실험과무한히가벼운실험정신》,에세이《숭고한노이로제》,《나는어떻게쓰는가》(공저)가있다.모리스르블랑의《결정판아르센뤼팽전집》(전10권)을비롯해조르주바타유의《불가능》,장주네의《꽃피는노트르담》,장튈레의《자살가게》,알렉상드르졸리앙의《왜냐고묻지않는삶》,투생디누아르의《침묵의서》,마테를링크선집《꽃의지혜》(외2권),폴린레아주의《O이야기》,가스통르루의《오페라의유령》,아멜리노통브의《적의화장법》,‘스피노자의정신’의《세명의사기꾼》,사무엘오귀스트티소의《읽고쓰는사람의건강》,피에르토마위르토의《방귀의예술》,힐레어벨록의《노예국가》,토르케마다의《카인의턱뼈》등100여권을우리말로옮겼다.《사제와죽어가는자의대화》를시작으로2014년부터사드전집을기획,번역해오고있다.

목차

역자해설_최초의페미니스트
서론

1나약함에대하여
2강함에대하여
3가벼움에대하여
4의지에대하여
5변한다는것에대하여
6끈기에대하여
7여성은강하고의로우며끈기있다

결론

비가(悲歌)
찬가(讚歌)

연보를대신하여

출판사 서평

“탄탄한논리와신빙성있는인용에근거한
나의논지를반박하기란쉽지않을것이다.”

시대를앞서간‘최초의페미니스트’가브리엘쉬숑,
여성에대한오래된편견을깨부술도끼같은책!

“당대의습속과불화하며시대를앞서간이책은발굴되어다시읽히는고전일뿐아니라,쉬숑이숨쉬고글쓴17세기로부터300여년이란시간을뛰어넘어비혼,비출산,여성의자기결정권을둘러싼동시대의상황과얽히며지금우리와맞닿는다.”-김은주(서울시립대인문학연구소교수)

“거침없이앞으로나아가는힘있는필치는독자를꽉쥐고놓아주지않으며,역사에대한해박한지식과부당한차별에대한분노,그리고생기있는유머는페미니즘사상의근원적힘이어디에서시작되었는지확인시켜준다.가히‘프로토-페미니스트(proto-feminist)’라할만하다.”-손희정(문화평론가)

“나는이책이단지페미니즘도서로분류되어읽히는것을거부하려한다.이책은오랜세월동안인간을과잉대표해온특수한성,그리고남성이전유해온‘지식’에대해거의최초로도전하고나아가‘인간’의범주를확장시킨보편적인철학서로읽혀야한다.”-정희진(여성학자)


“여성문제에관해여성이쓴,가장완전하고설득력있는최초의작품”

‘페미니즘’이라는말조차존재하지않던시대에여성은자신이처한문제를어떻게이야기했을까?문학,철학,과학,예술을비롯해사회의모든질서가압도적으로남성의영역이던세계에서여성은‘보편적인간’으로서의삶을얼마나큰목소리로외치고,오래된편견에맞서어떻게싸울수있었을까?
17세기프랑스의철학자가브리엘쉬숑(1632-1703)은제목부터강렬하고인상적인책《여성은나약하고가볍고변덕스럽다는속설에대한반론》에서여성혐오와불평등을떠받치는오래된편견을조목조목비판하고통쾌한반론을내놓는다.또한여성을역사에서배제하려부단히노력해온남성중심체제의심각한오류를지적하고,‘강인함과의로움과끈기’를지닌여성의비전을제시한다.

“오류에처박힌진실은편견의어둠을걷어내야만눈에드러나는법.그렇기에나는이작은글을통해여성이나약하고가볍고변덕스럽다고너무쉽게말하는자들의저의를파헤치고,그연장선상에서여성에내재하는강단과의지와끈기를드러내보이고자한다.”(28쪽)

사실,이책은세상에처음나왔을때파격적인논지뿐아니라동시대여성의자율성과자기계발을촉구하는전복적이고호소력짙은어조(“여성을비방하는자들의오류를지적할근거가부지기수이지만,일단우리는강렬하면서표현력넘치는언어를동원해그들을설득할필요가있다.”32쪽)로인해당시지성계의주류인남성들에게철저히무시당했고,거의완벽히잊혔다.
이와함께‘시대를앞서간’여성가브리엘쉬숑역시오랫동안잊혔다가1970년대에재발견되기시작해1990년대에들어서는시몬드보부아르(“여성이본래가진자유를발전시키고삶의대안을스스로선택할수있다”)의선구자로서본격적인조명을받았다.후대의페미니스트들은가브리엘쉬숑을‘최초의페미니스트(proto-feminist)’로호명하기시작했고,오늘날이책은‘여성문제에관해여성이쓴,가장완전하고설득력있는최초의작품중하나’로평가받게되었다.

“사람들이아무리여성을매도해도그때문에여성이죄인이되는것은아니며,실컷폄훼한다고해서완벽한여성의품성에흠이가는것도아니다.하지만상대가묵묵히있으면늘그것을자제력과온건함보다는뭔가떳떳지못해서그러려니하는자들이있기마련이라,집요하게여성을힐난하고모독하는것에대해반박하는일은매우중요하다.”(32쪽)

“이책은이성과정의감과형평성의관점에서집필되었다”

