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막에 핀 산수유 : 고난의 시대를 살아온 모두에게 산수유 꽃 한 다발을 보낸다

사막에 핀 산수유 : 고난의 시대를 살아온 모두에게 산수유 꽃 한 다발을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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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이제 팔십을 코앞에 두고 보니 생각이 많이 달라지는 것 같습니다. 젊은 시절과는 달리 세상이 무척 고마워집니다. 풀 숲에 피어나는 자그마한 들꽃 하나, 세상 누군가의 시름을 담고 흘러가는 구름 한쪽이 그냥 그냥 고맙습니다. 엄마의 손을 꼭 잡고 앙증맞게 걸어가는 꼬마의 뒷모습, 저녁 그림자 내릴 무렵 어디선가 흘러나오는 귀에 익은 멜로디. 별게 다 고맙고 감격스럽습니다. 내가 나로만 존재하는 게 아니고, 이 우주의 모든 생명과 하나로 이어져 있는 듯한 느낌도 듭니다. 먼먼 어느 마을의 익명의 그 누구에게라도 감사의 미소를 보내고 싶어집니다. 그러니 피를 나눈 육친과 내 인생길의 꽃향기 같은 벗들과, 배움을 나눈 제자들에 대한 감사와 사랑의 마음은 오죽하겠어요. 나의 글들은 어쩌면 그들에 대한 사랑의 고백이 아닐는지요.

어렵지 않은 시대가 언제 있기나 했을까만, 나름 어려운 시대를 살아온 누추한 나의 삶과 그 가운데 어렵게 어렵게 쌓아 올린 내 학문의 이야기들을 나누고 싶었습니다. 제 글들은 멋있거나 아름답거나 대단하지 않습니다. 저 자신이 멋있거나 아름답거나 대단하지 않으니까요. 그저 나인 채로 나를 썼을 뿐입니다. 투박한 글들을 읽어줄 독자에게 고마움을 전합니다.

고난의 시대를 살아온 그대들에게 작은 위로가 되기를 바랍니다.
저자

송경숙

저자:송경숙
1946년서울에서태어나서한국외국어대학교아랍어과를졸업하고동대학원에서〈갓산카나파니연구-팔레스타인민족해방운동의문학적반영〉으로박사학위를받고,아랍어교육과아랍팔레스타인문학연구에정진해왔다.외국어대학교동양어대학아랍어과교수,카이로아메리칸대학교객원교수,요르단대학교객원교수를거쳐한국외국어대학교동양학대학장과교수협의회회장,한국중동학회회장,한국아랍어·아랍문학회회장등을지냈다.대표논문으로는〈팔레스타인민족문학의실체〉〈나깁마흐푸즈와노벨문학상〉〈이스라엘점령하의팔레스타인저항문학연구〉〈TheWritingofSaharKhalifah:FromMargintoCentre〉외에다수가있다.《아랍문학사》(공저)《아한대역아랍단편선》《갓산카나파니의삶과문학》《팔레스타인문학의이해》《한국어-아랍어사전》(공저)을집필했으며,《쉰다섯개의거울》《도적과개들》《가시선인장》《유산》《팔레스타인에서온연인》을우리말로옮겼다.
“귀한자료를찾아내어어렵사리한편의논문으로매듭짓는일도소중했다.학회나학내의여러보직을맡아봉사하는일도즐겁고보람있었다.그러나나의최상의기쁨은언제나아랍어를가르치는일이었다.그리고지금은자연과세상에깊이감사하는노년을살고있다.이작은글에누군가위로받기를바란다.고난의시대를살아온이들에게봄에활짝판산수유꽃한다발을보낸다.”

목차

머리말

1_사막에서길을묻다
나와팔레스타인문학
3과1/3일을아시나요
까나혼인잔치
바그다드이야기
나일강에서울다
아랍놈도다받는데

2_산수유나무집아이
추억의보석상자
산수유나무집아이
TheFather
Storyofmylife
예수쟁이가되다
메타세쿼이아
늙어감에대하여
애국이라면나도한애국하지

3_다시봄으로
예수표비누
촌년식겁했네
키크고노래잘하는여인
태국이야기
나의행복론

출판사 서평

책속에서

그들의문학적영웅인갓산카나파니를연구하며,팔레스타인부인회까지참여하는내가그들눈에는참신기한모양이다.자유토론시간에질문들이쏟아졌고나는이렇게답했다.“저는오늘여러분의모습에서일제강점기에조국해방을위해헌신했던한국의어머니들을봅니다.그들도여러분처럼조국해방을위해눈물로기도했겠지요.저는어떤힘이이토록강렬하게저를팔레스타인땅과팔레스
타인사람들에게묶어놓는지알수없습니다.만약전생이라는게있다면전생에저는팔레스타인의여인이었던같습니다.”박수가쏟아지고달려나와포옹하는할머니도있었다.이렇게나는팔레스타인의알짜배기친구가되었다.P.21

오래전의일이다.어느병원으로문상을하러갔는데,장례식장이빨리눈에띄지않았다.처음오는병원이라장례식장이어딘지모르겠어서두리번거리고있는데,마침길고검은장화를신고청소를하시는분이내앞으로걸어오셨다.잘됐다.저분한테물어봐야지.일단“아저씨!”하고불러세웠다.아뿔싸!그런데이게웬일인가?장례식장’이라는말이,그단어가갑자기어디로달아났는지도무지생각이나질않았다.할수없이“고인에게명복을빌려면어디로가야됩니까?”이렇게물었다.나도모르게이런말이튀어나온것이다.아마그분은내가장례식장이라는단어가생각안나,너무나당혹스러워서그렇게물었으리라고는꿈에도생각하지않고,장례식장이어디냐고물으면될걸,고인에게명복을빌려면어디로가야합니까?세상에이렇게까지되게교양떠는인간이있다니!’하고혀를찼을것같다.P.134

“교수님은1965년에대학에입학했다고말했는데,너무젊어보여요.연도에착오가있는것아닌가요?그게아니라면젊음을유지하는무슨비결이라도있나요?무슨화장품을쓰시는지궁금합니다.화장품중에제일중요한게비누인데,무슨비누를쓰시는지요?”라고물었다.참으로어처구니없는질문에강당은웃음바다가되었고,특히여학생들은모두눈을크게뜨고내답변을기다리고있었다.“나는예수표비누를쓴다.예수님을믿으며늘감사하는삶을살기에인생의많은어려움에도불구하고편안하고젊어보이는얼굴을가질수가있었다.예수표비누에관하여더알고싶은학생은교수아파트몇호로찾아오라.”이것이나의답변이었다.P.1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