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불꽃과 빨간 폭스바겐 (낯선 경험으로 힘차게 향하는 지금 이 순간 | 조승리 수필집)

검은 불꽃과 빨간 폭스바겐 (낯선 경험으로 힘차게 향하는 지금 이 순간 | 조승리 수필집)

$17.00
Description
펑펑 터지는 불꽃은 색을 잃고
쌩하고 스쳐 가는 현실이 얄궂어도

기어코 세상을 구경하고 사람을 겪어내며
최대치로 느낀 ‘살아 있다는 감각’
비극으로 끝날 줄 알았던 삶을 축제로 만들어내며 독자에게 신선한 충격과 감동을 안긴 조승리 작가. 『이 지랄맞음이 쌓여 축제가 되겠지』 이후 그의 두 번째 수필집 『검은 불꽃과 빨간 폭스바겐』이 세미콜론에서 출간된다. 이번 책에는 외국 여행을 비롯해 그가 시도한 낯선 경험과 면밀하게 관찰한 삶의 감각을 밀도 높은 감정과 함께 담았다.
좌충우돌 여행기를 시작으로 플라멩코 수업, 배리어 프리 전시, 바리스타 자격시험, 성형외과 상담 등 조승리 작가가 처음 해본 일들이 유쾌하게 드러난다. 다방면으로 호기심을 갖고 시도하는 작가의 모습과 감정 변화가 생생하다. 그 경험 가운데 등장하는 가족, 친구, 동료, 마사지 숍 손님들과의 대화도 남다르다. 장애 여부와 무관하게 본래 냉소적이라는 작가의 기질과 하고 싶은 말은 기어코 하고 마는 시원한 성격이 개성 있는 대화와 장면을 만들어낸다. 신파는 질색이라며 어두운 현실에서도 결국 승리하는 것은 유머와 해학이라는 그의 신념 아래, 이야기는 무겁지 않고 오히려 재치 있고 유쾌하게 흘러간다. 부정적이면서도 낙천적인, 냉소적이면서도 다정한 그의 모순적인 매력과 기질이 책 전반을 관통하며 독자에게 특별한 울림을 전한다.
제목 『검은 불꽃과 빨간 폭스바겐』은 이 책의 가장 마지막에 위치한 동명의 소제목에서 따왔다. 시각장애로 앞이 보이지 않는 그에게 축제의 화려한 불꽃은 이제 색을 잃었다. 고단한 생계로 기진맥진했던 어머니와의 일화를 떠올리면, 모녀를 놀리기라도 하듯 시끄럽고 빠르게 스쳐 간 차 한 대가 떠올랐다. 작가는 자신의 현실을 불꽃과 차에 빗대 은유적으로 표현했다. 그러나 역설적이게도 슬픈 현실마저 색감과 이미지로 비유하여 자신이 감각하는 세계를 언어화하는 작가의 시도가 돋보인다. 더불어 어머니에 대한 작가의 회상과 모녀의 삶에 대한 태도가 돋보이는 소재로, 책의 짙은 여운을 만든다.
전맹으로 살면서 때때로 마주하는 현실적인 문제 앞에 절망하고 슬퍼하기도 하지만, 조승리 작가는 “세상이 너무도 보고 싶어서” 기를 쓰고 자신이 느낄 수 있는 것에 마음을 쏟는다. 비록 그것이 아름다울 때도 있고 엉망진창일 때도 있지만 말이다. 안정적이지만 무감각한 삶보다, 차라리 엉망이 되더라도 세상을 구경하고 호기심 가는 것을 경험해내고 마는 작가의 열의가 인상적이다. 감각과 감정의 최대치를 마주하고 느끼는 그의 용기와 에너지가 독자에게 고스란히 전해진다.
저자

조승리

경리가꿈이었던나는시각장애인이되었습니다.
안마사로살던나는작가가되었습니다.
운명은나를어디까지데려갈까요?

책『이지랄맞음이쌓여축제가되겠지』를썼습니다.