300년이라는시간의무게를이겨내고마침내국내에도소개되는이책은지금읽어도전혀어색하게느껴지지않는다.“여자들에대한남자들의언어폭력은하나의거대한습속이되어상대가기분상할거라는생각조차없이무분별하게자행되고있다.”(26쪽),“실생활에서떳떳하게즐거움을누릴정당한자유가박탈될수있다는점을여자들은모르지않는다.(…)오히려그럴때마다여자들은무시로일관하여자신의강한정신력을보여줄것이며,올곧은행실로심지를확고히하고고결한근기로참다운인생을장식할것이다.”(33-34쪽)이처럼매혹적인문장에담아낸강렬한주장은시간의무게를뛰어넘어폭넓은공감대를이끌어내며,반박할수없는논지는오늘도일상에서수없이차별과배제와혐오를맞닥뜨리는여성의현실,비혼/비출산등여성의자기결정권을둘러싼오늘날의상황과완벽히맞닿는다.
이책은‘나약함’,‘가벼움’,‘변덕스러움’이라는세가지부정적속성을여성에게전가하는부당성을지적하고그에대한각각의반론을펼치는것외에도세가지부정적속성과반대되는속성인‘강함’,‘의지’,‘끈기’의원천을다룬다.구성은간단명료하고반론과주장의근거는흠잡을데없으며이를풀어내는어조는강렬하다.기독교와고대철학사상에대한해박한지식,아리스토텔레스나베르길리우스,세네카같은이들(모두남성이다)을적재적소에인용하며그들을들었다놓았다하는풍자와역설이빛을발한다.
한편,이책의매력을보여주는각각의반론에서쉬숑은나약함,가벼움,변덕스러움이여성이나남성고유의속성이아니며,인간존재에본질적으로내재된속성이라는점을일관되게강조한다.이와같은논리에따라강함,의지,끈기같은속성또한남성에게독점될수없음을주장하며,영웅적활약을펼친고대로마의여성들이나스파르타여성들의사례로증명한다.즉이책은여성이처한부당한현실을비판적으로꿰뚫는‘탁월성’을보여주면서동시에인간본성의한계와가능성이어느한쪽에만전가되거나독점될수없음을보여준다.쉬숑자신이밝히고있듯이이책은“이성과정의감과형평성의관점에서집필”(35쪽)된것이다.아래와같은문장들은이책의매력과특징을잘보여준다.

“마음만먹으면세상어디서든남자들못잖게고되고험한일을해내는여자들을발견할수있다.우리가여성에게전가하는나약한기질이란여성의신체나정신이아니라우리자신의편견에내재하는본질일가능성이크다.”(52쪽)

“스스로강하다자부하면서공공연히여성의나약함을지적하는남자들에게권하고싶다.여자가그런당신을어떻게대하고있는지유심히관찰해보라고.결국당신은여자가남자를어린애처럼다루고있음을금방알아챌것이다.여자는진중한미덕과지혜,정신력으로남자의마음을끌어당기려고굳이애쓰지않는다.”(61쪽)

“여자가감내하는고생과노고를당연한팔자로생각해따로칭찬할필요가없다고한다면,그건아주잘못된논리일터다.누구든안락함보다고생을통해미덕이드러날때강하고완벽한인간일가능성이훨씬더크기때문이다.우리는그와같은사례를삶의온갖국면에서확인한다.힘겹게물살을저어나가는뱃사람,생사를오가며전장을누비는군인,숨이턱에차도록자기와의싸움을놓지않는육상선수,삶의현장에서땀흘리는모든노동자.다들고난과고통을밑거름삼아강건한존재로거듭나는인간들이아닌가.”(73쪽)

“사고와감정,욕망에대해서라면‘가볍다’는말만큼부적절한어휘사용이있을수없다.남자로서는이해할수없는문제를판단하겠다는것이기때문이다.분명히말하지만,여성이라는존재의내면을파고드는것은신의영역에속하는일이다.”(88쪽)

“고생으로점철된인생을말없이그리고꿋꿋하게버텨나가는여자들의모습을의심할남자는그리많지않을것이다.만약변하지않으면안될어떤일에부닥친다면여자들은진심으로그변화의폭을줄이기위해노력한다.여자들의변화는결코가벼움에서발생하지않는다.그들의올곧은지조가고집이나강요의결과물이아닌것과같은이치다.”(107쪽)

‘저주받은여성작가’,‘위험한페미니스트’가남긴강력한무기

《여성은나약하고가볍고변덕스럽다는속설에대한반론》은17세기에쓰인저작이라고는믿어지지않을정도로세련된주장을담고있다.당대여성문제에대한쉬숑의응답은이미평등의개념을넘어서고있었고,인간본성에대한탐구를통해수많은차별과편견의굴레에서고통받고있는여성이어떻게하면‘좋은삶’을살수있을것인가에대한질문으로나아갔다.이는근대여성인권운동과현대페미니즘의뿌리를확인하는계기가된다.
이책의논지를차근히따라가다보면,오늘날여성이마주한현실도본질적으로는크게달라지지않았음을깨닫게된다.남성중심엘리트구조,그들(과그들의맹목적추종자들)의여성혐오,여성을대상으로끊임없이벌어지는교제살인같은사회문제들은심지어더욱악화한듯보이기도한다.여성의사회진출,결혼,육아같은오래된문제에도부당하고불합리한지점이여전히많다.이책은이런문제들이계속되는근본적이유가여성이“인간본질에있어동등한지분을소유한존재”(26쪽)임을부정하고의도적으로여성을배제해온남성중심사회구조때문은아닌지되묻게한다.이에대한쉬숑의명쾌한‘반론’은불평등을재생산하는프레임과지긋지긋하고케케묵은편견을깨부술강력한무기가되어준다.
여성이글을쓴다는것자체가저주받을일로여겨지고,남성헤게모니에저항한다는이유로위험하다는낙인이찍히던시대에가브리엘쉬숑은두가지모두를했다.교회와국가가수녀원과결혼제도로여성을남성권력에복종시키고자했던시대에그는두가지모두를거부했다.그리고마침내오랜세월동안숨겨져있던,이‘최초의페미니스트’의매혹적이고빛나는저작이지금여기로찾아왔다.이제우리가그진가를재발견할차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