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경과 심경

풍경과 심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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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현실적인 것과 비현실적인 것
강세환 시인의 신작 시집이 출간되었다. 만 일 년도 안 됐는데 연전에 상재한 또 그만한 분량(521쪽)의 시집을 내놓은 것만 해도 이미 한국 문단의 핫(hot)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물론 문학의 위상을 물리적 분량으로 가늠할 순 없지만 작금의 문학 출판시장에서 보기 드문 사례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비단 외형뿐만 아니라 내적으로도 시인 특유의 ‘열정과 통찰’을 곳곳에서 엿볼 수 있어 작가의 역량을 또 한 번 짐작하고도 남을 것이다.

권두에 실린 작가 인터뷰 ‘고독의 즐거움’에선 시인의 육성을 직접 들을 수 있으며, 10부로 나누어 수록한 총 ‘342편’에 달하는 막대한 분량의 시집을 통째로 목도하게 될 것이다. 이 한 가지만 보아도 시가 지리멸렬한 이 시대에 시가 가히 폭발했다고 하지 않을 수 없으리라. 그야말로 시인의 ‘반복적인 너무나 반복적인’ 작가적 열정과 시에 대한 열망을 동시에 또 직면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저자

강세환

저자:강세환
강원도주문진출생.1988년≪창작과비평≫겨울호통해작품활동시작함.시집≪이단순하고뜨거운것≫등과산문집≪시의첫줄은신들이준다≫(전2권)등있음.

목차

[작가인터뷰]고독의즐거움

제1부이견딜수없는것때문에
한낮의폭우/시월,간월암에서/갯벌을거닐던까닭/파도리해변에서/해미읍성천주교순교터…에서/꽃지낙조/길에서만난여자/누굴욕하는건참쉽다/나이먹었다는거야/이젠이런게싫다고?/새벽다섯시반/비문증(飛蚊症)/시는거저오지않는다/또한없이작아지는기억/어떤외로움곁에서/시를이렇게쓰는시인도있다/왕년의가수를위하여/가파른산책길/어느빵집이사라진이유/이봄밤에/봄날의풍경/봄날은간다/진짜싸나이/시의침묵/애비의웃음/상추쌈/그림자에관한잡념/살아있다는것/이런의문/한사내가바위끝에앉아있다/콩깍지가씐시/물안에서/불온한날을위하여/무(無)깊이에대하여/뒤늦은고백/정말아무것도모르는게많다/이견딜수없는것때문에

제2부고군분투한다는것
마들역1번출구/그리운새한마리/사랑보다진한것에대하여/사라지는것과떠나가는것과/밤산책길에서생각한것들/저강의깊이와높이/사랑의뿌리/칠십줄시인들은어디서시를쓰고있을까/목월을생각하다/늙었다는것/노원역지하서점에서/웃고있는당신에게/시의일/하루종일내리는비/산문시를쓰고싶을때/산티아고순례길/그림자훔쳐보기/밤에떠오르는생각/나도웃고싶을때가있다/나비의꿈/나목/저간절한것들/이런여유/라면한끼/유월의끝/백지한장/허난설헌생가를생각하다/칠월의이방인/바람처럼…떠도는자에게/어두운인사/가정법에의한시/사막한가운데서살아가는법/어떤의자에관한신념/어느학부모님에게/사랑도그럴때가있다/시작메모/옛시인을회상하는방식/오해와이해사이/그대와함께춤을/어떤정경이심경이되기까지/저정신나간인간을어떻게해야하나

제3부다이소를나오며
뭇시인들의근황/나무와기억과사라진것들/빗소리혼자듣기/사노라면/맨발걷기/날파리같던꿈/물밀듯이/울음과웃음의상관관계/다이소를생각하며/꿈없는꿈/마늘찧는동안/그사무실에관한단상/헌정/텅빈골목/마치덜꾼꿈같은/너도모르게나도모르게/혼자중얼거림1/꿈밖에서/칠월하순/혼자하는일이란이런것이다/오늘처럼/비관에대하여/메추리알까는시간/역사와슬픔은왜반복되는걸까/걷기/여기서먼바다까지/얼굴/밤산책하듯/한줄메모/카페이름생각나지않을때/시한줄없이/풍경과심경/끝까지갔다는것/태풍때문에/남해생각/단양에서1박/빗소리듣기/길을걷다1/길을걷다2