목차

추천의글

프롤로그나는이렇게봅니다

1장세상이너무도보고싶어서

허기진혼령들의축제
끝없는벌판
나의용사님
두만강앞에서
1,442개의사연
진정한클라크
사랑과도박은한끗차이
여름날의재즈연주
베트남,그비린기억
뜨거운차별
최고의샌드위치

2장덥지도않은데열이난순간들

공허함을채우는필러1cc
눈먼바리스타의숫자세기
악마와함께춤을
모네의정원을걷다
벚꽃을느끼는방법
봄손님
어른이되는순간
덥지도않은데열이났다
여전히비겁했다
수박은눈물맛
나프탈렌냄새가밴지폐한장
추노
당신의길을따라걷다

3장우리는어떻게든살고,살아갈것이다

의문의일패
저런사람
불의에맞서는방식
꿈이피어나는순간
뺨석대의추억
엉터리현자들
집에화분을들였다
각자의연민
고향이되어줄게
검은불꽃과빨간폭스바겐

에필로그

출판사 서평

안정을누리면서공허하기보다는
엉망이되더라도열정적이고싶어경험한것들,
조승리작가만쓸수있는남다른여행기

낯선경험을가장많이맛볼수있는행위,바로여행이다.취미가여행인조승리작가는바쁜일상속틈을내어떠난다.베트남나트랑과하노이,말레이시아페낭,일본도쿄,홍콩마카오,필리핀클라크,백두산천지등.동행인을구하느라쉽지않았지만결국떠난여행지에서조승리작가는새로운풍경을마주하고서술한다.건강식품과라텍스쇼핑에끌려다니다가잠시나온베트남의뜨거운벌판에서서,응우옌응옥뚜의소설『끝없는벌판』을떠올리고모진삶을살아갈희망에대해사색한다.마침중원절이던말레이시아페낭에서는고된삶으로인한몸과마음의허기를자각하기도한다.그렇게그는“보이지않는이들에게는그나름대로풍광을감상하는법이있”다며자신이듣고맡고맛보고만진모든것을상상하고머릿속에그린다.공기중에느껴진물냄새로비가올것을예견하고,비릿한냄새로베트남여행의따스한추억을떠올리는등그의공감각적표현들은독자에게새로운글맛을선사한다.그의서술이너무도생생해서,책을읽다보면관찰이시각에의존한다는통념은와장창깨진다.그가책에쓰는‘보았다’는표현이자연스럽게느껴지는이유이기도하다.

서늘히불어오는바람이눈앞에푸른캔버스를밀어다놓습니다.시리게내리쬐는햇살이캔버스위에서부서지며빛의입자로채색합니다.저는눈동자속에푸른하늘과하늘빛으로빛나는호수를그립니다.저는그렇게시간과공간을생동감으로기억하고감상합니다.천지앞에서의냄새,웅성이던사람들의소리,피부에닿았던공기의질감.낯선감각은새로운자극이되어넓은사고와깊은사유로저를이끕니다.시력을대신할감각이얼마든지있다는사실에저는감사합니다._10쪽,〈프롤로그〉중에서

그렇게떠난여행이원활하고아름답기만하면참좋을텐데,얄궂은현실은그를가만두지않는다.누군가와함께할수밖에없는형태의여행인지라여타여행자들보다더많은사람과부대끼기에그렇다.이때,조승리작가는기민한시선으로온갖인간군상을포착한다.물건구매를압박하는패키지여행가이드,현지가이드에게무례한여행객,기대이상의친절을베풀어준현지운전기사,예상치못한웃음과감동을선사한일행들.그들과함께하며조승리작가의감정은위아래로꿈틀거린다.일상에만머물때보다입체적인감정이빚어진다.특히“대가없는선한마음을믿지않았다.”라며자신에게친절을베푼사람을의심하다가도그의순수한마음을알아챈뒤부끄러워하고미안해하며고마워하는작가의마음변화는재미있으면서뭉클하게다가온다.누구든외국여행에서만이아니라살아가면서크고작게타인의도움을받기에공감할수밖에없는대목이다.

