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오면서체화된신앙의편린들
시집≪꽃수레기도잎≫은제1부‘깊은사람이좋다’,제2부‘사랑지기’,제3부‘숲’,제4부‘님이여’로총4부로구성되어있다.각부를관통하는주제는그분이다.그분을향한,그분에의한,그분을위한.
갈급한기도속의나에서점점너에게로나아가세계로확장되어가는실천의사랑이길이시집은전하고있다.지은이이채현의시는내면의진솔한표현이특징이다.특히신앙생활을하며다가왔던문제들을시적형상화로지음으로써일상의익숙함으로부터생경하게맞게될것이며이는미학적감동을줄것이다.
이번새로운시집을낸이채현시인의시들은‘어둔밤순수한영혼’이느끼는감수성으로무엇을간절히기다리고있는듯하다.
발이부르트고
날개가상처인
어둔밤연유:
희화화된무기력한선
상상에나올듯한세상
깊고너른어두운지평
굵은핏줄불거진군중
이싱그러운계절
울먹울먹울어버렸네.
당신매달리신십자가
가슴팍에얼굴묻고
참포도나무향기로안으시네.
얘야,
-시,<은하수>전문
시인은자신의순수한진실을자꾸만희화화하는세상에대해’무기력하다‘고고백한다.이는십자가에서예수의무기력한선(善)을떠올리게하며,시인의영혼안에깃든견딜수없는고통의흔적은당신이라는절대타자의호명에이른다.우리의삶가운데고통의대면앞에서부르는타자의호명은대부분공허할뿐인것으로되돌아오는빈메아리처럼느껴질때가많지만,여기서시작되는것이‘신앙(Pistis)’아닐까.
당신의아드님이
십자가에서돌아가실때
그것을청하신
사랑많은당신이
어떠셨는지
짐작합니다.
겟세마니언덕서
피땀을흘리시며
이잔을제게서거두어주시라고
하나당신뜻대로하시라고한
당신의아드님도
짐작합니다.
눈물방울
길가별같은개나리
집앞달같은민들레
동이틀무렵
당신의아드님을살리신당신
당신에의해살아나신당신의아드님
-시,<님이여>전문
이시에서‘당신에의해살아나신당신의아드님’이라는대목은‘고통에의해거듭부활하신당신의사랑.’으로치환할수있다.우리의삶과인생이고통그자체로서만존재한다면누가이고통을받아들일수있을것인가.신앙은‘희망(Spes)’의또다른이름이기도하다.고통의끝에나를다시살리시는그분의사랑이기다리고있기때문에내인생에마침내동이틀무렵을기다리는것아닐까.
필자는가톨릭신자다.육화하신예수그리스도의삶과죽음과부활을믿음과희망과사랑으로살기를지향한다.그러나인간의인식을넘어서는그분의신비는간절한갈망에도침묵하시고그리하여인간의뜻을앞서는그분의뜻을질문한다.갈등과방황과의심은신자의한면면이기도하다.그럼에도그분은늘함께하심을뒤늦게깨쳐간다.인생여정곳곳때때그분은현존하시었다.기억을반추하며의미화하고자시란그릇에기도를담았으며,그분의발치에이웃의식탁에내어드린다.필자가걸어온인생여정에그분이쓰신자비의숱한언어를길어올려나눔은,경험치가다를수밖에없는개개인에게공감으로다가가,연둣빛새싹이돋고꽃이피어나고열매가맺는나무이었으면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