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피를 마실 때

우리가 피를 마실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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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동생이 물류센터에서 흡혈귀에게 물려 죽었다.”
상실의 무게에 짓눌려 숨죽여 울어본 적 있는 모든 이들에게 바치는 뜨거운 위로,
가짜 구원을 부수고 일어선 주체적인 여성들의 연대
“우리는 누구의 피를 마시고 사는가”

정부가 흡혈과의 전쟁을 선언한 이후, 자취를 감춘 줄 알았던 흡혈귀들이 다시 나타났다. 그들이 노리는 것은 오직 심야 노동을 하는 하청업체와 자회사의 노동자들뿐. 대기업 물류창고에서 일하다 흡혈귀에게 동생을 잃은 예진은, 상실을 견디다 못해 남편의 강요로 유가족 치유 공동체 ‘무별촌’에 입소한다.
“다 지나갔습니다.” 기괴할 정도로 평온한 미소와 인사가 오가는 이곳. 하지만 예진은 매일 제공되는 붉은 '효소'와 정체불명의 '대체육' 식단에서 소름 끼치는 진실을 마주하게 되는데….
주목받는 신인 작가 이빗물의 신작 소설. 자본주의의 가장 서늘한 민낯을 파헤치는 압도적 호러 스릴러! 거대한 시스템의 톱니바퀴 속에서, 우리는 과연 인간성을 지켜낼 수 있을까요?
저자

이빗물

소설과비평을씁니다.환상문학웹진‘거울’필진,호러출판레이블‘괴이학회’소속.
호러소설집《밤의수술실》을냈고,〈14번송하나〉를발표했습니다.
《고딕×호러×제주》,《하얀색음모》,《처음에는프린세스가될예정이었다》,《당신이찾아헤매는건책이아니야!》등에참여했습니다.

목차

우리가피를마실때ㆍ7
작가의말ㆍ171

출판사 서평

“아무것도지나가지않았다”
슬픔을통제하는세계에던지는서늘하고도붉은연대기

스물아홉의예진은심야물류센터에서일하던열여덟살동생예서를흡혈귀에게잃는다.참척의고통속에서숨죽여우는그녀에게,세상과남편은왜아직도슬퍼하느냐며채근한다.자본의거대한톱니바퀴속에서개인의깊은상실마저불필요한비용이자감정적낭비로취급하는사회.예진은일상으로의빠른복귀를약속하는사별자치유공동체‘무별촌’으로등떠밀리듯당도한다.

우리는누구의피를마시고사는가
완벽한치유를약속한그곳은지독한기만과통제의공간이었다.무별촌은남은자들이흘릴눈물조차허락하지않으려입소자들의속눈썹을불태우고,“다지나갔습니다”라는영혼없는망각의주문을강요한다.
무엇보다끔찍한것은그들이구원이라믿으며나누어마시는붉은‘효소’와‘대체육’의진실이다.그것은무별촌밖에서야간노동을하다감염되어흡혈귀로전락한하청노동자들,즉또다른약자들의피와살이었다.타인의고혈을짜내어유지되는무균질의낙원.소설은묻는다.우리는과연무지한채로누군가의피를마시는공범이아닌가.

가짜구원을부수고일어선주체적인여성들의연대
이고립된핏빛지옥도속에서인물들의선택은극명하게갈린다.남편도진은시스템이주는가짜안락함에굴복해스스로귀를자르는광기에사로잡히며,고통스러운진실을외면하는나약한인간의비극을대변한다.
하지만예진은그허위의낙원을거부한다.부모를잃고홀로남겨진열아홉소녀윤정을만나며비로소얼어붙었던감각을되찾은것이다.슬픔마저철저히금기시되는폭압속에서도남몰래서로의흉터를어루만지는두여성의연대는,이짙은어둠을찢는유일하고도강렬한빛이된다.거짓된안온함을박차고나와윤정과이름모를아이들의손을굳게맞잡은예진의도약은,기꺼이타인의슬픔에응답하겠다는묵직한자매애의선언이다.

폭력적인망각에맞서기꺼이상실을껴안을용기
“아무것도지나가지않았다.무엇도없던일이될수없었다.”
피투성이가되어산을내려오는예진의가쁜숨처럼,작가는값싼위로나섣부른치유를약속하지않는다.진정한애도란흉터를억지로덮어버리는것이아니라,그곳에서여전히뜨거운피가흐르고있음을인정하고상흔을안은채현실의땅을굳건히딛는것임을문학의언어로증명해낸다.
《우리가피를마실때》는상실의무게에짓눌려숨죽여울어본적있는모든이들에게바치는뜨거운위로다.슬픔을서둘러지워내라는세상의무례에맞서,기꺼이내안의상처받은유령들과굳게손을맞잡을용기를지금이책에서만나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