“나는당신이사기를당할까봐걱정됩니다.택시가필요하면내게이야기해줘요.안심할수있는기사를소개할게요.”
얼굴에열이올랐다.선의를의심부터한나자신이창피했다.훈훈한마음으로베트남에서의마지막밤을보냈다._102쪽,〈뜨거운차별〉중에서

여행기외에도마음가는것을여럿시도하며자신의세계를확장하는조승리작가의감각적인경험기가책에고스란히담겨있다.이세상을열렬하게느끼며운명에맞서는그의모습을접한독자는경험이시각을넘어서는무언가의총체라는생각을하게한다.그리고그의의지와열정으로오늘을살아갈동력을얻게된다.‘어차피’‘해봤자’라는무기력과체념의말로자신을가두는표현을떨치는힘이되는것이다.더불어자연스레떠올리게된다.최근에해본낯선경험이무엇인지,의무감없이그저해보고싶은것은무엇인지,그간묵혀두고외면하던감정은무엇인지.이러한물음이모여삶에활기를더할것이다.

용기내어직면한감정들의모양과
기민하게감지한‘살아있는온도’에대하여

특히이번책에는열에대한표현이두드러진다.일종의‘열감(熱感)’으로,낯선경험을통해느끼게된감정들이불러일으킨감각이자,그간모른척하던감정에서비롯된감각이다.남들이흉보던친구가자신을찾는게부끄러워모른척한학창시절자신에게느낀비겁함,아버지와살가운모습을보이는수양할아버지손녀를향한질투심,자신의장애를희롱하고이용하려는아주머니들이나눈뒷담화를듣고치밀어오른분노…….특히아버지와어머니에대한기억을되새기는책의말미에서감정의밀도는절정에이른다.덥지도않은데열이오른순간과기민하게자신의마음을알아채며느낀‘살아있는온도’를작가는담담하게묘사하며독자에게강렬한인상을남긴다.
인상적인것은조승리작가역시처음부터이렇게풍부하게경험하고감각하지않았다는사실이다.수전노라는말,지독하다는소리를들을정도로냉정하게일만하던시절이있었다.당시먹고사는일의고단함,가족에대한책임감등경제적이유로눈코뜰새없이바빴고여유부려선안된다고생각했다.꼭해야할일만하던시절엔자신을돌아볼새가없었고,내적으로점점허기지는자신의상태조차인지하지못했다.

여행을권한사람은절친한친구A였다.그녀는내가점점좋지않은방향으로변해간다고조심스럽게말하며,현실과좀떨어져있으면어떻겠냐고조언했다.나는배부른소리라고일축했다.매달부어야하는적금에,가족들에게보내야할돈을모으려면하루도쉴수없다고내현실을일러주었다.
“너엄청불행해보여.난네가자신을제일사랑하면좋겠어.”_20쪽,〈허기진혼령들의축제〉중에서

친구의조언으로불행을자각하고여행을떠났다.그저배만채우는게아니라다채롭고미묘한맛들을천천히맛보며삶을음미하기시작했다.시간과금전적여유가전보다생겨서가아니라잘살고있다는감각의필요성을깨달았기때문이다.그렇게하나둘경험과감정을마주하고받아들인다.인정하고싶지않던,일종의치부와도같던감정과기억을조승리작가는회상하며솔직하게고백한다.잊고싶은기억들을켜켜이되새기며글로정리하고감정의일부로끌어안는다.책을쓰면서분노,서러움,질투,배신감과같은감정들이때로는강한불길로타올랐지만동시에고마움,감동,기쁨같은따뜻한감정들도열정적으로피어났다.

조승리작가의글을슬프게만느끼는독자도있다.하지만결국첫책으로많은독자를끌어들인힘은,장애나성별을뛰어넘어다수의공감을자아낸보편성이그의글에있어서다.이번수필집역시그렇다.상처입고괴로워도무감각하지않게섬세하게반응하는것이얼마나중요한지,살아있기에느낄수있는감각이얼마나소중한지되새기게한다.그렇게조승리작가의내밀한감정과입체적인감각묘사는독자들에게삶을진하게음미하는기회를마련한다.

