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서문
새벽4시30분,두개의알람이양쪽에서동시에울린다.전날일찍잠들어도새벽에일어나는건쉽지않다.그래도일어나야한다.어느덧10년,나의하루는새벽에시작된다.루틴대로출근준비를하고,차에오른다.낮에는40~50분걸리는길이지만,새벽에는차가막히지않아정속주행을해도25분이면간다.잠도깰겸찬양을크게틀어따라부르고떠오르는기도제목으로기도한다.혼자만의작은새벽기도회이다.일어나는순간은늘힘들지만,가는길은나름대로좋다.
건물에도착하면이미입구와계단에다수가줄을서있다.대부분오랫동안봐온익숙한얼굴들이다.반갑게인사를나누고문을연다.실내로들어가면,더일찍출근한주방직원들이분주하게아침식사를준비하고있다.나도앞치마를두르고일을시작한다.기본세팅을마치고나면자원봉사자들이속속도착한다.매일봉사자들이바뀌기때문에은근히신경쓸일이많다.지각,결석,돌발행동등예상치못한상황에종종예민해지기도한다.긴박하게자원봉사자들의임무를나누고준비를마치면,계단에길게줄을선이용객들이입장한다.드디어사랑마루아침무료급식이시작된다.
경기도성남에있는사랑마루는2009년9월에설립되어지금까지아침무료급식을이어오고있다.나는2015년9월에이곳에부임하여,어느덧만11년째일하고있다.현재사랑마루사회적협동조합의상임이사이자사랑마루급식소의시설장으로,또한급식소에서주일위주로모이는샘마루교회의담임목사로사역중이다.사랑마루는노숙인,일을구하지못한일용근로자,생계가어려운1인가정어르신(독거어르신)등을돕는일을한다.주요사업은아침무료급식,반찬나눔,자립지원등이다.참특별한일이다.그래서이곳에서일하는나도종종‘특별한사람’이라는말을듣곤한다.대단하다고칭찬하는이들도많다.물론나는그런말을들으면여전히민망하다.
어떻게이일을하게되었냐는질문을받을때면나는늘이렇게대답한다.“기도를잘못해서요.”농담반진담반으로하는말이지만,사실그대답속에는약간의진심이담겨있다.이렇게확실히응답될줄알았더라면기도를더신중히했을텐데,은근히후회가되기도한다.그래서가끔은,지금이라도다시기도를해야하나고민한다.
나는경상북도최남단,청도에서나고자랐다.그것도경남밀양과경계에있는작은시골마을이다.가게하나없는곳에서내가매일본풍경은산과들,강뿐이었다.지금은고향을그리워하고은퇴후귀향을꿈꾸기도하지만,어릴때는시골생활이너무싫었다.놀거리도없고볼거리도없는데다일거리만잔뜩인시골이싫었다.무엇보다시골의가난이싫었다.
그래서가끔부산에있는친척집에갈때면도시의매력에푹빠지곤했다.도시에는흥미로운것들이넘쳐났고,모든게편리해보였다.도시사람들은전부부자인줄로만알았다.그래서자연스레내인생의첫기도제목이생겼다.‘다음에크면도시에서살게해주세요!’제법간절히기도했다.그리고놀랍게도그기도는완벽하게응답되었다.스무살이후지금까지나는줄곧서울,부산,대구등대도시에서만살았다.그런데도시에서의삶은내가어릴때상상했던것과달랐다.이상하게도나는언제나도시의가장화려한중심이아닌,비교적가난한동네에서만살게되었다.도시의반짝이는사람들대신어렵고힘겹게살아가는사람들과자주마주했다.그이유는아마스무살때했던또다른기도때문일것이다.
스무살때,부산역앞에서모교인고신대로가는버스를기다리던중,한걸인을보게되었다.시골마을에서늘보았던걸인이부산이라는대도시의관문에있는것을보고큰충격을받았다.학교로가는버스에서나도모르게기도가나왔다.‘어려운사람을돕는삶을살게해주세요!’아!하나님은이상하게도이런기도에는참빠르고분명하게응답하신다.어린시절‘도시에서살게해달라’는시골소년의기도와‘어려운사람을돕는삶을살게해달라’는탈시골도시입성청년의기도는완벽하게응답되어버렸다.그렇게나는도시에서어려운사람들을돕는일을하고있다.
지난10년넘게아침무료급식소를운영하면서늘마음에새기는것은‘예수님의무료급식’이다.요한복음은20장에서끝난것같은데,21장에에필로그가등장한다.제자들은부활하신예수님을두번이나만났지만생업으로돌아가버린다.그제자들이가장잘한다고생각한물고기잡이에서실패한새벽,예수님은그현장으로찾아가셔서제자들을부르시고말씀하신다.“와서아침밥먹어라.”지금으로치면푸드트럭배달서비스이다.예수님께서제자들에게숯불생선구이정식을차려주신다.제자들을위해아침무료급식소를운영하시고,직접배식봉사를하셨다.특별히숯불앞에서예수님을부인한베드로를숯불앞으로부르신다.그에게먼저밥을먹이시고,그를회복의길로이끄신다.
아침무료급식소에찾아오는이들의모습도제자들과닮아있다.실패한사람이많다.절망한사람이많다.이들에게아침은새로운시작이아니라두려움일수있다.사랑마루에서는예수님을따라아침무료급식을나눈다.물론나는10년넘게해도예수님흉내도제대로못낸다.인간적인연약함과매일싸운다.10년을넘게해도새벽에일어나는것이정말힘들다.그럼에도이일을포기할수없다.대충할수없다.소중한후원자들,봉사자들이함께하는소중한일이기때문이다.
이글은지난10년넘는시간동안사랑마루그리고샘마루교회에서의복지선교현장기록인동시에나자신에대한성찰이며,앞으로의사역에대한다짐이다.일상의이야기도제법있다.처음시작할때부터지금까지를순서대로기록한일기이다.사실수준높은글은아니다.그럼에도진솔한고백을담았다.
평생하나님사랑,이웃사랑을실천하며자녀들을위해기도하시는어머니최태석권사님께이책을헌정한다.같은마음으로장인어른최익석장로님,장모님이덕임권사님께도깊은감사의마음을표한다.아울러사랑하는아내최환희와사남매(온유,화평,하람,하린)에게사랑과감사를전한다.별거아닌글에추천의글을써주신분들께도진심으로감사드린다.그리고이책의출간을결정해주신세움북스강인구대표님께도감사드린다.무엇보다부족한자를사용하시는삼위하나님께모든영광올려드린다.
2026년8월
사랑마루와샘마루교회를섬기는일꾼,변현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