제4부한낮의지하철에대하여
시인의집/이소동과소음에대하여/빈말/두물경/사랑의뿌리3/사랑의뿌리4/안과밖/말없는꿈/폭우속의낮술/여름비/나의웃음에관해생각함/반성의한계/이것은우울인가사랑인가/용문사길1/돌아서기전에한번만더돌아보자/고요한것과어두운것/지하철…에서/남구로역/풀벌레소리보다먼저/9월의노래/시가되지못한,불안한하루의기록/생각의생각/하나도식지않고,잊히지도않는것/유모차에관한단상/직선의힘/사랑의빛/할머니들한테배워야할점/손놓지못한것/시원한인사/아무것도생각하지않는것처럼/꿈에대한생각없음/한낮의지하철에서1/한낮의지하철에서2/한낮의지하철에서3/한낮의지하철에서4/한낮의지하철에서5/한낮의지하철에서6/한낮의지하철에서7/물멍하던사내/강릉행…ktx에서

제5부자전거택배청년에게
누가이렇게많은캔맥주를마셨을까/초행길걷는맛/소돌항명진이네횟집/스프링노트/계란프라이/강릉역에서/조태일을생각하다/아주오래된골목/사일런트밸리/방금시를탈고한것처럼/방금시집을주고나서후회막급이다/횟집앞의노인/그곳에주정차단속카메라는없었다/한낮에조심해야할것/나는싸움을할줄모른다/바다로가는먼길1/바다로가는먼길2/시다섯편썼는데/주먹이운다/방파제끝에서춤추던여자/십분동안/길고양이싸움에관한목격담/옛시인의집마루턱에앉아/우암(牛岩)아들바위에서/자전거택배청년에게/북유럽의어느시인에게/인왕산초소책방에서/아빠축산/상계역11번마을버스/고양이밥을갖다놓던아주머니의마음/동일로희망부동산앞에서/길위에서생각하다/안내견과함께길을나선청년에게/시의첫단어를놓쳤다/꽃한송이때문에/의정부교도소앞카페/소설(小雪)오후의단상/대설메모/계란찜에관한소회/용문사길2

제6부웅천에서3박4일
여수시편/가막만(灣)노을/여수밤바다의한순간/오동도에관한풍경혹은심경/장도/오동도시편이전/오동도시편이후/향일암에서혼자/향일암뒷길/화태대교건너서/화태식당/송시포구/노을의끝/웅천에서3박4일/무슬목해변에서의그여자/시내버스바닥에떨어진만원짜리지폐한장/12월,통도사에서/보홀시편1/보홀시편2/보홀시편3/보홀시편4/보홀시편5/보홀시편6/보홀시편7/보홀시편8/보홀시편9/보홀시편10/오늘하루/수락산천상병길/주문진큰다리밑에서/꿈밖에서1/꿈밖에서2/꿈밖에서3/꿈밖에서4/꿈밖에서5/꿈밖에서6/남춘천산책길에관한보고서/혼자순댓국먹던여자를위해/혼자중얼거림2/밤산책길에서/모계간지읽고남은것/12월의오후를보내기좋은/이런걸어디다기록해야할까

제7부서해의눈
장시에관한소견/근황/층계참에서잠시생각하다/꿈밖에서7/꿈밖에서8/7호선이수역/우울한날의시쓰기/7호선이수역이후/물오리의산책/그냥조금더궁금해서/노는시인/오늘의시1/서해의눈/북극한파있던날/칠성사이다탑차/시보다,오후한때/문우만나러가는길/화정역에서/정발산산책/산수유곁에서/시는누가쓰고누가읽어야하나/달항아리/생계형시인/오늘의시2/장편(掌篇)/아무것도없는시/반복적인너무나반복적인것/이런느낌/내사랑/나무/혼자읽고잊히는것/너무쉽게쓴시/늦은밤영진항걷기/신리천변에대해쓴것/나무의고요/꽃나무처럼/프랑스인안나에게/이전동차는어디를향해가고있는가/혼자담배피우던남자/낙동강아잘있거라

제8부2024년2월의우울에관한기록
부부세탁소풍경/내가만약화가였다면/불확실한날들을위하여/시의제목/나무와나무의관계에대하여/꿈/권태에관한유감/간밤에내린비혹은눈물/2024년2월의우울/검은웅덩이의역사/비가1/비가2/비가3/비가4/비가5/비가6/비가7/비가8/비가9/비가10/2월의끝/외롭지않게혹은도산대로혼자걷기/어느무명가수를위하여/안개의나라/부질없는과거에대하여/말들이숨어있다/혼자된나무/나만알고싶은작가/있음과없음에대하여/꽃샘추위/헌옷정리하기/꿈속에서1/꿈속에서2/꿈속에서3/꿈속에서4/고요한강/남도의고요/강가에서서/겸재의그림을보며