“경리를꿈꾸던나는시각장애인이되었습니다.
안마사로살던나는작가가되었습니다.
운명은나를어디까지데려갈까요?”
조승리가기록하는이유,작가로서의선언

경리를꿈꾸다가시각장애인안마사가되었고,이제는작가라는새정체성을갖게된조승리작가.그러나첫책을낸뒤이유를알수없는공허함이찾아왔다.글을써서홀가분하고기뻤지만동시에글쓰기가부담스러워졌다.그러나그는여기서멈추지않고낯선경험을찾아나섰다.그리고마침내쓰고싶은마음을되찾는다.그과정을기록한책이바로『검은불꽃과빨간폭스바겐』이다.

큰소득없는하루였지만왠지흥겨운감정이나를들뜨게했다.그날나는멈췄던글쓰기를다시시작했다.여태껏과거의이야기를했다면앞으로는현재와미래의이야기를써보고싶어졌다._123쪽,〈공허함을채우는필러1cc〉

작가로서의목소리를내게된조승리의이번신간을읽으면다시생각해보게되는것들이많다.‘시각장애인이어떻게외국여행을하겠어.’라는생각을비롯해‘시각장애인이니까점자를읽겠지.’‘장애인이니까착하겠지.’등등막연하고평면적이던장애에대한인식을다시하게된다.그리고함께살아가는사회에대한모습도새롭게꿈꾸게된다.다만,작가는당위적인주장을하는게아니라그간무심했던자신의모습을고백하며독자에게넌지시이야기를건넨다.세계평화,남북문제,민주화의역사등에크게관심없었지만직간접적으로이슈를접하고신념을실천하는타인의모습을목격하며깨닫는작가의변화가책에나타난다.그는다짐한다.“용기내서행동하는양심이되어보겠다고.”이번책곳곳에드러나는조승리작가의선언은이책이너르게읽혀야하는이유,이책의존재이유를보다뚜렷하게만든다.

부모가되어본적이없기에그마음을온전히이해하지못한다.하지만장애당사자로서한가지만은알고있다.부모의보호가사라져도우리는어떻게든살고,살아갈것이라는사실이다.내삶이그증명이다._214쪽,〈의문의일패〉중에서

주인아주머니가말한‘저런사람’이나를지칭한다는걸알았다.순간나는F를떠올렸다.그단단한삶의태도를말이다.당당히어깨를펴고바르게앉았다.그리고천천히수저질을했다.불쾌했지만상처로남기고싶지는않았다.다만나는다짐했다.
‘당신들이말하는“저런사람들”의이야기를많이써야지.우리가함께살아가고있다는사실을널리알릴거야.그게내가정한나의사명이야.’_223~224쪽,〈저런사람〉중에서


울컥하다가피식,
조승리작가가선보이는해학과유머의글

조승리작가의이야기는심각하고슬프지만웃기고재미있다.아무리엉망진창으로흘러가는이야기라도결국끝은씁쓸함과환멸감이남는게아니라다정함과희망,미소로맺어지는건그의필력에서기인한다.재밌어서웃고,어이없고화가나면더크게웃는작가의성정때문이기도할테다.재밌는데슬픈글,경쾌한데무겁기도한글.이번책은그의모순적이고도매력적인기질을닮았다.

기분도컨디션도최악이되자갑자기웃고싶어졌다.그건내성격이었다.나는자포자기하면웃음이헤펐다._68쪽,〈진정한클라크〉

섬세하게관찰하고글로쓰인그의경험은개인적인이야기에그치지않는다.삶을삶답게하는것이무엇인지,사람답게산다는건어떤감각인지,더나아가더불어살아가기좋은사회는어떤모습일지.이책을읽다보면한번도생각해보지않았던상황과감정을새로이알게되며생각해보게된다.여성,시각장애인,한국인등조승리작가를외적으로규정짓는특정조건들을넘어서며찾아오는독서의즐거움,이입과공감의순간이다.
마음이가는무언가를시도하고경험하는과정에서그가발견하는여러감각을통해통찰력을얻고싶은독자,독특한문체로필력을자랑하는수필집을읽고싶은독자에게일독을권한다.

“전동차안에서한강을건너는촌각에가까운시간,눈으로들이치는붉은빛은저를황홀하게만듭니다.그짧고따듯하고황홀한순간이불행을견뎌낼힘이됩니다.(…)그경험은캄캄한미래와맞설용기,꺼지지않는저의열정이되리라믿습니다.”_285~286쪽,〈에필로그〉중에서