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의 수술실

밤의 수술실

$14.80
Description
“오렌지 한 봉지만 사 오시면 지워드려요.”
밤에만 열리는 수술실에서 태어난 연대와 생존에 관한 일곱 이야기
오렌지를 나눠 먹으며, 우리는 서로의 보호구역이 될 수 있을까?
주목받는 신인 작가 이빗물의 첫 소설집. 간호조무사 태영은 밤마다 조용히 병원을 지키며, 병원비가 없어 보호자가 없어 수술을 받지 못하는 여자들을 위해 낙태 수술을 합니다. 태영이 작고 어두운 수술실에서 피를 닦아내며, 의뢰인들은 죄인이 아닌 온전한 존재가 됩니다. 그러던 어느 날 태영은 병원에서 옛 연인 은진과 재회를 하게 되는데요, 오렌지도 없이 나타난 은진과 태영은 서로를 지켜줄 수 있을까요.

사라지고 나서야 들리는 목소리들. 유령이 말을 걸고, 살아 있는 자가 그 소리를 듣습니다. 《밤의 수술실》 속 일곱 개의 오렌지 조각은 짜릿하게 새콤하고 서늘하기만 하지 않습니다. 이 조각들은 어쩌면 당신 곁에 오래전부터 있었을지도 모릅니다. 한 입 두 입 베어 물다 보면, 삼켜두었던 죄책감과 끝내 하지 못한 작별이 쌉쌀하게 되살아날지도 모릅니다.

소설 속 주인공들은 하나같이 “고졸”에 “비정규직” “여성”들 혹은 “아이들”로,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차별과 폭력 앞에 무력하지만 시리도록 환한 이곳에서 그들도 사랑을 합니다. 그리고 또 작별을 합니다. 하지만 어떤 “작별이라는 것은 해도 해도 마지막일 수 없습니다.” 그래서 남겨진 존재는 여전히 누군가를 불러야 합니다. 오렌지와 알코올 향이 감도는 이곳에서, 당신도 오렌지를 같이 드실래요?
저자

이빗물

저자:이빗물
소설과비평을씁니다.환상문학웹진‘거울’필진,호러출판레이블‘괴이학회’소속.
《고딕×호러×제주》,《하얀색음모》,《처음에는프린세스가될예정이었다》,《당신이찾아헤매는건책이아니야!》등에참여했고,〈14번송하나〉를발표했습니다.

목차

오렌지를먹었나요_7
근처의꿈_49
불경한슬픔_67
실업급여사냥꾼의마지막근무_101
들어가도돼?_125
보호구역_139
밤의수술실_169

작가의말_265

출판사 서평

“오렌지한봉지만사오시면지워드려요.”
밤에만열리는수술실에서태어난연대와생존에관한일곱이야기
오렌지를나눠먹으며,우리는서로의보호구역이될수있을까?

주목받는신인작가이빗물의첫소설집.간호조무사태영은밤마다조용히병원을지키며,병원비가없어보호자가없어수술을받지못하는여자들을위해낙태수술을합니다.태영이작고어두운수술실에서피를닦아내며,의뢰인들은죄인이아닌온전한존재가됩니다.그러던어느날태영은병원에서옛연인은진과재회를하게되는데요,오렌지도없이나타난은진과태영은서로를지켜줄수있을까요.

사라지고나서야들리는목소리들.유령이말을걸고,살아있는자가그소리를듣습니다.《밤의수술실》속일곱개의오렌지조각은짜릿하게새콤하고서늘하기만하지않습니다.이조각들은어쩌면당신곁에오래전부터있었을지도모릅니다.한입두입베어물다보면,삼켜두었던죄책감과끝내하지못한작별이쌉쌀하게되살아날지도모릅니다.

소설속주인공들은하나같이“고졸”에“비정규직”“여성”들혹은“아이들”로,세상에존재하는모든차별과폭력앞에무력하지만시리도록환한이곳에서그들도사랑을합니다.그리고또작별을합니다.하지만어떤“작별이라는것은해도해도마지막일수없습니다.”그래서남겨진존재는여전히누군가를불러야합니다.오렌지와알코올향이감도는이곳에서,당신도오렌지를같이드실래요?

처자의말

시리고환한곳에서,당신에게

태어나만난세상은환하고,북적이고,두려웠습니다.울음을터트리지않으려면주먹을꼭쥐어야했지요.준비물이없다고매를맞으며자라다학교대신직장에갔습니다.그곳에서낯선말들을들으며내가알지못하는일을했습니다.그러는동안소중한사람도생겼습니다.그들도나처럼무서웠을까요?묻지못했는데그들은갑자기어디론가가버리더니,영영돌아오지않았습니다.

마지막인사를하세요.작별의순간의료진은그렇게말했습니다.장난치지마,울면서뺨을쓸어도당신이일어나지않아무서워졌습니다.수의를입히고관을덮기직전에도사람들은그렇게얘기했습니다.당신이화장터에서재가되어나왔을때도누군가그말을해줬습니다.순간알아버렸습니다.작별이라는것은해도해도마지막일수없다는것을.나는결코마지막인사를할수가없다는것을.

세상이이렇게환하고시리고두려운건살아있기때문일까요.그렇다면죽음뒤엔,그러니까생에서밀려난뒤엔더는삶이무섭지않아질까요.어쩐지그렇지는않을것같아서,사랑하던당신이여전히어딘가를두렵게헤매고있을까나는또겁이납니다.그래서이순간에도자꾸만묻고싶어집니다.당신은,이곳이무섭지않냐고.
―이빗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