제9부벽혹은끝까지가라
잔치국수/국숫집에서/이런날도있다/극에달한반성/나의반성은반성하지않는다/벽1/벽2/벽3/벽4/벽5/벽6/벽7/봄비/늙은떠돌이의침묵1/참을수없는것/건대입구6번출구/끝까지가라/작은침묵/더작은침묵

제10부오래된농담
농담/시인둘이서걸어야시가되나/난해한기억이여/밤을노래하다

출판사 서평

이른바시에서<관습적인식>으로부터벗어난그곳은아디인가.그곳을무엇이라고해야할까.그곳을제3지대라부르기도그렇고,오후세시쯤이라부르기도그렇고,우선급한대로빈집같은‘공백’이라고해두자.이시집은어쩌면그공백에이르는도정(道程)이라고해야할것같다.그러나굳이어디에도착하기위한여정도아니다.그냥길위의시같고길위의시인같고길위의시집같다고하자.다만,어떤틀에서벗어나려는,그틀을깨려고하는무모한태도와인식이그도정에서조금씩엿보일것이다.그것을또좀시보다좀더깊이가라앉아있는말이겠지만퉁쳐서그냥‘고독’이라고하자.

시가현실을다운로드하여다시아주납작하게두들겨서현실을재구성하는것이라면이시집이야말로아주,아주납작한현실이라고할수있다.아주납작한현실적인것인동시에또조금씩어느행간에선슬몃비현실적인것이라고도할수있다.왜냐하면때때로현실적자아와시적자아의자리가꿈속이었다가또꿈밖이었다가그러하기때문이리라.또이시집을횡단하고있는현실과비현실의만남과어긋남도종종맞닥뜨리게될것이다그러나어쩌면그꿈속이거나비현실적인것조차꿈밖이거나현실적일수밖에없을것이다.그만큼또이시집은‘현실적인것으로의재생산’이라고할수있다.

시인의말

퇴직이후밥먹고시만쓰면서살았다.심지어꿈속에서도썼다.그럼에도불구하고밑빠진독에물붓기가아닌지생각할때가많았다.그게또무슨획기적인것도아니고혁명적인것도아니고고작자기삶의기록이거나시에대한사적인사유(思惟)정도일텐데,나는끝없이또끊임없이반복하고있었다.아무리멋있게말해도한심한어느타이피스트의자기만족이나자기위안에지나지않을것이다.말은이렇게하더라도버스지나간뒤에혼자손들고있는것같다.

책속에서

언어특히말로드러난것은또눈에보이는것은언제어디서나단지빙산의일각일뿐이다.환상이맴돌뿐이다.이면(裏面)은끝내얼굴을드러나지않을것이다.시도그렇고언어도그렇고,세상도인생도그렇지않은가.정답도없고결론도없다.그러나아침과저녁이다르고,어제하고오늘이또다르고,다만미제(未濟)같은사건만반복되고있다.그래도기표만남은언어라해도그의치맛자락을잡고있어야시가된다.그리고지금여기,이시조차내가발명한것도아니지않은가.결국이미어떤틀에얽매여있다는것아닌가.그것을굳이무엇이라고말하진않겠다.나는다만,그것들로부터뚝떨어져서아주사소한풀꽃같은쓸쓸함을배우고자한다.과거한때젊은날처럼허무주의자가되고있다는것.(작가인터뷰중에서)

<마들역1번출구>

바람불면시가왔고시의행간에바람이머물다갔다
밤이되면밤이또시가되었다
나는바람과밤의비공식대변인이되었다
원외대변인이었다

마들역1번출구에서맞닥뜨린
체육복입은여중생의육성을받아적을때도있다
“죽어버릴거야!”
“죽여버릴거야!”
단모음이었던가?이중모음이었던가?
그게그렇게단순한음운의문제가아닌것만같다
네가죽어도아니되고
네가죽여도아니되는일이거늘!

시는수사나기교가아니라사람의말일때가있다
나는어느여중생의깜짝대변인이었다
비소식같은것도없었지만
비도오고바람도부는날이었다고기록할것이다
시가나보다먼저받아쓸때도있다

<송시포구>

무슬목가기전유턴해서들른송시포구가까운
b카페
커피보다저포구의풍경
포구보다저앞의섬
저앞섬보다요앞의더쇠기전의억새군락지
억새보다다시저앞의섬
이름도얼굴도모르는섬하나

모두다무언가제것을갖고견디고있었다
카페창가에앉아나도무언가견디고있었다
그무언가
섬에서노을지기바로직전의서쪽을향해
어떤외로움도견뎌내고있었다
어떻게든견뎌내는것!
그러나외로움은어떻게든견뎌내는게아니다
외로움은표나지않게혼자겪어내는것!
혼자되는것!
저섬과섬사이무언가주고받는것도있었다
혼자있음과혼자없음같은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